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90화 (91/485)

090. 개발자의 본능

중간이라고 말하기엔 한참 늦은 시기에, 원준은 자사의 신작 게임인 ‘웨이브 스토리’의 중간 매출을 공개했다.

그것도 상혁이 매달 발표중인 매출에 뒤지지 않는 아슬아슬한 승리 라인에 걸쳐서.

지금까지 일체의 정보도 공개하지 않다가 갑자기 발표된 정보에 팀원들은 상혁이 혹시나 지는 건 아닐까 싶어 패닉에 빠졌지만, 정작 당사자인 상혁은 기사를 보고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다는 듯한 태도를 보여 팀원들을 의아하게 만들고 있었다.

“오빠는 걱정도 안돼요? 이러다 지면 어떻해요?”

서연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묻자 상혁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 저쪽에서 하고 있는 건 게임 수명을 줄이면서까지 무리하게 유저에게서 매출을 뜯어내는 거야. 단기 매출로는 좋지만, 신작 게임이 저 짓을 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어.”

“하지만 내기는 6개월까지의 매출 합으로 결정되는 거잖아요. 거기다 지면 엄청나게 치욕적인 벌칙이 기다리고 있다구요. 으···. 상상만 해도 끔찍한데···.”

“벌칙은 내가 받는 건데 왜 네가 끔찍해하니?”

“오빠가 팀의 대표니까 그렇죠. 오빠의 치욕은 우리 팀의 치욕이나 다름없단 말이에요.”

“뭐, 그렇게 생각해주는 마음은 정말 고맙다. 근데 지지는 않을 거야.”

상혁이 미소 지었다.

현재 ‘배틀로얄’의 매출은 국내와 일본을 포함하여 순조롭게 성장세를 찍고 있었고, PC방 매출까지 더해져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비록 당시의 게임시장의 크기 한계 때문에 2020년처럼 발매한지 반년 만에 1조씩 버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루트박스 없이 배틀 패스만으로 기록한 성적치고는 매우 성공적인 상황.

특히 발매 직후의 반응은 거의 폭발적이었다.

유즈맵 용량 한계를 푸는 패치를 도와주었던 눈보라사의 필 콜슨이 상혁에게 국제전화로 ‘전쟁 크래프트3’의 동접이 떨어졌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투정을 부릴 정도로.

입장 인원수의 제한으로 인해 솔로 매칭만 지원하던 원본 유즈맵과 다르게, 듀오, 스쿼드까지의 팀플레이를 추가로 지원한다는 점이 특히 유저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는 주요 원인이었다.

물론 상혁이 단순히 한국과 일본 매출만을 믿고 여유를 부린 것은 아니었다.

언제라도 상대가 ‘국내 매출만 가지고 겨뤄야한다’하고 딴소리를 할지 몰랐으니까.

그래서 상혁은, 그에 대한 대책도 미리 세워둔 상태였다.

“우리가 대외적으로 발표한건 그냥 결제 유저 매출 통합이거든. PC방 과금 매출은 아예 안 들어갔어.”

“어? 그럼 그걸 더하면···.”

“애당초 유저수가 차원이 다른데 우리가 질 리가 없지.”

“휴···. 다행이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민준이 웃으며 서연에게 이야기했다.

“봐, 저놈이 어떤 놈인데. 다 생각이 있을 거라니까? 아마 매출 매달 공개한 것도 함정이었을 거야. 이정도만 달성하면 너도 이길 수 있다는 미끼 같은 거지.”

그러자 서연이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상혁을 바라보았다.

“으···. 난 오빠랑은 절대 싸우지 않을래.”

“그래. 안 싸우고 사이좋게 지내면 좋지.”

상혁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사실 내기를 받아들인 순간부터, 제가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은 건 딱 하나였어요. 개발자가 눈앞의 이득에 매몰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말이죠. 그리고 그 결과가 이거고요.”

상혁이 한 뭉치의 프린트를 꺼내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웨이브 스토리’의 게시판 페이지를 프린트한 내용으로, 수많은 유저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가득 차 있었다.

