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아이디어의 광채
“상혁 오빠.”
“으, 으응?”
“제가 전에 이야기한 거 기억하죠? 전 오빠 들어가는 팀에 들어갈 거라고요.”
“어? 응···. 기억, 하지.”
그러자 이번엔 하린이 상혁을 보며 말했다.
“상혁 씨?”
“예?”
“분명 컨테스트 규정에 팀원 선발은 팀장의 고유 권한이라고 적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맞나요?”
“···그것도 맞죠.”
“상혁 씨? 그래도 명색이 회사의 대표인데, 직원이 너무 허물없이 부르는 거 아닌가요?”
서연의 압박에도 하린은 물러나지 않았다.
“상.혁.씨.가. 요청한 거였어요. 이제부터는 팀원이니까 그렇게 불러달라고. 그리고 ‘오빠’보다는 훨씬 격식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둘 사이에 튀는 불꽃을 보면서, 상혁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애당초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상혁이 서연을 부르지 않은 것은, 어느 정도 기초 기획이 완료된 다음에 부르기 위해서였기에, 나중에 게임의 형태가 잡히면 그때 팀 합류를 권유할 생각이었다.
그 전까지는 아직 확정적인 게임 형태가 없는 상태에서 서연을 끌어들이기 애매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콘테스트의 규정대로 인사는 팀장의 고유 권한이었다.
상혁이 추천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확정은 할 수 없는 상황.
물론 서연이 어떤 장르든 가리지 않고 잘 그릴 거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혹시나 결정된 기획이 서연이 싫어하는 장르일 경우에 서연에게도, 하린에게도 선택의 권한은 있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혁의 그런 계산과는 다르게, 지금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좋아요. 규정이 그렇다면 저도 정식으로 신청하죠. 팀 이름은 모르겠지만, 그쪽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제 제안을 받아주시겠어요?”
서연이 말하자 하린이 말했다.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주시면 검토해보겠습니다.”
“포트폴리오요? 회사 게시판이 제 작업물로 도배 되어있는데, 그거로는 부족한가요?”
“안타깝게도 이번에 진행하는 건 현대전 배경의 FPS라서요. 혹시 총도 잘 그리시나요?”
그러자 서연이 흠칫 하고 뒤로 물러나더니, 고개를 휙 돌리며 상혁을 흘겨보았다.
‘왜 또 하필 안 해본 장르로 도전 하느냐’라는, 원망이 담긴 눈으로.
“오빠, 오빠는 저 잘 알잖아요. 저 포폴 내야 돼요?”
서연이 헬프를 쳤지만, 상혁은 태연한 표정으로 서연의 요청을 거절했다.
자신과 함께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야 잘 알지만, 애당초 마스터가 마음대로 팀을 휘두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규정이 그래. 팀장이 요구하면 마스터든 파다완이든 어프렌티스든 포폴은 무조건 제출해야해.”
“오빠는요?”
“나도 냈어. 그리고 혁진 씨도 지금 프로젝트 참가할 때 낸 걸로 알고 있고.”
상혁이 은근슬쩍 서연이 라이벌 감정을 느끼고 있는 혁진의 이름을 언급하자, 서연은 한숨을 쉬며 하린에게 말했다.
“좋아요. 그럼. 내죠. 포트폴리오.”
“역시 서연 씨라도 그 정도는 무리···. 예? 내신다고요?”
“낸다고요. 포트폴리오. 상혁오빠. 기획 컨셉, 정리 된 거 있죠?”
“어? 응. 있긴 한데.”
“제 워크패스트 계정으로 보내요. 일주일 안에 찍소리도 못하게 만들어 줄 테니.”
그렇게 말한 서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가자 지수야.”
지수를 질질 끌며 씩씩하게 걸어가는 서연의 뒷모습을 보며, 상혁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린씨, 그렇게 안 봤는데 강단이 좀 있네요?”
상혁이 말을 걸었을 때, 하린은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히히-후···.히히-후···.”
“괜찮아요?”
상혁의 말을 듣고 심호흡을 하던 하린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상혁에게 사과했다.
“아···. 넵? 아, 아뇨! 신입 주제에 너무 건방졌죠?! 죄송합니다! 나중에 서연 씨한테도 찾아가서 사과할게요!”
방금 전의 태도는 하린 자신도 뭔가에 씌어 있어서 그랬는지 알 수 없는 행동이었다.
팀을 이끄는 권한이 있는 자신을 두고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서연에 대한 반감이 튀어나왔을 거라고 생각했을 뿐.
“팀을 이끄는 팀장이 강단 있는 건 그리 나쁘지는 않아요. 대신 모든 행동에 근거는 있는 게 좋죠. 서연 씨 정도면 업계 탑급 원화가 인데, 어째서 바로 가입을 받지 않았어요?”
