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54화 (654/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54화>

계림 엔투스와 대현중공업 칸의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

경기 관람이 무료이기에 아침부터 수많은 사람이 경기장 앞에 줄을 서서 입장을 한다.

그중엔 올해 서른다섯 살, 직장인 이준송도 있다.

웅성웅성.

-미안해, 여보. 오늘 워크숍만 아니었더라면…….

“에헤이. 괜찮다니까. 다은이는 내가 잘 하원시킬게.”

주변에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이준송에게 딱 붙어 있는 7살 예쁜 딸, 이다은.

그러나 엉덩이가 흔들거리는 것이 아무래도 흥분하고 있는 듯하다. 딸은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고마워. 그런데 왜 이렇게 시끄러워?

움찔!

“오, 오랜만에 우리 딸이랑 밖에서 데이트 좀 하고 있었어.”

-아, 그래? 알았어. 오랜만에 딸과 데이트라고 너무 즐기지 말고. 나 질투해 버릴지도 모르니까. 사랑해.

“나도 사랑해.”

전화를 끊은 이준송은 가슴을 쓸어내리다 딸을 안아 든다.

“다은아. 삼촌, 이모들이 많지?”

“응!”

왜 이렇게 많냐, 여긴 어디냐는 딸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이준송은 흐뭇이 웃었다.

“여긴 아빠의 꿈이 있는 곳이야.”

“꿈?”

“응. 우리 다은이도 참 좋아해 줬으면 하는 꿈.”

스물다섯 살, 군대를 막 제대한 후 알게 된 스페이스 워.

평소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좋아했던 그에게 세 개의 종족이 우주의 패권을 두고 싸우는 스페이스 워는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각 종족의 특징이 뚜렷할 뿐만 아니라, 어떻게 이토록 밸런스를 잘 맞췄을까 싶을 정도의 황금 밸런스.

그리고 전 세계 사람이 배틀넷이라는 공간에 한데 모여 일대일 게임이 아닌 멀티 팀전까지 가능하다는 것까지, 당시에는 모든 것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시간이 흘러 아내와 딸을 위해 돈을 버느라 점차 게임을 할 시간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주말마다 TV를 통해 프로 리그를 보는 것이 그의 유일한 취미였다.

그러던 오늘, 기가 막히게도 아내가 집을 비운 날짜에 때마침 프로 리그 경기가 잡혔다.

오늘이 아니면 다시는 프로 리그를 직접 관람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준송은 딸아이를 데리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재빨리 빈자리를 차지한 이준송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난다.

‘앞자리에 앉다니! 오늘 운이 너무 좋잖아!’

때마침 타이밍도 너무 좋다.

“와아아아아!”

이제 막 입장을 시작해 키보드와 마우스를 세팅하는 선수들.

한쪽에 앉은 해설자들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크으! 용택이 형을 눈앞에서 보게 되다니!”

“아빠, 나 물.”

“응? 응. 여기.”

-오오! 부녀끼리 사이좋게 관람을 오셨네요.

-아이고, 예뻐라. 우리 애기 몇 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해설자들의 말에 집중되는 시선들.

“꺄악!”

“오!”

주변에서 터지는 환호성과 동시에 전달된 마이크에 이준송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단숨에 알아차렸다.

‘우리 이야기다!’

“다은아, 다은아! 저기 카메라 봐 볼래? 우리 다은이 몇 살?”

“일곱 살!”

“와아!”

“우하핫!”

“애가 너무 귀여워요.”

“하하. 감사…….”

지이잉! 지이잉!

“응? 왜 또…….”

이준송은 다급히 주변에 조용히 해 달라는 손짓을 하며 얼른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야, 너 죽을래?

덜컹!

들켰다.

“사, 사랑해!”

-야! 야!

다급히 전화를 끊는 이준송의 모습에 무슨 일인지 눈치챈 해설자들은 웃음을 터트렸고, 그건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준송의 눈에는 그런 게 들어오지 않았다.

“어, 어쩌지? 다은아, 엄마 많이 화났…….”

