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65화>
“푸하!”
세면을 마친 종혁이 거울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쉰다.
드디어 분장을 벗고 제 모습을 찾은 얼굴.
오늘 하루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 아니, 지난 일주일 동안 카메라 앞에서 팔자에도 없는 가식적인 미소를 짓느라 얼굴에 경련이 일어나는 줄 알았다.
“최.”
종혁은 드롭이 내미는 담배를 물었다.
드롭과 벤도 혼이 나간 얼굴로 담배를 문다.
찰칵! 치이익!
“후우우. 최, 드롭. 이번 인터뷰는 좀 심한 것 같지 않았어?”
오늘따라 유독 힘들었던 인터뷰.
사건이 아닌 정치와 사회적인 문제를 거론해서 대답하느라 혼이 났다. 종혁이 현명하게 대처하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이 났을 거다.
“여기 방송국이 공화당 계열이래요.”
“빌어먹을. 어쩐지…….”
찍힌 거다. 민주당 후보인 스태파니 클린턴과 버락 루터와 먼저 인터뷰를 했다고.
15억 달러라는 엄청난 자본으로 등장부터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이번 사건에서 큰 몫을 해낸 복지재단 기빙이 버락 루터를 지지한다는 발언을 한 이후 공화당 계열의 방송국들이 선을 넘기 시작했다.
아니, 심지어 버락 루터와 대립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입김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방송국에서도 그랬다.
“Fuck!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사건에 대한 인터뷰만 하면 되는데, 현재 경선을 치르는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문제점을 왜 물어보는 건가.
어떻게 안 건지 몰라도 종혁이 센트럴파크뷰의 최고급 아파트에 산다는 것을 언급하며 비리 요원으로 몰아가려고도 했다.
자신들은 그저 공무원, 까라면 까는 공무원일 뿐인데 말이다.
‘한국이나 여기나 이놈의 언론은…… 시부럴.’
“이래서 지국장이 처음에만 인터뷰를 한 거구만?!”
이런 꼴을 당한 것 같아서 딱 FBI에 협조적인 곳만 인터뷰하고 나머지는 짬처리를 한 거다.
“에휴. 이미 벌어진 일을 따져서 뭐하게요. 갑시다, 가.”
“아우, 스트레스 받아! 가는 길에 단것 좀 먹자고!”
“찬성! 무조건 찬성!”
방송국을 빠져나온 그들은 사이좋게 도넛을 입에 문 채 FBI 뉴욕지국의 홍보부로 향했다.
“수고했어. 오늘도 잘했고. 역시 최가 있어서 든든해.”
웃으며 반기는 홍보부 팀장의 모습에 드롭이 그의 책상을 내려친다.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하는 겁니까! 우린 광대가 아니라 수사 요원입니다!”
“다행히 인터뷰는 오늘로 마지막이야.”
움찔!
“어, 진짜입니까?”
종혁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홍보부 팀장을 본다.
끝이다. 드디어 이 지겨운 인터뷰가 끝난 거다.
“그동안 지국장님 대신 인터뷰하느라 수고했어. 그리고 모레부터 이곳들로 출장을 가면 돼.”
“출장?”
의아해하며 서류를 확인한 종혁과 벤, 드롭은 얼굴을 구겼다.
무슨무슨 미들스쿨, 하이스쿨.
뉴욕시를 비롯한 뉴욕주에 있는 학교들이다.
“이건 왜?”
“가서 FBI의 위대함과 범죄자의 말로에 대해 알려 주고 와. 다른 말로 강연. 우리 홍보부에서 매년 하는 짓이라 발표 자료가 있으니까 어렵진 않을 거야.”
종혁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씨바랄. 아주 뽕을 뽑아라, 뽑아.’
하루에 인터뷰를 3개씩 일주일 동안 한 것도 모자랐다는 건가.
종혁은 갑자기 한국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흠. 그런데 학교라…….’
종혁은 갸웃했다.
갑자기 코가 간지러워졌기 때문이다.
* * *
“전 똑똑해서 잡히지 않을 건데요!”
“푸하하하핫!”
종혁은 웃음바다가 된 체육관에 이 상황을 만든 주범인 학생을 보며 피식 웃었다.
“네가 똑똑하다고? 그래서 성적은?”
움찔!
“…….”
종혁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심해한다.
저런 말을 지껄이는 놈치고 정말 성적 좋은 놈은 보지 못했다.
“참고로 나나 여기 드롭이나 벤이나 모두 학창 시절 올 A였어. 그리고 FBI 뉴욕지국에는, 아니 FBI에는 아이비리그를 나온 사람들도 넘쳐 나지. 야, 범죄자가 왜 잡히는지 알아?”
