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94화 (95/485)

094. 후속작의 의미

사내 분위기는 콘테스트의 달아오른 분위기를 이어받아 역대 최고를 찍고 있었다.

콘테스트에 참가하는 인원도, 비참가 인원도 다들 흥분해서 매일 자신이 지지하는 게임에 대해 이야기 할 정도로.

그 과정에서 기존에 상혁이 ‘팀원’과 ‘직원’으로 구분 짓던 양 그룹의 보이지 않는 벽이, 콘테스트를 통해 많이 해소된 느낌이었다.

심지어 최종 후보에 올라간 현주의 팀원은 개발인원이 아니라 아예 QA팀 인원들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직원들은 자신의 직책에 상관없이 ‘아이디어만 있으면 뭔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라는 분위기에 취할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벌어진 콘테스트 수상 행사.

상혁이 예상한대로, PTW내부에서 진행된 투표는 민솔이 제출한 ‘마지막 용자 전설’과 현주가 제출한 ‘포수가 회귀를 숨김’이 압도적인 표차를 기록하며 각각 1,2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물론 나머지 게임도 상혁이나 민준의 어드바이스로 적당히 재미있는 수준으로 수정하여 공모전에 참가하긴 했지만, 애당초 저 둘이 가져온 게임의 재미가 압도적이었기에 표가 몰리는 사태를 막을 수는 없었다.

결과는 간발의 차이로 민솔이 제출한 게임이 1위.

플레이하는 재미 부분에서는 현주의 게임이 조금 앞섰지만 ‘만드는 게 재미있을 것 같은 게임’ 분야에서 점수가 깎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텍스트 기반이니까 개발자가 개입할 여지가 적긴 하지.’

재미로는 현주가 제안한 게임이 조금 더 재미있다는 평이었으나, 현주의 게임은 모델링이고 아트고 그래픽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그래픽 파트에서 민솔의 게임이 몰표를 받으면서 1등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상혁은 팀원들과의 회의를 거쳐 1등인 민솔의 팀 외에도 나머지 참가 팀 전원에게 상금을 수여했다.

어찌되었건 1등이 되지 못했더라도 노력에 대한 대가는 주어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에 따라서.

물론 1등 상인 10억 원 정도의 거금은 아니었지만 공평하게 1억 원 정도를 받았기에 회사 내 분위기는 ‘역시 참가하길 잘했다’라는 기쁨과, ‘이럴 줄 알았으면 무조건 참여하는 건데.’ 라는 아쉬움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현주를 기뻐하게 만든 것은, 상금보다 상혁이 1등인 민솔의 게임을 메인 프로젝트로 하되, 현주가 제출한 게임도 동시 제작하겠다고 발표한 것이었다.

딱히 팀원에 대한 배려 같은 이유가 아니라, ‘재미있을 것 같아서’ 라는 이유로.

그런 이유로 사내 콘테스트에 참가한 모든 직원들은 1등을 한 민솔의 팀을 포함하여 전원 부실로 불러 상혁에게 별도의 포상과 상금을 수여받았다.

사실 좀 더 화려한 행사도 하려면 할 수 있었지만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민솔이 그런 행사를 원하지 않았기에 단촐하게 개별 수상으로 마무리 된 것이었다.

그렇게 콘테스트가 마무리되자, 상혁은 다시 흥분 모드로 돌아갔다.

팀원들과 직원들이 합심하여 제출한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2개나 있었으니까.

그것을 게임으로 만드는 것은, 개발자인 상혁에게 무엇보다 흥분되는 것이었다.

“자, 그럼 수상도 끝났으니 바로 회의를 시작합시다.”

본사 건물의 위치를 선정하는 문제도, 원준과의 내기 결과도, 매달마다 들어오는 막대한 수입도 상혁에겐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상혁은 지금 당장 자신을 흥분시키는 새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는 마음에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팀을 오늘부터 당분간 2개로 분리합니다.”

상혁이 말했다.

