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5화 (165/501)

* * *

“우리도 공동현관 카드키 그거 설치하자니까요! 왜 돈도 많으면서 그런 건 안 설치해요!”

[에이, 그런 식이면 창문도 마음대로 못 열지. 걱정 마요, 어차피 나랑 다른 선생들이 항상 살피고 있으니까.]

“애들이 제 방에 막 들어온다고요…….”

[알아요, 알아. 괜찮아. 강 선생은 나쁜 짓 안 하잖아.]

“애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니까요…….”

[안 그래, 안 그래. 괜찮아.]

“하…….”

 상호는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떨궜다.

“그럼…… 그럼 방범창이랑 마법공학 자물쇠라도…….”

[안 돼~.]

“그럼 이사장님한테 말이라도 한번 해주세요…….”

[안 돼~, 해줄 생각 없어~, 돌아가~. 그나저나 강 선생, 곧 새학기인데 그 전에 회식이나 한 번…….]

띠로롱

상호는 화딱지가 나서 통화를 끊어 버렸다. 회식은 뭔 놈의 회식.

‘……으휴, 수업 준비나 해야지.’

 그는 교무실이 있는 본관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 * *

나디아의 신청서도 정상적으로 등록했고. 누가 반에 들어오는지는 완전히 확정이 났다.

이제는 날이 지나 3월 1일. 입학식 전날의 밤이었다.

상호는 방구석에 놓인 곰인형을 쳐다보았다.

‘잘할 수 있겠지?’

 저걸로 1학년 패고, 목각인형으로 2학년 패고.

충분히 동시에 할 수 있으니 미진의 도움은 딱히 필요 없을 것이다. 전투 수업은 순전히 그가 도맡을 것이고.

방과 후 면담 준비도 해야 하고, 민정에게 마법공학 과외도 부탁해야 하고.

외국 아이들 잘 섞여드는지 살피고, 나빛이 상태도 항상 지켜보고.

‘……죽겠네, 진짜.’

 그래도 어쩌랴. 자신이 택한 길인데. 상호는 입맛을 다시며 마음을 다졌다.

최선을 다하면 될 일이었다.

‘전쟁보다 힘들겠어?’

 그는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 * *

절그럭, 절그럭.

상호는 검을 짚으며 복도를 걸어갔다. 얼굴이 익숙지 않은 아이들이 그를 마주칠 때마다 깜짝 놀라며 옆으로 비켜났다. 신입생들인 모양이었다.

상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풀어주면 큰일 난다.’

 4명을 1년 동안 잘 가르칠 수 있었던 이유는 처음에 꽉 잡아 놨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들어온 신입생들 중에는 정신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이 한둘 섞여 있었다.

이유 없이 혼내지는 않겠지만, 이유가 생기면 절대로 봐주지 않는다.

상호는 그렇게 결심하며 교실 문 앞에 섰다.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 상호는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태화의 목소리를 듣고 혼란에 빠졌다.

태화가 말을 이었다.

“자, 제군들. 선생님께서 입학설명회 때 뭐라고 하셨지?”

“맞을 각오 하고 오라고…….”

“대답은 다나까로 한다. 알겠나?”

“에…… 알겠, 알겠습니다.”

“하여튼 맞아. 맞을 각오 하고 오라고 하셨지?”

 상호의 눈동자가 핑핑 돌아갔다. 쟤는 설명회 때 오지도 않았을 텐데 어떻게 그걸 아는지. 소문이라도 퍼진 걸까.

“우리 선생님은 진짜로 안 봐준다. 막 때려. 여자고 뭐고 없어. 절대 봐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 알겠나?”

“예…….”

“네!”

“반을 바꾸고 싶으면 언제든 이야기해. 하지만 수업 도중에는 안 받으신다. 지금이라도 상관없으니까, 포기하고 싶으면 말해.”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좋아.”

 태화가 박수를 짝 쳤다.

“이제 여러분들의 몸은 여러분의 몸이 아니야. 선생님 몸이야.”

 잘 나가나 했더니 이게 웬 미친 소리야. 상호는 기겁하며 문을 열어젖혔다.

“야, 이태화! 너 무슨……어…….”

 세희, 태화, 나빛, 지윤이 칠판 쪽에 나란히 서 있었다. ‘상호’라고 적힌 붉은 모자를 쓴 채로.

예현제 때 반티와 함께 맞췄던 모자였다.

아이들의 앞에는 나머지 열 명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다들 자세가 꼿꼿했다. 신입생 한 명만 빼고.

