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90화 (590/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90화>

-둔기로 상관절돌기와 장골와를 부숴 버렸어.

허리와 골반이 만나는 부위를 만지다 보면 툭 튀어나온 상관절돌기와 허리에서 이어지는 골반뼈인 장골와.

거기다 무릎뼈와 팔꿈치 뼈도 부숴 버렸다.

-극심한 고통을 뒤로하더라도 움직일 수조차 없었을 거야.

“그 상태로 타 죽었다는 거군요.”

조성배는 온몸이 타오르는 격통 속에서 전신의 뼈가 부러져 발버둥조차 치지 못한 채 천천히 죽음을 맞이한 거다.

‘대체 무슨 원한이 있길래…….’

깊은 원한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살해 수법이 너무 잔인했다. 자신에게 문자를 보낸 인물은 조성배, 또는 회사에게 모종의 원한을 품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가슴이 답답해진 종혁은 지하를, 감식반이 도착해 한번 훑으며 드러난 비밀통로를 걸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건 좀 더 조사를 해 봐야겠지만 아무래도 근육이완제를 쓴 것 같아.

근육이완제가 위에서 발견됐다.

아마도 온몸의 뼈를 부수기 전에 저항하지 못하도록 억지로 먹인 것이 분명했다.

-그 외 다른 흔적은 화상이 너무 심해서 시간이 좀 더 걸릴 거야.

시신이 인계된 지 고작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다. 이 정도를 알아낸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감사합니다. 더 나오는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주세요.”

-그래. 최 부장도 수고해. 그런데 최 부장은 어떻게 홍보부에 가서도 이런 일에…….

“먼저 끊겠습니다.”

달칵!

전화를 끊어 버린 종혁은 눈앞에 보이는 철문에 품에서 총을 빼 들며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잡았다.

그 순간 핏줄이 선 손이 종혁의 뒤에서 뻗어져 나오더니 종혁의 손을 잡는다.

고개를 젓는 국정원 요원.

“아니, 이미 감식반이 싹 다…….”

“안 됩니다.”

‘에라이.’

혀를 찬 종혁은 물러섰고, 국정원 요원들은 문을 열고 들어가며 사방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클리어.”

“클리어.”

‘지하 창고인가?’

넓이나 구조를 보면 원룸이나 아파트 같은 곳의 지하 창고처럼 느껴진다.

국정원이 비밀통로 너머를 살피는 사이 잠시 건물 밖으로 나온 종혁은 뒤를 돌아 건물을 살피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도대체 뭘 감추고 싶었기에 이런 굴까지 파 놓았던 걸까.

‘그리고…….’

현관문 옆에 숨겨져 있던 지하로 향하는 문.

조성배를 살해한 놈은 정체가 뭐길래 그 통로의 존재를 알고 있던 것일까.

아직 검사가 다 진행된 건 아니지만, 현재까진 놈에 대한 어떠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끄응!”

“쯥. 준철이는 저쪽으로 가고.”

종혁은 부산해지는 국정원 요원들을 바라보다 핸드폰을 들었다. 인근을 뒤지고 있을 특별범죄수사대를 불러와야 했다.

그 순간이었다.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예, 최종혁입니다.”

-어디야?

‘음?’

왜인지 묵직한 장희락 경찰청장의 음성에 종혁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그게…….”

-조성배? 아무튼 그 대검찰청 창고 관리관이 죽은 장소에 최 부장이 왜 있는 거야? 그 근처 빌라는 왜 매매했고!

움찔!

잠시 귀에서 핸드폰을 뗀 종혁이 핸드폰을 빤히 쳐다본다.

‘어떻게?’

아직 장희락에게는 보고조차 안 한 사건이다.

국과수와 오택수를 움직였다지만, 장희락의 귀에 들어가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더 이해가 안 되는 건 자신이 근처 빌라를 매매했다는 걸 장희락이 알고 있다는 거다.

이는 명백히 이상한 일.

-지금 당장 들어와! 검찰에서 최 부장을 찾고 있으니까!