“1팀은 용자로봇게임 개발팀으로 메인 기획은 지수, 서브 기획은 제가 맡고 민솔이 리드 프로그래머, AD는 그래픽팀의 혁진 씨가, 음악은 성연 씨가 담당합니다. 2팀은 텍스트 스포츠게임 개발팀으로 메인 기획인 저, 서브 기획으로 현주 선생님, 리드 프로그래머는 민준이 맡습니다. 아시다시피 풀 텍스트 게임이기 때문에 2팀엔 AD와 음악이 없어요.”

상혁이 발표한 인선을 듣고, 민솔이 손을 들었다.

“제가 리드를요?”

“민준이와 상의 했는데, 이번 알파 빌드에서 민준이한테 코드 쪽 도움은 거의 안 받고 완성했다며? 민준이가 객관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추천했으니까 이번에 한번 맡아봐. 지수는 메인 기획은 처음이지만, 내가 옆에서 도와줄 테니 경험삼아 해보는 걸로 하고.”

“넵!”

지수가 힘차게 손을 들며 대답했다.

“제가 민준을 2팀에 배정한건 2팀에서 개발하는 게임이 일종의 AI소설 기반 게임이기 때문이에요. 아예 구조를 새로 짜야 하는 거라 좀 더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가 필요해서 민준을 배정한 거니까, 일단 인선은 이대로 갑니다.”

그러자 서연이 손을 들었다.

“저는 그럼 뭐해요?”

“넌 지금까지 하던 대로 일본의 타이프-문이랑 연계해서 배틀로얄의 신 캐릭터 스킨하고 모델링 컨펌 작업 해줘.”

“아······.”

서연은 뭐라고 말하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이내 조용히 입을 다물고는 손을 내렸다.

메카닉 디자인이 특기가 아닌 자신으로써는 1팀의 AD작업은 무리인 것 같아서.

상혁은 그런 서연을 달래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기존 게임의 라이브 운영도 중요하니까. 우리 메인 BM은 매 시즌마다 어떤 캐릭터 스킨을 보상으로 넣느냐가 중요하고, 거기 매력을 넣는 건 내가 가장 믿는 AD인 서연이 너밖에 못하는 일이야. 널 믿고 맡기는 거니까 해줄 수 있지?”

상혁이 말하자 서연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신작에 참여 못하는 건 섭섭하지만···. 어쩔 수 없죠. 장르가 안 맞는거니까···.”

인정하긴 싫지만 서연이 보아도 혁진의 메카닉 디자인 실력이 위였기에, 서연은 신작 작업의 AD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상혁이 회의에서 서연을 내보낸 건 아니었기에, 회의 자체는 참가할 수 있었지만, 서연은 회의 내내 입을 다물며 서운한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다.

‘왜 굳이 메카닉?’

콘테스트에서 진 것 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제출한 것보다 민솔이 제출한 게 훨씬 더 재미있어 보이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러나 서연이 섭섭해 했던 부분은 다른 부분에 있었다.

‘내 것도 상혁 오빠가 좀 더 도와줬으면 이길 수 있었을 텐데.’

서연이 알고 있는 상혁의 능력이라면, 분명 자신이 가져온 컨셉이라도 재미있는 게임으로 뜯어 고치는 것이 가능할 것이었다.

그러나 상혁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성연이 가져온 결과물도 그랬지만, 이번 콘테스트에서 상혁이 기획적인 도움을 준 기준은 ‘목표하는 재미가 확실히 있는가.’였기 때문에.

민솔의 경우에는 용자 로봇에 대한 그 열망이 제대로 들어가 있었기에 그것을 좀 더 극적으로 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조언해 준 것이고, 현주의 경우에는 직장에서 메모장으로 게임을 플레이 할 때 좀 더 재미있는 방향을 지도해 준 것 뿐이다.

상혁이 보기에 서연이나 성연이 제출한 것들은 ‘재미’에 대한 추구 보다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보여주는데 집중하고 있었기에, 상혁은 두 게임을 제외한 나머지 게임은 기획서 정리 정도의 도움만 주고 극적인 개입은 하지 않았다.

