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133화 (134/485)

133. 내기의 향방

“헤헤! 어서 빨리 이것을 봐 주세요! 그리고 빨리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지수는 참 대단하구나!’라고 개처럼 칭찬하도록 하시죠!”

“흠, 지수야, ‘개처럼’이라니···. 너 혹시 개한테도 머리 쓰다듬받으면서 칭찬 받냐?”

“말이 그렇다는 거죠! 어쨌든 이번 건 엄청나니까! 빨리 확인해주세요!”

지수가 가슴을 펴며 상혁에게 한뭉터기의 기획서를 내밀었다.

서연이 작업팀에 합류한지 일주일 정도 지난 시간까지, 상혁은 좀처럼 프로젝트에 합류할 짬을 내지 못했다.

GOS의 X-BOX버젼 출시일정에 대한 조율부터, 이제 본격적으로 매입에 들어가기 시작한 본사 부지 관련 사항, 그리고 ‘미드필더가 요정을 숨김’의 개발 관련 처리까지, 밀어두었던 일들이 한 번에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코넥트 관련 프로젝트도 아직 진행 중인 상황.

그것도 병역 의무를 미루는데 한계가 있기에 조만간에 처리해야할 문제였다.

처음엔 방산 업체 자격만 따면 될 줄 알았지만, 의외로 복잡한 규정이 많아서 군대를 빼려면 준비해야할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마스터급 직원이 두 명이기도 했고, 워낙 손발이 잘 맞는 서연과 지수가 있으니 맡겨두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자신이 빠진 사이 세 사람이 엄청난 것을 만들어온 모양이었다.

20살이 넘은 지금도 가끔 중2병기를 보이는 지수였지만, 지금처럼 흥분한 상태는 본적이 없었으니까.

“오빠! 빨리! 하야쿠!”

검토를 재촉하는 지수의 뒤에서, 잔뜩 기대를 품은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서연과 하린의 압박을 받은 상혁은, 작게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지수가 넘긴 기획서의 페이지를 넘겼다.

“흠···.”

백 스토리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상혁에게는 익숙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신화나 고전을 응용해서 이야기의 배경을 잡는 기술은 게임 업계에서는 흔히들 쓰이고 있었으니까.

‘신’이라 불리며 두려움과 존경을 사는 존재의 정체가 실제로는 인간을 가축처럼 사육하는 ‘악마’이며, 같은 편을 배신한 악마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악마와 싸울 수 있는 힘인 ‘불’을 준다는 설정도, 어찌 보면 신선하지만 어찌 보면 흔한 설정이라 할 수 있었다.

“여기서 불이···.”

“특수한 방법으로 희석한, 악마의 피죠.”

“오케이.”

상혁은 계속 뒤를 읽어나갔다.

그리고는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너무 부풀어 오른 세 사람의 기대감을 줄이기 위해, 나직하게 진정하라는 말을 건넸다.

“일단 초반부 보면 짜임새 있어 보이는 이야기이긴 한데, 내 리액션을 너무 기대하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난 웬만한 명작의 스토리는 다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던 상혁의 입이 멈췄다.

분명 전형적이고, 클래식하며, 흔한 이야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캐릭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악당.

‘보아라, 여기 새로운 것이 있구나! 하더라도 믿지 마라. 그런 일은 우리가 나기 오래 전에 이미 있었던 일이다.’ 라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오래된 말처럼, 지수가 짜온 스토리는 말 그대로 ‘정석’같은 이야기 구조를 하고 있었다.

죽을 뻔 했던 플레이어가 ‘멸살대’의 난입으로 구원을 받고, 멸살대의 일원이 되어 스승을 만나고, 수련을 받고, 적과 싸운다.

그리고 스승의 희생으로 보스를 물리치며 스승의 유지를 이어받는다.

한 치의 가감 없이 뻔한 스토리였다.

‘뻔한 스토리인데···.’

눈물이 난다.

각 캐릭터의 잘 짜인 백 스토리와 동기가, 싱글플레이 미션 라인을 따라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단순히 게임으로 이야기를 받아들인 플레이어가, 게임 내 NPC에 불과한 ‘스승’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사명감’을 자연스럽게 부여받는 과정이 아름답게 설계되어있었다.