-아 운영진 지금 장난함? 지난주에 랜덤뽑기로 졸업 템 팔더니 일주일 만에 신템 업데이트 뭐임?-

-나는 이게 나온 지 6달밖에 안된 신작 게임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ㅋㅋ-

-이럴 거면 월정액제 게임으로 내놓지 왜 무료게임이라고 함? 무료로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어휴···. 심하네, 이거···.”

“그렇죠? 힘들게 만들어놓은 게임이 유저한테 욕먹는 건 참 마음 아픈 일이에요. 그게 겨우 내기에서 이기려고 무리하게 진행한 결과라면 더 그렇겠죠.”

“그러니까 우리는 이렇게 되지 말자, 뭐 이런 거지?”

성연의 말에 상혁이 답했다.

“맞아요. 저는 적어도 저희가 돈에 미쳐서 돌아가는 그런 개발팀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머릿속이 꽃밭이라 그런 생각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난 상혁이 생각에 동의한다.”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힌 건, 예상 외로 돈 문제에 있어서는 조금 냉정한 모습을 보이던 성연이었다.

“예전엔 나도 그랬거든. 왜 더 벌 수 있는데 안 벌겠다는 거지? 호구도 아니고? 정당한 권리를 받아내는 수준까지는 해야 하지 않나? 근데 이번에 애니메이션 OST작업 하면서 좀 느꼈어. 막 길을 가는데 내가 작곡한 음악이 들리고, PC방에 가면 사방에서 내 음악이 재생되고 있는 거. 사람들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장면에서 내 음악이 뒤에 깔려 있다는 건, 생각보다 멋진 경험이더라. 상혁이 네가 말했지? 우리 게임을 하는 유저들이 좋은 추억을 남겼으면 좋겠다고. 나도 이제는 그 추억의 한 파트가 되고 싶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돈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성연의 말을 들은 상혁은 안주머니에서 수첩을 하나 꺼냈다.

“그래요? 그럼 이번에 배틀로얄 수익 장난 아니라서 전사적으로 보너스 돌리려고 했는데 성연 형은 보너스 없는 걸로···.”

“야, 그건 아니지 임마!”

“농담이에요. 하하하···.”

어찌됐건 보너스는 지급할 생각이었기에, 상혁은 전 직원에게 500만원씩의 보너스를, 그리고 팀원들에게 2억 원씩의 추가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아, 물론 일본 출장 가서 일한 서연이랑 지수의 출장에 대한 성과급은 따로 더 지급할거에요.”

그렇게 말하며, 상혁은 추가로 코넥트 개발 및 이번 배틀로얄 서버 구축 작업에 참가한 대학원생들에 대한 보너스도 따로 책정했다.

“그리고 원한다면 MS쪽에 취업 알선을 해주기로 했는데, 그중에서 좀 괜찮은 인원은 민준이 네가 추려서 우리 쪽으로 영입해줬으면 좋겠다.”

“오케이. 안 그래도 몇 명 봐뒀으니 잘됐네.”

“혹시 불만이시거나 부족하신 분은 따로 말씀하세요.”

“지금 연봉도 엄청 센데 뭐 그 정도까지는···.”

“좋아요. 그럼 일단 성과급은 이정도로 마무리 하는걸 로 할게요. 지금도 계속 매출이 발생하는 중이니, 유지가 잘 되면 앞으로도 계속 추가 성과급이 나갈 거예요. 물론 저한테 밀어주신 지분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지만···.”

사실 지분을 자신이 100%갖는 것에 대해서, 상혁은 아직도 거북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상혁의 생각과는 다르게, 팀원들은 상혁에게 지분을 몰아준 것을 전혀 후회하고 있지 않았다.

“지분 이야기는 하지 말자. 우린 지금 이대로도 만족 중이니까.”

성연이 이야기하자, 옆에서 서연이 거들었다.

“맞아요. 사실 상장 안하면 스톡옵션이고 뭐고 다 의미 없다면서요? 그럼 그냥 오빠가 가지는 게 저희도 편해요.”

