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100화 (101/485)

100. 몰입

상혁이 기각시켰다는, 혁진이 만든 변신 시퀀스는 확실히 멋졌다.

‘저것도 괜찮긴 했지. 처음에 사장님이 거절한 게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멋지게 뽑힌 물건이었으니까.’

영상을 보고 있던 릭이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병기로서의 로봇이 진화하면 나올법한 메카 디자인은 용자 로봇이라기보다는 ‘타○탄 폴’이나 ‘아○드 코어’에 나올법한 디자인이었지만, 그건 그거대로 리얼로봇 팬들의 로망을 불타오르게 만드는 매력이 철철 넘치는 물건이었으니까.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다.

기동 경찰 패○레이버가 사자왕 가○가이거 보다 멋이 없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혁진은 오랜만에 자신이 만들고 완성도에 몸을 부르르 떨었던 영상을 보면서, 이 이상의 변신 시퀀스는 존재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

‘저 리얼함을 보라고! 진짜로 군대나 기업에서 만들 법한 느낌의 로봇이 변신하는 모습을! 저건 용자로봇 할애비가 와도 못 이길 거라고!’

그런 육중한 로봇의 부속이 철컹철컹 분리되며 날아다니다 다시 재조립되는 모습을 보며, 상혁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SFX 졸라 잘 뽑은 것 같아.’

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몰라도, 진짜로 부속이 움직이고 유압 실린더가 움직이는 소리를 실감나게 구현해 놓은 것이 엄청나게 현실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잠시 후, 멋지게 변신한 상태로 로봇이 대지에 착지하며 쿠웅하고 육중한 착지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흩어지는 먼지 구름 속에서, 로봇의 모노아이가 붉게 달아오르며 영상이 끝났다.

“크으! 죽이지 않습니까?!”

결국 자기가 디자인한 자기 로봇의 변신장면에 뽕을 참지 못한 혁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미친 듯이 기립박수를 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방 안에 모인 팀원들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부정의 여지없이, 객관적으로 멋있었으니까.

“혁진 씨, 저는 혁진 씨가 추구하는 결과물이 멋지지 않다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그때 상혁이 혁진을 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단지 저희 게임엔, 좀 더 어울리는 로봇의 디자인이라는 게 있다는 뜻이었죠.”

상혁의 말과 함께, 화면이 다시 어두워지며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서연이 검은 화면을 보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괜찮을 거야.’

메카 디자인계의 거장이라는 두 사람이 인정한 자신의 디자인이었지만, 아직 자신은 없다.

단순한 디자인이 아닌, 실제로 움직이는 영상으로 보았던 혁진의 로봇 디자인은, 정말이지 보고 있는 서연도 감탄사를 흘릴 정도로 멋졌기 때문에.

지금의 영상은 서연도 처음 보는 것이었기에, 서연 역시 자신이 한 디자인이 어떤 식의 변신 시퀀스를 가지고 있을지 예상할 수 없었다.

단지 자신이 기본적으로 설계한 변신 기믹이 있으니 기본적으로는 그 베이스를 따라갈 것이라고 어렴풋이 추정할 뿐.

멘토인 오오가와라는 서연에게 메카디자인을 가르치며, 변신 기믹이 있는 로봇을 디자인 할 때는 항상 변신 과정을 고려하여 디자인이 되어야한다고 가르쳤다.

가토키는 서연에게 로봇의 제작 과정을 생각하며 디자인하라고 말했다.

거대 로봇이란 물건 자체가 여러 협력사들이 힘을 합쳐 만드는 것인 만큼, 하나의 거대한 철 덩어리가 아니라 각각의 부속의 조합이 모여 로봇이 되는 것이고 그렇기에 각 부품의 분할 역시 확실하게 표현이 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서연 역시 그 가르침을 충실히 따라서 로봇의 디자인을 잡았다.

그것은 어찌 보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미련한 발상일지도 모르지만, 상혁이 원하는 것이 바로 그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상혁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었다.

그녀가 조용히 상혁을 바라보자,  상혁도 옆에 앉은 서연을 보면서 조용히 미소 지었다.

‘어떤 형태가 나오려나?’

민준은 화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기본적으로 용자 로봇의 핵심은, 그 상징성에 있다.

기차라던가 트럭, 자동차, 공룡, 사자. 상어, 독수리 등.

가장 핵심이 되는 주인공 기체가 가진 상징적 기믹이 합체했을 때의 전체적인 디자인의 방향성을 결정한다.

그리고 민준이 알고 있기로는, 대부분의 심볼은 다른 로봇 애니메이션에서 사용한 것들이었다.