단지 글과 설정 이미지를 보는 것뿐인데, 정말로 감동적인 만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그것은 상혁에게 한 가지 단어를 떠올리게 하고 있었다.

왕도.

기교? 잘 짜인 복선? 이번 작품에서 그런 것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단순히 묵직하게 찍어 누르는 듯한 정공법으로, 싱글플레이 스토리가 호소력을 가지고 플레이어를 압박하는 느낌이었다.

무식하지만 정직하게.

전개가 뻔히 들여다보임에도 눈을 뗄 수 없도록.

“이건···.”

상혁은 순식간에 기획서를 읽고 책상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크리넥스 티슈를 한 장 뽑고는 눈가로 가져가며 말했다.

“대놓고 울리려고 쓴 스토리네.”

“그래서, 안 슬퍼요?”

“어? 난 이정도로 울지 않는데?”

“그럼 티슈는 왜?”

“어? 비염. 비염이 있어서.”

시큰거리는 눈 사이를 티슈로 집으며, 상혁이 말을 삼켰다.

그러자 멀찌감치 떨어져있던 민준이, 자신의 스파르타 교육으로 파김치가 된 범배를 놓고는 상혁의 자리로 다가왔다.

“뭔데 그렇게 오버를 떠는데?”

그리고는 상혁이 내려놓은 기획서를 들고는 자신도 내용을 쭉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민준도 똑같이 기획서를 내려놓고는 상혁과 똑같이 티슈를 뽑아 눈가로 가져갔다.

그러자 이번엔 상혁이 민준을 놀리며 물었다.

“우냐?”

“울어? 내가? 아닌데?”

“그럼 그 휴지는 뭔데?”

“어? 이거? 비염. 비염 있어서.”

똑같은 레퍼토리로 감정을 표현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지수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상혁은 그런 지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지수가 기대하던 상냥한 목소리로 지수에게 말했다.

“수고했다. 나 없는 동안 진짜 열심히 노력했구나.”

“헤헤···”

“그럼 이제 내 차례인가?”

상혁이 민준이 내려놓은 기획서를 집어 들며 말하자, 민준이 물었다.

“그대로 내도 1등할 거 같은데, 거기서 더 손보려고?”

“그래야지.”

자신의 손에 들린 기획서를 바라보며 말하는 상혁의 목소리는,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기획의 목표는 콘테스트 1등이 아니니까.”

“응? 일단 지금 목표는 1등 아니에요?”

“그건 당연한 거고.”

마치 1등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투로 말하며, 상혁이 고개를 저었다.

“이제부터는 이 기획이 얼마나 갓게임이 될 것인가를 보여줘야지.”

***

괴수들이 즐비하다고 알려진 PTW 내에서도, 특히나 고평가 받는 마스터급 직원들이 몇 명 있었다.

렌더링 센터의 구축에 처음부터 참여하며 GOS의 모델링 작업을 도맡아 처리한 3D모델링계의 괴물, 마셜 에릭슨.

그런 마셜을 도와 지금도 고퀄리티로 호평 받는 GOS의 전투 애니메이션을 총괄한 모션 애니메이터 릭 들체스.

미인이라는 소문만 있고 실제로 만난 사람은 거의 없는, PTW내에서 연봉이 가장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상혁이 미국까지 가서 직접 데려온 SFX전문가 클라라 케이시.

DP-045의 디자이너로 밀리터리와 리얼 계열 로봇디자인에서는 이미 업계 탑 급으로 인정받고 있는 강혁진.

ILM과 더불어 헐리우드 2대 특수효과 업체로 알려진 웨타 디지털 출신의 이펙트 전문가, 테일러 메이드.

마찬가지로 테일러 메이드의 동기이자 이펙트 전문가로 알려진 혼다 노지로.

그 외에도 다양한 마스터 클래스 직원들이 있었지만, 회사 내에서 유명한 직원은 저 6명이었다.

물론 상혁과 항상 같이 일하는 PTW의 개발 멤버를 제외했을 때의 이야기이긴 했지만.

