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06화>
어젯밤 검거됐던 안마방 중 90퍼센트가 재검거됐다.
"또 열어 봐. 나 너희 찍었다."
"……."
죽일 듯 노려보던 업주는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종혁은 인계하러 온 형사들에게 음료수 한 박스와 빵 같은 것들이 한가득 든 봉지를 내밀었다.
"늦은 밤까지 수고 많으십니다."
"어이구, 생도가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런 걸 사."
그렇게 말하지만 형사들의 얼굴이 활짝 폈다.
"당연한 일을 하는 거니까 앞으론 이러지 마. 그럼 수고해."
"수고하십시오. 충성!"
종혁은 경찰 승합차에 몰려 타는 업주들을 보며 담배를 물었다.
우울한 표정으로 부축을 받아 오르는 맹인 안마사들.
손님 한 명당 오백 원, 천 원.
월급 따윈 없다.
하루 꼬박 일해도 만 원을 채 쥐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들이 안마방을 택할 수밖에 없는 건, 불법임을 알면서도 택하는 건, 누구도 그들을 써 주지 않기 때문이다.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나야, 형. 자요?"
태릉 피트니스의 서울 총괄 매니저다.
-이게 누구야! 아직 안 자! 무슨 일이야?
종혁은 사정을 간단히 설명했다.
-그렇게 살아가는 분들도 계시는구나…….
서울 총괄 매니저의 목소리가 습하다.
원래 운동하는 사람이 감수성이 풍부하다.
-알았어. 그분들 대상으로 구인 공고 내 볼게. 고객님들 중에 공무원분들도 많으시니까 제도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향이 있을지도 알아볼게.
"오. 이젠 그런 말도 할 줄 알아요?"
-이놈이?
"부탁할게요!"
전화를 끊은 종혁은 담배를 던지며 돌아섰다가 놀랐다.
어느새 다가온 박춘득이 흐뭇하게 웃고 있다.
"하하. 식사하러 가시죠, 박 과장님!"
시간이 벌써 새벽 1시다.
어제보다 빠르게 검거했지만, 덕분에 배가 고팠다.
"어이구, 그래야죠. 좋아하는 거 있어요?"
"뭐든 못 먹을까요."
"푸하핫! 알았어요. 가요."
그들이 향한 곳은 24시간 하는 해장국집이었다.
일반인에겐 늦은 시간이지만, 취객들에겐 좀 애매한 시간이라서 손님이 드문드문 있었다.
"아, 또 해장국이야?"
"짜장면보단 낫지 뭐."
"난 선지!"
경찰들이 떠들썩하게 웃으며 들어간다.
"으음. 냄새 좋네."
냄새부터 맛집의 느낌이 난다.
"음?"
따라 들어가던 종혁은 식당 앞에 도열하는 의경들을 보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뭐 해요, 박 수경. 안 들어와요? 아, 해장국 싫어하나?"
"예? 아, 저흰 괜찮지 말입니다. 식사하고 오시지 말입니다."
덤덤히 말하지만 눈빛이 흔들린다.
‘아!’
20대 초반에 불과한 의경들이 직장인인 경찰들과 같은 메뉴를 매끼 먹기에는 돈이 부담스러울 터였다.
이유를 깨달은 종혁은 안쓰러워졌다.
‘너희가 진짜 고생한다, 고생해.’
종혁은 박춘득을 찾았다.
경찰들과 대화를 나누는 그.
종혁은 박춘득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박 수경이 다급히 막았다.
"저, 정말 괜찮지 말입니다. 아까 박 과장님께서 저녁 사 먹으라고 용돈 주셨지 말입니다!"
"박 과장님이요?"
그건 좀 놀라웠다.
박봉인 공무원이 선의를 베푸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예. 정말 좋은 분이시지 말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지 말입니다."
"……아하핫."
그제야 박 수경이 어떤 오해를 했는지 알게 된 종혁은 그게 아니라며 손을 저었다.
"그럼?"
"내가 의경들한테 저녁을 사도 되는지 박 과장님께 허락을 맡으려고 한 건데, 그럴 필요 없겠네요."
박춘득이라면 무조건 허락할 것이다.
‘아, 아니구나.’
박춘득은 괜찮다 할지라도 다른 경찰들이 부담을 느낄지 모른다. 내일은 자신이 의경들의 밥을 사야 하는 부담을.
경찰들의 주머니 사정을 뻔히 아는데 그런 압박을 줄 순 없었다.
"아차차. 실수할 뻔했네."
종혁은 지갑을 꺼내 들었다.
"생각해 보니 높은 사람과 같은 곳에서 밥을 먹는 것만큼 숨 막히는 것도 없겠네요. 이걸로 저녁 사 드세요."
"예? 정말 괜찮지 말입니다!"
"오늘 저 때문에 고생했잖아요.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뇌물이니까 받아 줘요."