“그게 나중에 수십억 수백억이 될지 모르는데?”

“그건 상장을 했을 때 이야기고.”

민준이 끼어들었다.

“상장이든 투자든 결국 회사에 개입하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생긴다는 거잖아.

그 사람들은 당연히 돈을 벌라고 요구할거고.

옆에서 돈 벌라고 닦달하는 존재가 있으면, 지금 원준이 만든 저 게임 꼴 나는 거지.

우리 힘으로만 뭔가 이룰 수 있다면, 그냥 지금처럼 가는 게 좋아.”

민준의 말에 서연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상혁오빠가 뭐 돈 벌었다고 안 챙겨줄 사람도 아니고. 지금도 충분히 많이 벌고 있으니까 이대로 가요. 2억이면 작은 돈도 아니고요.”

“번 돈에 비해 부족하다거나 그런 생각은 안 해?”

“안 해요. 뭐 또 다른 꿍꿍이가 있으니까 돈을 모아두는구나 하는 거죠.”

“뭐, 그건 맞아. 이제 2년 후면 졸업해야하니까, 본사 건물 정도는 하나 마련할 필요가 있거든.”

상혁의 말에 팀원들이 모두 ‘아, 역시’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무리해서 그렇게 많이 줄 필요 없는데. 보너스 대신 건물을 더 멋진 걸···.”

“그 정도는 감안해서 책정한 금액이에요. 좀 더 여유가 생기면 그때 더 나눌게요.”

상혁이 멋쩍어하며 이야기하자, 성연이 손을 휘저으며 상혁의 말을 막았다.

“아냐. 솔직히 상장할 게 아니면 지분은 의미도 없고, 나는 지금도 내가 하는 일에 비해서 좀 과하게 받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난 이걸로 충분히 만족한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직원들 생각은 좀 다르겠죠.”

그렇게 말한 상혁이 보드에 가로로 긴 줄을 하나 그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일단 지금 저희 회사의 구조는, 게임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자금 흐름을 결정하는 ‘팀원’과 그 팀원들의 지시를 받아서 게임의 볼륨을 확장하고 관리하는 ‘직원’으로 구분되어있어요.”

상혁이 선 위에 ‘팀원’이란 글자를 적고, 아래 ‘직원’이란 글자를 적자, 팀원들이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그렇게 구조를 짠 건, 그게 편하기 때문이었어요. 기본적으로 지금까지는 작은 팀 구조로 게임 기초를 완성하고, 노동력이 필요한 부분을 팀 외부에서 끌어서 쓰는 게 편했거든요. 문제는 그렇게 했을 때, ‘저희’는 게임을 만드는 재미를 100%느낄 수 있지만, ‘직원’들은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 그냥 위에서 내려온 작업만 줄 창 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죠. 지금은 예산이 꽤 많이 남는 편이고, 이미 애니에 투자한 본전은 회수하고도 아득하게 돈이 남는 상황이니, 이 부분에서 조금 조정을 가하려고 합니다.”

“조정을? 어떻게?”

“일단 웹 개발팀이랑 협력해서 회사 내부 웹 사이트에 게시판을 하나 만들 생각이에요. 직원이라면 QA에서 청소부까지 누구나 올릴 수 있게.”

“뭘 올리는 건데?”

“게임 아이디어요.”

상혁이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직원이라면 누구나 게임 아이디어를 투고할 수 있고, 정기적으로 그 아이디어를 검토해, 만약 타당성이 있고 회사 방향에 맞는 아이디어라면 회사에서 그 직원을 위한 팀을 꾸려주는 것으로.

그렇게 함으로써 직원도 누구나 개발 핵심에 접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게 상혁이 구상하는 계획의 핵심이었다.

“물론 그냥 몇 줄로 ‘이런 게임이 좋겠다.’ 같은 것만 적으면 되는 게 아니라, 제대로 기획이 될 수 있는 구체화가 된 아이디어를 요구할겁니다.”