괜히 별명이 ‘요다’와 ‘다스베이더’라고 불리는 게 아닌 것처럼, PTW내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것은 상혁과 민준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서연과 지수, 성연이 유명했고, 민솔과 혁찬은 아직 파다완 클래스였기에 다른 사람들과 같은 수준의 명성은 얻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다고 해서 위에 언급한 인물 외에 다른 마스터 클래스 직원들의 능력이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상혁이 업계 최고 연봉을 약속하며 데려온 인력들인 만큼,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한 가닥 하는 사람들만 모여 있었으니까.

그리고 현재, 콘테스트 마감을 앞두고 각 마스터 클래스 직원들은 여러 프로젝트로 나뉘어져 자신이 선택한 프로젝트를 열심히 돕고 있었다.

상혁이 데려온 이후로 회사에서 한 번도 얼굴을 비춘 적이 없는 SFX담당 클라라 케이시를 제외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다들 팀을 구성한 시니어 이하 급 팀장을 도와 콘테스트에 참여하고 있었지만, 다들 자신이 우승할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상혁이 가진 위압감은 그만큼 회사 내에서 압도적인 크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마스터급 직원들은 1등이 되지 않더라도 ‘포수가 회귀를 숨김’처럼 동시 개발 프로젝트로 채택되는 것을 노리고 있었다.

모로가든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도 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말 그대로 ‘마스터’라는 이름에 걸 맞는 실력을 가진 몇 명의 직원들은, 이번 기회를 상혁을 눌러버릴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기도 했다.

“듣자하니 내가 아는 사내 애니메이터나 모델러 중에, 상혁 씨랑 같은 팀인 사람은 없다더군.”

“그럼 2D게임인가? 지금 시대에?”

“모르지. 워낙에 괴짜니까.”

마셜 역시, 이번에 상혁을 이기려고 작정한 마스터급 직원 중에 한명이었다.

자신의 오랜 동료인 릭까지 같은 팀에 끌어들이면서.

“그럼 이번 콘테스트는 우리가 이긴 거네. 안 그래? 릭?”

“글쎄? 그 상혁 씨가 들어간 팀인데, 허접한 결과물을 들고 오지는 않을 것 같은데?”

“릭! 릭! 이 갑갑한 친구야. 이걸 보라고.”

마셜이 릭과 함께 만든 컨셉 동영상을 재생했다.

거기엔 자신이 렌더링 센터까지 동원해서 모델링한 초 고퀄리티의 게임 영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 퀄리티를 보라고. 상혁 사장님 돈으로 만든 렌더링 센터로 내가 만든 걸 보라고.”

“나도 같이 만들었잖아.”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마셜이 말했다.

“대표님이 뭘 가져 오시던, 회사 내에서 이정도 퀄리티를 만들 수 있는 멤버는 우리밖에 없으니까, 이번 콘테스트는 우리가 이긴 거나 다름없다는 거지.”

“게임이니까, 게임 플레이가 더 중요한 거 아니야?”

“어휴, 갑갑하네. 봐. 마감 때까지 결국 우리 회사 최고의 프로그래머, ‘다스베이더’ 씨는 소속 팀이 없었어. 그렇지?”

“어.”

“그리고 나머지 마스터 클래스 직원들도 우리가 확인한 사람들은 다 다른 팀에 있었고. 정확히 지금 대표님하고 같이 있는 멤버는 지수 씨와 서연 씨가 전부일 거란 말이지.”

“그래서?”

“그럼 기획자 두 명에 원화가 1명이잖아. 그 멤버로 뭘 보여줄 수 있겠냐는 거지.”

“모르지. 넌 대표님 생각을 읽을 수 있냐?”

“아니. 하지만 이건 알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거.”

“그러니까, 우리 쪽이 비주얼 퀄리티가 좋으니까 우리가 이길 거다?”

“난 그렇게 생각해.”

“좋아. 그럼 내기하자고.”

릭이 지갑을 꺼내며 말했다.

“난, 우리가 못 이긴다는데 100달러 걸지.”

