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85화 (585/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85화>

117. 불과 사랑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대체 어디서 들통이 난 걸까.

“혀, 형. 우리 괜찮겠지?”

“걱정 마. 어차피 길어야 몇 년이야.”

살인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병원에 입원시킨 것도 아니지 않은가.

거기다 묘하게 사기 범죄에 대해선 관대한 대한민국. 몇 년 정도 살다가 다시 나가도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다.

문제는 정말 왜 잡혔냐는 거다.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알 수가 없던 장호영과 김승정은 구치소에 있는 세 명을 발견하곤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니들이 여기 왜 있냐.”

상준식을 찾아 달라 의뢰를 부탁했던 조폭들. 혹여 노출이 될까 얼굴만 알아본 후에 전화로 의뢰를 맡겼던 놈들.

거기다 그렇게 찾았던 상준식까지 한 구석에서 대가리를 박고 있다.

“사, 사장님?! 실장님도?!”

조폭들은 갑자기 자신들의 방에 들어오자마자 이상한 말을 지껄이는 장호영의 모습에 의아해하다 상준식의 외침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따, 그 형사님 진짜 대단하구마잉. 아무리 구치소라지만 어뜨케 요로코롬 싹 다 한방에 넣을 수 있을까잉. 반갑소, 박철성이여. 이렇게 면상 보고 이야기하는 건 처음이제?”

장호영은 박철성이 내미는 손에 얼떨떨해하며 마주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이었다.

뻐어억! 쿵!

“끄악?!”

얼굴을 얻어맞는 순간 발목이 걷어차여 넘어진 장호영.

“저 쉬키는 니들이 알아서 혀야.”

“예, 형님!”

“씨, 씨발! 뭐야!”

“아가리부터 막고. 아무리 간수님이 봐주신다고 해도 동네 시끄럽게 하믄 되겄냐.”

“예, 형님!”

그 외침이 끝남과 동시에 김승정의 전신에 모포가 씌워졌고, 박철성은 벌떡 일어나 달려드는 장호영을 향해 씩 웃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컥!”

콰득!

“꺼억! 꺽!

갈비뼈에 틀어박힌 주먹에 다시 무너지는 장호영. 그의 뒤통수로 박철성의 주먹이 내려찍어진다.

뻐어억!

“아악!”

“그 형사님이 그러더라고. 이 나라가 사기 공화국인 건 맞는디, 닌 어차피 최고 형량에 가중 처벌잉께 쓸데없는 생각 말라고.”

“……?!”

“알아들었제? 그럼 날 구치소에 수감되게 만든 죗값은 치러야제? 이 꽉 깨물어라잉. 혀 잘려야.”

진짜 조폭의 무자비한 주먹이 장호영과 김승정의 전신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둘의 앞날에 지옥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 * *

평일의 한적한 방송국.

경비실에 앉은 앳된 외모의 경비원이 하품을 한다.

“하아암.”

“생각과 다르지?”

“죄, 죄송합니다!”

하얗게 질려 옆에 앉아 조용히 밖을 보는 육십대 경비원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어린 경비원.

퇴직을 앞둔 늙은 경비원은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손을 저었다.

“아침잠이 많을 나이지. 내 자식들도 그랬어.”

“아하하.”

“그래도 이쪽 입구를 맡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

별관 쪽 입구는 주말마다 난리가 난다. 주말마다 아이돌을 만나러 오는 팬들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몰려올 때면 이곳 정문 또한 날을 바짝 세워야 한다. 이쪽을 통해 별관으로 넘어가려는 이들도 있었으니까.

“그, 그런가요?”

“그럼. 그때 한 명이라도 통과시켜서 사고 터지잖아?”

늙은 경비원은 목 앞에서 손날을 흔들었고, 어린 경비원은 마른침을 삼켰다.

“당연히 평상시에도 긴장을 놓으면 안 되고.”

방송국 사장부터 시작해 연예인들까지 출입하는 정문이다. 자칫 아무나 막아섰다가는 그 자리에서 목이 날아간다고 봐야 했다.

“그, 그럼 어떡해요?”

“잘 외워야지.”

방송국 임원들 차부터 잘나가는 연예인들 차량까지 전부 머리에 집어넣고 일에 임해야 했다.

“그래도 구분하기는 쉬워.”

“어? 그래요?”

“그럼. 임원들은 대부분 세단이고, PD나 감독, 작가 양반들 차는 운전석에 앉은 사람만 봐도 태가 나.”

다크서클이 볼까지 내려온 반시체. 아무리 아침에 때를 빼고 광을 내도 그 특유의 분위기는 어쩔 수가 없다.

“연예인들은 밴이나 승합차고요?”

“그렇지!”

“그럼 저런 차는요?”

“응?”

과르릉!

굉음을 내며 정문으로 머리를 트는 부가티 베이론 그랜드 스포츠를 발견한 늙은 경비원은 흐뭇이 웃으며 경비실을 나와 바리케이드를 손수 열어 주었다.

“근무 중 이상 무! 충성!”

