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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무림에 가다-239화 (239/351)

# 239

14화

사실 천하에 공포가 되지 않아 많은 이들이 모를 뿐 중경부 관리들은 모두 다 아는 일이었다. 하지만 황사의 그늘이 워낙 넓고 두터운 터라 그저 쉬쉬하고 있을 뿐이었다.

“진시가 되면 성문도 닫힌다고 하니 그리 아십시오. 이제 왕부도 아니거니와 어쨌거나 황제 폐하께서 직접 행하시는 것이니 무림맹 단속도 잘 부탁하오.”

하지만 그가 이렇게 제갈묘를 찾아온 이유는 제갈묘가 여전히 중경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비록 왕과 왕부의 이름이 박탈되었지만 어쩐 일인지 기득권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아무런 말이 없었던 것이다.

그건 결국 기득권을 눈감아 준다는 뜻으로 해석이 된 것이다.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제갈묘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관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수고하시오, 본관도 갑작스러운 일이라 준비할 것이 많아서…….”

제갈묘가 잡을 사이도 없이 관리는 서둘러 무림맹을 빠져나갔다.

“무슨 일일까?”

“이 이른 시간부터 무슨 일입니까?”

후동관이었다.

“오늘 느닷없이 군사훈련을 한다고 하오.”

“군사훈련이라 하였소?”

후동관도 적잖게 놀랐는지 되물었고, 제갈묘는 고개를 끄덕여 다시 대답해주었다.

“그나저나 개방과 무당파의 움직임은 어떻소이까?”

“무당파는 분노를 삭히고 있소. 우리의 뜻대로 되었소. 그들은 마교 정벌에 선봉을 설 것 같소.”

후동관의 말에 제갈묘는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개방 역시 무당파의 일로 적지 않게 놀란 듯하오. 분주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무당파의 일을 직접 알아보는 것 같소. 그리고 전처럼 큰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소. 아무래도 너무나도 뜻밖의 일일 테니까.”

후동관의 말에 제갈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조심하시오. 아무래도 걸왕과 마교 소교주 사이에 끈이 있는 것 같으니.”

“그래서 더욱 개방이 놀란 것이 아니겠소?”

“하긴…….”

“그렇기는 하지만 개방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를 해주시오. 여전히 반기를 들 자들이니……, 거기에 걸왕의 행보도 그렇고…….”

“하지만 너무 염려하지는 마시오. 일 주일 후 출정식을 가질 것이니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싶소. 그 사이 혹여나 이상한 낌새를 차린다고 해도 달리 어찌할 만한 시간적 여유는 없을 테니까. 더욱이 정마대전이 일어나면 일순위로 제거될 이들이지 않소.”

후동관의 말에 제갈묘의 입술이 싸늘하게 말려 올라갔다.

“그 전에 반드시 몇몇을 포섭해 놓아야 할 것이오.”

후동관의 나직해진 목소리에 제갈묘가 새하얀 이를 드러냈다.

“안 그래도 개방 장로 중 입질이 온 자가 있소이다. 정마대전 이후 우리가 힘을 실어준다면 충분히 개방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외다.”

어차피 그 부분은 자신이 어찌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기에 후동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모르니 맹 내 경계를 강화시켜 놓겠소이다.”

“본 맹주도 일어나려던 참이었소이다. 무슨 일인지 모르나 애꿎은 일에 휘말려 좋은 것이 없으니…….”

나가려다 말고 제갈묘의 걸음이 멈췄다.

“어르신께 가봐야 하지 않소이까?”

이 사실이 황사에게 알려지겠지만 이왕이면 자신이 챙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아직까지는 제갈묘에게 있어 누구보다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니 말이다.

“그리할 생각이었소. 내 맹주의 근심을 잘 전해드리리다.”

제갈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후동관과 함께 맹주실을 빠져나갔다.

* * *

“무어라? 군사훈련?”

“그렇다고 합니다, 스승님.”

금대치가 이른 아침 황사를 찾았다.

“혹여나 학당 쪽에서 일이 틀어진 것이냐?”

“알아본 바로는 그건 아닌 듯합니다. 황제 폐하는 물론 대신들까지 스승님이 여전히 학당에서 지내시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뜬금없이 황제 폐하께서 군사훈련을 직접 행하시는 것은 무어고, 그 장소가 하필 중경이란 말이더냐?”

황사는 답답함에 애꿎은 금대치를 다그쳤다.

“그 연유를 대신들도 몰라 그저 당황하는 눈치로 보였습니다.”

“이런 답답한 노릇을 보았나? 그렇다면 이유도 모른 채 수긍했다는 뜻인가? 도대체 그 많은 대신들은 폐하를 어떻게 보필하기에……. 에잉, 쯧쯧쯧.”

“스승님께서 물러나신 이후 모든 일에 사사건건 반대가 심했던 터이기도 하고, 이런 선례가 아주 없었던 것도 아니기에 이번 일은 한 발 물러서기로 중론이 모아졌다고 하옵니다.”

금대치가 알아본 상황을 설명했지만 이미 황사의 얼굴은 마땅찮은 표정으로 구겨질 대로 구겨진 후였다.

“진유림 검사들은 물론이오, 하인들까지 단속을 잘해라. 여기서 일이 틀어져봤자 좋을 것이 없느니라!”

“알겠습니다, 스승님.”

금대치가 나간 후에도 황사의 구겨진 얼굴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어젯밤 잠자리가 뒤숭숭하더니…….’

잠자리뿐만 아니라 하늘도 먹구름으로 인해 잔뜩 흐렸다.