종혁은 박 수경의 손에 돈을 쥐여 줬다.
"아니 진짜……."
"맛있게 먹어요. 잔돈은 필요 없어요."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종혁을 다급한 눈으로 좇던 박 수경은 이내 슬그머니 주먹을 폈다.
"……끄헉?!"
"박 수경님. 방금 저 생도가 얼마…… 끼에엑?!"
백만 원 수표 두 장.
그들은 멍하니 종혁을 봤다.
"짱이다……."
"여기 국물 괜찮네."
"하, 이런 국물엔 쐬주를…… 큭! 어무이."
"근무 중이다, 짜샤."
식당 바깥으로 나온 박춘득은 대기 중인 박 수경과 의경들을 쳐다보았다.
"너희들은 뭐 좀 먹었어?"
"옛! 식사 맛있게 하셨습니까!"
박춘득이 눈을 가늘게 떴다.
"또 빵 같은 걸로 부실하게 때운 건 아니지?"
"정말 잘 먹었지 말입니다."
박춘득은 그들의 입에서 나는 햄버거 냄새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앞으론 이렇게 대기하지 말고 너희들끼리 먹고 와."
"예?"
"최 생도가 그러더라. 남이 먹는 걸 지켜보는 것만큼 서러운 것도 없다고. 대신 4인 1조로 움직이고, 술 먹지 말고. 늦지 말고."
같은 걸 먹으면 서로에게 부담이다.
경찰들은 사 줘야 하나 싶어 부담이고, 의경들은 비싸서 부담이다.
"옛?!"
그들은 떨리는 눈으로 종혁을 봤다.
‘지, 진짜 짱이다…….’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는 모습도 어쩜 저리 빛나는지.
눈물이 앞을 가리는 듯했다.
"응?"
"큭큭. 최 생도, 밥도 다 먹었으니 움직여야죠? 어디로 갈래요?"
종혁은 고민도 않고 한 곳을 가리켰다.
"안마방도 싹 다 털었으니 다음은 저기죠."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노래방, 단란 주점.
어젯밤 안마방이 털렸단 소식을 들었을 텐데도, 집중 단속이라 경찰과 의경들이 출몰함에도, 네온사인은 여느 때처럼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헛웃음만 나왔다.
박춘득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요! 우리 최 생도가 가자는데 가야죠! 자, 들어갑시다!"
이날 종혁의 조는 또 한 번 실적 1위를 달성했다.
* * *
형광등이 켜진 작은 사무실.
뿌연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얼굴에 칼자국이 난 40대 중년인이 줄담배를 핀다.
"박 형사는 뭐래?"
"조금만 참으라고 합니다, 형님. 집중 단속 기간이라서 자기도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형님."
쾅!
담배가 수북이 쌓인 재떨이가 들썩인다.
"씨발! 받아 처먹을 땐 언제고!"
이럴 때 알려 주고, 막아 달라고 상납을 하는 거다.
"알아봤어?"
안마방, 노래방, 유흥 주점 싹 털렸다.
벌써 4일째다.
영업정지에 벌금.
여자들 관리하던 놈들이나 도우미도 싹 끌려갔다.
집중 단속 기간이라고 해도 흉내만 내던 지금까지의 단속과는 질이 달랐다.
‘진짜 우리한테만 왜 이러는데, 이 짭새 새끼들아.’
이건 숫제 집중 단속을 핑계로 조직의 돈줄을 말리려는 것 같다.
물론 정말 그렇다면 형사들이 움직였을 거라 아닌 건 알지만, 손해가 장난이 아니다.
업주들도 하소연을 하고 있다.
"예, 형님. 경찰대학교 생도 한 놈이 오야 잡고 분탕을 치는 것 같습니다, 형님. 다른 조직들도 피똥 싼다고 합니다, 형님."
흠칫!
"경찰대? ……그 경찰 간부 양성하는?"
"그렇습니다, 형님. 어떻게 할까요, 형님. 깔까요, 형님?"
‘이 미친놈이?!’
"……잠깐만 있어 봐."
현직 경찰 간부도 아닌 생도.
여태껏 건드린 역사는 없지만, 꺼림칙하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단속을 당하다가는 윗 조직에 내야 할 상납금을 맞추기는커녕 조직을 해산시켜야 할 판이다.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새끼 빽이 누구래?"
"본청 특수 김 과장인 것 같습니다, 형님."
"김종두 과장? 그 미친개?"
그는 마른세수를 했다.
"씨벌. 왜 하필이면 그 양반이야."
눈앞이 깜깜해진다.
"또 없어? 김 과장 하나로는 이런 일을 못 벌일 텐데?"
그는 더 조심스럽게 물었다.
부디 더 강한 배경이 없기를 바라며.
"생안과의 박 과장이란 놈이 귀여운 후배라고 밀어주는 것 같습니다, 형님."
