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101화 (102/485)

101. 월급루팡의 게임

그렇다고 상혁이 모종의 사명감에 불타올라서 ‘망한 PS3를 내가 살리겠어!’ 라던가, 그동안 나츠 씨에게 신세진 게 있으니 도의적 측면에서 PS3로 게임을 선행 발매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나츠에게는 별도로 금전적인 보상을 많이 해 주었고, 발매 플랫폼 부분에서는 상혁은 최대한의 실리를 취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상혁이 확실하게 민준에게 부담이 될 PS3의 악명 높은 초기 개발환경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용자 전설’을 PS3로 발매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무래도 일본 유저들에게 익숙한 ‘용자로봇’이라는 소재가 X-BOX진영 유저들보다는 PS유저들에게 어필하기 좋을 것 같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둘째로 민준이 설명했던 것처럼 베이스 개발을 PS3에서 X-BOX로 옮겨가는 것이 게임의 최적화에 도움이 더 되기도 하고.

GTA5가 보여주었던 것처럼, 최적화에 공들이기만 하면 PS3도 X-BOX수준의 포텐셜은 충분히 낼 수 있는 머신이었기 때문에 게임의 퀄리티는 적어도 상혁이 원하는 최소한의 수준까지는 표현이 가능할 것 같았다.

당연하게도, 상혁의 제안을 들은 나츠는 뛸 듯이 기뻐하며 당장 위에 보고하겠다고 전화를 놓고 어디론가 달려가 버렸다. 상혁은 그 덕에 나츠가 돌아올 때까지 멍하니 수화기를 붙잡고 기다려야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돌아온 나츠가 아직 전화를 끊지 않은 상혁에게 몇 번이고 사과를 하는 해프닝 끝에, 상혁은 일본 SANY측과 미팅 일자를 잡을 수 있었다.

상혁이 예상한 것보다 SANY측의 태도는 매우 적극적이었다.

계약도 하기 전인 첫 미팅 날에 아예 개발 킷을 들고 와서 건네줄 정도로.

물론 그 적극적인 태도에는 상혁이 나츠를 통해 전달한 게임의 시연 영상이 지대한 영향을 차지하고 있었다.

‘로봇 팬이면 무조건 산다.’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용자 로봇물이 가지는 매력을 100% 전달할 수 있는 게임 시스템이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하물며 이것을 런칭 타이틀로 제공한다는데 SANY에서 거절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거기에 그 개발사가 이전에 X-BOX의 초기 정착에 큰 영향을 끼쳤던 ‘나이츠 어셈블’의 개발팀이라는 것도 있었고.

그러나 상혁은 어마어마한 금액이 제안된 독점 발매만큼은 철저하게 방어하면서, 어디까지나 선행 발매라는 점을 못 박았다.

6개월 정도만 PS독점으로 먼저 발매하고, 이후에 X박스로 발매하겠다는 상혁의 선언에 SANY관계자들은 매우 안타까워했지만 게임의 퀄리티를 생각했을 때 그 정도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런 조건이었기에 결국 양사 간에 합의는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런칭 타이틀로 결정되었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발매 일자가 결정되었다는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상혁은 굳이 크런치 모드같이 개발자를 쥐어짜는 일정표를 짜지는 않았다.

남은 기간도 아직 1년이 넘게 남았고, 게임은 기본 틀이 완성되어 양을 부풀리는 과정에 들어갔으며, 인력도 자금도 충분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신 상혁은 이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다음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계획의 핵심 인물은, 상혁이 거금을 들여 직접 미국까지 가서 데려온 헐리우드 출신 3D 모델러, 마셜 에릭슨이었다.

“헤이, 보스. 드디어 하시려는 겁니까?”

“처음 만났을 때 약속 드렸잖아요. 때가 되면 하겠다고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산처럼 많아요. 보스.”

“글쎄요. 적어도 저는 아닙니다.”

산처럼 쌓인 컴퓨터 부품 박스를 보면서, 마셜이 미소 지었다.

“좋아요. 보스. 약속을 지키셨으니 저도 약속을 지키죠. 어느 게임회사도 가지지 못한 멋진 렌더링 센터를 지어드리겠습니다.”

렌더링 센터.

수백 수천대의 컴퓨터를 병렬 연동시켜 연산 성능을 극도로 끌어올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당대의 초 고 사양 개인용 컴퓨터로도 불가능한 하이 퀄리티 렌더링을 가능하게 하는 설비.