“아니,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응?”

이준송은 선수석에서 발생한 소란에 의아해했다.

* * *

대현중공업 칸의 경기석.

오늘 경기의 첫 번째 경기를 장식하게 될 선수가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와 키보드를 세팅한다.

“응? 프레임이 좀 이상한데?”

뭔가 끊기는 기분. 화질도 약간 구린 느낌이다.

의아해하며 디스플레이 설정에 들어가고, 마우스와 키보드 감도를 올려 봤던 선수는 이내 손을 들며 진행 요원을 불렀다.

“여기요! 이거 컴퓨터가 이상한데요.”

“컴퓨터가요?”

“네. 프레임도 좀 끊기고, 마우스도 좀 헛돌아요.”

아무래도 그래픽카드 문제인 것 같다.

“그래픽카드요? 자, 잠시만요?”

진행 요원은 얼른 무전기를 통해 상황을 보고했고, 이내 곧 답신이 돌아왔다.

-컴퓨터는 아무 문제가 없어. 착각이니까 그냥 하라고 해.

“예?!”

-끊는다.

“아, 아니…….”

하얗게 질린 요원은 선수를 봤고, 이내 눈을 감았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래픽카드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한데!”

오늘 이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 경기던가.

구단이 바뀐 후 첫 경기.

오늘 계림 엔투스에게 패한다면, 팬들은 고작 한 시합만으로도 대현중공업의 칸 인수를 실패로 낙인찍을 터였다.

그에 오늘만큼은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며 감독은 대현중공업 칸 선수들에게 지겹도록 말했다.

‘여기서 지면…….’

구단주와 게임단 대표에게 밉보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심지어 이런 컴퓨터로는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이기란 어려운 상황.

형편없는 플레이를 하고 패한다면 앞으로 자신에게 다시 출전 기회가 주어질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감독님!”

“왜!”

“잠깐만 좀 와 보세요! 컴퓨터가 이상해요!”

“뭐?! 알았어. 잠깐만!”

다급히 경기석으로 달려온 대현중공업 칸의 감독은 선수의 설명에 컴퓨터를 확인해 보고는 얼굴을 구기며 진행 요원을 노려봤다.

“아니, 문제가 있는 게 확실하잖습니까! 눈이 있으면 보세요!”

“그, 그러네요…….”

단순한 아르바이트생인 진행 요원이 봐도 이상한 느낌. 그는 다시 무전기를 들었다.

“대리님, 정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아까 확인해 봤을 땐 문제없었잖아! 그리고 예비 부품도 없어! 그냥 하라고 해!

“예에?!”

“잠시 내놔 보쇼.”

무전기를 낚아챈 감독.

“나 대현중공업 칸 감독입니다. 정식으로 요청합니다. 본체 바꿔 주세요.”

-……예비 부품 없습니다. 그냥 하세요.

“뭐라고요?! 지금 그게 말이 됩니까!”

-아무튼 그런 줄 아시고…… 응? 어어? 당신들 뭐야!

감독은 갑자기 끊긴 무전에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씨발!”

감독은 다급히 한국 e스포츠 협회에서 파견된 스태프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경악했다.

* * *

경기장 한구석.

조명이 비추지 않은 곳에 선 삼십대 중반의 남성이 무전기를 붙들고 있다.

“착각이니까 그냥 하라고 해.”

무전을 종료한 남성은 옆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 사십대 후반의 남성을 봤다.

“그래, 박 사장. 모두 박 사장 뜻대로 될 테니까 너무 걱정 말라고. 하하. 그래.”

남성은 전화를 끊는 중년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부장님, 이거 정말 문제없는 거 맞죠?”

이번 경기가 어떤 경기던가. 대기업들이 인수한 두 게임단이 처음으로 맞붙는 경기다.

모든 스페이스 워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박 대리.”

“예, 부장님.”

“너 언제까지 월세 살래?”

쿵!

“제수씨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알겠습니다.”

입술을 깨문 대리는 소란이 일어나는 경기석을 보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그래, 씨발. 저 새끼들이 밥 먹여 주냐! 어차피 수많은 경기 중 하나일 뿐이잖아!’

