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331화>
“…….”
수사본부에 모인 형사들의 입이 다물어진다.
명문 의대를 노렸지만 번번이 낙방한 5수생, 행정직 공무원시험에 낙방한 4수생, 성적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17세 어린 소녀.
“17세?”
모두가 놀란 눈이 되자 최재수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이름 이도연, 나이 17세.”
전국 실종자 명단에서 겨우 찾아낸 소녀.
부모가 가출 신고를 했는데, 자살 당시 모텔을 찾은 경찰에게 내밀었던 신분증은 위조된 것으로 판명이 났다.
최재수는 스크린에 이도연의 중학교 생활기록부를 투영시켰다.
1등, 1등, 1등.
항상 반에서 1등이고, 전교에서 5등 이상을 벗어나지 않은 이도연. 누가 봐도 자살할 이유가 없는 전도유망한 여학생이다.
“그런데 주변 탐문 결과, 부모들이 유난스러웠다고 합니다.”
아니, 이걸 단순히 유난스럽다는 말로 끝낼 수 있을까.
이도연의 중학교 담임 선생님이 증언한 바에 따르면, 그녀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새벽 1시가 되어야 잠을 잘 수 있는 끔찍한 생활을 줄곧 해 왔다고 한다. 다니던 학원의 개수만 무려 8개.
“그리고 시험에서 하나라도 틀리면 절망하다시피 울었고, 이웃들의 증언에 따르면 시험을 본 날이면 이도연 양의 집에서 고성이 울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고성이 울리기 전에는 항상 집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서성이다가 마지못해 집에 들어가는 이도연을 보았다는 이들도 많았다.
부모가 애를 잡은 거다.
“아니, 1등을 혼낸다고? 왜?”
“아따, 내 딸이 저러믄 아주 업고 다니겄구만!”
그러다…….
“이도연 양의 고등학교 1학년 1학기의 성적을 봐 주십시오.”
“아.”
“저런.”
중간고사 반에서 4등, 전교 15등.
기말고사 반에서 9등, 전교에서 48등.
흔히 있는 일이다.
중학교 때는 성적이 좋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성적이 떨어지는 케이스. 갑자기 머리가 나빠지는 게 아니라 중학교 때보다 더 뛰어난 아이들이 경쟁자가 되기 때문이다.
최재수는 함께 수사를 한 형사를 응시했다.
“그리고…… 이도연 양이 실종되기 직전에, 그녀가 머리를 산발을 한 채 울면서 집에서 뛰어나오는 걸 목격했다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머리채를 잡아 뜯긴 모양새.
“그 후로 행방이 묘연, 얼마 전 설악산 모텔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아이고.”
“미쳐 버리겠네.”
저것이 분명했다.
이도연이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게 된 트리거가.
이후 그녀는 거리를 떠돌며 찜질방과 PC방을 전전하다가 결국 자살카페에 접속한 걸로 추정됐다.
최재수의 설명에 한 형사가 손을 들었다.
“그럼 생활 자금은 어떻게 충당한 겁니까?”
“그건…….”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이도연은 꽤 알뜰한 타입이었다. 용돈을 쓰지 않고 거의 대부분 모아 두었고, 가출 당일 전액 인출을 한 정황이 발견됐다.
형사들은 한숨을 푹푹 쉬었다.
돈이 모두 떨어지자 자살을 결심한 게 분명한 상황.
낯빛이 딱딱하게 굳은 종혁은 마이크를 잡았다.
“수고하셨습니다. 이도연 양에 대한 건 증거를 더 보강해서 부모를 고소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합시다.”
부모의 협박과 체벌이라는 폭력에 의해 아이가 자살을 결심한 걸로 추정된다.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자식을 학대하는 부모들에게 마땅한 처벌이 내려져야, 앞으로 이런 사건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터였다.
“수면제에 관한 건 조사됐습니까?”
“예.”