“예. 수고하십시오.”

과르릉!

늙은 경비원은 부가티의 뒤를 따르는 하얀색 스타렉스들에게까지 경례를 했다.

“아이고, 오늘 퇴직하는 줄 알았네.”

“아, 아저씨?”

늙은 경비원은 어린 경비원을 향해 엄한 표정을 지었다.

“다정아, 방금 같은 차는 무조건 통과시켜라.”

“왜, 왜요?”

“방송국 사장보다 더 무서운 분들이거든.”

부자, 재벌.

이 방송국의 사장을 버선발로 마중을 나오게 만드는 존재들.

“정년 퇴임하고 싶으면 내 말 꼭 명심해. 알았지?”

“아.”

어린 경비원은 멀어지는 밴들을 보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그런데 대한민국 경찰청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경찰과 부자. 과연 이 두 가지가 함께 성립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어린 경비원은 심각하게 생각해 보았다.

한편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내린 종혁은 빈 라인에 주차를 하는 홍보단 차량을 보며 턱을 긁적였다.

“흠, 바꿀 때가 됐나?”

주위에 세워진 신식 밴들을 보니 홍보단 차량이 약간 구리게 느껴진다.

“참으십쇼. 그러다 국민들에게 욕먹습니다.”

“올. 이젠 그런 것도 알아?”

입술을 꿈틀거린 최재수는 고개를 돌렸고, 키득키득 웃은 종혁은 홍보단을 이끌며 다가오는 김덕출 팀장을 응시했다.

‘흠. 그렇지 않아도 이 양반에게 업무를 맡기긴 해야 되는데…….’

업무 전체가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에 이관이 되면서 허공에 붕 떠 버린 미디어 관리팀.

오늘도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의 업무가 너무 많았기에 김덕출 팀장이 박동수 팀장을 대신해 경찰 홍보단을 이끌기로 한 것이다.

“김 팀장님.”

“예, 부장님.”

“앞으로 방송국과 연예계는 미디어 관리팀이 맡으세요.”

“……예?”

“다시 업무 가져가시라고요.”

드라마, 영화, 예능 등과 협력하며 경찰의 이미지를 깎아 먹지 않게 만드는 걸 전문으로 하는 부서, 미디어 관리팀.

“그리고 팀장님 재량에 따라 수사 허락합니다. 그에 따른 권한은 청장님께 허락받을 테니까 맘대로 해 봐요.”

“부, 부장님!”

이 말의 뜻이 뭐겠는가.

방송가와 연예계가 수틀리게 굴면 언제든 수사를 해 버리라는 뜻이다. 경찰의 이미지를 위해 칼을 든 강도가 되라는 뜻.

이전보다 권한이 훨씬 늘어난다고 봐야 했다.

“가,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그거야 당신이 날 완전히 따르기로 한 것 같으니까 그렇지.’

이번 단체 여행을 기점으로 김덕출의 표정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젠 누군가를 질투하고 시기해서 업무를 망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싫으면 계속 박 팀장이 맡도록 하고요.”

“아, 아닙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대신 업무가 어려울 것이 예상되는 만큼 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겁니다.”

“예!”

종혁은 뒤이어 홍보단장을 돌아봤다.

“홍보단장님.”

“예!”

“홍보단은 경찰 홍보팀으로 부서명을 바꿉니다. 앞으로도 경찰 홍보팀 업무는 단장님, 아니 팀장님이 맡도록 하세요.”

정확히는 경찰 홍보팀을 새로 신설하고 그 산하에 홍보단을 두는 거다.

“그래도 일에 대해 배워야 하니까 내년 상반기 인사이동 때까지는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 산하에서 머무시며 업무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하시고요.”

“추, 충성!”

“그럼 부서 개편은 얼추 마무리된 것 같으니까…….”

부서원들을 둘러본 종혁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갑시다.”

“옙!”

그렇게 다부진 표정의 경찰들이 방송국 로비에 나타나자, 몇 달 전 악몽을 떠올린 방송국 관계자들이 뒤집어졌다.

* * *

“종핵아!”

“형님!”

예능국에 도착하니 장호돈이 버선발로 마중을 나와 종혁을 반긴다.

“뭐예요. 형님이 왜 여기 계세요? 안 바쁘세요?”

“그래도 내가 불렀다 아이가. 이기 맞는 기다. 아, 이쪽은 피디님.”

“아, 안녕하십니까! 강한 심장의 피디 김승혁입니다.”

‘아, 강한 심장이었구나.’

회귀 전 야근으로 지친 그의 심신을 달래 주었던 심야 프로그램. 야식을 먹으며 꽤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난다.

“대한민국 경찰청 홍보부 부장 최종혁 총경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김승혁 PD는 사정없이 떨리는 심장을 애써 달래며 종혁이 내민 손을 붙잡았다.

‘이 사람이 저승사자!’

경찰 역사상 처음으로 방송국의 멱살을 잡아채다 못해 목줄까지 채워 굴복시킨 경찰의 미친 또라이. 여차하면 국회의원도 들이받아 버리는 불도저.