* * *

중경부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백이량 지부(知府)의 집무실.

한 부의 책임을 맡고 있는 지부의 집무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했다. 아니 중경부 관청 자체가 초라했다.

사실 중경부는 이제껏 거의 유명무실한 존재였다.

왜냐하면 중경에 위치한 왕부 때문이었다.

거의 이름뿐이었던 중경부가 제몫을 하기 시작한 건 요 며칠 되지 않았다.

무림맹이 왕부의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실질적인 상급 기관이 사라진 이후 부터였다.

그렇다 보니 모든 것이 허술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천무방위군이 중경부에 편입되면서 외형적으로나마 그럴싸해진 것일 뿐 실상은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기도 벅찰 정도였다.

그러는 와중에 황제가 왔으니 중경부를 책임지고 있는 백이량의 이마에는 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폐하, 시간이 되어 성문을 폐쇄했나이다.”

백이량은 이마며 뺨이며 온 얼굴을 흥건하게 덮고 있는 땀을 소매로 닦으며 보고했다.

“수고했느리라, 나가보라.”

황제는 보고를 받은 후 가타부타 아무런 말없이 축객령을 내렸다.

당연히 다른 명을 기다리고 있던 백이량은 축객령을 바로 알아듣지 못하고 두 눈만 껌뻑거렸다.

“짐의 명대로 그 누구도 성문을 통과할 수 없게 굳게 지키면 되느니라, 알겠느냐?”

“며, 명을 받자옵니다.”

백이량은 이해할 수 없는 명이었지만 토를 달 수가 없었기에 깊게 허리를 숙인 후 자신의 집무실에서 나가야만 했다.

“폐하, 감히 신이 물음을 가져도 되겠나이까?”

황제를 따라 함께 동행한 조자경이 물었다.

이제껏 참아왔던 궁금증을 도저히 참지 못한 것이다.

명백한 군사훈련 명목으로 이곳으로 왔다.

그런데 군사훈련에 동원되어야 할 군사는 없었다.

황제는 그저 수행 인원 몇몇과 신변보호를 위한 소수의 금의군만을 대동한 것이다. 그 금의군마저도 중경부를 단단히 지키고 있었다.

“그 대답을 짐이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군. 허나 이 말만은 해줄 수 있다. 짐의 생에 있어 오늘이 분수령이 될 것이야.”

황제는 웃고 있었지만 분명 긴장하고 있었다.

* * *

마주전 앞 대광장.

그곳 중앙에는 상당한 크기를 자랑하는 워프게이트진이 세 개나 설치되어 있었다.

그 앞에는 호원5무대 중 본교를 사수해야 할 혈검대와 살귀대를 제외한 나머지 3무대, 독혈대와 문혼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옥철마대가 자리하고 있었다.

마교의 힘 중 절반이 대광장에 도열해 있었다.

그리고 그들 옆으로 남만야수궁과 북해빙궁의 무인들이 모여 있었고, 그들 앞에 마현과 흑풍대가 서 있었다.

“시간이 되었습니다, 교주님.”

마주전 앞 석단 위에 서 있던 허진이 군사 공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 앞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본교는 마교지 정파가 아니다. 하여 오늘로 무림사에 새로운 역사가 쓰여질 거라는 둥, 무림의 힘이 어떤 것이라는 것 따위의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하하하하!”

“푸하하!”

허진의 가벼운 농담에 긴장감이 무겁게 내려앉은 연무장의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허진도 가벼운 미소를 살짝 지었다가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는 마교다! 보여줘라, 천하에……. 우리의 힘을!”

착 가라앉은 목소리는 대광장 구석까지 스며들었다.

“마교의 길에는 오로지 승리뿐이다! 가라, 자랑스러운 교인들이여!”

“와아아아아아!”

“마교 천세, 천세, 천천세!”

대광장에서는 우렁찬 함성이 터져 나왔다.

허진은 대광장에 모인 마인들을 훑다가 마지막으로 가장 선두에 서 있는 마현을 쳐다보았다.

허진은 마현을 향해 옅은 웃음을 보였다.

그건 믿음이었다.

마현은 그런 허진의 웃음에 목례로 대답했다.

그리고 몸을 돌렸다.

“출전한다!”

마현의 목소리에 대광장에서 들끓던 함성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온몸을 죄는 투기가 대신 자리를 잡았다.

“독혈대는 앞으로!”

먼저 우렁찬 명을 내린 것은 사공찬이었다.

사공찬은 자신의 수하들을 이끌고 중앙 워프게이트진 안으로 들어섰다.

그 명을 시작으로 문혼대와 지옥철마대도 워프게이트진 안으로 들어섰다.

마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사공찬을 비롯해 두 무력단체의 대주들이 품에 안고 있던 스크롤을 일제히 찢었다.

쿠궁!

상당한 기의 파장이 사방으로 퍼지며 워프게이트진에서 빛줄기가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 빛이 사라지자 워프게이트진 안을 가득 메웠던 호원5무대 중 세 개의 대(隊)가 사라지고 없었다.

“말씀드렸다시피 뒤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마현은 워프게이트진 안으로 들어서는 두 궁주를 쳐다보며 다시 한 번 더 작전을 주지시켰다.

“신경을 써줘서 고맙고, 그리고 미안하네.”

설관악이 어색한 웃음을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우리도 그저 놀고만 있지는 않을 걸세. 비록 예전의 성세를 잃었다고는 하나……, 새외를 호령했던 우리들일세.”

야율초재가 가슴을 탕탕 치며 화통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가자!”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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