대답을 한 최재수가 스크린에 택배 송장과 택배 박스를 찍은 사진을 투영시킨다. 그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4수생 박대현 씨가 이도연 씨들과 만나기 전 받은 택배 송장입니다. 현재 택배가 접수된 곳의 CCTV와 증언을 확보, 확인 중에 있습니다. 택배에 찍힌 지문도 감식 중입니다. 그런데…….”
최재수는 다른 사진을 보여 주었다.
박대현의 고시원 휴지통에서 발견한 쪽지.
그에 형사들은, 베테랑이라 불리는 그들은 이를 악물었다.
후회가 없으십니까? 먼 길을 떠날 준비가 되셨나요?
그럼 약속 장소로가 동료와 합류하세요. 당신이 생애 마지막 여행의 리더입니다.
“씨발?!”
종혁도 이를 갈았다.
첫 번째 문장과 두 번째 문장까지 봤을 땐 마치 자살을 결심한 박대현을 걱정하는 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 문장이다.
동료와 합류, 리더.
교묘하게 박대현을 도망치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이 개새끼가……!’
“이후 박대현은 양양터미널로 향했고, 이후 행적은 정선 사건 때처럼 관광을…….”
최재수가 뒷말을 이어 갔지만 들리지 않는다.
빠드드드득!
살인이다. 이건 명백한 살인이다.
“이, 이상입니다.”
“……수고했습니다. 제2부본부장, 일단 이도연 양과 오세용 씨도 이런 쪽지를 받았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해 주세요. 그리고 정선 사건 때 피해자들, 아니 현재 파악된 피해자들 모두 다시 조사해 주세요.”
교묘한 말장난으로 사람을 도망치지 못하게 만든 놈들이다. 이도연과 오세용, 그리고 최은영에게도 이런 짓을 했을 확률이 높았다.
애써 거칠어지는 숨을 다독인 종혁은 형사들을 봤다.
본부장이 흔들려선 안 된다. 종혁은 오직 그 생각만으로 이성을 유지했다.
“그리고 전라도팀?”
“예. 현재 전라도에서 발생한 집단 자살 사건들 중…….”
집단 자살을 했지만 자살자들 사이에 연관성이 없고, 자살에 직접적인 사인이 된 물품에 대한 구입 내역이 불분명한 사건들.
지이잉! 지이잉!
‘씨발, 누가…….’
신경질적으로 발신자를 확인한 종혁은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
“예, 본부장입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전화를 끊은 종혁은 다급히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 작가님들께서 회원 등업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형사들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리고 잠시 후.
직장 상사에게 강간을 당했어요.
제목부터 처참한 사건.
뿌드득! 빠드득!
이 갈리는 소리가 울리는 연회장을 둘러본 종혁은 마이크를 잡았다.
“2002년 2월 이 사이트가 개설된 이후 처음으로 게시된 글입니다. 현재 이 글의 작성자는 같은 해 5월 집단 자살을 하였고, 이 강간 사건의 가해자는 무죄를 받았다는군요.”
회식 날 가해자가 만취한 피해자를 부축해 떠났고, 모텔에 함께 들어갔지만 피해자가 반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내려진 사건.
현재 가해자는 그 직장에서 계속 근무 중이었다.
쾅!
“이런 씨부럴!”
“아니, 씨발 만취했으면 당연히 반항을 못하지! 어떤 개호로 잡놈의 경찰 새끼가 조사를 저따위로 한 거야!”
이뿐만이 아니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총 4천 7백여 개의 게시글 중 중복된 글을 제외한 9백여 개의 글 중 이십여 개의, 아니 이십여 명의 작성자가 자살을 한 걸로 판명이 된다.
이마저도 게시글 내용을 통해 피해자의 신원을 유추해 사망 여부가 조사된 거지, 아직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다른 글들의 작성자가 어떻게 됐는지는 모른다.
사이트를 뒤져 볼 수가 없으니 신원조차 알 수 없는 피해자들.
종혁의 눈빛이 차갑게 굳었다.
“일단…….”
형사들의 시선이 모인다.