서연은 바로 그게 섭섭했다.

자신이 상혁과 더 오래 일했고, 더 친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심지어 얼마 전 AD로써 힘들 때 상혁이 도와준 건도 있었기에, 서연은 더욱 이번 일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결국 회의가 마무리 될 즈음, 팀 내에서 가장 눈썰미가 좋은 현주가 서연의 상태를 알아보고는 서연을 따로 불러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상혁을 찾아와 서연의 상태에 대해 상담을 청했다.

“서연이가 이상해요?”

바로 AD로서 힘들어했던 건을 도와준 지 얼마 안 되었기에, 상혁은 그 짧은 시간에 또 트러블이 생겼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했다.

그러자 현주가 한숨을 쉬더니 웃으며 상혁에게 말했다.

“이번에 신규 개발에서 제외된 것 말이야.”

“아. 그거···.”

그거라면 있을 법 한 불만이라고 생각하며, 상혁이 말했다.

“그건 아까 잘 설명하지 않았나요?”

“이해야 했지. 납득을 못해서 그렇지.”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가슴으로는 이해 못한다는 그런 거군요.”

“맞아.”

“하지만 이번엔 정말로 서연이 참가할 부분이 없는데요.”

“서연이가 불만인 게 바로 그거야. 자기가 참가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 능력이 충분하면서 왜 굳이 다른 게임을 만드느냐는 거지. 거기에 네가 내 기획도 통과시켜서 동시 개발을 한다고 하니까, 왜 2개는 되고 3개는 안 돼?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은데.”

“흠···. 근데 지금 개발 결정된 두 개는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서 만드는 거잖아요. 그게 아니라면 동시에 굳이 3개를 개발할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서연이도 머리로는 그걸 납득을 하지. 그냥 마음이 섭섭한 거야. 처음부터 함께했고, 같이 오래 있었는데 굳이 자기가 배제된 신작 개발을 해야 하냐는 거지.”

“직접 와서 이야기는 안하고요?”

“자기 때문에 굳이 신작 하나를 만들게 해달라고 하는 게 얼마나 민폐인지는 아는 아이니까···.”

그렇게 말하던 현주가 상혁에게 물었다.

“상혁아.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예.”

“넌 뭔가의 목적을 가지고 팀을 꾸린 거잖아? 그리고 팀원하고 직원을 따로 부를 만큼 팀원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기도 하고···. 애당초 민준이 말리지 않았으면 지분도 N분해서 나눠주려고 했다면서?”

“맞아요. 근데 아무래도 신규 팀원 왔을 때 지분 재분배 문제도 걸리고, 어차피 상장할거 아니니 지분도 크게 가치는 없어서 제가 보관하고 있는 거죠. 딱히 회사가 제꺼라고 생각하거나 하지는 않아요.”

“근데 왜 팀원을 배제할 수도 있는 게임을 만들려는 거야? 기존에 만들던 게임의 후속작은 안 만들어?”

사실 후속작 문제는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종종 거론되는 문제였기에, 상혁은 웃으며 현주에게 말했다.

“일반적인 게임팀은 주로 자신이 성공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게임을 만들려고 하죠. 이미 팀이 꾸려져 있고, 팀이 잘 만드는 게 입증되어 있으니까. 새로운 게임이 나오는 경우는, 안에서 별도의 개발팀을 따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요.”

“그게 안 좋은가? 팬들은 자기가 좋아하던 게임이 계속 같은 식으로 나오는 걸 좋아하잖아.”

“그러다가 사골소리 들어요.”

상혁이 말했다.

뭔가 하나가 잘 팔리면, 비슷한 느낌에 스킨만 바꾼 후속작을 계속 찍어내던 2020년대의 게임회사들을 떠올리면서.

