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47화 (247/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47화>

70. 결코 원하지 않은

해가 떠오른다.

“끄응.”

철창으로 된 우리에 갇힌 하얀 대형견 한 마리가 앞발로 눈을 가린다.

부스럭.

높이 솟은 무성한 잡초들 사이로 들리는 인기척에 대형견이 번쩍 고개를 들고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하지만…….

바스락바스락.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와 함께 맡아지는 냄새에 꼬리를 엉덩이 안으로 숨기며 뒤로 물러난다.

“끄응. 끄응.”

“일어나, 이 둔탱이 새끼야!”

떠엉!

철창을 후려치는 쇠몽둥이.

크게 움츠렸던 대형견이 이내 혀를 내민다.

“헥! 헥!”

“기다려!”

촤라라!

철창 안으로 쏟아지는 걸쭉한 액체.

대형견의 눈이 아침밥을 향해 고정된다.

“헥! 헥! 헥!”

“처먹어!”

“컹!”

그제야 밥그릇에 주둥이를 처박는 개의 모습에 한 손에 양동이를 든 코가 빨간 오십대 남성이 코웃음을 쳤다.

그러고는 조금 떨어진 곳에 놓인 철창 우리로 다가갔다.

와구와구…… 와구.

“끄응.”

방금 전까지 걸신이 들린 듯 빠르게 움직이던 입과 혀가 느려진다. 마치 먹기 싫은 걸 억지로 먹는다는 듯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하는 것처럼 느려진다.

그런 대형견은 몰랐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오십대 남성이 그걸 지켜보고 있다는 걸 말이다.

“쯧. 도고가 저렇게 기억력이 좋은 놈이었나?”

벌써 1년이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주인을 찾는 걸 보니 괜스레 짜증이 치밀었다.

“……안 되겠어.”

아직 훈련이 모두 끝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더 이상은 봐주지 못할 것 같다.

“이르지만 데뷔를 시키는 수밖에.”

그러다 죽으면 어쩔 수 없고, 산다면 제 처지를 깨닫고 완전히 복종하게 될 것이다.

“그래. 그동안 너무 오냐오냐했…….”

지이잉! 지이잉!

“이 새벽부터 누구야?”

심지어 모르는 전화다.

“누구쇼? 뭐? 누구? ……오 사장 소개라고? 개장수 오 사장? 아, 그쪽이었어?”

피식 웃는 장년인의 눈에 짙은 경계심이 서린다.

“근데 우리 쪽 판돈은 좀 센데…….”

-비싸 봐야 한 판에 1억씩 하나?

“1억?!”

장년인이 기함을 한다.

-그러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이쪽 애들은 간댕이가 너무 작아서. 뭐 그래서 잡혀간 걸 테지만.

“뭣?!”

-내 돈 따먹고 싶으면 연락해. 피가 튄다기에 그냥 관심이 가서 전화했을 뿐이니까.

장년인은 할 말만 하고 끊겨 버린 전화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

“요것 봐라?”

혹시나 경찰인가 했는데 부르는 판돈이 예사롭지가 않다. 절대 경찰 사이즈가 아니다.

장년인은 재빨리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회장. 저쪽 경기도 개장수 오만득이가 도박을 하다가 잡혀갔다고 하거든? 그것 좀 알아봐 줘. 그리고 내가 문자로 보내 줄 전화번호 주인도. 그래, 수고.”

전화를 끊은 장년인은 턱을 쓰다듬었다.

“억을 함부로 부르는 젊은 놈이라…… 재벌집 아들인가?”

영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자신들이 만드는 판에는 그런 사람이 없을 뿐, 서울경기 쪽엔 그런 인간들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만약 조사해 봤는데 아무것도 안 나온다면…… 흐흐.”

그런 눈먼 돈은 따는 놈이 임자다.

아무래도 이번 겨울은 이놈 덕분에 따뜻하게 날 것 같았다.

헤벌쭉 웃은 장년인은 대형견에게 걸어가 철창 우리의 자물쇠를 열어 목을 잡고 끌어냈다.

“끄응, 끙!”

약간 반항을 하더니 이내 곧 순순히 따라나서는 놈.

장년인은 집 안에 설치해 놓은 러닝머신 위에 묶었다. 투견 전용으로 개조한 러닝머신이었다.

기이이잉!

“뛰어, 이놈아.”

쫘악!

땅바닥을 때리는 회초리에 하얀 대형견은 발을 놀리기 시작했다.

목이 묶여 뛰기 싫어도 억지로 뛰어야 하는 러닝머신.