결국 멍청해서다. 상대적으로 멍청해서.
“그리고 너처럼 능력은 좆도 없는데 자만심만 많아서.”
“이익!”
“범죄자가 되고 싶어? 해 봐. 안 말려.”
사람들이 경악하며 종혁을 본다. 벤과 드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건 알아라. 네가 누군가의 물건을 훔치거나 누군가를 때려 범죄자가 되는 순간, 네 가족도 좆되는 거야.”
“무슨!”
“아닐 것 같지? 내가 단순히 널 겁주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지? 아니?”
절대 아니다.
“일단 네가 집 앞에서 경찰에게 수갑이 채워지는 순간, 주위 이웃들은 네 가족을 멀리하기 시작할 거다.”
범죄자를 키운 가족.
당연히 꺼림칙할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는 괜찮아. 이웃? 안 만나면 되니까. 그런데 소문이 퍼지면 네 아버지의 출셋길부터 막힌다. 어쩌면 권고사직을 당할 수도 있지.”
술렁!
“왜인지 알아? 바로 회사의 이미지 때문이다.”
여기도 범죄자를 키운 가족이란 이유 때문이다.
종혁은 그 학생의 주변에서 제일 크게 웃던 같은 패거리 중 한 명을 가리켰다.
“너. 네 자동차가 고장 나서 수리를 받으러 가야 해. 그런데 네 집 근처에 있는 정비소는 정비소의 사장 아들이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야. 그래도 거기를 갈 거야? 아니면 좀 멀어도 다른 곳으로 갈 거야?”
“그, 그게…….”
종혁의 지목을 받은 여학생은 눈치를 보며 쉬이 답을 하지 못했지만, 그건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종혁은 다시 멍청한 소리를 지껄인 학생을 봤다.
“집안에서 살림을 하며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로 어떻게든 자식들을 불편함 없이 키우려 구슬땀을 흘리던 어머니도 잘리겠지. 그런데 이것보다 더 좆같은 게 뭔지 알아? 바로 네 형제와 남매들이 처할 상황이다.”
따돌림이 시작 된다.
“네 동생 곁에서 친구들부터 사라질 거다. 그래, 여기까진 어떻게든 참고 견딜 수 있어. 인생은 혼자 사는 거라고 자위하면 되니까. 그런데 너도 알잖아. 그렇게 혼자 다니는 학생이 어떤 새끼들의 타깃이 되는지.”
학생의 눈이 크게 흔들린다.
“그래. 소위 힘 있고 성격 더러운 놈들에게 타깃이 되어 괴롭힘을 당하게 될 거다.”
급식을 먹는데 식판이 엎어지는 건 예사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폭행을 당할 거다.
“혼자 다니게 된 네 형제와 남매를 이용해 먹으려는 놈들도 달라붙겠지. 왜? 자존감이 떨어져서 이용하기 쉬우니까! 거기다 선생들도 네 형제와 남매를 돕지 않을 거다. 왜? 네가 범죄자니까!”
“마, 말도 안 돼요!”
코웃음을 친 종혁은 뒤의 칠판에 글자들을 적었다.
딱딱딱딱딱!
[범죄자의 가족 = 잠재적 범죄자]
“모두 잘 들어! 나도 이렇게 말하는 게 좃같지만, 정말 이러면 안되지만! 이게 사회가, 그리고 인간들이 암묵적으로 합의한 공식이다!”
가족 중에 범죄자가 있다고 해서 그 가족까지 범죄자 취급을 한다?
말도 안 되는 논리이고, 절대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실제로 범죄자를 가족으로 뒀단 이유 하나만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수없이 많았다.
종혁은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 학생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너희가 범죄자를 미화시킨 영화나 드라마, 미디어 같은 것을 보며 대가리에 어떤 똥을 채웠는지 모르겠지만 이게 진짜 현실이다! 너희들이 순간의 충동을 참지 못해 주먹이라도 휘두르는 순간, 너희 가족은 가족을 잘못 둔 죄로 지옥에 살아가게 되는 거다! 알아들어?!”
종혁은 씩씩거리며 멍청한 말을 지껄인 학생을 봤다.
“범죄자가 되고 싶어? 해. 안 말려. 네 인생 네가 좆되겠다는데 어떻게 말려? 그건 신이와도 못 말려. 대신 각오만 해. 네 가족을 지옥으로 밀어 넣을 각오!”
“…….”
고요해진 체육관.