달칵!

“검…… 찰?”

미간을 좁힌 종혁의 목 뒤로 불길함이 스쳐 지나갔다.

* * *

쾅!

양복을 입은 삼십대 중반의 검사가 취조실의 책상을 내려친다.

“그러니까 당신이 거기에 왜 있었냐고!”

종혁은 불같이 화를 내는 검사를 가만히 응시한다.

‘재밌네.’

검사가 경찰을 취조하고 있다. 검찰은 모를 게 분명한 정보를 들고 온 것도 모자라 경찰 본청에서.

너무 재밌어서 짜증이 날 정도다.

“경찰이 사람을 왜 미행했겠습니까.”

조성배에게 범죄 혐의가 있으니 미행을 했던 거다.

“그 사람이 그럴 리가 없잖아!”

조성배가 누군가.

거의 삼십여 년을 대검찰청의 사건 창고에서 검찰을 위해 묵묵히 봉사해 온 존재다.

“그거야 당신들 생각이고.”

“이 새끼가! 야! 너 내가 누군지 몰라?! 여기가 무슨 자리인지 몰라?!”

“알죠. 대! 검찰청의…… 누구셨더라?”

“야, 이 새끼야!”

“당신 새끼는 아니니까 이 새끼, 저 새끼 하지 맙시다.”

“……하! 하하! 그래, 너 같은 새끼는 다루는 방법이 따로 있지. 넌 뒤졌다, 이 새끼야.”

웃음을 터트린 검사가 몸을 일으키며 손목시계에 손을 가져간다.

그에 종혁의 눈빛이 서늘히 가라앉는다.

“그 시계 풀면 나도 풉니다. 존댓말로 해 줄 때 닥치고 앉으세요.”

울컥!

“오냐, 씨발. 넌 오늘 뒤졌…….”

콰앙!

“컥?!”

종혁에게 걷어차인 테이블에 배를 얻어맞은 검사는 침을 튀기며 물러섰고, 종혁은 시계를 풀며 몸을 일으켰다.

“씨발. 경찰이 영감님, 영감님 해 주니까 정말 지가 뭐라도 된 줄 아나. 너 돈 처먹고 온 거지? 딱 걸렸어, 씨발아. 내가 오늘 네 머리채 잡고 대검찰청 투어 간…….”

벌컥!

취조실의 문이 다급히 열리며 경찰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아, 안 돼! 뭣들 해! 최 부장 잡아!”

“최 부장, 참아! 참으라고! 어허. 나 대변인이야!”

“목마르지? 우리 커피 좀 마실까?”

“……쯧.”

종혁은 못 이기는 척 그들을 따라나섰고, 대검찰청에서 파견된 검사는 그런 종혁을 죽일 듯 노려봤다.

“너 이 새끼!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너 구린 구석 많아, 이 새끼야! 네 어미가 재산을 어떻게 형성했는지 한번 파 줘?! 어?!”

까득!

“저 씨발 새끼가 그래도…….”

“가자. 갑시다!”

“에헤이. 커피 마시자니까!”

결국 끌려 나온 종혁은 대변인실에 결박되어 억지로 커피를 마실 수밖에 없었고, 이내 검사를 달래고 온 장희락 경찰청장이 안으로 들어오며 경찰모를 집어 던진다.

“이런 쉬불! 경찰이 개좆으로 보이나!”

털썩 소파에 앉은 장희락은 담배를 물었다.

찰칵! 치이익!

“후우우. 최 부장.”

“죄송합니다.”

종혁은 순순히 사과를 했다.

자신 때문에 대한민국의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 조직의 수장이 검사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그 미안함이 심장을 찌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종혁의 진심이 전해진 건지 종혁을 보며 입술을 달싹이던 장희락은 결국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더럽게 꼬였어. 그건 알지?”

안다.

미행을 하던 범죄자가, 하필이면 대검찰청의 창고 관리관이 타살을 당했다. 그것도 가스 폭발이라는 사고로 위장되어.