상혁은 하린의 태도를 문제 삼는 대신, 행동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잠시 고민하던 하린이 상혁에게 대답했다.
“이제까지 서연 씨가 참여한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저희 게임에는 다른 원화가가 더 나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일반적이라면 옳은 판단이네요. 서연이한텐 해당 안 되는 이야기지만.”
“예?”
“잠깐만요. 여기 옛날 자료가 있을 텐데···.”
상혁은 민준과 둘이서 ‘익스트림 발리볼’ 제작할 때부터 쌓여있는 대부분의 작업물을 히스토리 별로 개인 서버에 저장해두고 있었다.
수정 전 작업부터 수정 후 작업까지.
잠시 후, 상혁이 몇 개의 이미지를 화면에 띄워놓고 하린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마리의 눈물’ 작업 초반에 서연이가 그리던 컨셉아트.”
그리고 다음 이미지.
“이건 작업 마무리시기에 그리던 결과물.”
상혁이 보여준 이미지를 보면서, 하린은 속으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매번 컨셉이 다른데, 그걸 다 커버하시네요? 그림체나 채색 톤까지 바꿔가면서?”
상혁이 서연에게서 가장 고평가하는 부분이 그 부분이었다.
물론 각 장르의 탑클래스인 작가에 비하면 그림 실력이나 기술은 조금 떨어질 수 있어도, 장르의 ‘매력’을 잡아내는 탁월한 재능.
그렇기에 서연은 중세 판타지를 하던, 현대 판타지를 하던, 심지어 한 번도 해 본적 없던 로봇물까지 습득해서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죠? 내기 걸 상대를 잘못 선택하셨어요. 서연이 일주일이라고 말했으니 아마도 일주일 안으로 자기가 뭘 그려야하는지 정확하게 잡아서 가져올 겁니다. 걔는 그런 애니까요. 그리고 그 전에.”
상혁이 말했다.
“마침 저기 이범배 씨도 오고 있네요. 저희 천재 원화가가 최고의 결과물을 뽑을 수 있도록, 확실한 매력이 있는 컨셉을 뽑아야겠죠?”
그날 상혁에게 붙잡힌 하린은 나중에 합류한 범배와 함께 주말 아침부터 밤까지 13시간 이상의 마라톤 회의를 해야 했다.
그것도 이틀 연속으로.
***
“아, 이번엔 좀 어려운거 같은데.”
부실에서 그림을 그리던 서연이 중얼거렸다.
버닝 모드에 들어갈 때마다 그녀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깨끗하지만 길이 잘 든 헐렁한 트레이닝복을 입고서.
자리에 대형모니터만 4개를 사용하는 그녀의 자리에는 수십 개의 이미지가 띄워져 있었다.
각종 총기 사진부터, 미군 장비. 영화나 게임에 나오는 괴물들과 고대 공룡의 복원도.
참고 이미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애당초 워크패스트에 이미지 태그 기능을 활용하면 다른 작업자들이 참고용으로 정리한 이미지를 검색할 수 있으니까.
서연이 정리한 자료를 다른 직원들이 검색할 수 있는 것처럼, 다른 직원들이 태그별로 정리한 자료를 서연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검색한 자료 중 상당수는 GOS에서 공동AD를 맡았던 혁진이 올린 것이었다.
그러나 그 많은 이미지를 검토하고, 상혁이 보내준 컨셉 기획서를 수없이 읽었지만 서연은 종체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이번엔 뭔가 포커스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인데.’
상혁이 디자인하는 게임은 그 특유의 ‘색’이 존재한다.
물론 타인이 제안한 게임도 마찬가지로, 상혁의 손을 타는 과정에서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묘한 개성이 부여되는데, 서연은 이번 기획에 그게 빠져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고 있었다.
“아씨, 뭐지? 뭐가 빠진 거지?”
이미 서연이 머릿속에 잡은 이미지 자체는, 상혁이 기획한 기획안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멸망을 앞둔 세계에서, 현대 무기를 든 특수 부대원들이, 거대한 괴물을 상대하는 이미지.
붕괴한 폐허 사이에서 부서진 차 사이를 누비며 거대 괴물을 상대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매우 임펙트 있는 장면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서연은 계속 그렸던 스케치를 옆으로 치우며 작게 중얼거렸다.
“이것도 아니야.”
벌써 초안만 30장 째 그리는 서연이었다.
그리고 그때, 우연히 서연 뒤를 지나가던 민준이 서연의 모니터에 떠 있는 그림에 흥미를 보였다.
“어, 뭐야? 상혁이 디○전 만든대?”
