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60화 (560/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60화>

“최종혁이 오늘 출근을 했답니다.”

쿵!

비서의 말에 책상을 후려친 박 상무가 몸을 부들부들 떤다.

최종혁 제거 계획은 그 기획부터 실패였다.

‘설마 그렇게까지 분노할 줄이야…….’

종혁이 당한 이후 CIA와 SVR이 미쳐 날뛰었다.

국정원과 공조를 한 두 기관은 의심 가는 놈들을 죄다 잡아들였고, 그로 인해 회사가 입은 피해가 엄청났다. 금전적으로든 인적으로든.

프로젝트들을 중단하면서 발생한 손해는 뒤로하더라도 경찰과 검찰, 국정원에 심어져 있던 라인들 태반이 날아가 버린 게 가장 뼈아팠다.

‘개 같은 놈들! 뒷방으로 물러났으면 그저 손주 재롱이나 볼 것이지…….’

경찰 내부 청소에 앞장선 최기룡과 이택문.

이런 둘을 제거하거나 CIA, SVR을 내쫓기 위해 인맥을 움직였다가는 몸통을 떼어 내면서까지 겨우 보존한 회사가 다시 드러날 위험이 있는지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이 일의 원인인 최종혁이 무사히 출근을 했다.

“어떡합니까?”

“어떡하긴! 그냥 지켜봐!”

여기서 종혁을 다시 제거하려 든다?

성공 여부는 뒤로하더라도 그땐 모든 수사기관뿐만 눈을 뒤집으며 달려들 거다.

그건 어떻게든 피해야 했다.

“아직 경찰에 끈이 남아 있습니다만…….”

어떻게 할 순 없어도 종혁의 앞길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멈칫!

“……그래. 그거라도 해야겠지.”

그래야 이 들끓는 분노가 조금이라도 가라앉을 테니 말이다.

“계획서 짜서 올리라고 해.”

“예.”

손을 저어 비서를 내보낸 박 상무는 담배를 물었다.

“일단은 지켜본다, 최종혁. 그리고 조희구…….”

종혁이 다치자마자 중국 지부의 안가들을 덮친 CIA와 SVR. 정황상 조희구를 족쳐서 위치를 알아낸 것이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CIA와 SVR이 중국 정부의 협조 아래 자신들의 동선을 추적한 것일지도 몰랐다.

‘어쨌든 조희구는 죽여야겠지.’

설령 조희구가 정보를 누설한 게 아니더라도 그를 죽인다는 결정엔 변함이 없었다.

결국 놈 때문에 중국 지부뿐만 아니라, 본사까지 드러나게 된 것 아니겠는가.

그는 이를 뿌득뿌득 갈며 생각에 잠겼다.

*   *   *

홍보부에서 전해져 온 소식에 장희락은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하루 만에 부서를 장악했다라…….”

“3시간 만에 장악했다고 합니다.”

어디 그뿐인가. 부서 체계까지 싹 엎어 버리다 못해 장희락 자신의 라인에 있는 중간 간부들을 휘어잡았다.

어이가 없다 못해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괘씸하네.’

그러나 이건 큰 문제가 안 된다.

홍보부에 있는 부하들 속이 말이 아닐 테지만, 지금 필요한 건 어디까지나 장희락 자신이 돋보일 치적이었다.

“성범죄자 감시 시스템 다음엔 연예계…….”

장희락의 입술이 바싹 마른다.

“이거 되겠어? 감당 가능하겠어?”

법무부에 이어 언론과 밀접한 연예계까지 적으로 돌리는 일이다. 물론 법무부야 금세 화해를 할 테지만, 그래도 그 안에 쏟아질 언론의 폭격을 떠올리니 장희락은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또 법무부와 어떻게 밀고 당기기를 할지도 골치가 아프다.

“지금이라도 부를까요?”

나형재 경무관의 말에 장희락은 그러라고 하려다가 멈칫했다.

“……끄응. 아냐. 일단 지켜봐.”

최기룡이 말하길 믿고 맡기면 좋은 결과로 돌아온다고 했다. 종혁이 짠 계획이 미덥지 못하더라도 일단 믿어 줘야 했다.

거기다 앞으로의 비전이나 부하 직원들을 휘어잡는 능력 또한 썩 훌륭하지 않던가.

“최 총경, 지금 뭐하지? 일단 운을 뗄 만한 사건이 있는지 조사해 보라고 할까?”

“아, 그 부분은…….”

종혁이 정리해 준 부분에 있다.

나형재가 자신만만하게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기획조정관과 경무인사조정관이 오셨습니다.”