그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감시를 위해 조성배의 집이 잘 보이는 빌라까지 매입했다.

‘국정원과 CIA가 개입한 건 밝혀지지 않은 것 같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대검찰청은 거짓조차 진실로 만들 힘이 있는 기관. 범인으로 몰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인 상황이었다.

“죄송합니다.”

“……후우.”

다시금 한숨을 내쉰 장희락은 담배를 끄며 일어섰다.

“한 달만 쉬어.”

쿵!

“아니, 청장님!”

“이러시면 안 되죠, 청장님! 최 부장님 경찰을 위해 얼마나 힘썼는지 아시잖습니까!”

종혁이 아닌 대변인실에 있던 다른 경찰들이, 종혁의 지인들이 반발하자 장희락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걸 발견한 종혁은 몸을 일으켜 고개를 숙였다.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다시 한번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푹 쉬고 와. 씨발, 내가 좆같아서 진짜. 검찰 무서워서 수사하겠어?!”

“제가 모시겠습니다, 청장님!”

바닥을 나뒹구는 경찰모를 집어 든 나형재 대변인이 장희락을 따라나서자 대변인실에 지독한 침묵이 맴돈다.

종혁은 눈을 부리부리하게 뜬 채 자신을 바라보는 오택수와 김종두 과장을 비롯한 지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 창고에 숨어 사건 기록을 조작하던 놈입니다.”

쿠웅!

“뭐, 뭐라고?”

경악한 사람들 사이 오택수와 김종두, 정용진 치안상황관리관이 눈을 빛낸다.

“그런 놈의 뒤를 밟다가 쾅?”

“아니, 어쩌다가…….”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며 자리를 빠져나온 종혁은 오택수와 김종두, 정용진과 함께 본청 옥상으로 향했다.

찰칵! 치이익!

“후우. 놈들이냐?”

“예. 아마 검찰을 움직인 것도 놈들일 겁니다.”

움찔!

“그럼 그 검사가…… 아니지.”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자신이 뭘 하는지, 뭐에 얽혔는지도 모를 병신일 겁니다.”

아무나 와서 뒤집어엎기만 하면 되는 일인데, 이젠 검찰에 몇 없을 게 분명한 하수인을 쓸까.

그 검사에 대한 징치는 나중에, 그가 위로 올라가거나 좌천될 때 누가 움직였는지를 파악한 이후에 하면 될 일이다.

“어차피 국정원들에서 가만두지 않을 테지만요.”

국정원, CIA, SVR에서 오늘 찾아온 검사에 대한 밀착 감시 및 감찰을 하게 될 거다. 영원히 말이다.

그 검사에게 남은 건 이제 지옥밖에 없었다.

“에라이, 씨발.”

“그럼 이제 어쩔 겁니까, 최 부장?”

정용진의 말에 종혁은 실소를 터트렸다.

“뭘 당연한 걸 물으십니까. 당연히…….”

“조성배를 살해한 놈을 쫓을 겁니까?”

“아뇨. 쉬어야죠. 이참에 그냥 푹 쉴랍니다.”

“……예?”

종혁은 놀라 이쪽을 바라보다 자신의 말뜻을 깨닫는 그들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내가 미쳤다고 그 새끼들 뜻대로 움직여 주겠습니까.”

그들이 왜 검찰을 움직여 자신에게 징계를 내리게 했겠는가. 바로 자신으로 하여금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주려는 거다.

너무도 뻔한 수작.

어림도 없었다.

“그럼 어쩌려고? 네 마음은 알겠는데, 이 새끼는…….”

방화범, 아니 테러범이다.

“압니다. 하지만 쫓는다고 해도 찾을 수나 있겠습니까?”

의심이 가는 인물 하나가 근처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것까지는 확인됐지만, 그 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했다.

순철의 안면인식 프로그램과 체형인식 프로그램을 모두 돌려 봐도 그랬다.

그렇다면 당시 그 시간, 그 지하철을 이용한 모든 시민들의 동선을 쫓아야 하는데, 그랬다가는 정작 특별범죄수사대의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특별범죄수사대가 범인을 잡아 주길 바라는 피해자들을 구원하지 못하게 된다.

