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34화>
“아, 안녕하세요.”
진명고 여자유도부의 주장이 쭈뼛쭈뼛 감독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래, 어서 와. 커피? 음료수?”
“아, 아뇨! 제가 할게요.”
“됐어. 괜찮아. 앉아.”
주장을 앉힌 종혁은 임세라가 근처 커피숍에서 사 온 차갑고 달달한 커피를 내왔다. 곧 마음을 진정시켜 줄 당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혼나러 온 거 아니잖아. 편히 앉아, 편히.”
이런 상담은 처음인 듯 딱딱하게 굳어 있던 주장은 어색하게 웃으며 애써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이름이 이수지 맞지? 체급은 66킬로그램이고?”
“네, 네.”
“성적이…….”
감독이 준비해 준 자료를 살핀 종혁이 혀를 찼다.
“최고 성적이 올해 시 대회 20위네.”
말이 20위지 이 정도면 본선에 겨우 진출한 수준이다.
“주력은 13초대고, 3대 운동이 260킬로그램. 균형 테스트는 1분대고, 학교 성적은……. 수지야, 아무리 운동을 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공부는 해야지.”
“아, 아니 그게…….”
“덧셈, 뺄셈은 할 줄 알지?”
“그건 할 줄 아는데요!”
발끈한 그녀의 모습에 종혁은 피식 웃었다.
“그래, 솔직히 사칙연산만 제대로 할 줄 알아도 살아가는 데 지장은 없지. 그래도 공부는 해야 돼.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널 위해서. 냉정하게 말해 줄까? 아니, 너도 알고 있겠지만 이 성적이면 너 절대 태릉 못 가.”
고등학교 때 국가대표가 되지 못한 운동선수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운동을 관두든지, 대학에 진학해 기회를 노리든지.
그렇게 대학에 진학을 하면 또 두 가지 길이 있다.
지도자 과정을 밟든지, 아니면 계속 태릉에 도전하든지.
“그건 알고 있어요…….”
왜 모르겠는가. 태릉선수촌은 시 대회 1위조차도 실력이 떨어지면 2군 선수로 남아야 하는 괴물들만 모인 곳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야 그래도 아직 기회가 있다고 열심히 부딪쳐 보았지만, 그럴수록 벽의 크기만 체감했다.
너무도 높고 거대하며 견고한 벽.
금속으로 만들어진 건지 흠집조차 나지 않는 그 벽에 이젠 거의 내려놓은 상태였다.
“그런데도 3학년까지 계속 운동을 하는 건 결국 체대에 가고 싶다는 거지?”
“네. 그런데…….”
“추천을 받아 갈 성적은 아니지.”
“……네.”
잔인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제아무리 평생을 바쳐 노력을 했다고 해도 성적을,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낙오하고 마는 곳이 바로 사회다.
“그럼 정시를…… 준비하고 있지 않구나.”
시험 성적이 2학년 때와 다를 게 없다.
밑에서 1, 2등. 처참했다.
“일단 주장으로서 해야 될 일은 다 끝내고 하려고요.”
주장으로서의 책임.
이수지는 그만둘 땐 그만두더라도 그 책임을 다하고 싶었다. 자신을 주장으로 임명시켜 준 감독님에게 은혜를 갚고, 자신을 믿고 따라 주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종혁은 그런 그녀의 마음이 기꺼우면서도 안타까웠다.
“흠. 그건 좀 안일한 생각 같은데…….”
“네?”
“전국에 너처럼 생각하는 애들이 있을까, 없을까?”
“있…… 겠죠? 있나요?”
“많지.”
보통 운동선수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 스스로 깨닫게 된다. 계속 운동을 해도 될지, 말아야 될지.
“벽이 높아 돌아섰으면서도 아직 운동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애들이, 또 일찌감치 본인의 한계를 깨닫고 지도자 코스를 밟으려고 노선을 튼 애들이 가장 처음에 하는 게 뭔지 알아?”
바로 공부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입에서 단내 나도록 구르며 단련이 된 인내심과 승부욕. 그걸 무기로 공부를 한다.
“아.”
“넌 그런 애들보다 2년은 늦은 거야.”
지금이 벌써 10월 말이다.
곧 11월. 지금부터 공부를 해서 정시를 노리기엔 이미 늦어 버렸다.
종혁은 애처롭게 눈빛이 흔들리는 그녀를 안쓰러워하며 다시 그녀의 프로필을 다시 훑었다.
그러다 뭔가를 발견하곤 재밌다는 듯 웃었다.
“흐음. 1학년 때부터 기량이 꾸준히 늘었네?”
“네? 어…… 그런가요?”