“기본적으로 저는 후속작이란 건, 같은 계열의 재미를 가지고 있으면서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경험하게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맨날 해주던 유저들만 좋아하는 게임, 기존 팬들만 안고 가면서 새 팬들은 끌어오려고 하지 않는 게임. 그런 게임을 만드는 회사는 결과적으로 그냥 목숨만 붙어있는 그런 회사가 되는 거예요.”

이야기를 하며, 상혁은 회귀 전의 락☆타 게임즈를 떠올렸다.

비록 한 게임 한 게임을 내는 데 오랜 시간을 투자하긴 하지만, 확실하게 전작과 후속작에서 차이가 드러나는 시리즈물을 만들던 회사.

정체기에 있던 시리즈의 플랫폼을 거치형 콘솔로 이전하며 크게 성공했던 ‘몬스터 훈타 월드’같은 케이스도.

반대로 계속 ‘그놈이 그놈’ 같은 케이스도 있다.

특히 스포츠 물에서 가끔 선수 엔트리만 바꾸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수준의 게임을 내놓는 경우가 있는데, 대기업 CA에서 내놓는 축구 게임 시리즈인 ‘비바 20’같은 경우는 19년도 버전과 너무 다른 점이 없어 IGN에서 ‘19버젼을 가지고 있다면 살 필요가 없다’고 리뷰한 적도 있을 정도로.

그리고 다음해 나온 비바 21.

IGN에서는 새로 나온 CA의 신작 게임에 대한 조롱의 의미로, 비바 20때 썼던 리뷰를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하여 21의 리뷰를 작성했다.

‘너희가 게임을 복사 붙여넣기 했으니, 우리도 리뷰를 복사 붙여넣기 하겠다.’라고 하면서.

물론 매 시리즈가 혁신적이고 진화한 경험을 주기 위해서는, 각 시리즈의 개발 텀을 늘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스포츠 게임에서는, 솔직히 기기 성능이 업그레이드되지 않는 이상은 잘 만든 게임에서 크게 손을 대기 어려운 점도 존재하고.

그러나 단순히 세레머니 몇 개 추가하고 선수 엔트리 바꾸는 정도의 업데이트라면, 그냥 DLC를 팔아야 맞지 풀프라이스를 받으면 안된다는 게 상혁의 평소 지론이었다.

게임 마켓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유저는 같은 자극에 점점 무뎌지며 결국 새 자극을 찾아 이동한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도전해야하는 것이 게임 회사의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상혁은 생각하고 있었다.

비록 그 도전에서 패배의 쓴 경험을 보게 될 지라도.

‘적어도 시리즈물을 만든다면 전작의 경험을 아득하게 초월하는 뭔가를 제공할 수 있을 때 만들어야지.’

상혁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기에, 현주는 상혁의 설득을 포기했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포기하더라도 ‘마리의 눈물2’같은 후속작이라도 만들어보자고 이야기할 생각이었는데, 당사자의 의견이 확고하니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일단 서연이랑 다시 이야기를 해서 잘 달래봐야겠다.’

***

다행히 며칠이 지나 서연이 조용히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게 되면서, 상혁은 그럭저럭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외부 업무가 줄어든 것은 아니었기에, 상혁은 회의 시간을 제외하면 나머지 시간을 매우 빡빡하게 사용해야 하긴 했지만.

특히 외부 미팅은 도저히 나갈 시간이 없어서 죄다 대학교로 부를 정도로 바빴는데, 그 와중에 2개의 게임의 신작 개발을 함께 봐야하는 상혁의 스케쥴은 가히 살인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수한테 기획서 쓰는 거 안 가르쳤으면 X될 뻔 했다 진짜···.”

상혁이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들기며 말하자, 부실에 단 둘이 남아있던 민준이 웃으며 이야기했다.

“자업자득이지. 그리고 지금 만드는 것도 네 욕심으로 동시 개발하는 거잖아. 참아.”

“그···그치만 너무 재미있어보였는걸?”

“하긴 네가 좋아할 만한 기획이긴 했지.”