“어, 민준 오빠? 디○전이 뭐에요?”
“어? 아냐. 그런 게 있어. 아무튼, 상혁이 혹시 지금 현대전 배경 FPS+RPG만드는 거야?”
“일단 받은 제안서로는 그런데···.”
“근데 왜 스케치만 해? 내가 볼 땐 괜찮은데? 아마 상혁이도 한방에 오케이 할 거 같은데?”
민준의 말대로, 아직 완성본이 아닌 콘티임에도 컨셉 아트에서 느껴지는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지난번 GOS의 로봇 디자인을 위해 일본에 가서 연수를 받은 이후로, 원화가로서 ‘급’이 올라간 느낌까지 들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아마 저 형태라면 상혁이 생각하는 것과 150%일치할 것이라고, 민준은 생각했다.
상혁과 가장 오랜 시간을 지낸 것이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심지어 회귀 전까지 합치면, 회귀 이후에 상혁이 부모님과 보낸 시간보다 민준이 상혁과 붙어있는 시간이 더 길 정도로.
그래서 민준은, 고민하는 서연을 응원하며 확신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대로 가. 아마 상혁이 생각하는 그림도 딱 맞을 거 같은데.”
“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적어도 이 게임이 표현하려는 바는 제대로 표현하고 있을 테니까.”
“그럼 뭐가 고민이야?”
“그건 이 게임이 표현하려 하는 거지, 상혁오빠가 표현하려는 무언가는 아닌 거 같아서요. 자꾸 위화감이 들어요?”
“내가 봐줄까?”
서연이 자리에서 물러자, 민준은 옆에 있는 작은 의자를 하나 가져다 비켜준 자리에 앉더니, 컨셉 기획과 컨셉 아트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어? 그러네. 이거 상혁이가 기획하는 스타일하고 좀 다른데?”
“어? 오빠도 알겠어요?”
“걔가 지금까지 했던 모든 기획은 그게 아이디어든 잡담이든 다 알고 있으니까. 오히려 상혁이랑 일한지 얼마 안 된 네가 알아차린 게 더 신기한데?”
“오빠, 민준 오빠랑 저랑 상혁 오빠랑 같이 일한 기간 차이 1년밖에 안나요.”
“아, 그런가? 그러네.”
회귀 전까지 합치면 민준이 압도적으로 상혁과 오래 일했지만, 그걸 제외하면 실제로 서연과 민준이 상혁과 함께 일한 기간은 1년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그래서, 뭐가 다른 거예요?”
“어?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엑? 보고 알려주신다고 한 거 아니에요?”
“아니, 나도 너랑 똑같이 위화감이 느껴진다는 거지, 그게 뭔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으면 내가 기획자를 하지, 프로그래머를 하겠냐?”
자신의 대답을 듣고 황당해하는 서연을 보며, 민준이 씨익 웃어보였다.
“정확히 말은 못해주겠지만 뭔가 빠진 건 맞으니까. 한번 열심히 고민해봐.”
그렇게 떠나는 민준의 뒷모습을 보며, 서연은 잠시 얼빠진 표정을 유지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모니터를 바라보며, 입을 굳게 다문 채 열심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작업했던 결과물들과, 지금의 버전의 차이점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그렇게 서연을 두고 떠난 민준은, 상혁이 있는 자리에서 조금 전 서연과 똑같은 자세로 고민하고 있는 상혁을 바라보고는 피식 웃었다.
상혁의 입에서 나오는 말도, 서연이 하고 있는 말과 정확히 같은 말이었기 때문에.
“아씨, 뭐지? 뭐가 빠진 거지?”
***
일반적인 게임회사의 작업 프로세스처럼, PTW에서 개발하는 게임들도 끊임없는 수정을 거친다.
컨셉 기획 단계부터 컨셉 아트를 잡는 단계를 거쳐, 프로토 타입 이후의 본 개발 단계에서도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수정하는 것.
결과물만 본 유저들은 어마어마한 퀄리티와 시스템에 감동받을지 몰라도, 거기까지 도달하기 위한 개발팀의 노력은 재능보단 노력의 영역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뭐, 그 천재 개발자 미야모토 히게루도 만들다가 ‘밥상 엎는다’고 하잖아. 내가 그 정도 급은 아니니까, 초기 기획에서 뭔가 빠트리는 거야 어쩔 수 없지.”
사실 처음부터 고민하는 것보다 실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나서 방향을 다시 잡는 게 압도적으로 빠르다.
어차피 처음에 완벽하다 생각하고 만든 것들도 실제로 해보면 이 빠진 부분이 발견되게 마련이었기에.