대형견의 혀가 곧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뛰어라, 이놈아! 더 빨리 뛰어!”

장년인은 개의 주둥이가 닿을 듯 닿지 않을 듯한 곳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개의 다리를 묶어 놓고 계속 채찍질을 했다.

개의 공격성을 자극하는 페로몬을 잔뜩 묻힌 다리.

하얀 대형견, 도고 아르헨티노 흰둥이의 눈이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   *   *

밖에선 눈이 쏟아지는 한 카페 안.

다리를 꼰 채 커피를 마시고 있던 종혁이 몸을 일으켜 카운터로 다가가 한 장의 명함을 내민다.

“이따가 누가 찾아오면 이거 주세요.”

“아, 네! 안녕히 가세요!”

딸랑.

카페를 나선 종혁은 흩날리는 눈발을 뚫으며 근처에 세워진 고급 중형 세단으로 다가갔고, 재빨리 내린 최재수가 뒷문을 열어 주었다.

타악!

“……아주 007을 찍는구나, 찍어.”

운전석에 앉아 있던 오택수가 투덜거리자 종혁은 피식 웃었다.

“어련하겠어요.”

전국 경찰들이 눈에 불을 켜고 쫓아도 못 잡는 놈들이 바로 투견 도박꾼들이다.

마치 회원제로 운영되는 클럽처럼 복잡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접근조차 할 수 없는 투견 도박판.

겁쟁이 토끼처럼 어찌나 조심성이 좋은지 여차하면 곧바로 판을 접고 날라 버린다.

도박 현장을 급습하지 않으면 놈들을 처벌할 법령도 없기에 뒤늦게 신고를 받고 출동해도 이미 다 튀어 버린 후라서 도박꾼들의 신상 내역을 알아도 검거하기가 힘들다. 마치 불법 도박판에 기웃거리는 도박 중독자들처럼.

참 지랄 맞은 놈들이었다.

“이게 될까요?”

최재수의 물음에 종혁은 피식 웃었다.

“안 됐겠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린치에게 부탁해 새 신분을 만들었고, 빅토르에게 부탁해 드바 로마노프 코리아의 상무에 적을 올렸다. 정보국쯤 되지 않는 이상 누구라도 속을 수밖에 없다.

이십대 중반에 상무.

누가 봐도 잘 알려지지 않는 부잣집 아들내미다.

종혁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하지만…….

“그런데 이게 의미가 있겠냐?”

관련법을 따져 보니 놈들을 검거할 수 있을지라도 투견들을 구할 수 없다. 그런 오택수의 말에 최재수도 낯빛을 흐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종혁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여전했다.

“그러니 우리도 판을 깔아야죠.”

“판? 지금 깐 거 아니었어?”

“일단 출발해요.”

“……오케이.”

오택수는 조심스럽게 차를 출발시켰고, 차는 눈이 내리는 도로를 느릿하게 나아갔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입이 근질거린 오택수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종혁의 핸드폰이 울었다.

지잉! 지이잉!

“당신들인가?”

-미안해. 우리도 절차란 게 있거든?

“생각만큼 재미가 없으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크크. 걱정 말라고, 젊은 양반. 이 판을 접하고 나서 제 의지로 그만둔 놈은 하나도 없으니까!

“가까운 판은 언제지?”

-모레! 그 번호로 문자 줄 테니까 앞으로 이 번호로 연락하지 마! 어차피 연락도 안 될 테니까!

종혁은 그러고 뚝 끊긴 전화를 가리켰다.

“거봐.”

“예스!”

“그래서 그 판이란 게 뭔데! 이거 아니었어?”

아니다. 놈들 사이로 파고들 신분을 만드는 건 시작에 불과했다. 이것만 가지곤 판을 깔 수가 없었다.

“오 경감님, 판을 깔려고 때 가장 필요한 게 뭘까요?”

사람들이라면 여러 가지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형사인 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하나다.

바로 판에 앉을 사람들.

“러시아 대사관으로 가죠.”

*   *   *

“안젤리나 씨!”

러시아 대사관 앞, 종혁은 마중을 나온 나탈리아에게 그녀를 닮은 새빨간 장미꽃 한 다발을 안겨 주었다.

몰아치는 찬바람 속에서도 콧속을 훅 파고드는 향기와 방금 전까지 품고 있었는지 손끝에 전해지는 온기에 나탈리아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왜 그러세요?”

‘씁. 들켰나.’

너무 노골적인 방문이라서 들키지 않았을 리가 없지만 그래도 입맛이 좀 썼다.

