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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무림에 가다-338화 (338/351)

# 338

12화

“파이어 프레임!”

화르르륵!

용병들의 거리에서 갑자기 화염이 치솟아 올랐다. 그 화염은 도망치는 용병 마법사의 등을 노렸다.

죽음을 예감했기 때문인지 용병 마법사가 달리기를 멈추고 눈을 질끈 감았다.

순간 마현은 몸을 날려 용병 마법사의 팔을 잡아당겨 자신의 등 뒤로 숨기며 실드를 쳤다.

콰과과과광!

실드 위로 화염이 치솟아 올랐다.

“괜찮소?”

마현의 물음에 용병 마법사가 놀란 얼굴로 눈을 떴다.

“괘, 괜찮…….”

그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마탑 마법사들이 마현과 쫓고 있던 용병 마법사를 촘촘히 에워쌌다.

“네놈은 누구냐!”

무리 앞으로 나선 이는 태양의 탑주 마이런이었다.

“분명 흑마법사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옆에 있던 한 마탑 마법사가 소리쳤다.

‘태양, 스피네타 마탑의 부탑주이건만…….’

마현의 눈이 마이런의 가슴언저리를 더듬었다.

거기에는 붉은 수실로 새겨진 오망성이 붙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용병들의 설명 중 마현은 자신의 주된 관심사인 마탑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하지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궁금한 것은 자신의 등 뒤에 몸을 숨긴 용병 마법사를 통해서 들으면 될 테니까. 그도 아니면 곧 찾아갈 용병 길드의 알랜을 통해서 들어도 된다.

“대답을 못하는 것을 보니 네놈도 흑마법사…….”

말을 하던 마이런의 안색이 서서히 창백해져갔다.

마현의 흑발과 흑안이 마이런의 눈에 가득 들어왔다. 그 즉시 마이런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인물이 있었다.

‘헉, 저자는 대흑마법사 카칸의 인상착의와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그의 모습에 마현은 차갑게 입술을 비틀었다.

“비, 비상이다!”

마이런은 급히 소리치며 품에서 원통 모양의 폭죽을 꺼내들었다. 이내 원통에서 폭죽이 터졌다.

피이―

붉은 불꽃이 하늘로 솟아오를 때였다.

마현의 검지에서 강기가 튕겨져 나갔다.

피식!

붉은 폭죽은 얼마 올라가지도 못하고 사그라졌다.

“뒤로 물러나 있으시오.”

마현은 앞으로 한 걸음 내딛으며 몸을 숨겨줬던 용병 마법사에게 멀찌감치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당연히 용병 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났다.

“카칸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 이 사실을 마탑주께 알려라! 어서!”

카칸이라는 이름이 마이런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마탑 마법사들의 얼굴이 파리해졌다.

“어서!”

마이런의 명이 떨어지자 근 오십 명에 달아하는 마탑 마법사들이 빠르게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때였다.

마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상당한 마나의 파장을 느낀 것이다. 자신도 쉽게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마나였다.

긴장감이 극에 달할 때였다.

‘이베른인가? 아니면 다른 마탑주? 아니다!’

검은 빛이 번쩍이며 한 장년 사내가 용병들의 거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익숙한 어둠의 마나를 뿌리는 장년의 사내, 그는 바로 밀러였다.

“낄낄낄!”

밀러는 광기가 섞인 웃음을 터트리며 어둠의 마나를 끌어올렸다.

“내 손에서 도망을 갈 수 있을 거 같으냐? 크레이지 마그마(Crazy magma)!”

쑤앙 쑤앙 쑤아앙!

몇 줄기의 어두운 불덩이가 밀러의 손 위에서 폭죽처럼 터졌다. 그 불덩이들은 길을 잃은 폭죽처럼 구불거리며 당황한 얼굴로 내달리고 있는 마탑 마법사들을 덮쳤다.

콰광 콰과광!

용병들의 거리 곳곳에 불길이 일었다.

“으아아악!”

“사, 사람 살려!”

하지만 밀러의 마법으로 사방으로 흩어지는 마탑 마법사들을 모두 죽이지는 못했다.

간신히 밀러의 공격 마법을 피해 달아나는 그들 앞에 하나의 검은 그림자가 허공에서 뚝 떨어졌다.

서걱!

그 그림자는 마현과 반대쪽으로 달려 나가던 한 마탑 마법사의 몸을 그대로 양단했다.

푸학!

허공에 피가 뿌려졌다.

단칼에 양단된 마탑 마법사가 고통을 느낄 사이도 없을 정도로 한순간 이뤄진 것이다.

허공으로 비산하는 피 분무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이는 바로 흑검이었다.

마현과 흑검이 눈이 마주쳤다.

“주군!”

기쁘면서도 놀란 그의 목소리가 용병들의 거리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 * *

“꼬리를 잡았습니다.”

부탑주의 보고에 카뮈의 입가에는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어딘가?”

“용병 길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식당입니다.”

“식당?”

카뮈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 그 식당에 늑대왕 용병대가 집결했습니다. 현 상황을 미뤄 짐작을 해보면 아마도 마이런 탑주께서 나가 있는 용병들의 거리로 가려는 듯합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건가?”

카뮈는 조롱기 담긴 웃음을 입가에 그렸다.

“어차피 크게 상관없는 일이지.”

“어떻게 할까요, 탑주님.”

부탑주의 말에 카뮈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조화, 스플린 탑 단독으로 일을 처리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다시 한 번 전과 같은 일을 저지른다면 분명 이베른은 자신을 가차 없이 내칠 것이 분명했다.

“카네티 탑주에게 보고를 넣게. 바로 준비하라고.”

“알겠습니다, 탑주님!”