마셜이 다니던 헐리우드의 특수 효과 전문회사 ILM의 지하에는 이것과 비슷한 설비가 갖춰져 있었다.

‘컴퓨터 CG 작업 가격이 괜히 영화 제작비의 절반 이상인 게 아니네.’

정말로 눈이 돌아갈 만한 금액의 구매 명세서를 보면서, 상혁이 중얼거렸다.

‘그래도 이걸로 시네마틱 영상 퀄리티는 헐리우드 CG 수준으로 뽑을 수 있다.’

상혁은 이 설비를 이번 애니메이션 제작에 활용할 생각이었다.

우포테이블에 캐릭터 원화 및 동화를 맡기고, 안에 나오는 로봇의 전투씬을 전부 3D 카툰렌더링으로 처리하는 것.

물론 당시의 컴퓨팅 능력으로는 절대 2020년대 로봇 애니메이션 극장판 수준의 퀄리티를 뽑을 수 없겠지만, 한 대로 불가능하다면 수백 수천 대를 동원하면 된다.

헐리우드도 그렇게 하고 있고.

그리고 그 모델링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장면을 게임 안에서 구현하는 것을 상혁은 목표로 하고 있었다.

적어도 그 정도는 돼야 AAA타이틀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퀄리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상혁이 우포테이블의 사장을 한국으로 불러서 58화짜리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콘노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24화 애니 만드는데 80억 태우는 사람이 58화 애니를 만든다고?!’

건수가 장난이 아니게 큰 건이라서 당연히 손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콘노였지만, 문제는 상혁이 만들려고 하는 것이 ‘변신 로봇’이 나오는 애니라는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사람을 그리는 것과 로봇을 잘 그리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가 된다.

그리고 콘노는, 아직 자신의 직원들이 저런 도전을 감수하기엔 경험이 부족함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전에 도와주신 것도 있고, 정말 좋은 조건으로 즐겁게 일했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번 프로젝트도 참여하고 싶습니다만···. 솔직히 무리네요.”

콘노가 솔직하게 말했다.

아마 다른 사람이 이런 제안을 던졌으면 무턱대고 받았을 것이다.

일단 받고, 할 수 있는 만큼의 퀄리티를 최대한 뽑아서 넘기고, 입 닦으면 그만이니까.

그러나 콘노는 결과물에 대한 상혁의 집착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알기에 솔직하게 자신의 회사가 상혁의 기대를 부응하지 못할 거라고 이야기 했다.

“죄송하지만 로봇 애니메이션은 조금 특수한 분야라 그 부분에 경험이 있는 다른 회사가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희야 해보고 싶지만, 원하시는 퀄리티를 맞춰 드릴 자신이 없네요.”

콘노의 말에 상혁이 웃으며 노트북을 꺼냈다.

그리고 새로 세운 렌더링 센터에서 극한의 연산 성능으로 카툰 렌더링을 적용한 로봇의 변신 장면을 보여주었다.

“3D인가요? 거의 애니메이션처럼 보이네요. 정말 힘들었을 텐데, 엄청난 실력의 업체를 구하셨군요?”

“이거, 저희 회사에서 만든 겁니다.”

“예?!”

“저희가 콘노 씨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건, 지금 이 카툰 렌더링 기반으로 만들어진 로봇의 전투신에 후보정과 이펙트 작업을 해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이전에 페○트 애니의 역동적인 전투신을 연출하셨던 그 실력으로요.”

콘노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그리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상혁에게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장님.”

“그럼 이걸로 두 번째 협력 프로젝트군요. 제작기간은 넉넉하게 1년 2개월 정도로 하죠.”

PS3의 발매시기인 2006년 11월에 애니메이션 58화의 방영이 끝나게 하려면, 일주일에 2화 방영 기준으로 적어도 7개월 이전에는 방영을 시작해야했다.

그 말은 적어도 내년인 2006년 3월까지는 초반부 작업이 완료 되어 있어야 남은 7개월 동안 제작과 상영을 병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것을 감안하여, 상혁은 제작 자체는 바로 시작하되, 첫 상영은 6개월 정도 후인 2006년 3월을 목표로 제작 스케줄을 잡았다.

금액은 이전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콘노는 지난번의 계약 조건이 너무 후했기에 이번에는 어느 정도 현실적인 요구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혁은 이전과 비슷한 금액을 제시함으로써 콘노를 놀라게 만들었다.