그러나 그녀의 붉은 입술이 토해 내는 말은 종혁의 생각과 좀 달랐다.

“어쩜 이렇게 타이밍이 좋은지…….”

“음?”

“들어와요.”

“……네?”

종혁은 러시아 대사관을 가리키는 나탈리아를 보며 눈을 껌뻑였다.

러시아 대사관 내부는 마치 제법 이색적으로 꾸며져 있었다.

평범한 콘크리트 건물에 무심하게 놓인 고딕한 가죽소파나 명화. 현대의 삭막함 속에 옛 러시아의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궁전을 접목시켜 놓은 듯했다. 하물며 꽃병조차도 러시아 골동품을 보는 듯 아름다웠다.

감탄을 하며 복도를 걷던 종혁은 이내 커다란 문 앞에 섰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줘요.”

쵹!

애정을 담아 볼에 입을 맞춘 그녀는 안으로 쏙 들어갔고, 종혁은 옆에 놓인 소파에 앉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최상층이라…….’

보통 최상층은 이 건물에서 가장 직위가 높은 사람이 쓴다.

즉, 주한 러시아 대사가 머무는 공간일 확률이 높다.

‘대사가 날 부른 건가? 그런데 왜 운이 좋다고 한 거지?’

머릿속이 온갖 의문으로 엉클어진다.

이거 약간 무리한 부탁을 하러 왔다가 거물을 만나게 생겼다.

“홍차입니다.”

“어?”

종혁은 홍차를 가져온 여성을 보곤 놀랐다.

방콕에서 접근했던 그 꽃뱀, 아니 SVR 요원이다.

“접근 방식은 공부했습니까?”

순간 볼이 달아오른 그녀는 찻잔을 안기듯 주며 돌아섰고, 종혁은 키득키득 웃었다.

“1층에 있는 제 팀원들에게도 음료 부탁해요. 허튼짓은 말고요!”

나탈리아의 만류에 1층에 머물게 된 오택수와 최재수.

최재수는 저런 요원이라면 손쉽게 요리할 호구였다. 손짓만 해도 홀랑 사랑에 빠져 버릴 호구.

종혁은 대답조차 없이 멀어지는 요원을 보다 홍차를 입에 가져갔다.

“으.”

역시 시큼텁텁한 홍차는 그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왜 운이 좋다고 말한 걸까…….’

곧 알게 될 테지만 너무도 궁금해 참을 수가 없다.

달칵!

“들어와요.”

어떤 기대감마저 품고 있는 그녀의 눈에 종혁은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럼 들어가 보실까?’

종혁은 가슴을 펴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당신이 우리 러시아의 친구 최 로군요.

‘그러네. 운이 좋은 거네.’

앤틱하게 꾸며진 사무실 공간, 한쪽에 걸린 커다란 TV에 종혁의 예상을 훨씬 벗어난 거물이 있다.

이제 사십대가 됐을 법한 순한 인상의 중년인.

러시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외모의 쾌남이다.

“원랜 바이 차이나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내면 자리를 만들려고 했는데, 이렇게 됐네요. 최, 인사해요. 이쪽은…….”

나탈리아의 소개가 채 끝나기도 전에 종혁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이렇게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메드베제프 이사장님.”

러시아 국영가스기업 가즈프롬의 이사장이자, 2년 후 러시아의 대통령이 되는 인물.

현 마더 러시아의 2인자가 김이 올라오는 야외 풀장에 몸을 담근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첫 대면이 꽤 충격적이었다.

설마 종혁이 자신을 알고 있는 줄 몰랐다는 듯 눈이 커졌던 메드베제프가 호탕하게 웃었다.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되어 미안합니다. 얼마 전 일어난 테러 때문에 주의해 달라 말할 겸 사사로운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이라.

종혁은 메드베제프에게서 시선을 돌려 러시아 대사를 바라봤다.

켄터키 할아버지처럼 푸근한 외모의 노인은 종혁과 눈이 마주치자 살짝 고개를 끄덕이곤 시거를 물었다.

그런 그의 한 손엔 보드카가 병째로 들려 있었다.

‘진짜 상식이 깨지는구나, 러시아.’

“저도 이런 자리인 줄 알았다면 더 편한 옷을 입고 올 걸 그랬습니다.”

-……하하하하하하!

수영장 물을 치며 웃던 메드베제프는 돌연 낯빛을 굳히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우리 러시아를 풍요롭게 해 줘서.

종혁이 준 금전적인 이득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가출 청소년 쉼터. 그로 인해 러시아의 많은 미혼모들이 구원을 받았고, 미래의 러시아를 이끌어 갈 인재들이 육성되고 있었다.