“게시글 작성자 신원을 밝히는 데 주력해 주시고, 그 후 여기에 나와 있는 사건들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들어갑니다. 다만 현재 저희가 조사를 하고 있다는 게 발각되면 이 사이트의 운영진이 잠수를 탈지 모르니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주십시오.”
그렇기에 본청이 아닌 이 호텔에 수사본부를 설치한 거다. 언론에 노출이 되지 않도록.
“그럼 생존해 있는 피해자들은 어떻게 합니까?”
살아 있다고 해도 언제 자살을 할지 모르는 피해자들.
현재 수사본부의 인력으로는 이들까지 마킹할 수가 없다.
“그분들에 대한 마킹은 제가 담당할 테니, 여러분들께선 일단 피해자 신원을 파악하는 데 주력해 주십시오.”
“예!”
“움직여 주세요.”
이들이 한발이라도 더 빨리 움직일수록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피해자를 구할 수 있다. 그런 의지가 서려 있는 종혁의 말에 형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충성!”
“움직여!”
“일단 각 도별로 사건을 나눠 봐!”
바빠지는 형사들을 일견한 종혁은 게시글들을 살폈다.
뒷목이 뜨거워질 정도로 처참한 사연들.
종혁은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이 개새끼들.’
세상엔 왜 이렇게 범죄자가 많은 걸까.
이 범죄자들뿐만이 아니다. 자살사이트의 운영진에 의해 자살한 피해자가 무려 28명이다.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는 놈들이었다.
“진짜 면상 한번 보고 싶네.”
그리고 묻고 싶다.
대체 무슨 이유로 그런 거냐고.
“후우.”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사장님. 납니다. 인력이 꽤 필요한 일이 생겨서 그런데 몇 명이나 동원할 수 있습니까?”
이유가 뭐든 이놈들이 더 이상 활개치도록 놔두지 않는다.
종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 * *
노랗게 물든 거리의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진 초겨울.
성북동의 한 저택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중엔 자살카페의 카페장도 있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썩 좋지 못하다.
“뭘까…….”
요 한 달 사이에 그가 만든 자살카페에 이상한 게시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경찰이 범인을 잡거나 수사에 들어갔다며 다시 삶의 희망을 얻었다고 카페를 탈퇴한다는 글들이.
그런 글들을 올라올 때마다 바로바로 삭제하고 블록을 걸고 있지만, 개중엔 그가 노리던 이들도 있었기에 기분이 좋지 못했다.
“오셨습니까, 도련님.”
아버지의 비서실장인 사십대 중년 남성의 마중에 카페장이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다.
“누나랑 형은요?”
“큰도련님께선 도착하셨고, 큰아가씨께선 일이 있어 참석을 못하신다 하셨고, 작은아가씨께선 아직 도착하지 않으셨습니다.”
사내는 어이없다는 듯 비서실장을 쳐다봤다.
“이번 모임의 주역이 아직 도착 안 했다고요?”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이렇게 모이지 않는 그들 가족.
“30분 전 자택에서 출발하셨다는 연락을 받았으니 곧 도착하실 겁니다.”
과연 그럴까. 누나의 시간관념을 알고 있는 그로서는 영 회의적이었다.
“알았어요. 그보다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건 어떻게 됐죠?”
“아, 이번 경찰의 날 행사 때 경찰청장이 성폭력과 사기 등의 사건에 대해 신경 쓰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자살률이 급증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아직 종결이 안 된 자살 사건도 신중히 재검토하고 있다는 비서실장의 말에 사내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쓸데없이!’
안 그래도 경찰이 냄새를 맡을까 치미는 욕구를 참고 있는데, 아무래도 더 많이 참아야 할 것 같다.
“알았어요. 수고했어요.”
“그런데 이건 왜…….”
“단지에 형사가 좀 보여서요. 뭔 자살 사건을 묻고 다니더라고요.”
“아.”
고개를 끄덕인 비서실장은 이내 흐뭇이 웃었다.
“뭐죠?”