“……쯧. 들어오라고 해.”

종혁이 제안한 성범죄 감시 시스템을 위해선 새로운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 요직이라고 할 부서를 새로 만드는 거다.

이걸 달리 말하면 최기룡 파벌 안에 있는 자신 파벌의 인사를 그런 요직에 앉힐 수 있단 소리고, 잘하면 고위 간부가 되기 위해선 무조건 거쳐야 할 부서로 만들 수도 있단 소리다.

그런 요직을 자신이 쥔다?

당연히 기쁘면서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아니, 일단 이걸 뒤로하더라도 법무부와 부딪치려면 체계부터 다 구축해 놓아야 했다.

‘혹시라도 반란으로 비춰지면 곤란하니 수면 아래서 구축해 놔야겠지.’

그런 다음 트리거가 당겨지면 그때 단숨에 몰아쳐야 한다. 그래야 우위에 설 수 있다.

거기다 법무부를 정신없이 만들 총알로 어떤 걸 써야 할지에 대해 의견을 나눠봐야 했다.

장희락은 그런 중요한 일을 해 줄 최측근 둘이 도착했다는 소리에 불안감을 잠시 가슴 한구석에 밀어 둘 수밖에 없었다.

*   *   *

종혁이 부임을 하자마자 부서를 뒤엎어 그날 저녁, 서울의 한 고급 일식집.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의 장동수를 제외한 홍보부 팀장들이 한데 모여 종혁을 성토한다.

“아니, 어린놈이 말이야!”

“이게 말이 됩니까?! 갑자기 부서 통폐합이라니요!”

느닷없는 날벼락에 화가 난 그들.

“그리고 막말로 업무 파악을 못한 게 어디 저희 잘못입니까?!”

모두 전임자들의 목이 순식간에 날아가서다. 그래서 인수인계가 이뤄지지 않은 게 어떻게 자신들의 잘못이란 말인가.

“그런데 막말하고 쥐어짜고! 에이, 씨! 더러워서 못해먹겠네!”

텅!

술잔을 거칠게 내려놓은 한 팀장의 옆구리를 다른 팀장이 찌르며 김덕출을 본다. 그나마 자신들은 그동안 했던 업무라도 이어 갈 수 있지만, 김덕출은 현장을 뛰어야 한다.

종혁은 김덕출이 맡을 일이 홍보부의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거라고 말했지만…….

“그, 괜찮으십니까?”

“응? 뭐가? 아, 으응. 뭐 어쩔 수 있겠어? 부서장이 까라는데 까야지.”

초탈한 웃음을 짓던 김덕출은 한숨을 내뱉었고, 그에 팀장들은 울컥했다. 그동안 부서장이 없는데도 홍보부가 버틸 수 있었던 게 누구 덕분이던가. 모두 김덕출 덕분이다.

김덕출이 허드렛일을 도맡아 해 주고, 팀장들을 다독여 줬기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이거 직권 남용 아닙니까?”

“맞습니다! 사무직한테 현장으로 가라뇨! 그러다 다치면 어쩌려고!”

그들이 알기로 김덕출이 마지막으로 현장에 나갔던 게 무려 12년 전.

그런 그에게 느닷없이 현장을, 그것도 조폭과의 커넥션이 만연해 있는 연예계 현장 수사를 맡으라는 건 칼 맞으라는 소리밖에 안 됐다.

“아무리 기세를 잡으려 한다지만!”

“이거 청장님께 말씀드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대변인님께선 뭐라고 하십니까?!”

“자자, 진정하라고.”

“김 팀장님!”

“초장부터 새로 온 부서장에게 대거리하는 것도 보기 안 좋아.”

“하, 하지만……!”

“대변인님도 일단 지켜보라고 하셨고.”

“예에?!”

깜짝 놀라는 그들의 모습에 김덕출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나형재에게 곧바로 보고를 올렸지만, 그는 일단 참고 있으라고 했다.

그가 그런 반응을 보였다는 건, 장희락 또한 같은 의견이라는 의미.

여기서 대거리를 한다는 건 장희락의 뜻을 거스르게 된 것이나 다름없었고, 오히려 자신들의 목을 옥죌 수도 있었다.

“거기다 알고 보니 최 총경, 최기룡 전 청장님 인척이더라고.”

“헉!”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들 그 나이에 어떻게 총경까지 올랐나 싶었는데, 결국 혈연 때문이었다.

최기룡은 그들 파벌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 중간직에 불과한 그들로서는 감히 쳐다도 볼 수 없는 존재가 비호를 하고 있는 거다.

