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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무림에 가다-211화 (211/351)

# 211

11화

“그런가? 하긴 본 공자만큼 배포가 큰 사람도 드물기는 하지.”

마현의 손이 좀 더 야릇한 곳으로 올라갔다.

“9층에 본 공자와 수하들이 다 올라갈 수 없는 겐가?”

여인은 눈동자를 기민하게 움직이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비록 준비된 자리는 몇 개 안 되지만 자리를 만들 충분한 공간은 있었다.

“다 올라갈 수는 있습니다, 공자님.”

“그럼 이렇게 하지. 모두 9층으로 오르는 대신, 본 공자는 9층 값으로, 수하들은 8층 값으로. 어떤가?”

‘대, 대박이다!’

구조루가 생긴 이래 이렇게 큰 손님은 없었다. 여인은 너무나 흥분해 쉽게 말을 떼지 못했다.

“설마 9층 값으로 다 받으려는 것은 아니겠지? 본 공자가 제아무리 배포가 크다고 해도 그건 아니야.”

“그, 그럴 리가요. 제가 루주님께 직접 말해서 최대한 빨리 자리를 만들어 놓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왕지사 노는 거 하룻밤 지낼 수 있는 기녀들로 붙여주고.”

구조루는 몸을 파는 기녀들이 있는 홍루(紅樓)가 아닌 청루(靑樓)다. 여인이 조금 곤란해 하는 눈빛을 살짝 보이자 마현은 천 냥짜리 전표를 여인의 가슴 사이로 쑥 밀어 넣었다.

“일단 선금일세. 아! 그리고 본 공자는…….”

마현은 능글맞은 표정으로 여인에게 다가가 좀 더 노골적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대를 옆에 앉히고 싶은데.”

“아잉, 공자님도.”

여인은 싫지 않은 듯 마현의 가슴을 가볍게 쳤다.

“젊은 애들도 많은데 왜 소녀를…….”

얼추 여인은 보통 기적을 떠날 때가 다 되어가는 삼십 대 초반으로 보였다. 여러 가지 주안술 등을 감안한다면 아마도 삼십 대 중반이리라.

“어린애들은 풋내가 나서 말이야. 본 공자는 잘 익은 농후한…… 그대 같은 여인이 더 좋다네.”

마현의 칭찬 때문일까? 아니면 가슴 사이에 끼어 있는 전표 때문일까? 여인은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대가 홍기(紅妓)는 아니지만 꽃값은 제대로 쳐줄 터이니…….”

마현은 억세게 여인의 허리를 움켜잡아 품으로 잡아당겼다.

“오늘 본 공자와 함께 극락(極樂)의 운우지락(雲雨之樂)을 경험해 보지 않겠는가?”

“호호호, 그 말 물리기 없깁니다.”

“암! 물론이지. 그러고 보니 그대의 이름도 묻지 않았군.”

마현은 여인의 귀로 입을 바투 가져다대며 입김을 후후 불듯이 말했다.

“명월이라고 해요.”

명월은 살짝 밀며 마현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루주님께 잠시 들렸다가 바로 올라가겠어요.”

“그럼 올라갈까?”

마현은 흑풍대와 함께 구조루 9층으로 올라갔다.

띵띠딩 띵띵 띠디딩―

경쾌한 풍악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얼쑤, 좋구나!”

몇몇 흑풍대원들은 거의 벗은 거나 다름없는 기녀들을 끌어안은 채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다. 또한 자리에 앉아 술잔을 들고 있는 이들 역시 술을 마시는 건지 기녀의 몸을 탐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음탕한 모습들이었다.

그런 모습은 비단 흑풍대원들뿐만이 아니었다.

마현과 그 옆에 달싹 붙어 있는 명월도 매한가지였다.

마현이 던져준 열 냥짜리 전표를 덥석 받자마자 스스로 반쯤 옷을 벗고 곁에 달싹 붙어 온갖 아양이란 아양은 다 떨고 있었고, 술에 취한 마현의 손도 쉼 없이 명월의 몸을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뭐야? 이거 술이 다 떨어졌잖아.”