그런 그가 이번엔 아예 방송가를 뒤집어 놨다.

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셨다면 절 무서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힉?!”

“하하. 이쪽은 니도 알제?”

“알죠. 처음 뵙겠습니다, 준기 씨.”

“아하하. 호돈이 형한테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준기입니다.”

바른 생활의 이준기.

‘후에 우리 윤아랑 사귀었지.’

얼마나 충격적이었으면 범죄자 잡느라 바쁜 그가 알 정도일까. 이놈은 대한민국 모든 누나들에게 내 여자라고 외쳤으면서도 연하랑 사귄 나쁜 놈이다.

꽈아악!

“아악?! 초, 총경님?”

“어휴. 진짜 잘생겼네. 우리 나중에 진하게 술 한잔합시다.”

“예? 아, 예…….”

“인사 다 나눴나? 그럼 드가자.”

회의실로 자리를 옮긴 종혁은 장호돈을 보며 의아해했다.

“그런데 정말 어쩐 일이세요? 출연할 연예인이 없으니 도와 달라뇨?”

“다 느그 갱찰 때문 아이가!”

“갑자기?!”

“하하. 그게 출연하기로 한 연예인들 중 일부가…….”

검거되고, 또 그게 언론에 다뤄지면서 출연할 연예인들이 부족해진 거다. 정확히는 입담이 좋거나 캐릭터가 좋은 연예인들이.

프로그램을 이제 막 시작했는데 이런 상황이 되니 골치가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김상혁 PD의 말에 이들이 왜 도움을 요청했는지 알아차린 종혁은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그렇다고 봐줄 순 없잖아요.”

“내 그래서 말을 안 하는 기다!”

종혁은 눈을 붉히는 그를 보며 볼을 긁적였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 방송가를 쓸면서 그를 국민 MC로 만들어 준 야생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출연진도 몇 명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회계는 잘하고 계시죠?”

“아, 그건 고맙데이. 내도 그렇게까지 절세하는지 몰랐다.”

“버시는 돈 많으니까 비용은 그냥 아무것도 잡지 마세요.”

“안 그래도 그러고 있다. 그기다 여태까지 절세한 만큼 기부도 할라꼬.”

“잘 생각하셨어요.”

“크흠. 아무튼 이번엔 너그 갱찰만 출연하는 게 아이다.”

의아해하는 종혁의 모습에 김상혁 PD가 대신 대답했다.

“소방관분들께서도 출연을 하시는데…….”

구급대원과 산불감시원들도 출연을 할 예정이지만, 그로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기, 기분이 나쁘면 어쩌지?’

눈앞에 있는 사람이 사람이다 보니 김상혁 PD는 조마조마했다.

“아, 완전히 일반인 특집으로 가려는 거군요?”

“대, 대한민국 안전지킴이 특집이라고 봐야겠죠.”

“어이구.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지만, 이렇게 인정을 해 주니 참 감사하다.

그런 종혁의 말에 경찰들도 고개를 숙였고, 진심이 가득한 그들의 모습에 방송국 사람들은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흐음. 피디님께서 뭘 원하시는지 알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여기 홍보단으로는 좀 부족할 것 같다.

“그, 그럼?”

“녹화가 언제라고요?”

김상혁 PD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 * *

종혁이 방송국과의 미팅을 다녀오자 나형재 대변인이 호출을 했다.

“방송이라니……괜찮겠어?”

국민들의 시선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일부에선 경찰에 대한 안 좋은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래도 나가야죠. 기회니까요.”

“나가야 한다고……? 아!”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지원율을 올릴 기회입니다.”

물론 순경 공채나 경찰 행정의 지원율은 언제나 뽑으려는 숫자보다 지원하는 숫자가 훨씬 많다. 삶이 팍팍해지면서 안정적인 직장을 노리는 사람들이 늘어난 거다.

하지만 그건 종혁이, 그리고 상부가 원하는 인재들이 아니다.

사무직 행정이라고 해도 사명감을 가진 경찰.

단순히 돈을 벌려고 일하는 직장인이 아닌, 언제나 국민을 위한 마음을 가지는 경찰.

이런 이들이, 이렇게 될 수 있는 이들이 필요했다.

“흠…… 그러면 좋은 말을 해 줄 경찰들이 필요하겠네?”

시청자들로 하여금 경찰을 동경하게 만들고, 감동시킬 수 있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경찰들이. 나쁜 것은 숨기고, 좋은 면만 확 부각시켜 줄 입담꾼들이.

나형재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번지자 종혁의 입가에도 똑같은 미소가 번진다.

“최상으로 세팅해 놓겠습니다.”

“부탁할게, 최 부장.”

지원율이 높아질수록 옥석도 더 많이 몰려들게 될 터.

이런 둘의 사악한 의도가 웃음이 되어 입 밖으로 흘러나온다.

“맞아. 청장님도 출연을 하고 싶어 하시던데…….”

“아, 그건 좀.”

‘어딜.’

참 한결같아서 한숨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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