상호는 앞에 선 네 명을 향해 말했다.

“……뭐하냐?”

“교육.”

 태화가 건들거리며 대충 경례를 했다.

상호의 내공이 아이들을 책상 쪽으로 밀어붙였다.

“앉아, 앉아라 좀. 이상한 거 하지 말고…….”

“힝.”

 아이들이 자리에 앉자 상호는 책상의 배치부터 살폈다.

앞줄에 2학년 7명.

뒷줄에 1학년 7명.

“바꿔. 1학년이 앞으로 와.”

 상호가 손짓하자마자 지윤과 태화가 떼를 썼다.

“에엑! 그런 기 어딨습니꺼! 지들이 먼저 왔는디!”

“나 앞자리 못 잃어! 배째!”

“니들은 교과수업 들은 거 또 듣는 건데 앞에 앉아서 뭐하냐. 잔말 말고 바꿔. 거 얼마나 차이 난다고…….”

“차이 안 나면 안 바꿔도 되잖아!”

“애들 집중하라고 그러는 거야. 너 그리고 임마,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반말할래?”

“몰라! 쌤은 어린애들만 예뻐해! 우리 질렸지?! 흥!”

 세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태화의 등짝을 후려쳤다.

“수업하실 때 방해하지 말라고. 또 까먹었어?”

“우씨, 꼴등따리가…….”

 태화는 입을 삐죽 내밀며 일어섰다.

자리를 바꾸니 1학년들의 면면이 정통으로 보였다. 상호는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쳤다.

‘……얘들 이름이 뭐였지?’

 일단 머리 묶고 검댕 묻은 애는 한미래. 마법공학 지망.

은율이나 세희처럼 조용하고 얌전한, 평범해 보이는 아이는 설하솔. 검술 지망.

나머지는 까먹었다.

‘몰라. 시바. 알아서 외워지겠지.’

 같이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을 것이다. 그건 더 이상 신경 쓰지 말고.

오늘은 오늘의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자.”

 상호는 엄지로 창가를 가리켰다.

“옷 갈아입고 나와.”

 141. 실력 확인

“꺄아아악!”

 태화가 비명을 지르며 운동장으로 달려갔다.

“테디씨이이이!”

 그리고는 상호의 옆에 놓인 곰인형을 와락 끌어안았다.

상호는 한숨을 쉬며 태화의 이마에 딱밤을 놓았다.

“얌마, 수업 좀 하게 비켜 봐.”

“아니! 죽은 인형이 돌아왔다니까!”

“시간 없어. 빨리 나와.”

 그는 스탠드에 앉은 아이들을 쓱 둘러보았다.

“일단 1학년은 오른쪽, 2학년은 왼쪽으로 와.”

 아이들은 그 말대로 했다.

신입생들은 시키는 대로 하긴 했지만, 첫날부터 수업을 받는 게 영 마뜩잖은 모양이었다. 살짝 짜증을 내는 아이도 있었고, 딱히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한 아이도 있었다.

 오히려 좋아하는 아이도 있었다. 특히 미래.

“2학년. 너희는 평소대로 할 거야. 특히 나디아랑 사카시타 위주로. 끝나면 바로바로 교대해. 다 보고 있을 테니까. 조언은 끝난 다음에 일괄적으로 해줄 거야.”

“네.”

“바로 시작해. 일단 세희부터. 은율이, 사카시타, 나디아는 잘 봐둬. 어떤 방식인지.”

“네.”

 세희가 일어서자 상호의 옆에 놓인 목각인형도 따라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본 1학년들이 흠칫했다.

“그리고 너희는…….”

 그의 말에 1학년 아이들 중 한 명이 볼멘소리를 냈다. 앞머리에 노란 염색이 한 줄기 있는 아이였다.

“진짜로 첫날부터 수업해요?”

“그럼 안 해?”

 상호는 씩 웃었다.

“어차피 할 거면 나중에 하나 지금 하나 똑같지 않나? 다른 애들 이기고 싶어서 내 반으로 온 거 아냐?”

“그래도, 아직 적응을…….”

“적응은 내가 시켜줄게.”

 그의 옆에서 곰인형이 벌떡 일어났다.

“너희들 상대는 이거야.”

 그 말에 1학년 아이들이 당황했다.

“어…….”

 할 말은 많지만, 아는 것은 많지 않고.

상호도 아이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했다. 저 짤막하고 뭉뚝한 팔다리의 곰인형이 어떻게 사람이랑 싸운단 말인가.