“전투씬이나 변신 장면을 PTW에서 제작하는 걸 감안하면 너무 후한 조건이신데요?”

“작붕 있으면 깎을 거예요.”

콘노가 웃으며 말했다.

“예. 그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직원들도 PTW랑 다시 일하기를 바라고 있었으니까요. 다시 한 번 손을 잡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네요. 정말 뭐든지 다 계획하고 계신 것 같아서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물론 지난번 페○트 발매 때도 그렇고요. 무리수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말도 안 되게 흥행을 시키셨으니···. 앞으로도 상혁 씨 옆에만 붙어있으면 콩고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아 기대되는데요?”

“저라고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닙니다. 저도 고민 많이 해요.”

“상혁 씨가 고민을요?”

“저도 인간이니까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는 고민이란 단어랑 가장 거리가 먼 분이신 것 같은데···. 대체 어떤 종류의 고민을 하시나요?”

“뭐, 로봇 게임 말고 따로 제작중인 게임이 있어서요.”

“아···. 혹시 개발 중인데 재미가 별로 없나요?”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재미에 대한 상혁의 매우 높은 기준을 생각하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콘노가 말했다.

그러자 상혁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콘노가 지금까지 들어본 수많은 고민 중에 가장 등신 같은 고민처럼 들렸다.

“만들고 있는 게임이 제가 의도한 것보다 너무 과하게 재미있어요. 요즘 그것 때문에 좀 고민이 많아요.”

물론 콘노가 듣기에 그것은 게임 제작자란 사람의 입에서 절대 나와서는 안 될 말이었지만, 상혁은 그 문제로 최근 진지하게 고민에 빠져 있었다.

진짜로, 심각하게.

애당초 직장인이 회사에서 ‘몰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상당히 괜찮아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는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면서, 상혁은 플레이어가 실제로 웹소설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추가하여 재미를 강화했다.

민준은 거기에 당시 회사에서 쓰던 온갖 차단 프로그램을 우회하는 로직을 추가하여 거의 악성 바이러스 수준으로 잡기 힘든 프로그램을 짜 놓았다.

거기에 현주가 단축키를 누르면 게임 텍스트가 갑자기 가짜로 만들어진 일정표로 바뀐다던가, 아니면 엑셀이나 Visual Studio, MS워드등 다양한 사무용 프로그램 모양의 스킨을 추가하는 아이디어를 추가하면서 지금 완성중인 게임은 게임을 넘어서 직장인의 업무 시간을 강탈하는 괴물 같은 무언가가 되어 있었다.

상혁을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원래 의도대로 만들자니 다른 회사에서 소송 들어올 것 같고, 그렇다고 민준이 만든 우회 기능을 빼자니 직장인들 하라고 만든 게임인데 웬만한 회사에서는 다 차단당할 것 같다.’

상혁이 입을 다물자 콘노는 ‘세상에 재미있어서 문제가 되는 게임이 있나?’라는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

“저도 해 볼 수 있을까요? 아, 일본어 버전이 아직 이라면 괜찮습니다만···.”

“일어 버전도 있습니다. 최신 버전보다는 조금 아래지만, 묘사 바리에이션 말고는 크게 차이가 없으니···. 해보시겠습니까?”

콘노가 고개를 끄덕이자, 상혁이 아까 변신 영상을 재생했던 노트북으로 ‘포수가 회귀를 숨김’을 기동시켰다.

그리고는 언어 설정을 일본어로 변경하고, 자기 계정을 로그 아웃시켜 신규 계정을 만든 뒤, 콘노에게 노트북을 건네주었다.

“뭘 클릭하면 되나요?”

“기동 했는데요?”

“엥? 여전히 바탕화면인데요? 게임은 어디···.”

“그 옆에 메모장 있잖아요. 거기 글자가 떠 있죠?”

“엑?! 이게 게임이라고요?”

자세히 보니 포스트-잇처럼 생긴 메모장에 떠 있는 내용은 소설의 앞부분이 분명했다.

콘노도 좋아하는, 야구 선수 이야기로 시작하는 소설.

원본인 한국어 버전에서는 KBL을 호령하던 포수가 회귀하여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지만, 일본어로 국가 설정을 변경하면 NPB(Nippon Professional Baseball:일본 프로 야구)를 석권한 포수가 회귀하여 메이저에 도전하는 것으로 초반 스토리가 살짝 변경된다.

자연스레 콘노는 초반부 스토리에 빠져들었다.

