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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무림에 가다-240화 (240/351)

# 240

15화

마현은 흑풍대를 이끌고 중앙 워프게이트진으로 올라섰다.

다른 이들은 스크롤이 필요하지만 마현은 마법사이다 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는 필요한 마력을 끌어올렸다.

『조심하세요. 그리고 아버지와 제자들을 잘 부탁드려요.』

출전하지는 않았지만 출전식에는 참가한 설린의 전음이 들려왔다.

마현은 고개를 돌려 대광장 한편에 서 있는 설린을 쳐다보았다.

『린.』

『……?』

『북해를 되찾는 날, 나와 결혼해 주시오. 사랑하오.』

마현의 전음에 설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에 그저 미소를 살짝 지으며 마현은 고개를 돌려 그녀 옆에 서 있는 야율황기를 쳐다보았다. 이 싸움에서 두 궁의 후계자들은 빠졌다. 그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명맥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황기! 설린을 잘 부탁한다.』

『크크크, 방금 혼약이라도 주고받았냐?』

마현은 어색한 웃음을 지은 후 고개를 돌렸다.

『에엥? 지, 진짜야?』

야율황기의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마현과 흑풍대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 *

황사는 화선지에 난초를 치다 말고 창문을 열어젖혔다.

“무슨 일이십니까요?”

마당을 쓸고 있던 하인 하나가 달려와 머리를 조아렸다.

“밖은 어떠냐?”

“조용합니다요.”

“조용하다라…….”

황사는 눈살을 찌푸리며 조용히 읊조렸다.

“대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느냐?”

“대인께서는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요.”

“그러하냐?”

“부를깝쇼?”

“아니다, 됐다. 그냥 나가서 바깥 동향만 슬쩍 보고 오너라!”

황사의 말에 하인은 마당을 쓸던 빗자루를 바닥에 내려놓고 정문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마치 세상이 멈춘 것처럼 조용했다.

그런데 이 고요함이 괜스레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자신이 치던 난초를 쳐다보았다.

마음이 불안해서인지 쭉쭉 뻗어나가야 할 난초 줄기들이 삐뚤삐뚤했다.

갑자기 뒤숭숭했던 어제의 잠자리가 떠올랐다.

‘지금의 이 고요함이 흡사 폭풍전야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얼까?’

퉁 퉁 퉁!

황사의 기감에 무언가가 느껴졌다.

처음에는 이런 기감이 어색하고 수발이 자유롭지 못했지만 지금은 익숙해져 있었다.

‘이 느낌은?’

기의 파장이었다.

결코 적지 않은 기의 파장이었다.

황사는 체면을 접고 창문을 통해 지붕으로 몸을 날렸다.

지붕 위에서 주위를 살폈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한계가 있는 법. 그저 고심하고 있을 때 금대치가 지붕 위로 올라왔다.

“스승님.”

그도 파장을 느낀 것인지 단걸음에 달려온 모양이었다.

퉁 퉁 퉁!

그가 막 지붕에 올라오자 조금 전에 느껴졌던 파장이 다시금 느껴졌다.

“군사훈련과는 어울리지 않아……. 그렇다고 황명을 어길 수는 없는 노릇이고.”

황사의 목소리는 무겁기 그지없었다.

“밖에 사람을 내보내볼까요?”

금대치의 제안에 황사는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그러고 싶지는 않다. 더 이상 불충은 하고 싶지 않구나.”

황사는 더 밖을 봐야 보이는 것이 없기에 결국 시선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느낌이 좋지 않구나.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해도 이대로 앉아서 당할 수는 없는 법. 혹시나 모르니 만반의 대비를 하거라.”

현재 황사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었다.

“알겠습니다.”

금대치는 황사의 명을 이행하기 위해 지붕에서 내려갔다.

“정녕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모르겠군.”

황사는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가 약해졌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건 그의 의지가 단순히 약해졌음이 아니었다. 그는 모르나 급작스러운 내력으로 인해 정신에 실금처럼 그어진 자그만 틈, 그것은 바로 심마였던 것이다.

* * *

황사가 현재 은신하고 있는 금대치의 개인 장원.

그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야산 내 인위적으로 나무를 베어 만든 공터.

그곳에 미약한 빛이 터지며 세 무리의 인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공터 가장자리로 재빨리 피한 후 다시 세 무리의 인영들이 나타났다.

바로 마교에서 출발한 마인들이었다.

“사전 계획대로 폭죽이 터지는 순간, 일제히 금대치의 개인 장원을 덮칠 것이다. 가능하면 생포하되 여의치 않으면 죽여도 무방하다.”

“명!”

세 명의 대주는 짧게 명을 받들었다.

“출발하라!”

마현의 명이 떨어지자 각 대 별로 흩어져 야산 밑으로 일사분란하게 사라졌다.

“준비되셨습니까?”

“되었네.”