 그렇지만 그게 그와 아이들의 차이였다.

‘차이를 한 번 알려줄까?’

 총알 차력쇼를 안 했더니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상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좋아. 아무래도 받아들이기가 약간 힘든 것 같네.”

 세희와 함께 걸어가던 목각인형이 갑자기 정지했다. 세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호를 돌아보았다.

상호는 그녀를 향해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미안, 세희도 다시 와.”

 세희는 고분고분히 스탠드로 돌아왔다.

14쌍의 눈동자가 그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상호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른 손으로 검지를 들어 아이들을 가리켰다.

오른쪽 끝에서 왼쪽 끝까지.

“너희 전부. 날 공격해 봐. 2학년들도.”

 그 즉시 세희가 스탠드를 박찼고, 태화가 검은 연기를 남기며 사라졌다.

아이들의 당황성은 한발 늦었다.

“……네?”

 그다음은 지윤, 은율, 이츠키, 나빛, 나디아 순.

상호는 세희의 검을 검지로 막으며 1학년들에게 말했다.

“빨리 와라.”

 말을 하는 순간에도 검과 성창이 짓쳐 들었다.

“너희가 안 오면 내가 때리러 간다. 일격이라도 먹이면 쉬게 해줄 테니까, 최선을 다해 봐.”

“그럼…….”

 미래가 벌떡 일어났다. 손에는 저번에 본 그 기계 장갑을 끼고 있었다. 배틀피스트 뭐시기라고 했던 그 물건.

“갈게요!”

 타타타탕

미래의 손가락 끝에서 총알이 쏘아졌다.

상호는 그 총알이 비살상용임을 알아보고 특별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그저 몸에 닿을 것만 쏙쏙 골라잡아낼 뿐이었다.

그와 동시에 상호의 검이 1학년 아이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아야야!”

“윽!”

 곳곳에서 신음과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나름대로 살살 때리고 있었지만, 딱딱한 칼집이다 보니 맞으면 아플 터였다.

결국 다른 1학년 아이들도 더 참지 못하고 상호를 공격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좋아, 그거야.”

 상호는 손을 들어 올렸다.

* * *

“아이고…….”

“끄응…….”

 아이들이 땅바닥을 굴러다니며 신음했다. 1학년, 2학년 너 나 할 것 없이.

상호는 느긋하게 옷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이제 좀 알겠어?”

 아이들은 만신창이가 되어서는 대답도 하지 못했다.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14명이 정확히 동시에 공격해도 털끝 하나 건드릴 수가 없었다.

검도, 마법도. 부적과 성창과 총알도. 오로지 오른손에만 강기를 둘러 막아냈다. 내공을 더 꺼낸 건 폭발 마법을 억누를 때뿐.

왼손은 주머니 밖으로 나온 적이 없었다.

상호의 과거를 아는 지윤이 투덜거렸다.

“쌤이 너무 강한 거 아입니꺼.”

“이 정도는 다른 선생님들도 할 수 있어.”

 어디 가서 자랑할 수준도 못 된다. 예현여고 교사 누구를 데려와도 이 14명을 상대로 이길 수 있었다. 상호만큼 태연하게 대처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나마 초강기를 찰나라도 뽑을 줄 아는 세희가 제일 큰 위협이었다.

 하지만 세희마저도 상호에게는 별 위협이 못 되었다.

“내가 다리가 멀쩡했다면 내공을 뽑아내지 않아도 너희 다 쓰러트릴 수 있어. 맨손으로.”

 가감 없는 사실.

상호는 아이들과 눈을 마주쳤다. 특히 세희, 지윤, 은율.

“지금도 마법사랑 주술사 애들 빼면 충분히 가능하고. 어때, 무예가 애들만 다시 해볼까?”

“아니요…….”

 2학년 아이들은 주춤거리며 일어섰고, 1학년 아이들은 일어서려다가 다시 벌러덩 나자빠졌다.

 하지만 상호는 그렇게 놔둘 생각이 없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최선을 다해야지. 다 일어나.”

 곰인형과 목각인형이 아이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 아이들, 2학년들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전투를 준비했지만, 아직 상호의 성격을 잘 모르는 1학년들은 이제서야 굼뜨게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지만 곧 곰인형의 구타가 시작되었고, 1학년 아이들도 식겁하며 벌떡 일어났다.

퍽 퍽 빠악

“아야야! 악!”

“히익……!”

“일어나라고 했지. 수업 안 끝났어.”

 상호는 검을 어깨에 걸치며 말을 이었다.