‘거기에 크기가 주는 임팩트도 있으니까.’

승용차는 차체 형태일 때는 멋지지만 변신 후 원본인 차체의 크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로봇이 약해보이게 된다.

보통 얄팍한 주인공 기체가 합체를 통해 비로소 뽕차는 거대 로봇 느낌이 나는 게 기존 용자 로봇의 패턴인 것처럼.

반대로 거대한 기차가 변신하는 경우 기본 기체의 임팩트는 줄 수 있지만 이미 사용하고 있는 심볼이라 왠지 오리지널리티가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민준은 서연이 주인공 기체의 변신 전 원본을 무엇으로 선정했을 지가 궁금했다.

임팩트가 약한 승용차 형태인지, 아니면 사자나 독수리처럼 일반적으로 익숙한 형태의 기체를 사용했을지.

그때, 화면위로 거대한 자동차가 어둠을 뚫고 등장했다.

‘텀블러?’

서연이 디자인한 자동차를 처음 본 민준은, 서연의 자동차를 보고 예전에 박쥐인간 영화에서 보았던 멋진 기갑차량인 텀블러를 떠올렸다.

물론 세부적인 디자인은 다르긴 했지만, 일반 차량의 기본 형태를 지키고 있으면서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단단해 보이는 갑주를 두른 형태는 어딘지 모르게 ‘텀블러’를 연상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마음에 드는 오리지널 차체가 없으니까 아예 새로 만들었구나.’

민준이 미소 지었다.

그리고 옆에서 보고 있던 혁진은, 서연이 디자인한 차를 보고는 입을 벌리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저게 대체 무슨 차야?’

승용차와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육중함과 단단함을 지니고 있는 전혀 다른 물건.

탱크도 장갑차도 험비도 승용차도 아닌 형언할 수 없는 차체를 가진 주인공 기체가 바퀴를 굴리며 화면 정면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그리고 그때, 음악의 템포가 웅장하게 변하며, 로봇이 변신을 시작했다.

‘멋지다.’

‘완전 뽕 찬다.’

‘이게 상혁오빠가 말하던 거구나.’

현재 팀원들이 보고 있는 광경을 그나마 흡사하게 전달하자면, ‘어둠속에서 검붉은 빛의 텀블러모양 자동차가 나타나 옵○머스 프라임 처럼 변신하는 장면.’ 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순하게 그런 식으로는 전부 표현할 수 없는 강렬한 매력이, 영상 안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지나치게 현실적이지도, 그러나 지나치게 만화적이지도 않은 미묘한 밸런스. 그 안에서 잡을 수 있는 ‘화려하지만 심플한’ 디자인의 기체가 변신을 마치고 섰을 때, 입을 여는 팀원은 아무도 없었다.

“자.”

다시 방의 불을 켠 상혁이 혁진에게 물었다.

“이제 제가 원하는 게 뭔지 아시겠어요?”

“···억울하네요.”

혁진이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존재하지 않는 개념을 구현하라고 요구하셨던 거군요. 누구도 보지 못했지만 누군가 만드는 건 가능한 그런걸요. 저도 팀장님이 원하시는 게 뭔지 알 수 있었다면 저렇게 작업을···.”

그렇게 말하다 혁진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뇨. 솔직히 말하면 저는 저렇게는 디자인 못합니다. 예.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 저희 게임엔 저게 훨씬 잘 어울리네요.”

“그럼 약속한대로 건물이랑 방어 유닛 디자인 쪽 AD를 맡아서 해 주시는 거죠?”

“예. 그래도 허락해주시면 지금 있는 디자인은 다 파기하겠습니다. 저 로봇을 보니까, 저 느낌에 맞춰서 완전히 새로 디자인하고 싶네요.”

“그건 좋습니다. 분명 좋은 결과물이 나올 거라 생각하니까요.”

그때, 서연이 조심스레 손을 들어 상혁에게 물었다.

“오빠, 그럼 저는···.”

“축하합니다.”

상혁이 서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1팀의 메카닉 총괄 디자이너. 김서연 씨.”

결국 서연은 팀원들이 보는 앞에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러지 않으려고 수없이 다짐했지만, 안에서 터져 나오는 감정을 참을 수가 없어서.

***

서연의 AD 복귀는 결과적으로 팀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멋지다는 표현 외에는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로봇 디자인을 보고 설정을 맡은 지수 역시 의욕에 불타올라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고, AD자리에서 밀려난 혁진도 오히려 기존에 자신이 작업했던 모델링을 서연이 잡은 색감에 맞춰 다시 작업하며 원활하게 작업을 진행해 나갔다.