“그럼 만약에 아이디어가 회사 방향과 안 맞거나 구현이 불가능해서 만드는 게 어려울 것 같으면요? 거절당하면 그거대로 상심이 클 텐데···”

“제안 하나당 100만원에서 500만원씩 지급할거야. 그 정도 여유는 있으니까. 그리고 올린 제안은 우리 말고는 다른 직원들은 못 봐.”

“그럼 비슷한 제안을 계속 수정해서 올리면요?”

“그럼 불러서 한소리 해야지. 중요한건 이거야. ‘나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실제로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자기 시간을 투자해서 게임 아이디어 하나를 완성하는 건 절대 쉬운 게 아니거든. 그래도 그 길이 열려있냐 아니냐는 작업자의 의욕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될 거라고 생각해.”

“뭐, 그런 거라면 괜찮겠죠. 저는 검토하는데 상혁오빠가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면 어쩌나 해서요.”

“뭐, 기발하고 즐거운 게임이 더 나올 수 있다면 난 환영이니까 괜찮아.”

그렇게 팀 구조 변경 건을 마무리 지은 상혁은, 이번엔 오늘 팀원들을 집합시킨 원래의 안건을 꺼냈다.

“자, 그럼 오늘 회의의 메인 테마인 차기작에 대해서 이야기 해봅시다.”

그때, 민준이 조용히 손을 들어 상혁에게 말했다.

“아, 잠깐. 그 전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어. 해. 민준아.”

“지금까지는 거의 상혁이가 아이디어를 내고 우리가 작업을 하는 형태였잖아? 좀 바꿔보면 어때?”

“흠···.”

“지금은 확보한 자금도 있고, 앞으로 계속 들어올 돈도 있으니 어느 정도 수익이 나지 않거나 심지어 망해도 팀에 크게 타격이 오지는 않을 테니까, 이쯤에서 한번 방법을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민준의 말에 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민준이 말대로 해보죠. 완전히 망해도 상관없으니까, 나는 이런 게임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시는 분 손 들어주세요.”

그러자 민준을 제외한 팀원 전원이 손을 들었고, 상혁은 그 모습을 보며 싱긋 웃은 뒤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중에 그냥 이 원작 좋으니까 라이센스 따서 아무거나 만들어주세요. 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손을 내려주세요.”

그러자 이번엔 모든 팀원이 귀신같이 손을 내렸고, 그것을 본 상혁은 한숨을 쉬며 팀원들에게 말했다.

“이번엔 라이센스 따서 뭐 만들지 않을 거예요. 오리지널로 갈 거니까 각자 좋아하는 게 뭔지 말 해봐요.”

“라이센스는 안 돼?”

“라이센스라도 확실하게 이 작품을 가져와서 이런 경험을 주면 재미있을 것이다 하는 비전이 있으면 괜찮죠. 그게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게임 만들 건데 라이센스만 얹자.’이런 거는 그냥 로얄티 비용 낭비에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요. 그냥 나는 이런 게 좋다, 최근에 영화 봤는데 저 주인공 멋지더라, 그런 것도 괜찮으니 편하게 이야기 해 보세요.”

그러자 현주가 상혁을 보며 물었다.

“그걸로 돼?”

“그거면 돼요. 게임이란 게 그렇게 복잡한 게 아니에요. 내가 좋았던 거, 동경하는 거, 혹은 멋지다, 재미있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는 걸 시스템으로 바꿔서 구현하는 게 게임이니까요.”

게임 안에서라면 유저는 용사도, 히로인도, 던전을 운영하는 마왕도, 놀이공원 운영자도, 병원 원장도 될 수 있다.

상혁은 그것이 게임의 가장 위대한 점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으로 하여금, 평소엔 절대 겪을 수 없는 거대하고 짜릿한, 때로는 달달하고 편안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

그러나 여전히 팀원들은 입을 다물고 있었고, 상혁은 민준의 지적으로 인해 지금 팀이 가진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게임이 아니라 작업을 즐기고 있는 상태네.’