“그러니까 당분간은 따라 주자.”

“하지만…….”

“그래야 실수를 했을 때 우리라도 목숨을 건지지.”

종혁은 누가 봐도 독선적이다. 그러니 실패를 한다면 그 책임도 무거울 수밖에 없을 터.

반면 자신들을 그저 따른 것밖에 없으니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때가 기회다.

“호오?”

놀란 그들은 이내 음흉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고, 김덕출은 역시 김 팀장이라며 자신을 향해 신뢰의 눈빛을 보내는 그들의 모습에 속으로 입술을 비틀었다.

“우리 그때까지 잘 따라 주자.”

‘일단은 따라 주는데…….’

언제까진 따라 주지 않을 거다.

그들은 그렇게 음흉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

발걸음도 가볍게 홍보부로 출근을 한 그들은 귀를 때리는 서늘한 음성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흐음. 재밌네. 어디의 누구시라고요?”

입가는 웃고 있지만, 눈을 결코 웃지 않는 종혁.

그들은 어떻게 된 거냐며 먼저 출근한 팀원들을 봤지만, 그들은 하얗게 질린 채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아아, 드럼 엔터…… 알겠습니다. 생각해 보죠. 예, 예.”

전화를 끊은 종혁은 얼어붙어 있는 그들을 보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함께 출근하십니다?”

“크흠. 앞에서 만났습니다.”

“그래요? 아, 박 팀장.”

“경사 박동구.”

얼른 일어선 박동구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묻는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별거 아냐. 어떤 훌륭한 엔터 사업가께서 식사라도 한 끼 하자더라고. 경찰 홍보대사로 추천하고 싶은 인물이 있다고.”

개인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는지 어제부터 이런 연락들이 와서 골치가 아플 지경이다.

“미친…….”

“에이, 열심히 일하시는 분께 그렇게 말하면 쓰나. 아무튼 이것 좀 확인해 봐.”

종혁은 앞에 놔둔 서류를 내밀었다.

[경찰 인적 쇄신을 위한 홍보 방안]

“어제 인사담당관님 만나서 이야기 나눈 거니까 살펴보고 고칠 점 있으면 말하도록 해.”

현재 인원수가 많이 부족해진 경찰.

새로운 피를 수혈하고,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진급을 하지 못했던 성실한 경찰들을 끌어올려 인적 쇄신을 하여 믿을 수 있는 경찰이 되겠다는 내용의 서류였다.

장희락 경찰청장이 취임을 하자마자 발표한 내용인데, 그 후속 보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작성해 본 거다.

“예. 알겠습니다.”

“이거 여론 조사 관리팀이 보조해 주시고……. 김 팀장님, 전자발찌 미착용한 성범죄자들 조사는 시작했습니까?”

감시 시스템뿐만 아니라 전자발찌 자체에도 문제점이 많던 이 시기, 전자발찌를 풀어내고 사회를 활보하는 성범죄자들이 있었다.

전자발찌를 절단했음에도 경보음이 울리지 않거나, 절단하지도 않고도 전자발찌를 풀어내는 등 전자발찌의 허술한 점을 어떻게든 파고들어 문제를 일으킨 놈들.

종혁은 새로이 감시 시스템이 개편되기 전에 그들이 또다시 범죄를 일으키기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사 명령을 내렸었다.

“그, 그런데 정말 그런 놈들이 있겠습니까?”

“몇 놈 아는데 알려 드려요?”

“죄, 죄송합니다! 서둘러 명단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종혁은 다시 박동수를 봤다.

“10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경찰 포스터 대회를 열거니까 그거 기획해서 올려.”

“요샌 포스터 같은 거 잘 안 합니다만……. 생활안전국에서도 협조를 안 해 줄 거고요.”

아동청소년에 관한 업무는 생활안전국 담당.

“곧 폭풍이 몰아칠 건데 너무 때리기만 하면 안 좋잖아.”

앞으로 벌어질 사태들로 바짝 긴장하고 달아오를 한국. 경찰이 무섭기만 한 조직이 아니라는 걸 보여 줘야 했다.

“아!”

“아무튼 사후 이미지 관리까지 신경 써야 하니까 일단 기획서부터 올려. 생안국 국장님께는 내가 양해 구할게. 한 시간이면 충분하지?”

“끅! 알겠습니다!”

“오케이. 그런 의미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경찰 홍보도 너희 팀 소관이지?”

“그건 콘텐츠 총괄팀 업무입니다.”