“준비라고 할 것이 그 무어가 있겠는가?”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마현은 흑풍대를 이끌고 황사가 은신해 있는 장원으로 출발했다.

반각쯤 이동하자 인적이 뜸한 외딴 곳에 위치한 금대치의 장원이 눈에 들어왔다.

마현은 무림맹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쯤 만반의 준비가 끝났겠지?’

마현은 마력을 끌어올려 파이어 버스트 마법을 하늘로 쏘아 올렸다.

후우웅― 퍼벙 퍼버버벙!

붉은 불덩이는 하늘 높이 올라가 폭죽처럼 터졌다.

“가자!”

마현이 선두로 몸을 날렸고, 그 뒤로 흑풍대가, 다시 그 뒤를 두 궁의 무인들이 금대치의 장원으로 뛰어 들어갔다.

* * *

무림맹 내원, 무당파 장문인이 머무는 객실에 청하진인과 더불어 개방방주 불취개, 소림사 방장 혜공, 그리고 하북팽가의 가주 팽희수, 사천당문의 가주 당자성, 황보세가의 가주 황보건허, 마지막으로 중소문파 대표로 참석한 노건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제갈세가와 특별한 친분이 있는 문파과 세가를 제외한 모든 문파가 모인 것이다.

“노 방주, 중소문파연합 쪽에 이 사실을 모두 알렸소이까?”

불취개가 물었다.

“믿을 수 있는 몇몇에게만 알렸습니다. 모두에게 알리면 아무래도 기밀을 유지하기 힘드니까요.”

“잘하셨습니다.”

불취개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 일에 중소문파연합이 합류를 해도 이 싸움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명분과 여론이라는 것은 다르다.

특히나 아래서부터 시작되어 위로 올라가는 여론은 그 어떤 것보다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그게 바로 지금이다.

그들이 당장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해도 이 일이 마무리되고 다시 무림다운 무림으로 돌아가는 날, 그 누구보다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그렇기에 불취개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노건문을 이 자리에 동참시킨 것이었다.

“들어내 놓고 이렇게 자리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색합니다, 그려. 허허허.”

당자성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가벼운 웃음을 터트렸다.

“어차피 들켜도 상관없지 않습니까? 어떻게 결말이 날지는 모르나 오늘로 판가름 날 테니 말입니다.”

불취개의 말에 분위기가 한순간 은은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지금쯤 제갈 가주에게도 우리가 모인 소식이 들어갔겠군요.”

“기웃거리는 자들이 몇몇 있으니 아마도 그렇겠지요.”

그때 방문이 열렸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한순간 긴장하며 열린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방주님, 태상방주님께서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전갈을 보내왔사옵니다.”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는 않으셨고?”

“황명으로 내려진 통행금지령에 의해 다행히 중경으로 들어섰다고 합니다.”

불취개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이 개방에 큰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아미타불!”

혜공이 불취개를 향해 반장했다.

무림맹, 정확히는 제갈세가와 황사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마교를 치기 위한 명목으로 중경에 모인 각 문파 제자들을 이용해 싸워야 했다. 그렇다 보니 수적 열세에 몰릴 것은 뻔한 일.

그들의 이목을 피해 많은 병력을 소집할 수 있는 곳은 개방 뿐이었다. 그렇기에 걸왕이 직접 삼천의 개방 제자들을 데리고 중경에 들어선 것이었다.

불취개는 혜공의 인사를 받으며 마주앉아 있는 각 문파 장문인들과 가주들을 쳐다보았다.

“이제 남은 것은 폭죽뿐이겠군요.”

그때였다.

펑, 퍼버버벙!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불취개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굳게 닫힌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저 멀리 푸른 하늘에서 붉은 불덩이가 터지고 있었다.

불취개는 고개를 돌렸다.

동시에 의자에 앉아 있던 이들이 굳은 표정을 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그게 무슨 소리냐?”

“지금 무당파 장문인실에 개방 방주, 소림사 방장, 하북팽가 가주, 사천당문 가주, 황보세가 가주와 중소문파 대표인 노 방주까지 모여 있습니다.”

“뭐라?”

제갈묘는 미간에 깊은 골을 만들어내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일갈을 내질렀다.

그때 후동관이 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아마 그들이 모인 사실을 들은 모양이었다.

“맹주, 들으셨소이까?”

그때였다.

펑, 퍼버버벙!

요란한 폭죽음이 들려왔다.

제갈묘는 인상을 더욱 찌푸리며 창문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하늘에서 붉은 불덩이가 터진 후 사방으로 비산하고 있었다.

동시에 엄청난 함성이 귀에 들려왔다.

“와아아아아!”

* * *

무림맹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개방의 제자들이 골목이나 담벼락, 혹은 길모퉁이를 이용해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런 그들 속에 걸왕이 초조한 듯 하늘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걸왕은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기회에 무림을 바로 세워야 한다.’

아마도 개방은 이 일로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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