우연히 알게 된 김 부장의 범죄.

그날부터 옆의 김 부장은 자신을 꼬드겼고, 그가 주는 달콤한 과실들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마약과 같았다.

그동안은 엔트리 명단을 유출하는 선에서만 협조를 하다가 컴퓨터까지 손을 댄 탓에 불안하긴 했으나, 결국 박 대리는 김 부장의 유혹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이번 한 번 작업하는 것으로 들어오는 돈이 무려 2천만 원. 자신의 연봉을 넘어서는 돈이 한순간에 들어오는데 이걸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김 부장은 그렇게 입을 꾹 다무는 박 대리의 모습에 입술을 비틀다 어깨를 들썩였다.

‘2억이라…….’

평상시보다 위험한 다리를 건너는 만큼 높은 보수가 주어지는 이번 승부 조작.

이번 수고비까지 들어온다면 올해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로 이사를 갈 수 있을 듯하다.

그는 무전기를 붙잡고 씨름을 하는 대현중공업 칸의 감독을 보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수다.’

김 부장이 비릿한 미소를 짓던 바로 그때였다.

자신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는 덩치 큰 사내들. 그들을 본 김 부장과 박 대리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어어? 당신들 뭐야!”

다급히 앞으로 나서는 박 대리.

그 순간이었다.

“어?”

“으악!”

선두에 선 사내가 갑자기 박 대리의 팔을 꺾으며 넘어트리자 김 부장은 기겁했다.

“뭐, 뭐야!”

그는 순식간에 자신을 포위하는 사내들에 몸을 움츠렸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당신들 누구요!”

“안타깝게 됐네.”

“뭐, 뭐요?”

참 안타깝다.

부녀지간의 추억을 쌓으러 온 것 같은데, 이 좋은 날이 참 안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종혁은 겁먹은 김 부장을 보며 경찰공무원증을 내밀었다.

“김두석 씨 맞으시죠? 경찰입니다.”

“겨, 경찰?”

“김두석 씨가 승부 조작에 관여하셨다는 정황이 포착되어 이렇게 찾아왔습니…… 다!”

뿌드득!

다급히 핸드폰을 뒤로 숨기는 그의 팔을 잡아 힘을 주었다.

“아악! 아아아악!”

아득한 고통에 무릎을 꿇는 김 부장.

그의 손에서 핸드폰을 뺏은 종혁은 최근 통화기록을 확인하곤 피식 웃었다.

“맞네. 이 개새끼.”

줄이 닿아 있는 선수들이 경기에 나가지 못하게 됐음에도 마치 무언가 있는 듯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던 박형도.

지금 그가 선수들의 개입 없이 승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면 결국 장비에 손을 쓰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분명 e스포츠 협회의 내부 직원, 그중에서도 경기 운영팀을 주목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걸려들었다.

박형도의 대포폰 전화번호가 버젓이 남아 있는 통화기록은 김두석 과장이 그와 연결되어 있다는 빼도 박도 못할 결정적인 증거였다.

“이쪽은 확보했습니다. 시작하세요.”

-오케이!

본격적인 검거 작전의 시작이었다.

* * *

“예, 들어가십시오.”

일본도 두 개가 장식된 사무실, 통화를 종료한 박형도가 담배를 문다.

찰칵! 치이익!

“후우.”

‘됐네.’

컴퓨터에 손을 대는 것은 아무래도 걸릴 위험이 크기에 받아들일까 걱정했는데, 역시나 돈의 힘은 대단했다.

“수고하셨습니다, 형님!”

“수고는 무슨.”

지이잉! 지이잉!

“그래, 주 사장.”

-어떻게 됐어, 박 사장?

“어떻게 되긴. 우리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정말이지? 그럼 나 믿고 계속 간다?

“그래. 오늘도 대박 한번 나 보자고. 아, 임 사장한테 전화 온다. 끊을게. 어, 임 사장.”