"아, 그 짭새 늙은이."
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한직의 늙은 경찰이다.
박춘득은 없는 사람 쳐도 된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아다리가 잘 맞아서 이렇게 꼬인 거구나?’ 신문에서 계속 때려 대는 것도 우연 때문이었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종식아, 이렇게 하자."
그는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헉. 괜찮겠습니까, 형님?"
"괜찮아."
이 사태가 중부서 관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면 또 모른다.
그러나 서울 전역 모든 조직의 밥줄이 끊기고 있다.
그 시작을 김종두가 뒤를 봐주는 경찰대 생도가 끊었으니, 지금쯤 김종두 과장도 골치가 많이 아플 터였다.
조폭의 뒤를 봐주는 건 경찰뿐만이 아니다.
서울 전역에서 조직에게 상납받은 이들이 경찰에 압력을 넣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 잘못되면……."
"그러니까 뉴 페이스를 쓰자는 거잖아."
언제나 조폭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형사들.
그런 그들도 아직 모를 뉴 페이스, 신입들.
"일단 고분고분하게 만들어 놔. 그다음은 내가 해결한다."
뉴 페이스로 하여금 취객으로 가장해 단속을 하는 경찰들을 친다. 밤거리의 일상인 취객의 난동처럼.
잡혀 봐야 어차피 벌금이다.
경찰은 절대 이쪽을 의심하지 못한다.
조폭이 경찰을 친다?
경찰도 웃을 농담이다.
그 생각이 이번 일을 좋게 풀어 갈 것이다.
하지만 얻어맞은 경찰은 다르다.
몸을 사리게 될 것이고, 단속은 지지부진해질 것이다.
그 스타트는 종혁이다.
괘씸해서라도 가만 놔둘 수 없었다.
"통하겠습니까, 형님?"
"너 짭새가 지 몸을 얼마나 챙기는지 모르는구나?"
일선 경찰. 이렇게 단속이나 하는 경찰들은 형사들과 달리 강단이 없어서 더 그렇다.
이렇게 기를 죽여 놓으면 그때 돈을 먹여 놓은 형사들이 움직여 단속을 대충하자는 분위기를 만든다.
‘집중 단속이라서 몸을 사린다고? 좆 까!’
세상에 돈 싫어하는 경찰은 없다.
앞으로도 돈을 먹으려면 값을 해야 됐다.
그건 종혁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돈을 거부한다면 그 돈이 부족한 거다.
그는 그렇게 배웠다.
‘김 과장이 빽이라면 본청에 들어갈지도 모를 놈이야.’
본청 형사. 어쩌면 특수범죄수사과의 형사가 될 수도 있다.
만들어 놔야 할 끈이다.
그래서 일단 흠씬 두들겨 팬 후 나중에 대접하려는 거다.
일명 뺨 때리고 어르기 작전이다.
폭력에 겁먹은 놈을 요리하는 건 너무 쉬웠다.
묻어 버리기에는 생도 신분이 걸렸기에, 그는 이렇게 하기로 했다.
아무튼 이 작전이 성공하면 다른 조직들도 따라 하게 될 터.
"정말 대단하십니다, 형님! 이 일이 잘되면 명동 큰형님도 다르게 보실 겁니다, 형님!"
"큭큭. 그러니까 내가 네 형님인 거야. 아무튼 그 새끼 모레까지 내 앞에 데려다 놔."
"예, 형님!"
종식이라 불린 사내는 허리를 깊게 숙였다.
* * *
부르릉.
중부서 근처의 유료 주차장에 차를 세운 종혁이 권아영과 통화를 하고 있다.
-중구청과 계약 맺은 보안 업체 인수를 끝냈고, 나머지 업체들은 협상 중이에요.
종혁은 기사가 터지기 전 전국 각 시, 도, 구청과 계약을 맺은 보안 업체의 인수를 지시했다.
인수를 할 수 없으면 CCTV 공급 계약이라도 맺게 했다.
이 시기 화질이 저질인 CCTV.
현재도 블랙박스 개량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정수찬이 완성한 CCTV의 성능이 훨씬 좋았다.
"힘든 일이었을 텐데 수고했어요, 권 이사."
-별거 아닌 일인데요, 뭘. 그럼 오늘도 수고하세요.
"네에. 권 이사도 수고해요."
차에서 내린 종혁은 하늘을 봤다.
이제 막 어스름히 해가 저물고 있었다.
"끄으으 차! 후. 그럼 일하러 가 보실까?"
기지개를 편 종혁은 중부서로 향했다.
"핫! 충성-!"
"추웅성-!"
"으, 응?"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린 종혁은 피식 웃었다.
일과 중이던 의경들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경례를 하고 있었다.
돈의 위력이 참 좋은 것 같았다.