그래서 상혁은 고민을 포기하고 서연에게 지금 수준으로 컨셉아트를 마무리 할 것을 권했다.
어차피 지금까지 그린 그림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으니까. 이후는 함께 개발해 나가는 과정에서 수정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서연은 그런 상혁의 제안에 오히려 더 자극받았는지, 아직 약속한 일주일까지 하루가 남아있다며 거부의 의사를 표했다.
사실 이런 경우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의 계기가 없는 이상 해결의 실마리는 찾기 어렵다.
오랜 경험으로 그것을 알고 있는 상혁은, 그래서 서연의 옆에 앉아 서연이 이제까지 그린 그림을 보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기획서에 적어준 것보다 더 상세하게.
자신이 어째서 이런 컨셉을 잡았고 해당 부분에서 강조해야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 긴 대화가 거의 ‘아무 말 대잔치’로 변해갈 즈음에, 서연의 눈이 뭔가를 발견한 듯 동그랗게 커졌다.
“어? 오빠. 혹시 이거···.”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심력을 소모하는 작업이었기에, 피곤에 찌든 서연의 말은 어딘가 어설프고 짜임새 없는 느낌이었지만, 상혁은 똑같이 피곤한 상태에서 진지하게 서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것은 서연이 전달하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결처럼 흘러나오는 표현 뒤에 숨어 있는 화자의 의도를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상혁은, 서연이 말하는 ‘이 기획에 빠져 있는 것.’의 정체를 파악하고는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건 아마도 자신이 프로토타입 개발 후에도 발견하지 못했을, 서연이 ‘상혁’이라는 모델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뽑아낸 새로운 재미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서연이 말하는 그 컨셉에, 상혁은 강한 매력을 느꼈다.
단순히 ‘디○전’이란 게임의 올바른 형태를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형태의 게임을 만들자는 이야기였으니까.
“···라고 생각하는데, 어때요?”
“그러니까 서연이 네 말은, 이전에 우리가 개발하던 게임들은 ‘드라마’와 ‘주인공’이 살아있는 느낌이었다는 거지? 게이머가 게임을 하면서 자신이 특별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그런 요소가 있었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 기획은 그 부분이 부족하다는 거고?”
“예. 굳이 따지면 기존 게임이 주인공인 플레이어를 강조하는 게임이었다면, 이건 ‘팀’을 강조하는 느낌이랄까. 각자 알아서 잘 싸우면 적이 쓰러지는 그런 게임같이 느껴져요.”
“멀티 협동 플레이가 메인인 게임이니까 그건 어쩔 수 없는 거 아닐까?”
실제로 컨셉 자체는 ‘디○전’에서 가져왔지만, 플레이의 흐름은 ‘몬○터헌터 월드’와 가까운 기획이었다.
각자 무기를 들고, 몬스터와 싸우는 게임. 물론 그 안에서 약간의 역할 분담은 있겠지만 결국은 개인 회피 잘하고 딜 잘하는 4명이 모인 파티가 가장 몬스터를 잘 잡을 수 있는 게임이 몬헌이라 할 수 있었다.
“흠, 그럴까요? 뭔가 방법 없으려나? 협동 플레이를 하면서도, 내가 주인공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그리고 뭔가 생각났다는 듯, 두 사람이 동시에 서로를 마주보며 외쳤다.
“캐릭터!”
“캐릭터!”
“그냥 총든 군인이 아니라, 뭔가 각각의 캐릭터가 각자의 개성을 가진 존재가 되게 하는 건 어떨까요? 지금 컨셉이 총 든 군인이 세계 멸망을 막는 느낌이라면, 좀 더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모여서 파티를 맺는 느낌으로요.”
“Y-MAN처럼?”
아직 ‘어벤○스’가 개봉하기 전이었기에, 상혁이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의 이름을 대자 서연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총 들고 싸우는 컨셉 자체는 유지하되, 각 캐릭터 개성이 단순히 장비와 직업이 아니라 조금 더 드러날 수 있는 무언가로 만드는 거죠.”
즉시 등장하는 캐릭터에 대한 컨셉 회의가 시작 되었다.
각자의 개성과 능력을 가지고,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현대 병기를 가지고 싸우는 전투 집단의 컨셉.
그리고 완성된 이미지를 보던 상혁은 회귀 전에 좋아했지만 이번 기획을 하면서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작품에 나온, 특수 전투 집단의 이름을 떠올렸다.
‘이거 현대판 ’귀살대‘ 같은 느낌인데?’
서연이 제안한 새로운 컨셉.
그것은 단순히 ‘디○전’의 완성 버전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FPS의 멀티플레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무언가’를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으로써는 진흙 속에 싸여있더라도, 보는 이로 하여금 강렬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무언가’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