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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61화 (61/205)

<61화 거짓된 사도의 탄생>

[깨어···나기에···힘이 부족해.]

“흐으윽.”

[누구나? 나를 깨우려고 하는 자는?]

사내의 등 뒤로 거대하고 흉물스러운 공장 자재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기계 중 사내의 앞에 있는 압축 프레스는 그 생명을 다 한 것처럼 뜨거운 김이 끝나가는 생명을 불태우듯 뿜어져 나왔다.

“흐흐흐읍.”

[좋아. 아주 좋구나. 생의 마지막을 이렇게 처참하게 마무리시키다니. 흡족하다.]

울면서 동시에 울고 있는 모습은 기괴한 모습이었다. 피범벅인 상체를 들고 한 손으로 몸을 지탱하면서도 크게 비명 지르는 것처럼 웃고 있었다.

그 주변은 큰 공장의 압축 프레스가 작동을 멈춘 상태였다. 압축 프레스 사이로 붉은 피와 흰색의 무언가가 널브러져 있어서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는 걸 알게 해줬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기괴한 미소를 입가에 띤 피를 뒤집어쓴 사내는 이내 감상하듯이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생을 단호하게 끝낼 뿐 아니라 공양한 인간의 삶까지 훔치다니 아주 흡족하다.]

“재수 없는 새끼 크크큭 잘난척하더니 꼴좋네.”

삐뽀삐뽀

멀리서 들려오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서 이제까지 자신을 속박하던 모든 것을 벗어던지는 자유를 열망하듯 손을 흔들었다.

[너는 이제 거짓된 사도이다. 너의 달변은 누구나 현혹될 것이며 너 스스로도 너의 말이 진정이라 생각할 것인즉. 너는 이제 사람의 형상을 할 것이나. 거짓을 퍼트리는 사도가 되었다.]

“크크큭 이제는 더 이상 누구도 무시 못 할···.”

구급차가 도착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공장 사장이 왔다 갔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들으면서 사내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공장 사장이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더라 일하다가 사고 났으니까 치료비는 다 지원하겠다고 하더라.”

공장 사장같이 팔자 편하게 사는 놈을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어머니 말에 반발하듯 사내가 거친 목소리를 냈다.

“치료비가 뭐에요. 보상금도 받아야죠. 저 팔 ××된 거 안보이세요?”

사내의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치료를 위해 고정해둔 사내의 왼팔을 아픈 눈초리로 바라봤다.

사내는 그런 어머니의 눈초리가 보기 싫었는지 몸을 돌리면서 말했다. 치료 끝나면 받을 보상금을 자본으로 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생각이었다.

‘좋아. 다 내 계획대로 되고 있어. 병신같은 놈이 죽은 것도 사고로 끝났고. 이제 과실만 맛있게 취하면 되는 거야.’

사내는 팔의 부러진 뼈가 제대로 붙지 않았다고 하면서 계속 병원에서 입원해 버티기 시작했다.

더는 입원비를 감당하지 못한 공장 사장과 담판을 짓고 보상금을 뜯어내려는 수를 쓴 것이었다.

공장 사장이 이제는 정말 안되겠다는 최후통첩을 하기 위해서 병원에 왔을 때 사내는 이제까지 계속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법 고시 합격증을 사장의 면전에 흔들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사장님 제가 이제 변호사가 되는데 이런 일로 변호사하고 척지고 싶으십니까?”

공장 사장은 자신의 눈앞에 흔드는 합격증서를 보면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변호사라니? 그게 무슨.”

“제가 열심히 공부해서 이번 사법시험에 단번에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지 못한 합의를 하게 되면 어떻습니까? 뭐 저야 학벌도 안 좋으니 판검사는 못되더라도 저하고 같이 사법연수 받게 되는 동기들은 판검사가 될 텐데···.”

“아니···그래도 내가 치료비도 다 지원하고···보상금은···.”

“덕구 보상금 빼서 저 주시죠?”

“그건···.”

“덕구 죽고 나서 누구 하나 찾아오는 사람 있습니까? 공장에서 가장 친하게 지낸 게 저인데 그러니 저한테 맡기시죠?”

“크흠···그럼 자네와 덕구 보상금을 다 자네가 수령했다는 영수증은 챙겨주게. 나도 혹시 덕구네 가족이 오면 할 말이 있어야지 않겠나?”

사내의 사나운 기세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말했다.

사내가 보상금을 전부 수령했다는 영수증을 챙겨주자 질렸다는 듯 도망치듯 나가는 공장 사장의 뒤에서 사내가 욕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덕구야 네 덕분에 내가 팔자를 핀다. 크크큭’

보상금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열 생각에 기쁨의 웃음을 머금고 있는데 병실 문이 열리면서 가족이 들어왔다.

‘별로 안 반가운 얼굴이군.’

사내는 들어온 가족 중 형의 얼굴을 외면하면서 어머니가 깎아놓은 사과를 한입 먹으면서 말했다.

“오랜만이네. 형.”

“몸은 좀 어떻냐? 무슨 사고를 또 친 거야?”

“내가 무슨 사고를 쳤다고 그래?”

“우리 집이 바람 잘 날 없는 이유가 너 때문인데 그런 소리를 해?”

사실 사내가 일하는 공장도 계속 동네에서 사고만 치자 사내의 형이 알아봐 준 자리였다.

공장 사장이 월급도 밀리지 않고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소문을 듣고 형이 고심 끝에 알아본 일자리였다.

“뭐?”

사내가 흥분해서 침대에서 일어나 형에게 덤비려고 하자 사내의 어머니가 사내를 부여잡고 애원하듯 외쳤다.

“그만해 그만해라. 형한테 무슨 행동이니?”