사실 텍스트 기반 게임이라 단순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상혁은 이걸 아예 풀 야구 게임에서 그래픽만 텍스트로 풀어가는 게임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그 말은 이 게임의 완성을 위해서는 제대로 굴러가는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나 만들어야한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스토리가 있는 커리어모드가 달린 야구 게임.

“근데 그렇게 안 만들면 그냥 선택지 달린 소설이잖아. 난 진짜로 선택지 누를 때 플레이어가 제대로 스탯이 있는 야구선수를 상대하는 기분을 느꼈으면 한다고.”

“뭐, 그건 나도 동의해. 그러니까 같이 야근하고 있는 거잖아.”

그래픽을 텍스트로 구현한다는 것도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같은 표현이 계속 반복되면 유저가 지루해 할 수 있기에, 민준은 상혁과 함께 AI소설 기반의 텍스트 출력 모듈을 새로 설계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배고프다. 밥이나 먹자.”

“그럴까? 뭐 먹고 싶은데?”

“김치찌개.”

“김치찌개? 이 근처에 맛있던 데가 있던가?”

“한 군데 있지.”

민준이 상혁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뭐야, 또 나냐?”

“회귀하던 날 이야기 했잖아. 너 따라서 게임 만들면 평생 밥해준다고. 난 상혁이표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

아닌 게 아니라 민준이 그렇게 말할 정도로 상혁은 음식을 잘했다.

민준을 꼬실 때, 상혁이 고등학교 3년 내내 도시락을 싸주겠다는 제안을 걸자 마음이 잠시 흔들렸을 정도로.

“하아···. 집에 김치는 있는데 돼지고기가 없는데···.”

“가면서 사지 뭐. 어차피 오늘 계속 작업해야 할 테니까, 너희 집에서 저녁 먹고 같이 작업하자.”

그때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민준의 휴대폰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어. 민솔아? 어. 어?! 어. 응. 알았어. 지금 보낼게.”

민준이 전화를 끊자 상혁이 물었다.

“뭔데?”

“민솔이. 지금 학교 근처 술집인데, 서연이가 꽐라되서 너 찾는 댄다.”

“뭐?!”

“난 먼저 너희 집 가 있을 테니까, 서연이 보내주고 돼지고기 사오렴. 그럼 안녕~.”

민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김치찌개~김치찌개~’하는 괴상한 노래를 부르며 진짜로 휙 하고 부실을 나가버렸고, 당황해서 멍하니 서 있던 상혁은 조금의 시간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민솔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하긴 일단 술 먹을 나이가 되긴 했구나.’

중학생일때부터 봐 왔기에 마냥 어린 여동생처럼 생각하고 있던 상혁은, 서연이 술을 먹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가 가까스로 서연이 법적 성인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침착하게 민솔에게 위치를 물었다.

그리고 그렇게 도착한 술집에서, 상혁은 자신을 보며 손가락을 휙 치켜드는 서연을 볼 수 있었다.

“아! 왔다! 상혁옷빠! 이 뱃쒼자!”

상혁을 당황하게 한 것은 그녀가 말한 배신자라는 단어가 아니라, 그녀의 충격적인 주량이었다.

그녀의 옆에는, 겨우 반병쯤 비워진 소주병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술 더럽게 약하네.’

속으로 생각하는 상혁에게, 서연이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그리고는 상혁의 품에 폭 안겼다.

“히히~옷빵~.”

하얀 얼굴이 완전히 붉어져서, 혀까지 꼬부러진 상태로.

“아 씨, 나 얘네 집 모르는데.”

예전에 알던 서연의 집은 서연이 돈을 많이 벌면서 현재 이사를 간 상태였기 때문에, 상혁은 서연의 현재 주소를 알지 못했다.

도와달라는 의미로 바라보는 민솔이 고개를 젓자, 상혁은 깊게 한숨을 쉬며 속으로 말했다.

‘싯팔. 팀장 때려치고 싶다.’

서연은 그런 상혁의 마음도 모른 채, 조용히 품에 안겨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쿠울···. 퓨···. 드르렁···.  퓨···.”

코까지 골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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