그렇게 1팀이 작업에 속도를 붙이며 즐거운 팀의 분위기로 바뀌는  사이, 문제가 발생한 것은 혁찬이 합류한 2팀이었다.

“이 문장 빼고, 이 단어 고치고, 이거 바꿔.”

상혁이 수정 요구를 하자, 혁찬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며 상혁에게 물었다.

“흠. 사장님?”

“일할 땐 팀장님이라 불러라. 아니면 형이라고 하던가.”

“좋아요. 팀장님. 제가 쓴 표현은 지금 소설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수사인데 굳이 고치라는 이유가 뭔지 알 수 있을까요?”

혁찬의 말에 상혁이 웃으며 답했다.

“이거 플랫폼이 뭐지?”

“PC요.”

“아니, 정확하게 PC안에서 어떤 형태로 돌아 가냐고.”

“스킨은 메모장 같은 모양이죠.”

“그래. 직장에서 일하면서 상사 몰래 곁눈질로 즐길 수 있게 만들고 있는 게 ‘포수가 회귀를 숨김’이라고. 그러니까 곁눈질로 봐도 내용 전개가 이해가 잘되도록 최대한 간결하고 깔끔하게 쓰란 말이야.”

둘 사이에서 의견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상혁이 ‘포수가 회귀를 숨김’의 모티브로 삼고 있는 웹소설은 2017년에 연재를 시작한 ‘홈플레이트의 악당’ 이었고 혁찬이 알고 있는 ‘웹 소설’이란 ‘룬의 아이들’ 이나 ‘퇴마록’ 같은 느낌의 소설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게도 상혁이 혁찬에게 요구하는 것은, 그 당시 소설들이 가지고 있던 문장력이나 스토리 빌드 능력이 아니었다.

단순하게 A라는 특정 상황에서 B라는 선택지를 명확하고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것.

그것이 상혁이 원하는 것의 전부였다.

자신의 설명에도 혁찬이 잘 이해를 하지 못하자, 상혁은 결국 어슴푸레한 기억을 살려 자신이 알고 있는 원작 소설의 전반부를 대충 적어서 주었다. 혁찬은 그제야 상혁의 의도를 파악하고는 ‘아’하는 표정을 지으며 상혁에게 말했다.

“무지막지하게 직설적이고 직관적이네요. 알겠어요. 무슨 이야기인지.”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리려던 혁찬은 자신의 뒤에서 그림을 들고 엄청나게 기쁜 표정으로 서 있는 서연을 보고는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용건 끝났으면 비켜줄래? 오빠랑 할 얘기가 있거든?”

“어? 어···. 어···.”

혁찬이 옆으로 물러서자, 서연이 종종걸음으로 상혁에게 다가와 그림을 내밀었다.

“이거, 요청하신 신규 유닛이요.”

“어디보자···. 오, 멋진데?”

“멋진 걸로 끝?”

“어디보자···. 내가 필요하다고 했던 요청사항이 기본적으로 튼튼한 탱커형 디자인 로봇이면서, 합체하면 두 배로 단단할 것 같은 느낌이었지? 각 로봇에게 버클러 같은 소형 방패를 나누어주고, 합체 시에 방패를 상하로 합쳐서 대형 방패를 만든다는 느낌이 좋은 거 같네.”

“여기도 있는데.”

서연이 손가락으로 방패 뒤에서 백팩으로 연결되는 거대한 호스를 가리켰다.

“혹시 에너지 장 형태의 방어막 발생장치인데 한 대일 때는 출력이 모자라서 못쓰다가 합체했을 때만 쓸 수 있다는 설정인가? 그래서 한쪽은 전환기를, 한쪽은 에너지 팩을 달고 있는 거고?”

“맞아요. 원래 한 대였던 디자인을 두 대로 분할하는 느낌으로 디자인 해봤어요.”

“그렇게 한 이유는?”

“뽕 차잖아요.”

“맞네. 확실히 이런 건 로봇팬이 좋아하는 요소지. 완벽하다. 그대로 마셜 씨한테 보내.”

“꺄! 칭찬받았다!”

“까불지 말고 빨리 가라.”

“쳇···. 넵···.”

돌아가려던 서연은 아직 가지 않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던 혁찬을 보며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중학교 동창에게 보이기엔 조금 부끄러운 장면이었기에.

“뭐···. 뭘 봐?”

“아냐. 행복해 보인다 싶어서.”

“너도 익숙해질 거야. 우리 팀은 적응만 잘 하면 진짜 재미있는 팀이거든.”

혁찬은 서연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점점 팀에 적응하고, 상혁이 만들려는 게임의 구체적인 방향을 이해하게 되면서, 서연이 했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천천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전부 다 재미에 미쳐있어.’

