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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무림에 가다-69화 (69/351)

# 69

19화

마현이 누차 조용히 일을 끝내라고 했는데, 흑도는 그새 잊어먹은 모양이었다. 마현이 혹 모를 일에 대비해 주위에 음파 차단 마법을 펼쳤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소란스러움이 벌써 밖으로 퍼져나갔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소란을 떨며 흑도가 안으로 뛰어 들어갔는데 방 안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리고 얼마 후 흑도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크하하하하. 요년, 예쁘구나.”

마현은 투시 마법으로 방 안을 살폈다.

반라의 여인, 삼안혈화가 흑도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녀의 손은 옷 사이를 누비며 흑도의 가슴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런데 소녀가 누구인지 모르시나요?”

“본좌가 그걸 알아야 하는 거냐?”

“그건 아니랍니다. 호호호호.”

삼안혈화는 마치 먹이를 사로잡은 뱀의 눈빛으로 간드러지게 웃었다.

“그나저나 공자님, 너무 잘 생기셨다.”

삼안혈화는 새하얀 손으로 흑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러냐? 그렇게 내가 잘 생겼느냐?”

흑도는 자신의 얼굴을 손을 쓰다듬으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 소녀가 왜 이제껏 공자님을 몰랐을까, 후회가 되네요.”

“본좌도 왜 아직까지 네년을 알지 못했는지 심히 유감이구나.”

“아이잉.”

삼안혈화는 흑도의 품에서 교태 어린 목소리를 내며 더욱 몸을 밀착시켰고, 뜨거운 입김을 내뱉었다.

“생긴 거와 달리 매우 거치시네요.”

“그러냐?”

“침실에서도 거칠었으면 좋겠네요. 하악.”

삼안혈화는 끈적거리는 뜨거운 입김을 흑도의 귀에 후 불었다.

“크크크, 요 앙큼한 년.”

흑도는 그런 삼안혈화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

“본좌에게서 힘을 빼면 그건 시체이니라, 크크크.”

흑도 역시 본격적으로 손을 뻗어 삼안혈화의 반라의 몸을 마구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흐으응.”

삼안혈화는 요염하게 몸을 살짝 비틀며 흑도의 손을 깊이 받아들였다.

“하아악!”

삼안혈화는 새빨간 혀로 입술을 적시며 흑도의 가슴을 쓰다듬던 손을 아래로 내렸다.

“오늘 넌 죽었다고 복창하거라, 크하하하.”

“소녀도 죽고 싶사옵니다.”

“크크크크.”

“오호호호.”

삼안혈화의 손이 흑도의 배를 스쳐 사타구니로 내려갔다. 그 순간 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크크크, 네년은 이제 죽었……!”

“죽여주세……!”

농익은 둘의 움직임이 순식간에 멈췄다.

삼안혈화도, 흑도도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눈을 화등잔만하게 치켜떴다.

“어, 없어…….”

삼안혈화의 허망한 목소리.

“내, 내 거, 거시기…….”

이어 들린 흑도의 황망한 목소리.

흑도는 삼안혈화를 품에서 확 밀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손을 뻗어 사타구니를 만졌다.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사내의 상징이 아예 없었다!

“뭐, 뭐야?”

삼안혈화의 목소리는 어느새 싸늘하게 바뀌어 있었다.

“이 고자 새끼가 감히 나, 삼안혈화를 능멸해?”

그녀의 눈초리는 매섭게 옆으로 찢어지더니 곧 독 오른 뱀처럼 세모꼴로 변했다.

“우아아아아!”

흑도는 사타구니에서 손을 떼지 못한 채 고개를 젖혀 울부짖었다.

“이 고자 새끼가. 감히 장로를 능멸하고 살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겠지?”

삼안혈화는 마기를 폭사시키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닥쳐라!”

“다, 닥쳐라? 이 고자 새끼가!”

그 말에 흑도의 신형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쐐애애액!

한 줄기 묵빛 도광이 번쩍였다.

쐐애애애― 쐐애애액!

그리고 한 줄기 묵빛 도광은 순식간에 수십 줄기로 갈라졌다.

쑤아악―

퍽! 퍼버버버벅!