미국과의 외교적인 문제는 또 어떤가.

인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외교적으로도 러시아는 풍요로워지고 있었다.

‘휘유. 이거 쉽지 않은 양반이네.’

뜬금없는 타이밍에 들어온 감사 인사.

이것만 봐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람이란 걸 알 수 있다.

‘그러니 홍차 외교를 하는 그분의 참모라 불리는 거겠지.’

“아닙니다. 제가 아무리 그런 걸 제안했다고 한들 러시아에 의지가 없었더라면 아무런 일도 없었을 겁니다. 전 오히려 인민들을 위한 러시아의 결단에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나탈리아가 왜 그렇게 칭찬했는지 알 것 같군요. 참 혀가 위험한 친구야.

“이거 진심이 매도되니 가슴이 아픈데요?”

-후후. 압니다. 당신이 언제나 진심이란 것은. 그래서 하나 묻고 싶군요. 우리 러시아가 앞으로 집중해야 할 미래 먹거리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이거군.’

이 자리에 자신이 불린 이유가 말이다.

종혁은 사전에 언질을 해 주지 않은 나탈리아를 향해 원망하는 시선을 던졌으나, 그녀 또한 듣지 못한 이야기였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양반 뱀이네.’

평범한 인상 속에 꽤 재미난 걸 품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 재밌다.

한 나라의 2인자가 타국의 일개 청년에게 스스럼없이 자국의 미래에 대해 묻고 있다.

아무리 능력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인물일수록 체면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일이니까.

잠시 고민에 잠겼던 종혁은 자세를 바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약간 무리한 부탁을 하려고 했던 터라 슬쩍 흘리려 했던 어떤 정보. 그걸 지금 푸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곧 있을 중국 증시의 거품 붕괴를 말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쿵!

바이 차이나로 함께하고 있지만, 훗날 얻어 낼 게 있을까 싶어 나탈리아에게도 숨긴 정보.

깜짝 놀란 나탈리아는 다급히 종혁을 바라봤고, 메드베제프와 러시아 대사도 놀란 듯 눈이 떨렸다.

그에 종혁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메드베제프 씨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질문에 질문인가요?

어이없다는 듯 웃은 메드베제프는 정색했다.

-컴퓨터, 핸드폰, 그리고 반도체.

‘호오.’

놀랍다.

하지만 이런 식견이 있기에 한 나라의 2인자가 될 수 있었을 터.

-하지만 컴퓨터와 핸드폰은 이미 과포화 상태입니다. 우리가 끼어들 수도 없고, 더 이상 발전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군요.

물론 기술력이 발달할수록 더 좋은 컴퓨터와 핸드폰은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를 과연 발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그의 말에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따로 놓고 생각한다면 그렇겠죠. 하지만 컴퓨터와 핸드폰을 합친다면요?”

-그게 무슨 말인지…….

세 사람은 종혁의 말뜻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지 미간을 좁혔다.

“이미 핸드폰은 본래의 영역인 통신을 넘어서 게임, 카메라, MP3, DMB, PMP 등 다양한 기능을 담기 시작했죠. 그러나 아직 그 성능들이 제각기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만약 핸드폰에 컴퓨터에 버금가는 OS(Operating System)를 장착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그제야 종혁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차린 메드베제프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컴퓨터에 핸드폰이 담기는 게 아니라 핸드폰에 컴퓨터가 담긴다고?’

-그, 그건 말도 안 됩니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나탈리아와 러시아 대사도 적극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종혁은 역시 그러냐는 듯 웃으며 다리를 꽜다.

“흠. 그렇다면 잠깐 화제를 돌려 보죠. 메드베제프 씨, 혹시 구글이라는 기업을 아십니까?”

-……물론이죠. 러시아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검색 사이트니까요.

러시아에는 더 많이 애용되는 검색엔진이 있지만, 그래도 점유율 2위를 차지하며 그 이름을 널리 알린 구글.

점차 인터넷이 확산되어 가고 있는 세상에서 그 이름을 모를 수는 없었다.

“그곳이 핸드폰 OS를 만드는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음?

“그리고 미국의 유명 컴퓨터 회사 기술부의 꺼지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 있죠. 새로운 핸드폰을 만들기 위해.”

-자, 잠깐…….

“메드베제프 씨, 세계의 천재들은 이미 다음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4차 산업이라는 큰 그림을 위한 밑그림을.”

당신들 높은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콰아앙!

거대한 폭탄이 그들 사이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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