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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 아빠를 프로듀스 (42)화 (43/133)

42화

5장. 세이르 소공작을 납치합시다!

“자, 여러분, 모두 박수!”

기운차게 외쳤지만 여기는 왕성 뒤뜰의 틸라 밭.

지금 이곳에는 틸라를 돌보는 중인 니키와, 내게 찰싹 붙어 다니는 박쥐 로코밖에 없었다.

“……니키.”

“어? 어, 박수 말야? 와아아! 짝짝짝!”

“피이잇! 피!”

내 눈치에 니키가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 들고 있던 물뿌리개를 내려놓고 내 호령에 따라 박수를 친다. 로코 역시 있는 힘껏 날개를 푸드덕거렸다.

“좋아, 더 크게!”

“와아아아! 짝짝짝짝!”

“피이! 피이잇! 피잇!”

이 과정을 몇 번 더 반복한 뒤, 니키가 빨개진 손을 문지르며 물었다.

“안젤리카 님, 근데 왜 박수를 치는 거야?”

“후후후……. 그건 말이지.”

“무슨 좋은 일 있어? 오늘 저녁 특식이래?”

“드디어 마법 도구 공방을 열 수 있게 되었어.”

“특식이 아니었구나…….”

니키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니키?”

“어, 응, 마법 도구 공방? 그게 뭔데?”

방금 별로 안 궁금한 표정 짓는 거 내가 다 봤다. 하지만 지금은 바쁘니까 한 번 넘어가 준다.

“후후후, 그야 물론 여러 가지 마법 도구를 만들 수 있는 공방이야.”

[※ 원 포인트 레슨 : 새로운 특성과 설비가 해금되었습니다. 이제 더 다양한 설비를 건설할 수 있습니다.

▶ 상세 정보 보기]

지난번에 퀘스트를 완료했을 때 뜬 이 상태창을 기억하는가.

그렇다. 이 말이 뜻하는 것은 하나.

드디어 <두근두근 마법 왕국 꾸미기> 왕국 고속 성장 테크트리의 꽃, 알파이자 오메가인 마법 도구 공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틸라 재배에 이어 고대 던전 운영에도 성공하여, 현재 우리 왕국은 그야말로 물이 오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틸라는 마기에 오염된 땅이라면 어디서든 잘 자란다. 아직까지는 저주받은 땅인 틸라리아를 제외하고는 데네브 왕국에서만 나지만, 머지않아 다른 오염지에서도 틸라를 재배할 테다.

즉, 지금의 독점에 가까운 지위는 시효가 있다.

얼마 전에 연 <오싹오싹! 스릴 넘치는 모험이 기다리는 고대 던전(D)>도 인기는 최고지만 상시 운영하기에는 공수가 많이 드는 점이 문제였다.

그래서 한 달의 마지막 일주일만 기간 한정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왕성 고용인들이 계속 던전에만 붙어 있을 수 없고, 몬스터들도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기간 한정으로 운영한다니까 어쩐지 인기가 더 많아졌지만…….’

더군다나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이웃 나라인 리어 왕국이다.

데네브 왕국이 흑막 루트의 주인공이라면, 리어 왕국은 정식 루트의 주인공 포지션인 왕국이다.

나는 <마.왕.꾸>의 모든 루트를 끝까지 플레이한 만큼, 당연히 리어 왕국으로도 엔딩을 보았다.

‘감동적이었지, 음. 정석적으로 왕국을 키운 뒤 첫째 왕자에게 물려줬던가.’

그러나 내 목표는 흑막 엔딩. 지금처럼 흑막 플레이를 할 때는 당연히 최대의 라이벌이다.

아직은 리어 왕국도 주위 눈치를 볼 때라 표면적으로는 평화롭지만. 점점 더 세력을 키워 나갈 테니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마법 도구 공방은 이럴 때 딱 맞는 해결책이다.

고부가 가치 마법 아이템을 마구 만들어서 비싼 값에 팔아 치우며 리어 왕국보다 먼저 강해지는 거다.

‘공방을 발전시키면 ‘그 사람’에게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야.’