“아닙니다. 잘하고 계십니다. 파이팅입니다, 도련님.”
“음?”
사내는 고개를 모로 기울였지만, 이내 현관문에서 비켜서는 비서실장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이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왔냐?”
어머니의 허벅지에 머리를 댄 채 소파에 누워 손을 흔드는 큰형을 무시한 사내는 집 안임에도 제법 화려하게 입은 어머니와 형의 발치에 앉아 있는 형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저 왔어요. 오셨어요, 형수님?”
“왔니? 아버지께 인사드려라.”
“오셨어요, 도련님?”
아들이 왔음에도 힐끗 보고 마는 어머니와 형의 다리를 주무르기 바쁜 형수.
“엄마, 나 사과.”
“어휴. 너는 아직도 엄마를 부려 먹고 싶니?”
“응! 난 아직도 애기니까!”
“한 여자의 남편이라는 애가 아직도……. 내가 늙는다, 늙어.”
그 모습을 지그시 응시하던 사내는 이내 안쪽 서재를 향해 걸음을 옮기다 2층에서 내려오는 막내를 보곤 잠시 멈춰 섰다.
“왜? 말을 해.”
“…….”
저벅저벅.
“아오, 저 얼음땡이!”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를 무시한 그는 서재의 문을 두드리곤 안으로 들어갔다.
“러시아에 특별히 신경을 써. 요새 밀 수요량이 늘어난 거 알지? 한국이 러시아와 관계가 좋을 때…….”
서재의 소파에 앉아 임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아버지.
사내는 이쪽을 쳐다보지 않는 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숙이곤 문을 닫고 나왔다.
그러곤 원래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 담배를 물었다.
“……똑같네.”
변화된 모습이 단 하나도 없는 집.
그는 지금 뿜어내는 담배 연기가 유독 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똑똑똑!
“들어와요.”
“아가씨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오기 싫은 이 집에 오게 만든 주범이 도착했다는 사용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그는 1층의 부엌으로 향했다.
“왔어?”
마치 마네킹처럼 잔뜩 얼어 있는 자세로 누나의 옆에 앉아 있는 삼십대 중반의 사내.
현직 판사이자 누나와 결혼을 사람으로, 오늘 그의 집에 결혼 전 인사를 하러 온 거다.
“자기야, 인사해.”
“하하, 안녕하세요.”
“뭘 존댓말을 해. 어차피 손아랫사람인데.”
“그래도 그게 아니죠, 하늘 씨.”
사내는 어수룩하게 웃는 그의 모습과 못마땅한 듯 쳐다보는 어머니, 형의 모습에 혀를 찼다.
무뚝뚝하면서도 독립적인 성향이 강한 큰 누나와 달리 애교 있는 성격에,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형에게 많은 예쁨을 받고 자란 누나.
앞으로 훤히 열린 그의 고생길에 사내는 고개를 저으며 빈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아버지가 부엌 안으로 들어왔다.
“박 서방 왔나?”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뭘 불편하게 회장님이야. 편하게 불러, 편하게. 결혼 날짜를 잡았으니 이제 한 가족 아닌가.”
“예, 아버님!”
흐뭇이 웃으며 식탁을 둘러보던 회장은 사내를 발견하곤 표정을 엄하게 굳혔다.
“결혼은 언제 할 거냐.”
언제 왔냐는 말보다 결혼할 날짜부터 물어 오는 아버지의 모습에 사내는 이 저택에 들어와 처음으로 표정을 구겼다.
“제가 군대에 가는 조건으로 서른이 될 때까지는 가만두시겠다는 것이 약속 아니었습니까?”
가족 중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 있어야 기업 이미지가 좋으니 다녀오란 말에 어쩔 수 없이 가야 했던 군대.
“네 나이도 벌써 스물아홉이다. 결혼을 하지 않을 거면 회사로 출근해.”
“그것도 서른이 될 때까지 가만두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갑자기 숨을 탁 틀어막는 분위기.
사내를 가만히 노려보던 회장은 이내 혀를 차며 자리에 앉았다.