“너희 전부. 학년 상관없이. 나나 인형들한테 유효타를 먹일 때까지 수업 안 끝낸다. 시작해.”

“엑……!”

 아이들은 죽을상을 지으면서도 무기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 * *

“그럭저럭 잘됐네.”

 상호는 교탁에 양손을 얹었다.

“그래도 1학년들은 실망스럽다. 2학년 언니들이 없었으면 하루 종일 수업하고 있었겠네.”

 아이들의 온몸에는 흙먼지와 검댕이 묻어 있었다.

수업을 끝낸 장본인은 태화였다. 마각초살포가 하도 안 맞으니까 그냥 냅다 폭발마법으로 운동장의 절반을 날려 버렸다. 덕분에 다른 아이들도 휘말려서 다 날아갔다.

엄밀히 따지자면 상호와 인형에게는 별 타격이 없었지만, 더 이상 진행할 만한 상태가 아니라서 상호도 억지로 유효타라 인정을 했다.

 그렇게 수업은 강제로 종료되었다.

“뭐, 아직 첫날이고. 앞으로 잘하면 되는 거지. 그래도 어떤 식인지는 대충 알았지?”

“……예.”

“다시 묻자.”

 상호는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반 바꿀 사람 있어?”

 한 명이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앞머리에 노란 브리지를 넣은 아이였다. 진짜로 첫날부터 수업하냐고 물었던.

“저요.”

“친구 이름이 뭐지?”

“권이서요.”

“그래, 이서는 종례하고 교무실로 같이 가자. 다른 반 찾아 줄게.”

“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상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겠다. 어쨌든…… 오늘은 너희한테 내가 어떤 방식으로 수업하는지 알려준 거야. 첫날인데 소개도 못 해서 미안하다. 시간이 없어가지고……. 내일은 시간이 좀 있으니까, 서로 소개도 하고.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그러자.”

“네.”

“수고했다. 씻고 밥 먹으러 가. 이서는 나 따라오…….”

 상호가 문가를 향해 걸어가자 태화가 벌떡 일어섰다.

“차렷!”

 인사라도 하려는 건가. 상호는 눈을 끔뻑였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반장 뽑아야겠네.’

“그래, 해 봐.”

“경례! 충! 성!”

“……하지 마.”

 그는 교실을 나섰다.

* * *

권이서. 무예가. 무기는 검.

태화가 처음 만났을 때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는 아이였다면, 이서는 그냥 대놓고 톡톡거리는 반항아 느낌이었다.

“앉아.”

 상호는 자신의 자리 옆에 의자를 놓으며 말했다. 이서가 자리에 앉자 짧은 치마가 더욱 도드라졌다.

 그가 눈을 마주쳐도 이서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수업이 생각하고 다르지?”

“네.”

“그러면 뭔가 상상하던 방식이 있다는 뜻이네?”

“……네.”

“어떤 방식이야?”

 이서는 대답하지 못했다.

상호는 그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하면서도 모르는 척 물었다.

“그걸 말해주면 그런 스타일의 선생님을 찾아줄게. 부담없이 말해 봐.”

“…….”

“그냥 선생님이랑 다르기만 하면 돼?”

“……네.”

 의욕이 없는 아이.

아까 대련에서도 제일 뒤쪽에 물러나 있었다.

“그러면 선생님 반에는 왜 왔어?”

“……그냥요.”

 그냥 젊은 남자 선생님 반으로 와 봤을 뿐인가.

 이런 아이들의 특징은, 결정이 쉽다.

다른 아이들은 무언가를 결정할 때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심사숙고하는 반면, 이런 아이들은 적당히 고집부리면 안 될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대충 결정해 버린다.

약은 아이들. 좋게 말하면 세상일에 밝은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생각이 없는 것. 그 두 가지 모순적인 개념이 통용되는 게 세상이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생각 없이 살다가는 언젠가 큰코다친다.

상호는 그저 웃었다.

“알았다, 이서야. 네가 갈만한 반을 한번 찾아볼게. 일단 내일 아침 선생님 반으로 와.”

“네.”

“가도 돼. 뭐 궁금한 건 없고?”

“네.”

“그래, 잘 가.”

 이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교무실을 나갔다.

상호는 이서를 향해 손을 흔들다가, 서랍에서 이서의 신청서를 꺼내 읽었다.

중학교 3년 내내 꼴등.

그게 상호가 이서를 선택한 이유였다.

‘미안하다, 이서야.’

 상호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너 다른 반 못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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