리어 왕국의 실질적 주인이자 강력한 마법사인 ‘그 사람’ 말이다.

그리고 또 마법 아이템으로 무장해서 강해질 수도 있다.

HP 30짜리 허약한 몸이여 안녕! 나는 현명하게 도구를 써서 강해질 거란다.

“음하하하!”

“피이잇! 피!”

마법 도구 공방을 빠르게 열려 하는 데는 이런 실리적 이유 외에도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그건 바로…….

‘멋있으니까!’

게임은 멋으로 하는 법이다.

게임 이름부터 <두근두근 마법 왕국 꾸미기>가 아닌가. 그러니까 당연히 마법을 써야지. 마법 폭탄을 마구 만들어서 펑펑 터뜨리는 거,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안젤리카 님, 어디가?”

“마법 도구 공방 만들러.”

“뭔지 모르겠지만 다 되면 구경시켜 줘!”

“그래, 이따 봐. 아, 케나스 보면 저녁때 특식 해 달라고 말해 놓을게.”

“와, 안젤리카 님, 고마워!”

띠링!

[<이벤트> ‘농사 담당자’ 니키의 호감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100 왕국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응? 방금 한 말 때문에 호감도가 오른 거야?

“…….”

어쨌건 포인트가 생긴 건 좋은 일이다. 나는 니키에게 손을 흔든 뒤 틸라 밭을 떠났다.

* * *

마법 도구 공방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 장소와 ‘마법 도구 제작’ 특성이 갖추어져야 한다.

먼저 장소의 경우, 적합한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마법 도구 제작을 위한 마력 순환 작업대의 설치가 꽤 까다롭기 때문이다.

나는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던 와중, 그동안 거의 방치 상태였던 왕성의 헛간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헛간에 마력 순환 작업대가 있었다.

[<시설 : 마력 순환 작업대 (고장 남)>

초보자에게 추천! 마법 도구 제작을 위한 마력 순환 작업대입니다.

편리하게 마법 도구와 마석에 마력을 주입할 수 있습니다.

마법 도구 제작의 첫걸음을 떼는 당신에게 필수품.

※ 고장 난 상태입니다.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리가 필요합니다.]

상태창에도 확실하게 ‘마력 순환 작업대’라고 적혀 있었다. 고장 난 상태지만 원래 이런 건 두드리면 다 고쳐지는 법이다.

헛간에 왜 이 물건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오래 방치된 사이에 다들 잊어버렸나?

이 헛간이 얼마나 방치되어 있었느냐 하면…….

“아빠, 저 헛간을 좀 써도 될까요?”

“왕성에 헛간이 있었니……?”

우리 아빠조차도 존재를 까먹고 있을 정도였다!

헛간을 고쳐서 마법 도구 공방을 만들면 하나 더 메리트가 있다.

주인공에게는 필시 비밀 아지트가 있는 법!

헛간은 왕궁에서 외따로 떨어진 건물이니, 공방을 차리는 김에 거기를 비밀 아지트로 삼아도 딱 좋을 것 같았다. 마법 도구 공방 겸 비밀 아지트, 멋지잖아.

그렇게 마음을 정했지만, 막상 헛간을 찾아가자…….

마룻바닥은 삐거덕거렸고 벽에는 구멍이 나 있었다. 문은 경첩이 부서져 제대로 닫히지도 않는 데다 내부에는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었다.

정말로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피이이…….”

로코의 울음소리가 정말로 여기 들어갈 생각이냐고 묻는 듯했다. 확실히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모습이지만, 뭐. 괜찮다.

경영 게임에서 초반부가 제일 재미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낡은 건물을 보수하고, 길게 자란 잡초를 베고, 잡동사니를 정리하는 것이야말로 경영 게임의 묘미!

그 재미를 즐기기에 딱 맞는 건물이다.

‘그래도 슬슬 왕성 전체를 업그레이드하긴 해야겠어.’

그건 다음에 생각하기로 하고, 우선 눈앞의 일에 집중하자.

나는 삐걱거리는 문을 열고 헛간 안으로 들어갔다. 먼지 때문에 기침이 나올 것 같았다.