부탑주가 나가고 카뮈는 뭔가 생각이 난 듯 밖으로 나갔다. 그가 찾아간 이는 다름 아닌 사크스였다.

* * *

“주군, 살아계셨습니까?”

감격에 겨워 흑권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주군, 주군! 우어엉!”

흑도는 마치 아이처럼 눈물을 보였다.

척!

흑창은 조용히 창을 바닥에 찍으며 허리를 깊게 숙였다. 아무 말 없는 흑창이었지만 그의 눈가에는 자그만 물방울이 살짝 맺혀 있었다.

그들이 해후의 기쁨에 젖어 있을 때, 잠시라도 틈이 생겼다고 판단한 것인지 마이런은 조용히 끌어올렸던 마나를 일제히 폭출시켰다.

“마그마볼!”

푸앙!

마이런의 양손에서 파이어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용암 같은 불덩이가 쏘아져나갔다.

“자세한 이야기는 잠시 미루지.”

마현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불덩이, 마그마볼을 느긋한 모습으로 쳐다보았다. 이미 마이런의 몸 속, 심장 부근에서 끓어오르는 마나를 느끼고 있었다.

마현은 마그마볼을 손등으로 빠르게 후려쳤다.

강제로 꺾인 마그마볼은 마치 태양이라도 되려는 듯 허공으로 높이 날아올라가며 사라졌다.

하지만 마그마볼이 완벽하게 마현의 얼굴을 덮쳤다고 판단한 마이런은 그 순간 허공으로 블링크 마법을 이용해 뛰어올랐다. 비록 곧 자신을 발견하겠지만 그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이 이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완벽한 오판이었다.

마현은 둘째 치고 밀러가 마이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낄낄낄.”

밀러는 마이런이 모습을 드러낸 바로 앞으로 그와 같은 블링크 마법으로 다가섰다.

“나 이런 거 해보고 싶었어!”

밀러의 광기에 젖은 눈동자를 보자 마이런의 심장은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이미 안중에도 없는 밀러였다.

밀러는 허공에서 몸을 날려 마이런의 몸을 끌어안았다.

“히극!”

공격 마법을 할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밀러가 자신의 몸을 끌어안자 마이런은 어떻게 해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쿵!

그로 인해 밀러와 마이런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마현 앞으로 뚝 떨어졌다.

“큭!”

적지 않은 충격에 마이런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이 새어나왔다.

밀러는 한순간 마이런의 배를 깔고 앉으며 주먹을 들어올렸다.

“우히히히히!”

그리고는 광기에 젖은 웃음을 내보이며 마이런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리꽂았다.

퍽!

“컥!”

마이런의 입술이 터졌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밀러는 무지막지하게 마이런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곧 마이런의 얼굴은 피범벅이 되었다.

계속 이대로 있다간 맞아 죽을 거라고 느낀 것일까. 마이런은 손을 뻗어 밀러의 머리카락을 악착같이 움켜잡았다.

“아아악!”

마이런이 머리카락을 마구 잡아당기자 밀러는 비명을 질렀다. 마이런은 그 틈을 타 자신의 배 위에 올라탄 밀러를 옆으로 밀어내며 밀리의 몸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밀러는 이에 질세라 한 손을 뻗어 마이런의 머리카락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다른 한 손으로 그의 귀를 잡아당겼다.

“아악!”

밀러는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고, 마이런은 머리카락을 잡고 있던 한 손을 놓으며 밀러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퍽!

마이런의 주먹이 보기 좋게 밀러의 코에 적중했다.

그로 인해 밀러의 코에서는 쌍코피가 터졌다.

“너 이 새끼, 죽여 버리겠어!”

밀러는 씩씩거리며 마이런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마구 날렸고, 이에 질세라 마이런도 밀러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뒤엉켜 바닥을 뒹굴며 서로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그러다 밀린다 싶으면 머리카락을 잡고 늘어지는 싸움이 계속됐다.

“이거 완전 개싸움이군.”

마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누가 보면 망령든 두 늙은이가 주책없이 서로 치고받는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누가 이들을 마법계를 좌지우지하는 마탑 탑주와 6서클의 흑마법사라고 볼 수 있겠는가 말이다.

“뜨, 뜯어말려야겠지요?”

흑권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글세…….”

마현도 묘한 표정을 지었다.

흑창도 그러했고, 심지어는 도망가려던 마탑 마법사들도 그저 얼빠진 모습으로 바닥에 뒤엉켜 개싸움을 하고 있는 마이런과 밀러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명은 예외였다.

“좋다! 좋아! 죽여! 패버려! 밀러, 주먹을 날려야지! 남자는 끈기! 한 대 맞으면 두 대 때린다고 생각하고 주먹을 날려! 그래! 좋다!”

흑도만이 신이 난 얼굴로 그 옆에서 침을 튀기며 고래고래 응원을 하고 있었다.

퍼억!

흑도의 응원에 힘을 받았을까.

밀러의 주먹이 궤적을 그리며 마이런의 턱을 후려쳤다. 그 충격에 마이런의 몸이 휘청거리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져 버렸다. 마이런은 정신은 말짱하지만 뇌가 흔들려서인지 좀처럼 균형을 잡지 못하고 허우적거렸다.

“관자놀이를 노려! 귀 옆에!”

흑도의 응원에 밀러는 주먹을 크게 들어올렸다.

퍽!

밀러는 흑도가 말한 관자놀이에 정확하게 주먹을 꽂았다.

“컥!”

마이런은 짧은 비명과 함께 몸이 축 늘어졌다.

“우히히히히히!”

밀러는 코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살짝 치켜들더니 하얀 이빨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기절한 마이런의 가슴에 한 발을 올리고 양손을 치켜든 채 승자의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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