평소 야구를 좋아하기도 했고, 야구 선수가 회귀를 해서 메이저 리그에 도전한다는 이야기가 흥미를 끌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코시엔에서 주목받던 유망주인 주인공이 갑자기 메이저리그 행을 선언하고 트레이닝캠프로 가는 오프닝 신을 순식간에 읽은 콘노는, 텍스트를 읽으며 계속 생각했다.

‘이거 근데 언제부터 게임 시작인거지?’

스토리나 대사가 재미있었고 흥미로운 내용이었기에 꽤 긴 분량임에도 그다지 지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냥 소설을 보는 기분으로 읽고 있으면 되는 것이니까.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것의 본질은 게임이었기에, 콘노는 상혁이 이 게임을 어떻게 디자인 했을지를 궁금해 했다.

이윽고 펼쳐진 연습시합.

콘노는 ‘포수가 회귀를 숨김’이 가진 게임 시스템을 직접 보고는 진심으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투수와 타자의 심리전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야구 게임은 처음이네.’

다음에 어떤 공이 올 것인지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

플레이어는 단지 그 안에서 자신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정보를 골라 행동을 선택하면 된다.

그것은 기존 야구 게임에서 단순히 상대의 커터 비율만을 보고 다음에 커터가 오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느낌의 플레이였다.

그리고 그런 야구 게임이 주는 순수한 재미를 떠나서, 아이템이나 스킬 등 다양한 재미를 주는 요소들 역시 콘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A+)번트의 제왕] 스킬에 있는 액티브 스킬 [야구공 잡이 끈끈이]를 사용하면, 날아오던 공이 마치 배트에 끈끈이라도 바른 것처럼 딱 하고 붙어서 제자리에 떨어진다.

그런 황당한 스킬을 사용할때마다 텍스트로 표현되는 관중이나 중계자, 상대 투수의 반응을 읽다보면, 어느새 자신이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으로 계속 스크롤을 내리게 되는 게임이었다.

“콘노 씨?”

“아, 예?”

“게임이 마음에 드셨나보네요.”

상혁의 말을 듣고, 콘노는 자신이 겨우 텍스트가 그래픽의 전부인 게임에 너무 몰입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부끄러워진 콘노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상혁에게 말했다.

“잠깐이었지만 엄청난 몰입감이네요. 진짜로 그래픽이 없는 야구게임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역시 상혁 씨는 천재군요.”

“감사한 이야기지만 이건 저희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입니다. 그리고 잠깐이 아니라 지금 게임 하신지 3시간이 지났고요.”

“예?!”

콘노가 급하게 시계를 보니 정말로 게임을 시작한지 3시간이 지나있었다.

“원래 컨셉은 ‘직장에서 상사 몰래 하기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정말 그 컨셉에 맞는 게임이군요. 메모장 모양의 게임이니 상사가 뒤에서 봐도 잘 모를 테고요. 근데 이게 너무 재미있어서 문제라고요? 게임은 재미가 제일 중요한 거 아닌가요?”

“콘노 씨도 사장님이시죠? 만약에 직원 컴퓨터에 이 게임이 깔려있다면 어떻겠어요?”

“아···. 그래도 차단 프로그램같은 것도 있으니 집에서 하게 하면···.”

“지금 버전은 현존하는 차단 프로그램을 전부 우회하게 되어 있습니다.”

“악질이네요. 사장 입장에서는 열 받을 것 같습니다. 저는 돈을 받고 일을 하라고 월급을 주는 거니까요.”

“뭐 그런 거죠.”

“딜레마네요. 직장에서 하기 좋다는 컨셉을 유지하면 다른 회사에 폐를 끼치는 게 되고, 그걸 포기하면 게임의 아이덴티티가 무너진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적당히 하기를 기대하기엔 게임이 너무 재미있게 뽑히기도 했고요.”

“그래서 어쩌실 생각이죠?”

“고민 중입니다. 일단 오늘은 늦었으니 미팅은 이걸로 종료하시죠. 추후 계약서가 완성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잘 부탁드립니다.”

상혁이 그렇게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콘노가 상혁을 불렀다.

“저기 상혁 씨?”

“예?”

그리고 약간은 빨개진 얼굴로, 콘노가 잠시 머뭇거리다 상혁에게 말했다.

“혹시 지금 해본 게임 테스트 계정 좀 주실 수 있나요?”

아무래도 이 사장이라는 인간은, 직원이 하는 건 걱정되어도 본인은 계속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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