“운동선수가 자기 기량을 모르면 어떡해?”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 까진 없고……. 흐음. 그래도 이 정도면 대학은 가겠는데?”
“예?! 정말요?!”
“응. 아무래도 용인대나 한국체대 같은 높은 등급의 대학은 무리겠지만, 그 외 3등급 이하의 체육학과는 어찌어찌 갈 수 있겠다.”
“어, 어떻게요?”
“기량이 꾸준히 늘었잖아.”
종혁은 의아해하는 그녀를 보며 답답해했다.
그 폭이 작더라도 기량이 계속 늘어난다는 건 결국 이수지의 한계가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대기만성형. 느릴지라도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봐야 했다.
지도자라면 이걸 몰라볼 리가 없었다.
“가, 감독님은 그런 말씀 안 하셨는데…….”
‘에고.’
“하셨을 거야. 하지만 네가 마음이 급해서 한 귀로 흘린 거겠지.”
“그럴…… 까요? 그럼 저 대학에 갈 수 있는 거예요? 누구의 추천이 없어도?”
종혁은 눈을 빛냈다.
무심결에 나온 그녀의 속내.
이제 드디어 진짜 이야기를 할 때였다.
“맞아. 박상영 그 개새끼의 추천이 없어도 충분히 대학에 갈 수 있어.”
쿵!
종혁은 벌떡 일어나는 그녀를 서글피 바라봤다.
“어, 어떻게……. 아, 아니 전 무슨 말인지…….”
“괜찮아.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그놈은 이미 잡혔으니까.”
“……네?”
“미안하다. 그동안 많이 무서웠지?”
주륵.
지난 2년 동안 악몽에 시달렸던 피해자의 눈에서 후회와 아픔, 설움과 두려움이 흘러내렸다.
-대학에 가야지?
그 한마디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늪이었다.
“눈을 한 번만 딱 감으면…… 딱 감으면 가니까…….”
딸 하나 운동을 시키겠다고 열심히 뒷바라지해 오신 엄마.
어쩌다 메달을 땄을 때 누구보다 기뻐했던 아빠.
무려 12년이다.
일찍이 재능을 발견해 운동에 매진한 시간이.
부모님이 자신을 계속 응원해 주고 도와줬던 시간이.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실망시켜 드릴 수 없었다.
“그래서…… 그래서……!”
“괜찮아. 이제 끝났어. 이제 다 끝났어.”
“으아아아앙!”
아팠다. 너무 아팠다.
몸이, 마음이 모두 아파서 하염없이 울었다.
하지만 한 번이 아니었다. 한 번은 두 번이 됐고, 세 번이 됐고, 네 번이 됐다.
그 악마가 다른 상대를 찾기 전까지 악몽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악몽에서 깨어났어도 이수지는 박상영이 찍은 다른 상대를 도울 수가 없었다.
“그러면 대학에 못 가니까…… 못 가니까!”
“괜찮아. 괜찮아. 더 생각하지 않아도 돼.”
“흐어어어엉!”
이수지는 종혁의 품에 안겨 모든 아픔을 쏟아 내고 또 쏟아 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러 겨우 진정한 이수지가 얼굴을 붉히며 종혁의 품을 빠져나온다.
“죄, 죄송해요.”
“아니야. 자, 손수건. 에고, 예쁜 눈이 다 부었네.”
“킁!”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코를 푼 이수지는 아직 촉촉이 젖은 눈으로 종혁을 봤다.
“그, 그럼 코치님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아직도 코치님이다.
종혁은 아파 오는 가슴을 꾹 누르며 입을 열었다.
“원한다면 평생 안 보게 해 줄게.”
“저, 정말요?”
“그 정도 힘은 있거든, 내가.”
“가, 감사합니다.”
“감사를 받을 게 아니라 내가 미안하지.”
인성에 문제가 있는 지도자들을 쓸어버릴 생각만 했다면, 자정작용을 할 테니 맡겨만 달라는 신성일 감독의 말을 믿지 않았다면 이런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종혁은 그게 너무 후회되고 또 후회됐다.
“아, 아니에요. 지, 지금이라도…… 지금이라도…….”
“그래.”
씁쓸히 웃은 종혁은 이제 마지막 용무를 물어보기로 했다.
“수지야, 그 악마에게 또 당한 피해자들이 더 있는 거 알지?”
“네. 저희 유도부에도…….”
“알아. 누군지.”
이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 자신을 찾아온 것일 터.
“그런데 그놈에게 당한 사람이 더 있어. 유도부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너처럼 약점이 잡힌 소녀들이…….”
“네?!”
종혁은 경악하는 그녀를 간절히 바라봤다.