“먹자.”
그렇게 사내에게만 불편한 식사가 시작되었다.
“후우우.”
식사가 모두 끝난 후 정원으로 나온 사내는 담배를 물었다.
‘점점 더 오기 싫어지는군.’
그렇지 않아도 오기 싫었던 집이 이젠 더 오기가 싫어진다.
“야, 이동하. 아까 아버지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맞아. 아깐 좀 심했어, 동하야.”
사내는 순간 치솟는 짜증에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내가 누구 때문에 군대에 갔는데!’
“형이나 회사에 피해 좀 끼치지 마.”
“뭐 인마?!”
“이번에 계약한 건 어그러졌다며? 거기다 자동차 부품은 왜 진출해?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말도 몰라?”
그것뿐이라면 말도 안 한다.
형이 임원이 된 이후 회사에 끼친 피해가 얼마던가.
“이, 이 자식이! 야! 사업이 네 말 그렇게 말처럼 쉬운 줄 알아?!”
“동하야, 너 오빠한테 말이 너무…….”
“누난 어머니 걱정이나 해.”
“뭐?”
“어머니가 예비 매형 뒷조사하고 다니는 거 모르지?”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선보고 한 결혼인데, 돈 보고 결혼한 게 뻔히 보이는데 어머니 성격에 가만있겠다 그치?”
“…….”
“그러게 왜 그 경찰 간부를 걷어차?”
후에 알아보니 가진 재산만 천억 원이 넘는 부동산 및 주식 부자에 이제 고작 26살에 불과함에도 계급이 경정인 전도유망한 경찰 간부.
그때 집안이 발칵 뒤집혔는데, 누나의 변명이 가관이었다.
“거지처럼 보여서? 웃기지 마. 딱 봐도 누나가 누나 입맛대로 휘두르지 못할 것 같아서 그런 거잖아.”
“너, 너…… 네,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 이……! 수면제나 먹는 자식이!”
“……뭐?”
사내의 형은 비릿하게 웃었다.
“김 실장님이 아버지한테 그러더라? 네가 수면제를 많이 산다고? 왜? 수면제 없으면 잠이 안 오냐?”
‘빌어먹을. 그래서 아까 김 실장님이 잘하고 있다고…….’
아무래도 돌아가면 수행원부터 바꿔야 할 것 같다.
“아닌데? 형 죽여 버리려고 산 건데?”
“뭐, 뭐?”
“김 실장님이 그건 말 안 했어? 내가 수면제는 샀는데 내가 다 쓰는 것 같진 않다고? 그럼 남는 건 어떻게 했을까?”
“너, 너……!”
“우리 제발 서로 건드리지 말고 조용히 살자. 나도 이 집에 별 미련 없으니까!”
혀를 찬 사내는 다 타 버린 담배 꽁초를 팽개치며 돌아섰다.
“씨발, 야! 이동하! 곧 엄마 생신인 거 알지?! 선물 준비해라!”
멈칫!
‘빌어먹을.’
외면하고 싶은 단어인 엄마.
그러나 그럴 수 없음에 그는 더 커진 짜증을 끌어안고 독립한 집에 도착해 수행원을 잘라 버린 후 컴퓨터를 켰다.
경찰이 움직이고 있다기에 참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사이트에 접속해 먹잇감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 * *
“예, 감사합니다! 계속 마킹 부탁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종혁은 재빨리 마이크를 잡았다.
“마킹을 붙인 피해자 중 2명이…….”
지난 한 달간 밤낮없이 노력한 덕분에 카페 가입자 중 80퍼센트의 신원을 알아낸 형사들의 귀가 쫑긋 솟는다.
“현재 버스틀 타고 구례로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쩌적!
순간 얼어 버린 수사본부.
“이곳으로 저와 함께 가실 분 손 들어 보세요.”
처저저적!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손을 드는 그들.
종혁은 그런 그들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이번엔 무조건 구한다!’
무조건.
무조건 구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