“그래? 콘텐츠 총괄팀장님? 각 지방청 및 지방서 경찰 홍보 현황에 대해 정리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경찰 홍보 영상은 콘텐츠 총괄 팀 영역.

“어, 어느 정도 정리해 놓은 게 있습니다! 일단 그거라도 드릴까요?”

‘오?’

역시 잡고 흔드니 일을 해 주고 있다.

“일단 그거라도 줘 보세요.”

잠시만 기다려 달라 외친 유형준 경감은 얼른 자료를 정리해 종혁에게 넘겼다.

“……호오.”

종혁은 재밌다는 듯 웃었다.

‘제법 해 주시는 분들이 많으시네.’

조직이 혼란스럽다고 해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경찰들이 이렇게나 많다.

그중엔 종혁의 마음에 쏙 드는 기획도 있었다.

“여기 대전의 서부서. 여긴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한 경찰 홍보와 안전 교육을 한다고 하는데, 기획서 첨부됐나요?”

“아, 알아보겠습니다!”

“오전 11시까지 제 책상에 올려놔 주시고, 박 팀장?”

“경사 박동수.”

“홍보단 준비해 놔. 참관을 해야 될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콘텐츠 총괄팀장님도 촬영 준비해 주시고요.”

“예!”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몸을 일으켰다.

“그럼 전 생안국 국장님을 만나러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예, 국장님. 그동안 잘 계셨죠? 저 최종혁 총경입니다. 에이, 늦었긴요. 축하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어딘데요. 그보다 어디십니까? 모닝커피는 하셨습니까?”

종혁은 그렇게 통화를 하며 밖으로 나갔고, 팀장들은 아침부터 몰아친 태풍에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 앉았다.

*   *   *

날이 슬슬 더워지는 6월 중순, 대전의 서부경찰서 생활안전계.

오늘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범죄 예방 캠페인을 벌여야 하기에 시끄러워야 할 생활안전계가 무슨 일인지 조용하다.

무엇 때문에 긴장을 한 건지 일을 해도 숨을 죽이며 하는 그들.

“오, 오셨습니다!”

뚜벅뚜벅!

생활안전계로 일단의 무리가, 종혁이 들어오자 계장이 몸을 일으킨다.

“어이구. 안녕하십니까, 생안계장 오정재입니다.”

“본청 홍보부의 부서장을 맡고 있는 최종혁 총경입니다.”

스스럼없이 먼저 악수를 청했던 계장은 깜짝 놀란다.

“부장…… 님께서 직접 오신 겁니까?”

‘아니, 이 나이에 총경이라고?’

총경이면 자신들 대전 서부서의 서장님과 같은 계급.

아무리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지만 어려도 너무 어렸다.

“하하. 다른 직원들은 다 바빠서 그렇게 됐습니다. 아, 이쪽은 경찰 홍보단의 단원들이고, 이쪽은 오늘 홍보물을 촬영할 컨텐츠 총괄팀의 팀원들입니다.”

“충성!”

“교육과 캠페인을 하시는 데 방해하지 않을 테니 없는 사람들이라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이구, 예예. 이쪽으로 오시죠.”

그는 인형옷 따위를 점검하고 있는 경찰들에게 안내했다.

“포돌이랑 포순이네요.”

언제 봐도 기분이 좋은 경찰 마스코트 포돌이와 포순이.

이 동글동글한 외형이 자칫 위협적일 수 있는 경찰의 이미지를 순화시키는 데 큰 활약을 해 주었다.

그런데 포돌이와 포순이를 보던 종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데 문장과 근무복이 옛날 거네요?”

경찰모에 박힌 문장이, 2006년 경찰 60주년을 맞아 개정이 된 참수리 문장과 연회색 근무복이 아니다.

거기다 묘하게 꼬질꼬질한 인형옷.

“그, 그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 예산이 안 내려와서…….”

“죄송합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홍보부의 일이 아닌걸요.”

욕을 한다면 문장과 근무복이 바뀌었음에도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본청 생활안전국을 욕해야 했다.

“그 부분은 본청에 복귀하면 상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일단…….”

따악!

종혁이 손가락을 튕기자 맨 뒤에 있던 경찰이 달려 나오며 들고 있던 커다란 짐을 푼다.

“저희 홍보부에서 준비한 새 포돌이와 포순이를 써 주시죠.”

새것의 새하얀 자태.

경찰모에 떡하니 박힌 참수리 문장과 연회색 근무복에 캠페인을 준비하던 생활안전계 경찰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고, 종혁은 그런 그들을 보며 씩 웃었다.

‘빈틈없이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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