“혹시 그것에 관련해서 박상영이 뭔가 말하는 걸 들었거나 아는 거 있니?”
사소한 것이라도 알고 있기를.
피해자를 한시라도 빠르게 찾을 수 있기를.
종혁은 간절히 바라 보았다.
* * *
“감사합니다. 최종혁 선수, 아니 형사님!”
“하하. 아닙니다. 언제든 제가 필요하면 불러 주십시오.”
“아이고, 이거 오늘 너무 큰 걸 주셔서 술이라도 한잔 사 드려야 하는데!”
“그럼.”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돌아선 종혁이 주차장으로 향하며 담배를 문다.
“나도 줘.”
“……울었냐?”
“안 울었어. 아니, 안 울어.”
피해자 앞에서 경찰이 울면 안 된다.
피해자에게 있어 경찰은 최후의 보루이자 기댈 수 있는 기둥. 그런 경찰이 울면 피해자는 누구에게 위로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경찰대 시절 종혁이 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시울과 코끝이 너무 빨갛다.
찰칵! 치이익!
“후우우.”
둘의 입에서 담뱃불보다 더 뜨겁고 습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다 모르더라.”
이수지와 다른 피해 학생들이 아는 건 오직 진명고 여자유도부의 부원들뿐. 박상영의 컴퓨터에 있던 다른 피해자들에 대해 알지는 못했다.
이런저런 방향으로 물어봤는데도 말이다.
“개새끼들. 씹어 먹을 새끼들.”
화가 난다. 박상영처럼 어떤 약점을 잡아 유린하고 짓뭉갰을 놈들에게.
박상영보다 더한 악몽을 꾸게 했을 놈들에게.
“개씨발 좆같은 새끼들아-!”
“그래. 그리고 그렇게 어리고 불쌍한 피해자들을 안동호 검사는 외면하려는 거지.”
고작 누군가의 부탁에 의해.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검사란 놈이.
“그 개새끼……. 야, 이거 가만두고 볼 거야?! 특별범죄수사대는 다르다면서!”
“오, 그래서 후회돼?”
“야!”
“걱정 마라.”
“뭘 어떻게 하려고!”
안동호 검사가 영장은 안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학생 개개인에게 접근해 양해를 구하는 방법밖에 없을 터.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해서 소문이 돌면 증거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거다.
첫 접촉 후 길어야 두세 시간. 그 안에 2학년 전체 학생의 핸드폰을 살펴야 했는데, 종혁이 아무리 돈이 많고 능력이 좋아도 그건 불가능했다.
“그건 네 상식이고.”
“뭐?”
“따라오기나 해. 특수대의 수사가 뭔지 보여 줄 테니까.”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은 종혁은 담배를 던지며 진명고의 교무실로 향했다.
“어쩌려고 그러는데! 야! 야! 에이씨!”
임세라는 다급히 종혁의 뒤를 쫓았다.
* * *
끼이익!
아침 8시 20분. 진명고 근처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멈춰 서자 학생들이 우르르 뛰어내린다.
“으악! 늦었다!”
“뛰어! 뛰어!”
오늘은 진명고 학생들이 싫어하는 선생님 순위 중 2위에 랭크가 된 헤이아치가 교문을 지키는 날.
그걸 깜빡하고 늦잠을 잔 학생들은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달릴 수밖에 없었다.
덥수룩한 헤어스타일에 안경을 낀 순하게 생긴 남학생도 마찬가지였다.
“빨리빨리 안 와?! 인사, 이 새끼들아! 인사!”
“안녕하세요!”
“그래. 얼른 얼른 들어가! 잠깐. 너 머리 꼴이 그게 뭐야? 옆으로 서!”
“악! 선생님!”
“1분 전! 야, 선도부. 8시 30분 땡 치면 무조건 교문 닫아.”
“예!”
살벌한 말들이 오가는 교문을 지난 남학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과 함께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등 뒤로 교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아악!”
“저 안 늦었어요! 열어 주세요!”
“시끄러워! 니들 다 벌점이니까 옆문으로 들어와!”
마치 게임 속 좀비 떼처럼 닫힌 교문을 붙잡고 발광을 하는 아이들과 데스노트를 꺼내 드는 헤이아치.
“와 씨. 황천 갈 뻔했네.”
안 그래도 아슬아슬한 점수. 조금만 삐끗하면 학생주임실이라는 악마의 배 속으로 끌려간다.
심장이 출렁거린 가슴을 쓸어내린 남학생은 그 잠깐 뛰었다고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는 땀을 닦으며 교실로 향했다.
드르륵!
“까비! 저 새끼 학주실 가나 했는데!”
“저건 운이 좋은 거야, 아니면 일부러 저러는 거야?”