“피이, 피이이!”

“진정해, 로코. 귀신 안 나와, 캘록!”

“피이이…….”

“로코, 너……! 박쥐가 귀신을 무서워하면 어떡하려고 그래?! 어휴, 알았어. 여기 주머니에 들어가 있으면 안 무섭지?”

나는 무서워하는 로코를 진정시킨 뒤, 시스템에 접속해 왕국 포인트 상점을 열었다.

[보유 왕국 포인트 : 15100 포인트]

“후후후…….”

드디어 존버를 풀 때가 왔구나.

정말 힘든 존버였다. 포인트를 써 버리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으며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마법 도구 공방을 열기에 충분한 포인트가 모이는 이 순간을!

나는 제일 먼저 2000 포인트를 소모해서 내 레벨을 10으로 올렸다.

[이름 : 안젤리카 데네브 (플레이어)

직위 : 소박한 왕국의 왕녀(E)

소속 : 데네브 왕국

나이 : 10세

레벨 : 10

특성 : 우리 아빠 딸(A), 호미질의 강자(E), 내 말을 들어!(E), 왕국 꾸미기 중급자(D)

종합 능력치 : E

HP : 50/50   MP : 500/500

공격 : 10   방어 : 10   마법 : 50]

무려 한 번에 5레벨 상승!

스테이터스가 올라가면서 난 중급 마법 특성을 배울 수 있는 최소 조건을 채웠다.

다음으로는 왕국 포인트 특성 상점을 열었다. 지난번 퀘스트를 통해 새로이 해금된 특성 앞에는 ‘New’ 표시가 붙어 있었다. 그중에 내가 원하는 특성이 있을 테다.

“어디 보자……. 아, 이거다.”

[<특성 : 마법 도구 제작 중급자(D)>

분류 : 마법

다양한 마법 도구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 제작에는 레시피가 필요합니다. 레시피는 포인트 또는 골드를 소모해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가격 : 8000 왕국 포인트]

상당히 비싸긴 하지만, 8000 포인트를 투자할 가치가 있는 좋은 특성이다. 나는 곧장 포인트를 써서 특성을 획득했다.

이제 마지막 단계만 남아 있었다.

[<그저 그런 마법 도구 제작 공방(E)>

전용 책상, 의자, 마력 순환 작업대 및 기본 설비 세트가 포함된 자그마한 공방.

이곳에서 여러 가지 마법 도구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호화도 : 300

현재 보유 레시피 : 0개

※ 현재 미개방 상태입니다. 5000 포인트를 사용하여 개방할 수 있습니다.

※ 다음 등급까지 앞으로 아이템 20개를 더 제작해야 합니다.

▶ 마법 도구 레시피 구입 바로 가기]

나는 곧장 남은 왕국 포인트를 다 털어 넣어 마법 도구 공방을 개방했다.

아니, 개방하려 했다.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하여 해당 설비를 개방할 수 없습니다.]

“……엉?”

이 메시지는 설마…… 버그?

여기서? 갑자기? 하필이면 지금? 에이, 아니지?

다시 마법 도구 공방을 개방하려 시도해 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하여 해당 설비를 개방할 수 없습니다.]

“이, 이 버그 망겜……!”

“피이이…….”

“어, 로코, 너한테 화낸 거 아니야. 착하지, 응?”

나는 로코를 달래며 약간 침착을 되찾은 뒤 다시 상태창을 보았다. 오류 메시지를 누르자 설명이 떴다.

[※ 원 포인트 레슨 : 알 수 없는 자가 해당 기능을 봉인했습니다. 봉인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성검 루크바트(S)’가 필요합니다.

‘성검 루크바트(S)’를 5분간 지정 장소에 접촉하세요.]

다음 순간, 고장 난 마력 순환 작업대의 앞에 황금빛 마법진이 나타났다. 딱 봐도 심상찮게 생긴 것이, 지정 장소란 저곳이겠지.

즉, 성검을 가져와서 저 마법진에 꽂아야 설비가 개방되는 상황.

그런데…….

‘성검 루크바트? 그건 세이르가 가진 S급 성검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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