아이디어는 어차피 상혁이 내는 거니 거기서 파생되는 작업에만 집중하는 것.

그것은 서로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일지는 몰라도 상혁이 꿈꾸는 이상적인 개발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방법이었다.

‘작업이 아니라 게임에 미쳐서 개발하는 개발팀이 되어야하는데···’

그건 어찌 보면 지금까지 너무나도 일방적으로 개발을 진행한 자신의 탓도 있다고 볼 수 있기에, 상혁은 한숨을 쉬며 팀원들에게 말했다.

“흠···.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하네요. 민준이가 이야기 해주지 않았으면 모르고 넘어갈 뻔했어요.”

“무슨 문제를 말하는 거야?”

현주가 묻자 상혁이 말했다.

“다들 지금 게임이 아니라 작업에 중독되어있어요. 내가 지금 할 일이 즐거운 거지 지금 이 게임을 만드는 게 즐거운 상태가 아닌 것 같아요.”

“그게 이상한거야?”

“이상한 거죠. 서연아, 너는 느낄 수 있지 않아? 마리의 눈물 개발 때랑 지금이랑 개발팀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지?”

“에···. 그때랑 별로 다를 건···. 아···!”

마리의 눈물을 개발할 때, 서연은 정말 즐거운 기분으로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내며 게임 개발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새 자신이 맡은 업무에만 집중해 개발에 전념하고 있었고, 그것은 결과는 같을지 몰라도 개발 과정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이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확실히, 지금보다 그때가 더 즐거웠던 것 같아요.”

“맞아. 원래 게임개발은 그래야하거든.”

굳이 그러지 않아도 개발 자체는 계속 할 수 있다.

그러나 상혁이 추구하는 것은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고, 개발 과정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이었다.

그것이 없다면, 아무리 위대한 게임을 만들더라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상혁은 비로소 자신이 최근에 팀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했던 일련의 작업들에 대해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

“우선 사과 할게요. 나부터가 군대 문제 때문에 코넥트를 개발하거나, 북미 시장 쪽에 인지도를 올리려고 나이츠 어셈블을 개발하고 대중적인 게임을 만들려고 배틀로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걸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중요한 것?”

“개발하는 우리들이 즐거워야 한다는 거요.”

그렇게 말한 상혁은 몸을 돌려 화이트보드에 글자를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을 돌리며 팀원들에게 말했다.

“이번 개발은 방법을 좀 바꿔볼게요. 전 초기 기획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어? 기획자가 기획을 안 하면 뭘 하려고?”

“간단하죠. 심사위원을 할거에요.”

그렇게 말하며 상혁이 비켜서자, 아까 상혁이 보드에 적은 글자가 보였다.

거기엔 ‘제 1회 PTW 사내 게임 콘테스트’ 라는 문자가 적혀 있었다.

“다들 친한 팀원들 있죠? 가서 지지고 볶던 쥐어 짜내던 아이디어를 긁어보세요. 그리고 진짜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직원이 있으면, 그거 만들어줄 팀원을 모아서 알파 버전을 만들어오면 됩니다. 심사는 공평하게 블라인드로 사내 투표 할 거예요. 제일 재미있어 보이는 걸로 다음 차기작 정하죠.”

상혁이 특유의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짓자, 팀원들은 뭔가 등에 소름이 돋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기간은 세 달입니다. 그리고 원활한 작업을 위해서, 그동안 PTW는 주4일제로 운영하겠습니다. 하루는 유급이니까 나와서 팀원을 구하던, 아니면 알파를 만들던, 맘대로 하세요. 분명 여기 직원들 중에는 여러분이 뜨겁게 동조할만한 키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있을 거니까. 사람을 찾아서 팀을 꾸리고, 아이디어를 완성해서 가져오세요.”

“만약에 한명도 없으면? 다들 평범한 아이디어밖에 없다면?”

“절대 그럴 리 없어요.”

성연의 질문에 상혁이 웃으며 대답했다.

“여기는 게임회사고, 그 사람들은 개발자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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