“꺼져.”
친구들의 격한 환대에 남학생은 중지를 치켜들며 자리에 앉았고, 남학생의 친구들은 그의 자리로 향했다.
“왜 이렇게 늦은 거야?”
“아씨. 몰라. 엄마가 늦게 깨워 줬어.”
그것뿐인가. 버스도 늦게 왔고, 오는 중 신호란 신호는 다 걸렸다.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 때마다 똥줄이 타는 줄 알았다.
“오늘 나 건드리지 마라. 예민하다.”
“오우! 그러셨어요?”
“크크크. 지랄.”
킬킬 웃던 그들은 순간 주위 눈치를 보더니 슬그머니 목소리를 낮췄다.
“야, 가져왔냐?”
그 말에 순간 번뜩이는 남학생의 눈빛.
남학생은 비릿하게 뒤튼 입술을 달싹였다.
“이따가 점심시간 때.”
“……오케이.”
“아, 씨. 점심까지 어떻게 견디…….”
드르륵! 쾅!
큰 소리를 내며 열리는 앞문에 시선을 돌렸던 학생들은 기겁하며 본인의 자리로 몸을 날린다.
우당탕!
“어휴. 그래. 아침부터 공부할 거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지. 창가 쪽 커튼 열고! 거기 불 켜고! 니들이 뭔 어둠의 자식들이냐?”
“크크크.”
“샘! 아침 조회 시간 되려면 멀었는데요!”
“시끄러워!”
웅성거리던 학생들을 단숨에 조용히 시킨 이 반의 담임은 어리둥절해하는 학생들을 보며 입술을 비죽였다.
“어디 보자. 안 온 사람 없지?”
“…….”
“그래. 다 왔고. 크흠. 다음 달에 모의고사인 건 다들 알지?”
“네!”
올해 마지막인 모의고사. 2학년 마지막 모의고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굉장히 중요한 시험이다.
“다들 시험 준비는 잘하고 있냐?”
“…….”
“에라이. 너희가 그러면 그렇지. 그래서!”
아이들의 이목을 끌어모으는 와중에도 꿈틀거리던 입술이 결국 환하게 웃는다.
“우리 선생님들이 너희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
“……아!”
“자, 잠깐! 에이! 아니죠?”
시험에서 이어지는 선물이라는 단어와 조롱을 한가득 담은 담임의 미소.
거대한 불길함이 학생들을 덮친다.
그러나 담임의 미소는 줄어들기는커녕 더 밝아진다.
“다들 대선학원에 대해 알 거다! 교장선생님께서 특별히! 모든 인맥을 동원하셔서 모의고사 예측 시험지를 구해 오셨으니까 다들 9시부터 시험 치를 준비해! 핸드폰들 다 가져오고!”
“아악!”
“왜! 왜-!”
“이건 꿈이야! 꿈일 거야!”
학생들뿐만 아니라 남학생도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아아!
절망과 한탄이 울려 퍼지는 진명고.
아이들의 핸드폰이 담긴 바구니를 든 선생들이 학생주임실로 향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문 앞에서 맞이하는 학생주임 선생.
머리가 많이 벗겨져 헤이아치라 불리는 그가 웃으며 바구니를 받아 든다.
“아이고, 이 선생. 수고했어요. 어서 가 봐요.”
“저, 그런데 애들 핸드폰은 왜…….”
“이 선생, 학생들을 위한 일이라는 것만 알아 둬요. 아까 교장선생님께서 말하신 대로 오늘 시험 끝나면 전교생에게 피자랑 치킨 쏘신다는 말씀 들었죠?”
앞으로 진명고의 여러 부분이 바뀌게 될 거다.
“으음. 예. 여기 있습니다.”
“여기에 놔두세요.”
급식실에서 급히 공수해 온 카트 위에 바구니를 올린 선생들은 썩 내키지 않는 얼굴로 돌아섰고, 그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자 주변을 둘러본 학생주임은 얼른 카트를 밀며 학생주임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드르륵!
“모두 수거해 왔습니다, 형사님.”
안에 앉은 종혁은 카트에 한가득 쌓인 핸드폰을 보며 몸을 일으켰고, 이런 수사는 처음 본 임세라는 입을 떡 벌렸다.
“수고하셨습니다.”
종혁은 특별범죄수사대와 특별범죄수사대가 아닌 다른 부서의 경찰들을 향해, 저마다 온갖 기기를 앞에 둔 그들을 보며 씩 웃었다.
“포렌식팀?”
본청의 자랑, 디지털 포렌식팀.
“예, 대장님.”
“시작합시다.”
그들을 보는 종혁의 눈빛이 번들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