묵빛 도광이 방 안을 가득 채우며 맨살을 우악스럽게 두들겨 패는 둔탁한 소음을 만들어냈다.

“꺄아아아악!”

그 소리 속에 삼안혈화의 비명은 완전히 잠겨 버렸다.

“사, 살려……, 꺄아악!”

“가릉! 죽어, 죽어 버려! 본좌를 이렇게 만들어놓고 살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겠지?”

흑도는 휘두르는 도를 멈추지 않았다.

“나, 나는 가릉이 아니…….”

“시끄럽다!”

흑도는 도의 뒷날과 도면으로 삼안혈화의 몸 구석구석을 후려치고 있었다.

“하아…….”

그 황당한 광경에 마현은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삼안혈화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상황이 어찌되었든 결과적으로 볼 때 흑도의 손에 삼안혈화는 무참히 무릎을 꿇은 것이다.

“흑도, 그만하면 됐다.”

“되긴 뭐가 돼! 주인, 오늘 본좌 말리지 마! 감히 나를 고자라고 놀려? 이년, 넌 오늘 뒈졌어!”

흑도의 손은 더욱 무자비하게 변했다.

“사, 살려…….”

마현이 나타나자 삼안혈화는 안간힘을 쓰며 엉금엉금 기어와 마현의 다리를 붙잡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잡은 다리의 주인이 우악스럽게 때리는 흑도가 아니라 마현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지금 그걸 따질 정신은 없었다.

비록 여인의 몸이고, 색공을 익혔다고는 하지만 그녀 역시 마교의 장로였다.

죽음이 무서워가 아니었다. 차라리 그냥 죽는다고 생각하면 죽음을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흑도는 자신을 죽일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게 죽음보다 더 무서웠다. 죽지도 못하고 막지도 못하는 저 무지막지한 구타에 무서움을 느낀 것이었다.

“사, 사공자. 아니 흑풍마군님. 사, 살려…… 꺄아악!”

흑도는 그런 삼안혈화의 머리채를 붙잡고는 다시 뒤로 끌어당겨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리고는 다시 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쑤아아악!

퍼벅, 퍼버벅!

마현은 그런 흑도를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구석에 놓인 의자를 가져와 앉아서는 흉신악살처럼 날뛰는 흑도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삼안혈화를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삼안혈화의 눈동자에 체념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살고 싶나?”

순간 삼안혈화가 눈을 크게 뜨며 마현을 쳐다보았다. 그 눈에 사라져가던 희망의 빛이 언뜻 내비쳤다.

삼안혈화는 무지막지하게 날아오는 흑도의 도를 온몸으로 견디며 마현 앞으로 기어왔다.

“사, 살려……. 끄윽!”

“살고 싶으면 몸을 숙여라. 나에게!”

마현은 팔짱을 끼며 차가운 눈빛으로 삼안혈화를 내려다보았다.

쿵!

삼안혈화는 머리가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강하게 머리를 땅바닥에 찧었다.

그 무너진 모습에 마현은 손을 들었다.

“흑도, 그만하라.”

흑도가 마현의 말에 도를 거두었다.

“앞으로 잘 해, 살고 싶으면…….”

흑도는 발로 삼안혈화의 등을 툭 밀며 눈을 부라렸다.

“예, 예!”

삼안혈화는 머리를 다시 바닥에 찧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나저나 가릉, 이 쥐새끼 같은 놈……. 감히 가장 중요한 것을 떼고 나의 몸을 만들어? 죽었어!”

흑도는 주먹을 말아 쥐며 이를 박박 갈았다.

그 말에 마현은 나직하게 웃은 뒤 여전히 몸을 웅크린 채 파르르 떨고 있는 삼안혈화를 내려다보았다. 뼈만 안 부려졌을 뿐 몸 어느 한 군데 성한 곳이 없었다.

“앞으로 무얼 해야 할지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알겠지?”

“예, 예. 아, 앞으로 사, 사공자만을 위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 말에 마현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말려 올라갔다.

“그런 충성까지는 원하지 않는다. 대공자만 파멸시킬 수 있게 하라. 알았나?”

“명, 명심하겠습니다.”

머리를 바닥으로 바싹 숙이는 삼안혈화를 향해 흑도가 다가가 발로 옆구리를 툭 쳤다.