“엄마는 항상 형형. 형밖에 모르지?”

“그거야 형이 잘 돼야 우리 가족도···.”

“무슨 형은 형만 잘 사는 거지 우리 가족은 관심도 없다고.”

사내의 형이 공부한다고 어머니가 뒷바라지를 힘들게 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회계사가 된 뒤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내는 그런 사실이야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니 속으로 자기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형을 증오하고 있었다.

“또 그런 나쁜 소리···.”

사내의 외침에는 형에 대한 질투와 자격지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내 비열한 웃음을 꼬리에 물고 말했다.

‘엄마는 형이 최고인 줄 알지만···이제는 아니라고’

사내는 보란 듯이 사법고시 합격증을 어머니와 형의 앞에 내밀었다.

“나 이번에 병원에서 퇴원하면 연수원 들어갈 거야. 그러니까 한동안 안 보여도 걱정마.”

“연수원?”

어머니는 연수원이란 말에 당황한 듯 보였고 형이라고 불린 사람도 당황했다는 모습을 보였다.

“설마···연수원이면 사법시험···?”

“그래. 형이 항상 1차만 되고 2차에서 떨어져서 아쉽다고 말한 그 사법시험 말이야. 내가 한 번에 합격했다고.”

“그런···말도 안 돼···.”

“뭐가 말도 안 돼? 자기는 안 되고 나는 되니까 불공정하게 느껴져?”

사내가 이죽거리면서 말을 걸자 형이라고 불린 사람은 이마에 주름이 지더니 이내 마음을 다잡은 듯 말했다.

“어떤 여유에서든 네가 잘 된다면 나쁠 게 뭐가 있겠니. 그런데 공부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갑작스러운 합격 소식에 놀란 것뿐이다만···.”

“형은 책상에서 펜대나 굴릴 때 나는 공장에서 숙식하면서 돈 벌고 거기서 공부도 하고 그랬어.”

사내의 형이 의아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사내의 어머니는 사내를 감싸듯 말했다. 친구 덕분에 사내도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했다고 믿는 목소리였다.

“덕구 덕분에 이준이도 정신 차린 거지.”

[그래. 거짓이 퍼지는구나. 거짓됨이 퍼짐으로 내가 완전히 깨어날 날도 멀지 않겠구나. 아하하핫.]

어머니의 말에 형이라는 사람이 놀란 표정으로 질문했다.

“덕구라면···.”

“공장에서 이준이하고 같이 숙식한 친구 있잖니···걔가 그렇게 공부를 잘했데. 그런데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결국에는 공장에서 일한다고 하더라.”

“이번에 사고를 당한 친구가 덕구라고 알고 있는데 설마···?”

“이번 사고도 밤늦게 공부하다가 졸려서 실수하는걸 이준이가 돕다가 이준이도 이렇게 부상당한 거라고 하더라.”

이준의 형은 너무 상황이 공교롭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내 그런 마음을 접어두고 정말 새사람이 되겠다며 공부를 열심히 했을 동생을 보면서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

“고생했네···내가 도와줄 일은 없니?”

그런 형의 모습에 사내는 또 무언가 거슬렀는지 표정을 굳히고는 말했다.

“이제야 내가 잘 나가는 것 같으니까 그러는 거야? 나한테 그렇다면 형은 진짜 기회주의자야.”

“뭐?”

동생이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했던 이준의 형은 동생의 발언이나 행동이 말썽부리면서 가족에게 횡포나 부리던 시절과 다른 걸 느끼지 못했지만, 자신이 이루지 못한 사법시험 합격에 대한 저열한 질투 때문일 거라고 일축하고는 축하하고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런 이준의 형을 보고는 어머니가 급하게 따라가며 이준에게 말했다.

“좋은 이야기하는데 왜 그렇게 말하니? 형이 얼마나 속상하겠어.”

닫히는 병실 문을 사이에 두고 사내가 짓씹듯이 말을 던졌다.

“나는 항상 속이 뒤집혔거든요?”

‘공부 좀 한다고 집안에서 유세나 떨더니 결국 사법시험은 포기하고 회계사나 된 주제에. 난 사법고시 합격했다고 물론 덕구가 도와주긴 했지만 크크큭.’

덕구는 참 모자란 놈이었다. 사람이 좋은 것도 기준을 넘어서면 바보라고 하던가?

공장 사장도 부모 잘 만나서 공장을 상속받은 사람이라 그런지 멍청하기 그지없어서 아프다고 조금 이야기하고 덕구에게 일을 넘겨도 모르는 척 넘어가고는 했다.

‘사람이 돕고 살아야 한다고?’

정말 사람이 돕고 살아야 한다면 자신이 이렇게 돈도 백도 없이 바닥을 전전하며 사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같은 소리 하고 앉아있네.’

덕구는 바보 같은 놈이었다. 기숙사 실에서 매번 밤새 공부를 하고 공장에서도 일머리는 없어도 성실하게 일했다. 그런 놈이 어떻게 부정행위를 해서 사법시험을 보지 못했는지 뻔한 문제였다.

‘대리시험이었겠지.’

대리시험으로 부정행위가 걸려도 군대의 장성 아들이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덕구만 부정시험으로 시험을 5년간 볼 수 없게 되었다.

덕분에 덕구만 바라보고 힘든 가정형편을 유지하던 어머니가 쓰러지고 결국 공장까지 흘러들어온 ××같은 놈이었다.

‘뭐, 나도 덕구 덕에 합격했지만. 이제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까?’

사내는 속으로 자신이 만들어낸 최고의 상황을 음미하면서 푹 잠이 들었다.

[그래. 거짓된 사도라면 이 정도는 해야지. 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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