그게 얼마나 큰 수정을 요구하는 작업이든, 그쪽이 더 재미있을 것 같으면 과감하게 기존 작업물을 포기한다.

아무리 구현하기 복잡한 개념이라도 결과물이 재미있을 것 같으면 온갖 편법과 우회 방법을 사용해서 어떻게든 비슷한 결과물이 나오도록 한다.

팀원 전체가 같은 방향을 보고 더 빨리, 더 멀리, 더 높게 갈 수 있는 방향을 향해 뜀박질하는 팀의 모습은, 자신이 알고 있는 개발팀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것이었다.

‘이러니까 나한테 화를 낸 거구나.’

상혁이 첫 만남때 자신에게 했던 ‘대가리 박아’라는 말이 어째서 나온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혁찬은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은 어떻게 기발한 표현 방법을 사용해서 상혁을 놀라게 할지를 고민하면서.

게임을 재미있게 완성하려고 노력하는 건, 개발자의 역할이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출시할지를 고민하는 것은, 경영자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상혁은 그것 때문에 요즘 계속 민준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만들고 있는 퀄리티와, 출시할 수 있는 퀄리티간에 격차가 너무 컸기 때문에.

“이거 PS2로는 발매 못해?”

“가능은 한데 엄청 깎아야할 걸. 변신은 거의 알아보지도 못할 수준일거야.”

“컷인으로 처리하는 건?”

“해봤자 720P해상도밖에 안 나오는데 그 안에서 또 줄여서 나오면 영상이라고 퀄리티가 나오겠냐?”

민준의 말을 들은 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세대기까지 미뤄?”

“나쁘지 않지. PS3발매가 내년 11월이니까.”

민준의 말대로 PS3는 원래의 타임 라인에서 내년인 2006년 11월에 일본에서 발매될 예정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PS3는 좀 그렇지.”

“맞아.”

기본적으로 PS3에서 사용하는 CELL-Broadband Engine(CELL/BE)는 여러 대를 연결해서 슈퍼컴퓨터를 만들 정도의 성능을 가진 물건이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다룰 경우 성능을 제대로 뽑아낼 수 없는 물건이었다.

“뭐가 문제였더라?”

“개발 난이도가 좀 높았지, 초기  개발툴은 SPE(Synergistic Processor Elements)가 알아서 분산 처리할 수 있게 지원하지 않았으니까, 프로그래머가 직접 일일이 나눠 줘 야해서 개발환경이 뭐 같아. 돔 개발자 존 키맥도 깠잖아. ‘플레이스테이션 3로 개발하는 것은 너무 난해하니 난 안 할 거다’라고. 게이브 뉴웰도 재앙이라고 표현했었지.”

“칩셋이 가진 포텐셜 자체는 좋지 않았나?”

“이론상으로는 좋은 머신이었으니까. 성능을 끌어내기가 귀찮은 물건이라 그렇지. 그래도 잠재성능 다 끌어내면 GTA5도 돌아가는 물건이었으니까 초반 암흑기만 제외하면 그리 나쁜 물건은 아냐. 그래도 게임에서 제일 중요한 정수 처리 능력이 딸리는 건 좀 치명적이지. 아마 2007년에 SCEA에서 PS Edge 엔진 내놓기 전까지는 계속 힘든 물건일거야.”

“네가 해도 힘들까?”

상혁이 조심스레 묻자, 민준이 웃으며 말했다.

“왜, PS3로 내고 싶어?”

“가능 하다면. X박스로 개발하고 PS3로 컨버팅하면 성능이 개판 나니까, 차라리 GTA처럼 PS3기반으로 최적화 하고 X박스로 포팅 해서 둘 다 발매하고 싶은데.”

“그럼 그렇게 해. 고민하지 말고.”

민준이 상혁의 어깨를 두드렸다.

“말했지만, 네가 방향을 정하면 거기까지 밀고 가는 건 내가 하는 거니까. 믿고 맡기라고.”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친구의 손이, 자신의 어깨에 올라가 있는 것을 느끼며, 상혁이 미소 지었다.

“그래. 고맙다.”

그리고 상혁은 이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었다.

“그럼 민준이 네 허락도 받았으니 나츠 씨에게 전화해야지.”

그렇게 PTW의 차기작 중 최초의 AAA급 타이틀인 ‘마지막 용자 전설’은 PS3로의 선행 발매가 결정되었다.

나오자마자 욕만 바가지로 먹고 PS진형의 암흑기를 가져왔다고 말하는, 바로 그 저주받은 머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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