종혁은 말 한마디 잘못한 죄로 눈총을 받게 된 학생을 외면하며 다른 학생들을 둘러봤다.
“애들아, 부탁한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되라고 말하는 게 아니야. 내가 FBI니까 FBI가 되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법만 지키자는 거야. 법, 그거 최소한이야. 사람이 살아가는 데 지켜야 할 최소한! 알았니?”
학생들은 처절하기까지 한 종혁의 부탁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다음에도 강연을 부탁할 수 있을까요?”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닌 강연.
하지만 그들도 선생이다. 학생들의 생각이 많아지고, 바뀐 것을 몰라볼 리가 없었다.
이런 충격 요법을 써서라도 아이들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게 바로 그들 선생이었다.
“하하. 일단 홍보부로 문의해 주세요. 그럼…….”
웃으며 돌아선 종혁은 진저리를 쳤다.
‘할까 보냐.’
이렇게 해서라도 범죄를 예방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이런 건 자신보다 더 호소력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맡는 게 나았다.
“최, 어렸을 때 스피치 과외 같은 거 받았어?”
“엥? 미국도 그런 게 있어요?”
“중상류층 이상은?”
“아아.”
그렇다면 인정이다.
인생에서 성공했다는 지표일 수 있는 중상류층의 계급. 이런 중상류층의 부모들은 모두 자신들의 부와 직업이 자식들에게 물려지길 원한다.
그래서 교육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거다.
그 이하의 계층은 그럴 돈이 없어서 힘들지만 말이다.
‘한국이나 여기나 이건 똑같나 보네.’
“다음은 어디죠?”
“다음? 어디 보자…… 아, 용커스네. 찰스 E 고튼 하이스쿨.”
꽃뱀 카라 허드가 마지막으로 사기를 친 곳이자, 코라 인베스트먼트에게 큰 사기를 당할 뻔한 애나 파커가 사는 용커스 시.
거기까지 떠올린 종혁은 묘한 기시감에 미간을 좁혔다.
‘저번부터 자꾸 뭐가 걸리는데…… 아, 도무지 뭔지 모르겠네.’
머리를 벅벅 긁은 종혁은 잡념을 털어내듯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그럼 그 찰스 E 고튼 다음에는요?”
“그다음? 어…… 어? 없네?”
휙!
종혁과 드롭의 시선이 벤의 수첩으로 향한다.
“없어. 없다고……! 더 이상 없다고! 최! 드롭!”
“우와악……!”
종혁과 드롭, 벤은 만세를 외쳤다.
지난 일주일 동안 뉴욕시에서부터 시작해 시계 방향으로 뉴욕주의 대도시들을 순회하며 한 강연.
그게 내일이면 끝이 나는 거다.
이제 드디어 다시 팀으로 복귀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 * *
다음 날, 새벽부터 일어나 용커스에 도착한 종혁과 벤, 드롭은 찰스 E 고튼 하이스쿨 근처의 다이너에서 늦은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이제 2시간이면 정말 끝난다 생각하니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그들.
아침에 먹는 팬케이크가 더욱 달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툭!
벤이 무슨 일인지 멍해 있는 종혁을 건드린다.
“어제부터 왜 그래?”
“예? 아뇨.”
“어제부터 계속 잠깐잠깐 멍해지던데. 왜? 순회 강연이 끝나서 아쉬운 거야?”
“절대 아닙니다.”
정색한 종혁은 팬케이크 두 장을 입안에 욱여넣으며 씹기 시작했지만, 이내 곧 다시 생각에 잠겼다.
‘아, 짜증 나네. 왜 이렇게 안 떠오르지?’
마치 뭘 까먹고 안 챙겼는데 뭘 안 챙겼는지 모를 답답함.
‘에이, 씨부럴. 몰라. 곧 떠오르겠지.’
촉이 외치고 있다.
올해에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고.
머리를 긁은 종혁은 금세 식사를 마치고 일어섰다.
후룩!
찰스 E 고튼 하이스쿨로 향하는 FBI SUV 안, 커피를 홀짝이던 벤이 갑자기 웃으며 운전대를 잡은 종혁을 본다.
“아, 맞아. 어제 홍보부에서 연락 왔었어.”
“연락이요? 아, 됐다고 해요.”
‘씨벌. 할까 보냐.’
혀를 찬 종혁은 앞으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미간을 좁혔다.
찰스 E 고튼 하이스쿨이 보일수록 점점 짙어져만 가는 기시감.
종혁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벅벅 긁으며 학교 안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자, 그럼 마지막이라고 방심하지 말자고.”