“흐응. 뭐, 그래.”

오택수와 김종두가 의뭉스런 표정을 짓자, 정말이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입술을 삐죽인 종혁은 눈빛을 가라앉혔다.

“하지만 제 뜻은 전할 수 있겠죠.”

“응?”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차장님. 접니다. 부탁 좀 하고 싶은데요.”

국정원이 해 줘야 할 일이 있다.

종혁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 * *

투다다다당!

종족 간의 전쟁이 벌어지고, 한쪽에선 치열한 시가지전이 벌어지고 있는 PC방.

호로록!

과하게 불린 사리곰탕면을 흡입한 최성현은 핫바를 뽀득 베어 물며 인터넷을 켰다.

청춘은 불패

윤아 삼촌

최종혁 총경

북창동

북창동 가스 폭발

가스 폭발 화재

“……재밌네.”

조성배를 제거한 지 벌써 사흘이 지났다. 그럼에도 실시간 검색어에서 ‘북창동 가스 폭발’이라는 단어가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누구냐.’

제아무리 부자 동네인 북창동에서 발생한 가스 폭발 화재라고 해도 너무 오랫동안 실시간 검색어에 머물러 있다.

그가 봤을 땐 너무 부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최종혁, 네놈이냐? 아니, 아니야. 놈한텐 이걸 계속 상기시킬 이유가 없어.’

“그럼 뭘까…….”

솔직히 종혁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도 너무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그냥 본청 홍보부에…… 아니다, 됐다.”

지금쯤 뭘 하고 있을지 모르기에 더 기대된다.

‘날 어떻게 찾을래?’

“응? 최종혁.”

입술을 비튼 최성현이 ‘피해자, 대검찰청 사건창고 관리관 조 모 씨. 대검찰청의 입장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클릭했다.

달칵!

“흐음…….”

기사 내용은 별게 없었다.

조성배의 억울한 죽음에 유감을 표하며, 소방방재청과 협력하여 화재안전교육에 힘쓰겠다는 게 전부인 내용.

조성배가 살해당했다는 걸 드러내지 않는 걸 보니 검찰에선 아무래도 이 사건을 묻으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다.

“조성배가 사는 집이 좋아도 너무 좋지.”

진짜 공무원도 아닌 계약직 공무원 따위가 그런 집에서 살았으니 지금쯤 대검찰청으로서도 당황스러울 터.

아마 조성배의 뒤를 캐느라 바쁠 것이다.

‘그리고 도달하겠지. 회사의 존재에 대해.’

아니면 최종혁이 벌써 말했을 수도 있다.

뭐든 모두 자신의 예상대로였다.

“흐흥.”

호로록!

뜨끈한 국물을 삼키며 스크롤바를 내리던 최성현은 순간 댓글창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곤 눈을 부릅떴다.

‘이, 이건?’

암호다.

그것도 회사에서 쓰는 암호.

허리를 세우며 암호를 읽어 내리던 최성현은 순간 눈을 끔뻑였다.

“적…… 당히…… 하자? …… 푸핫! 푸하하하하하하핫! 큭큭큭큭큭!”

주위에서 이상하게 쳐다보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배꼽을 잡은 채 몸을 들썩이는 그.

뒤이어 신문사 기사에 달린 댓글들까지 확인한 최성현은 확신할 수 있었다.

‘최종혁이다!’

최종혁이다.

놈이 경고를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적당히 하라고. 회사 직원들을 제거하는 건 말리지 않겠는데, 주위에 피해는 주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밑에 써진 암호는 더 가관이다.

너 때문에 한 달 정직.

“진짜 이 새끼도 정상은 아니야.”

‘하긴, 정상이 아니니 회사에 그런 피해를 입힌 거겠지.’

능력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개새끼.

이를 악문 최성현은 남은 국물과 핫바를 모두 씹어 삼키곤 몸을 일으켰다.

다른 귀, 눈을 찾으러 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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