임 사장과도 무사히 통화를 마친 박형도는 불법 도박 커뮤니티에 접속해 여론을 확인했다.

역시 박 사장이라는 글들이 가득한 커뮤니티.

“유 사장 이 개새끼. 감히 날 밟으려 들어?”

백날 그래 봤자 어차피 자신의 손바닥 안이다.

엔트리에 관여할 수 있는 코치들을 확보했다? 그러면 자신은 경기장에서 수작을 부리면 되는 것이다.

웃음을 흘린 박형도는 몸을 일으켜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그의 귀와 눈을 때리는 소음과 커다란 전광판.

“1 대 2 배당률 변경됐습니다!”

“2 대 1에 3천 추가!”

실시간으로 계속 변경이 되는 배당률들.

“나오셨습니까, 형님! 큰형님 나오셨다!”

“나오셨습니까, 큰형님-!”

공간을 쩌렁쩌렁 울리는 외침들.

박형도는 허리를 직각으로 숙이는 덩어리들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래. 지금까지 얼마나 모였어?”

“지금까지 1경기에만 총 52억 모였습니다, 형님! 대박입니다, 형님!”

나머지 경기들까지 합하면 무려 300억이 넘게 모였다.

특히나 이번에 구자윤과 심윤택이 나가리가 되면서 그 자리를 차지한 두 선수의 경기에 가장 많은 액수가 베팅이 됐다.

“크으!”

달달하다.

무려 3배가 넘는 배당률 차이.

구자윤과 심윤택이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았더라면 출전도 하지 못했을 선수들이니, 대부분의 이들이 대현중공업 칸의 승리를 점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쯤 그들은 배당은 낮더라도 확실하게 돈을 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웃고 있을 것이다. 대현중공업 칸의 선수들이 사용할 컴퓨터에 문제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한 채 말이다.

지이잉! 지이잉!

“응? 이 새끼가 왜……. 아이고, 구 선수. 무슨 일이에요?”

-아니, 뭐 그냥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 궁금해서 전화해 봤어요.

‘궁금하기는 개뿔.’

“걱정 마세요, 구 선수. 계림 엔투스가 이길 테니까.”

자신에게 정보를 받고 계림 엔투스의 승리에 베팅했을 게 분명한 구자윤.

-그래요? 하하.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저 24일 뒤에 복귀전 잡혔습니다.

“오오! 축하드립니다! 그때까지 몸 관리 잘하시고 그날 좋은 경기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사장님도 오늘 대박 나세요!

박형도는 전화가 끊긴 핸드폰을 보며 피식 웃었다.

“어지간히 애가 달았나 보네.”

말은 이번 경기의 향방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진짜 속내는 다르다는 걸 모를 리가 없는 박형도다.

혹시나 박형도가 자신을 버리는 게 아닐까 겁이 나서 전화를 한 게 분명한 구자윤.

“이 새끼도 슬슬 떼어 내야겠네.”

“준비해 놓겠습니다, 형님.”

“어, 그렇게 하고 분위기 좀 부추겨.”

이게 어떤 판인데 겨우 300억만 먹고 말겠는가.

훗날 설욕전이 벌어지기 전까진 최대의 판이다. 판돈을 여기서 더 키워야 했다.

“씨발. 천억은 무리라도 7백억은 벌어야지!”

“아하! 예! 알겠습…….”

뻐어엉!

“모두 동작 그만-!”

“어?”

고개를 돌린 박형도의 눈이 동그래진다.

문을 박차고 난입하는 험한 인상의 사람들. 그 선두에 오택수가 있다.

박형도는 그들이 누군지 단숨에 알아봤다.

“……씨발! 막아-! 컴퓨터 부숴!”

“컴퓨터 못 부수게 막아! 다 죽여 버려!”

“우와아아아아!”

서로를 향해 달려드는 사람들.

그들뿐만이 아니다.

이 시각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수원을 비롯한 도시들에 똬리를 틀고 있는 스페이스 워 불법 도박 사이트의 아지트 전부에 경찰과 검찰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스페이스 워 불법 도박이 뿌리 뽑히는 순간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