무슨 꼬투리를 잡혀 홍보부에 묶일지 모른다.
진지하게 다짐을 한 그들은 차에서 내렸다.
그 순간이었다.
꽈앙!
갑자기 불어온 바람 때문인지 폭탄이 터지듯 큰 소리를 내며 닫힌 문.
“웁스. 미안.”
종혁은 사과를 하는 드롭을 멍하니 쳐다봤다.
“……아.”
생각났다.
찰스 E 고튼 하이스쿨과 애나 파커, 아니 그녀의 아들인 조던 파커와 연관된 일이.
‘2010년, 뉴욕 하이스쿨 총기 난사 사건…….’
중학교 때부터 괴롭힘을 당한 한 소년이 학급 친구들을 총기로 난사한 사건.
사기를 당한 모친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하루아침에 고아가 되어 버린, 그런 와중에 괴롭힘이 더욱 심해지자 결국 참다못한 소년은 학우들을 총으로 쏴 죽여 버린다.
그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가 무려 31명.
‘그리고 그 범인의 이름이…….’
조던 E M 파커.
자살을 한 어머니와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이름을 미들 네임으로 쓴 효자 소년.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 자살을 한 소년.
‘씨발?’
종혁의 눈이 부릅떠졌다.
* * *
웅성웅성.
수업과 수업 사이의 쉬는 시간.
툭! 툭툭!
“킥킥!”
어깨를 치며 멀어지는 또래 소년들의 행동에 낯빛이 어두워진 조던이 한숨을 내쉬며 캐비닛으로 향한다.
이런저런 스티커나 장식 같은 걸로 예쁘게 꾸며진 다른 캐비닛들과 달리 목이 잘린 닭이나 우는 여자아이가 그려진 조던의 캐비닛.
입술을 깨문 조던이 캐비닛을 열어 다음 수업에 쓸 교과서를 꺼낸다.
쾅!
그때 갑자기 닫히는 캐비닛의 문.
“아악!”
손을 붙잡은 조던이 고통을 호소한다.
“웁스! 미안!”
미안한 감정이 조금도 담기지 않은 사과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던 조던이 그대로 굳는다.
“뭐? 사과했잖아?”
비실비실 웃는 덩치 좋은 백인 소년, 클라크.
그 주위에 몇 명의 아이들이 같이 웃으며 눈을 부라리자 조던의 고개는 땅바닥으로 향했다.
“아, 아냐.”
“아니긴. 왜? 저번처럼 아빠한테 이르려고? 아, 이젠 아빠가 없나?”
“푸하하하핫!”
“어우. 그만해. 쟤 울겠다.”
클라크 패거리의 웃음에 주위를 지나던 학생들도 피식 웃음을 터트린다.
그게 더 조던을 아득하게 만든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난 왜 화를 내지 못하는 걸까.
조던은 고개를 숙인 채 이 순간이 어서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 그의 마음을 눈치챈 것일까. 클라크가 조던에게 침을 뱉는다.
“겁쟁이 새끼.”
경멸이 가득 들어 있는 클라크의 눈.
“가자!”
“클라크, 오늘 학교 끝나고 뭐 할 거야?”
“아, 나 오늘 오후에 훈련 있어. 끝나면 다이너에 가자.”
“다이너 좋지!”
우르르 멀어지는 클라크 패거리.
부들부들 떨던 조던은 이내 입술을 깨물며 일어서 캐비닛을 닫는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조던은 분함을 삼키며 교실로 향했다.
그리고 시작된 수업 시간.
탕탕!
2분 늦게 들어온 담임 선생이 교탁을 두드린다.
“전달 사항이 있으니까 집중해. 자는 애들도 깨우고.”
조던도 담임을 빤히 응시한다.
“큼. 아까 아침엔 깜빡하고 전달하지 못했는데, 우리 학년이 다음 주에 2박 3일로 수학여행을 간다.”
순간 눈이 동그래지는 아이들.
조던도 마찬가지다.
“유인물은 이따가 학교 끝나고 나눠 줄 거지만, 수학여행 장소는 워싱턴이니까 그렇게들 알아. 그럼 수업 시작한다. 오늘 몇 페이지지?”
“64페이지요!”
“그래. 다들 책 펴.”
부스럭부스럭.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들이 울려 퍼지지만 쉬이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
그중엔 조던도 있었다.
‘수학여행…… 워싱턴…….’
백악관을 비롯해 펜타곤, 오벨리스크 등 볼 것이 많은 워싱턴 DC.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조던이 어깨를 들썩인다.
자신을 비릿하게 웃으며 지켜보는 클라크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