밤이 되자 종혁은 다시 경찰서를 나섰다.
후다닥!
"노랫소리는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지 말입니다."
불 꺼진 지하 노래방에서 뛰어 올라온 의경이 종혁에게 말한다.
옆 건물 3층 안마방에서도 의경이 뛰어 내려와 종혁에게 말한다.
"유리문이 부서져 있지 말입니다."
옆옆 건물에서도 의경이 잰걸음으로 다가온다.
"도우미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지 말입니다."
박춘득과 경찰들은 눈을 껌뻑이며 종혁을 봤다.
‘너 뭔 짓 저질렀지?’
그렇지 않다면 의경들이 종혁에게 여기 계시라고, 저희가 살피겠다고 뛰어나갔다 올 리가 없다.
터지려는 웃음을 참은 종혁은 어깨를 으쓱이며 거리를 둘러봤다.
어제보다 좀 어두워진 거리.
그러나 여전히 불야성이다.
"어우씨, 취해!"
"3차 가자! 3차 가!"
"오! 필승 코리아! 오! 필승 코리아!"
누군가 응원가를 선창하자 주위를 지나는 사람들도 미소를 지으며 흥얼거린다.
거리엔 시름 한 점 없이 즐거움만 가득하다.
"어이구. 오늘은 실적이 별로겠는데요?"
"……흐흐. 그럼 좋은 거 아니에요?"
"그렇죠?"
거리에 범죄가 없다.
경찰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모습이다.
"크. 역시 최 생도는 생각이 다르네요."
"하하. 가시죠."
그들은 다시 순찰을 재개했다.
거리 속으로 녹아들었다.
"과장님, 일도 별로 없으니 오늘은 식사를 일찍……."
퍽!
‘음?’
말을 하던 종혁은 부딪친 사람을 봤다.
부딪칠 것 같기에 몸을 틀었는데 부딪쳤다.
저쪽에서 일부러 부딪친 것처럼.
‘뭐지? 흠.’
"어우씨, 뭐야."
"킥킥. 벌써 취했어? 우리 똥수 좆밥이네?"
"씨발, 안 닥쳐?! ……너 잠깐 있어 봐. 어이, 짭새 아저씨. 사과 안 해? 사람을 쳤으면 사과해야 할 거 아냐!"
‘짭새.’ 종혁은 웃었다.
세 명의 덩치들이 제법이지만, 이제 겨우 스무 살이나 됐을 법한 꼬마들이다. 귀여울 뿐이었다.
"어이구,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앞을 못 봤네요. 그런데 선생님께서도 많이 취하셨어요. 집에 조심히 들어가셔야 합니다."
취객과 일일이 싸우다간 일을 못 한다.
종혁은 가자고 말하며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턱!
어깨를 잡혀 몸이 강제로 돌려진다.
종혁은 날아오는 주먹에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어디서 훈계질이야? 내가 만만해?!"
당황했다가 버럭 소리를 지르는 취객.
"아이고, 예. 죄송합니다, 선생님. 제가 잘못했어요."
"좆 까!"
슈악!
‘음?’
몸을 뒤로 젖힌 종혁은 스쳐 지나가는 주먹에 의아해했다.
‘권투?’
그것도 제법 제대로 배운 주먹이다.
‘운동했다는 놈들이. 쯧쯧.’
"선생님, 그만하세요. 그러다 다치십니다."
박춘득도 다급히 끼어든다.
"그만하세요, 학생들. 더 이상 하시면 공무집행방해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이건 또 뭐야!"
종혁은 박춘득에게도 주먹을 휘두르려는 취객을 살짝 밀쳤다.
"어? 씨발, 쳤어? 경찰이 시민을 쳤어? 오냐, 그래! 덤벼 봐!"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취객.
종혁은 박춘득을 봤다.
한숨을 푹 내쉰 박춘득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겠어?"
"이 정도야 뭐."
몸을 돌린 종혁은 취객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지금부터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하겠습니다. 손 내미세요."
"죽어, 이 새끼야!"
쉬익!
주먹이 최단 거리로 쏘아진다.
그러나 느리다.
팔을 감은 종혁은 그대로 매쳐 버렸다.
"크악!"
"가만히 계세요. 정말 다치십……."
종혁은 손을 풀며 다급히 물러났다.
그가 있던 자리로 다리가 휘둘러졌다.
다른 경찰이 난입을 막기 위해 막아섰는데 그걸 뚫고 공격을 한 거다.
그런데.
"킥복싱?"
종혁은 다른 경찰과 대치를 이룬 세 명의 취객을 봤다.
이쪽만 죽일 듯 노려보며 자세를 잡고 있다.
놀랍게도 그런 그들의 눈에선 취기가 보이지 않았다.
"……야, 너희 뭐냐?"
취객이 아니다.
작정하고 온 놈들이다.
"죽여!"
"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