마현은 술병을 거꾸로 들어 흔들며 투덜거렸다.

“공자님, 이제 밤도 깊었으니…….”

명월은 몸을 배배 꼬며 마현의 귀에 바람을 훅 불었다.

“그럴까?”

그녀의 말에 마현의 눈동자에 음란한 욕정이 떠올랐다.

“읏차!”

마현은 명월을 훌쩍 안아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네년의 음탕함을 본 공자가 친히 꾸짖어 주마.”

“호호호호, 매섭게 꾸짖어 주시와요.”

“그야…… 당연한 것 아니더냐.”

마현은 명월을 안고 침실로 걸어가다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어, 루주. 오셨는가?”

“재미있게 노셨는지요.”

오십 줄의 여인이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

“괜찮더군. 내 수하들은 어디서 하룻밤을 묵는가?”

“8층을 미리 비워두었습니다.”

“8층이라…… 괜찮군. 내 며칠 더 묶을 터이니 그리 알게.”

“감사합니다, 대인. 그리하신다니 내일부터 8층까지 모두 비워두겠습니다.”

“내 번잡함을 싫어하니 밤에 모두 물려주시게나. 필요한 일이 있으면 명월이를 시킬 터이니.”

“그리하시지요.”

“가자, 명월아!”

마현은 루주에게 전표 한 장을 던져주며 9층 구석에 있는 침실로 향했다. 이어 흑풍대원들 역시 저마다 기녀들을 옆구리에 끼고 8층으로 흩어졌다.

그러자 루주는 시중을 들기 위해 각 층에 머물고 있는 시녀들을 모두 7층 아래로 내려 보냈다.

그리고 일 각이 지났을까.

“하악! 하악!”

여인들의 격정 어린 신음이 9층과 8층을 가득 채우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구조루 9층에 그림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바로 흑풍대원들이었다.

술에 취한 기색도 보이지 않았고, 음탕하고 무절제하던 모습들도 없었다. 오히려 어둠 속에서 더욱 날카롭게 눈빛을 번뜩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마현이 9층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조금 전 한바탕 놀던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운우지락에 빠진 기녀들의 신음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마현과 흑풍대원들이 환락마법을 기녀들에게 펼친 까닭이다.

그렇기에 지금 기녀들은 환락에 빠져 각자 그녀들이 맡은 사내들과 함께 격정의 밤을 보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것이다.

“주군.”

흑풍대는 일제히 작은 목소리로 군례를 취했다.

마현은 가장 먼저 알람 마법과 음파 차단 마법을 광범위하게 8층과 9층에 펼쳤다.

“아쉽겠군.”

마현의 농에 왕귀진은 뒷머리를 슬쩍 긁었다.

“괜찮습니다, 주군.”

“일이 마무리가 되면 휴가를 주지. 그러니 너무 서운해하지마라.”

마현은 왕귀진의 어깨를 툭 치며 다른 흑풍대원들에게 말하며 9층 너머 야경이 보이는 창문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굳게 닫힌 창문을 활짝 열었다.

반대쪽 화려한 야경과 달리 고즈넉한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은 번화가가 아니었다. 수십 채의 거대한 장원들이 밀집해 있었다.

마현은 그런 장원들 사이에서 다른 곳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고 높은 장원을 쳐다보았다.

바로 구금상단의 총단이었다.

마현과 흑풍대가 지금껏 연극까지 해가면 큰돈을 쓴 이유가 바로 구조루 9층에서 구금상단의 총단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데 있었다.

“대주. 가져오라.”

마현의 명에 흑풍대원 둘이 화려한 비단으로 포장된 기다란 그 무엇을 가져왔다. 비단 안에 있는 것은 하나의 관이었다. 그리고 그 관 안에는 도종극의 시신이 들어 있었다.

강시화가 된 후 도종극의 혼을 뺀 터라 그의 시신은 조금도 부패하지 않았다.

마현이 소매를 한 번 휘두르자 희뿌연 망자 하나가 튀어나왔다.

―이히히히!

생전에 사내였다고 짐작이 되는 망자의 귀성이 흘러나왔다.

“대주, 지금부터 나를 보호하라.”