“야!”

“꺄아악!”

흑도의 발이 닿자마자 삼안혈화는 온몸을 바르르 떨며 비명을 질렀다.

“앞으로 잘 해. 주인 배신했다가는 그날로 넌…….”

흑도는 몸을 숙여 삼안혈화의 머리채를 잡아 들어올렸다. 그리고 시선을 마주하며 히죽 웃었다.

“평생 오늘 같은 매타작을 되풀이하는 거야. 알았어?”

“예, 예, 예.”

삼안혈화는 턱을 타다닥 부딪치며 간신히 대답했다. 흑도는 그런 삼안혈화의 머리채를 놔주며 마현을 향해 씨익 웃었다. 그 웃음은 ‘본좌 잘했어?’라고 묻고 있었다.

“주군.”

그때 무영대주가 마현을 부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이지?”

무영대주는 처참하게 구타당한 삼안혈화의 모습에 잠시 흠칫했지만 이내 태연한 얼굴로 차분히 입을 열었다.

“지금 이곳으로 회회혈마와 역천마도가 오고 있습니다.”

“잘 되었군.”

마현은 고개를 끄덕인 후 고개를 들어 흑도를 쳐다보았다.

“흑도, 준비해라. 네 먹잇감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

“크크크, 더도 덜도 말고 딱 이년처럼만 만들어 주면 되지?”

그 목소리에 삼안혈화는 공포로 인해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 모습을 본 마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

“알았어, 주인.”

마현은 고개를 돌렸다.

“아, 그리고 무영대주.”

“예, 주군.”

“지금 가서 가 당주를 이리로 오라 전하라.”

“명!”

무영대주는 마현의 명을 받은 후 바로 신형을 감추었다.

* * *

“계집의 향냄새가 풀풀 풍기는 이곳까지 꼭 와야 하는 거요?”

회회혈마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삼안혈화를 부르는 것보다 우리가 가는 게 더 빠르지 않소이까.”

“크흠.”

역천마도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어서 그저 회회혈마는 언짢은 마음을 헛기침으로 표현할 뿐이었다.

“안에 계시오?”

역천마도는 회회혈마의 헛기침을 무시하며 삼안혈화의 방문 앞에서 인기척을 냈다.

“들어오세요.”

“음?”

생각과 달리 고분고분한 삼안혈화의 목소리에 역천마도는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웬일로 이 시간에 사내놈을 끼고 있지 않네?”

회회혈마 역시 의외라는 듯 투덜거리며 역천마도와 함께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촛불 하나만 켜져 있을 뿐이었다.

회회혈마와 역천마도는 방 안을 휘둘러보며 삼안혈회를 찾았다. 그녀는 침상에 누워 있었다.

“흐음!”

회회혈마는 자신들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침상에 누워 있는 그녀를 보자 언짢아하며 탁자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막 탁자에 가까이 다가가 앉으려던 둘은 어둠 속에 그림자가 이미 앉아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런, 선객이 있을 줄은 몰랐소.”

다혈질의 회회혈마가 다시 인상을 찌푸리자, 역천마도가 먼저 나서며 삼안혈화에게 말했다.

끼이익―

그때 열렸던 방문이 경첩 소리를 내며 닫혔다.

방문이 홀로 닫힌 것이 아님을 알아차린 둘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닫힌 방문 앞에는 또 다른 그림자가 서 있었다.

“크크크크.”

음산한 웃음을 터트리며 촛불이 비추는 곳으로 걸어 나온 그림자는 다름 아닌 흑도였다. 뭐가 이상함을 느낀 역천마도는 손을 내려 도병에 손을 얹었다. 회회혈마 역시 양손을 들며 다가오는 자를 경계했다.

“칠장로.”

삼안혈화를 부르는 역천마도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삼안혈화가 탁자에 앉아 있는 그림자의 눈치를 살피고 있음을 알아차린 둘은, 자연스럽게 탁자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누구냐?”

회회혈마가 살기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드르륵.

의자가 끌리는 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서서히 빛이 있는 곳으로 걸어 나왔다.

“사공자?”

“흑풍마군?”

마현은 뒷짐을 진 채 여유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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