흑풍대는 마현을 겹겹이 감쌌다.

동시에 마현의 눈동자가 회색으로 변했다.

“너의 눈으로 내가 볼 것이며, 너의 입으로 내가 말할 것이며, 너의 귀로 내가 들을 것이다, 파핏 컨저리(Puppet conjury)!”

마현의 회색 귀기가 망자를 뒤덮었다.

“인설션(Insertion)!”

마현의 강력한 마법에 허공에서 부르르 떨던 망자가 도종극의 시신으로 스며들었다.

꼭두각시 마법의 시전이 끝나자 감겨 있던 도종극의 눈이 떠졌다.

번쩍!

귀광이 뿜어져 나왔다.

“으음!”

도종극의 입이 열리더니 나직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도종극은 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군.”

도종극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미간을 잠시 찌푸렸다.

“대주.”

“……주군이십니까?”

“다녀오지.”

도종극은 활짝 열린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 * *

어둠이 짙게 깔린 구금상단 총단.

하지만 구금상단에서도 대낮처럼 밝은 곳이 있으니 바로 정문이 그런 곳 중 한 곳이었다. 그 정문 앞에는 야간 경비를 서고 있는 무사 둘이 창을 들고 서 있었다.

모두가 잠든 이 시간이 되면 시시콜콜한 잡담이라도 나눌 법도 한데 그 둘은 오로지 정면만 주시할 뿐 쓸데없는 움직임이 없었다. 단편적인 모습이지만 그 둘의 모습만으로도 구금상단이 왜 천하제일의 상단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구금상단 총단 정문으로 한 사내가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 걸음 방향이 정문이라고 인지한 두 경비무사가 창을 들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내에게 겨눴다.

“누구냐?”

이런 야심한 시각에 찾아와서인지 무사의 목소리는 곱지 않았다. 그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고 사내는 화톳불에 밝혀진 정문 앞까지 바싹 다가와서야 걸음을 멈췄다.

그렇게 구금상단 정문에 모습을 드러낸 이는 도종극이었다.

핏기가 없는 파리한 얼굴.

푸른빛이 살짝 도는 얼굴색에 음침하게 말려 올라간 입술.

넝마보다 조금 나을 정도로 허름한 무복. 하지만 걸인은 아니었다. 치열한 싸움을 한 것인지 몸 곳곳에 상처들이 보였다.

그런 도종극의 모습에 구금상단 정문 경비무사는 창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바싹 주며 나직하게 다시 소리쳤다.

“누구냐?”

잔뜩 경계 어린 눈빛으로 도종극을 빤히 쳐다보며 몸을 살짝 웅크리는 모습이었다. 여차하면 달려가 창을 찌르겠다는 뜻이다.

“……이곳으로 오면 율기를 볼 수 있다고 들었다.”

“율기?”

“잠깐만.”

한 경비무사의 반문에 다른 무사가 잠시 그의 말을 막아섰다.

“율 선생님을 찾아오셨소?”

옆에 있던 경비무사는 율기를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경계 어린 눈빛은 지우지 않았다.

“여기서는 율 선생이라 불리는 모양이군. 크크크.”

“어떻게 알고 온 것이오?”

“어떻게라니? 그가 이곳으로 오라고 했으니 왔지.”

경비무사는 도종극의 위아래를 다시 눈으로 훑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오?”

“도종극.”

“흠…….”

경비무사는 나직하게 침음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기다려 보시오. 내 안에 기별을 넣어놓을 테니.”

경비무사는 정문을 두들겼고, 도종극이 율기를 찾아왔음을 안에다 알렸다. 그로부터 약 반각 후 정문이 열렸다. 구금상단의 내총관이라는 사내가 도종극을 데리고 한 전각으로 데리고 갔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오. 율 선생께서 곧 오실 거요.”

내총관이라는 자는 사무적으로 할 말만 툭 던지고는 사라졌다.

다시 거기서 일 각 가량 기다리자 문이 열리고 율기가 안으로 들어왔다.

“야심한 시각에 찾아와 미안하오.”

율기는 도종극의 인사에도 불구하고 굳은 얼굴로 다가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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