“뭐?! 이봐, 릭. 너랑 나는 헐리우드 출신이라고.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우리가 만든 영상이 게임 하나도 못 이긴다 이거야?”

“게임이 아니라, 대표님을 못 이긴다고 이야기하는 거지. 내기 안 할 거야?”

“콜. 받지. 대신 금액은 300달러로 올리자고.”

“좋아. 그렇게 하자고. 그런데···.”

릭이 물었다.

“어느 프로젝트가 대표님 건지 어떻게 알지?”

기본적으로 워크패스트의 콘테스트 페이지에는 팀원 리스트 공개가 금지되어 있었다.

순수하게 올라온 프로젝트만 보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소속된 팀원을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마셜이나 릭이 상혁이 작업한 작업물이 어떤 것인지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셜은 자신 있다는 표정으로 릭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적어도 대표님이 참여한 기획이라면 클래스가 다르겠지.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적어도 지금까지 올라온 것 중에는, 대표님이 손댄 것처럼 보이는 프로젝트는 없었어. 다들 허접한 것들뿐이었으니까.”

그때 마침 타이밍 좋게, 워크 패스트에 새 콘테스트 프로젝트 알림이 들어왔다.

그리고 잠시 후, 그것을 열어본 마셜의 표정이 빠르게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거다.”

마셜의 말을 들은 릭이 허리를 숙여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거기엔 방금 새로 등록된 콘테스트 프로젝트의 내용물이 들어 있었다.

“이게 전부라고?”

컨셉 아트 몇 장. 시스템 소개로 보이는 PPT 한 개. 그리고 워드로 된 플레이 시나리오(Play scenario) 한 개.

다른 프로젝트엔 다 들어가 있는 알파 버전도, 구색을 갖추기 위해 들어가 있는 동영상 파일도 하나 없이, 달랑 그것만 들어있었다.

그러나 마셜은 그 파일 목록을 보며 그것이 상혁이 참여한 프로젝트일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모두가 남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려고 사람을 모으고 주말을 희생하며 용쓰는 가운데, 대놓고 ‘기획’만 툭 던져놓는 패기.

그런 발상은 세상에 오직 상혁만 할 수 있는 생각이었으니까.

“역으로 실행해보면 허접해서 실망할만한 어설픈 알파 버전보단, 이쪽이 더 시선이 끌릴지도 모르지.”

그렇게 말한 릭이 마우스를 잡은 마셜의 손을 움직여 파일을 클릭했다.

이게 진짜로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대표가 참여한 결과물이 맞는지, 이미지를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잠시 후, 압축되어있는 파일 안에 첨부된 이미지를 본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대표님이랑 같은 팀인 원화가가 서연 씨라고 했었지?”

“어. 거의 99.99%확실해.”

“근데 이 그림은···.”

두 사람 모두 그래픽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원화와는 다른 분야이긴 했지만 그림을 보는 눈은 어느 정도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게다가 서연의 그림은, GOS작업을 하면서 정말 눈에 익을 정도로 많이 보기도 했었고.

그러나 지금 모니터에 떠 있는 그림은, 두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서연의 그림과는 완전히 격이 다른 느낌이었다.

이게 만약 서연의 그림이 맞는다고 해도, 인간이 그 시간에 이정도로 성장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혹시 다른 원화가를 데려왔나? 서연 씨가 아닌 거 아냐?”

릭이 말하자 마셜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확실하다니까?”

“아니 그 기간에 사람 그림이 이렇게 달라지는 게 말이 되냐고!”

“그럼 서연 씨가 디자인만 잡고 다른 원화가가 그렸나보지!”

“다른 원화가? 누구?”

그렇게 말하며, 릭이 모니터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혁진 씬가?”

“그건 아닐걸. 애당초 다른 팀 소속인데다, 혁진 씨도 이 정도론 못 그려.”

“그럼 이게 서연 씨 그림이라고? 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냐. 릭.”

“그럼 뭐가 더 중요한데?”

“지금 중요한 건, 바로 방금 한 내기에서 내가 졌다는 거지.”

그렇게 말하며, 마셜은 지갑에서 100달러 지폐를 3장 꺼내 릭에게 내밀었다.

“뭔데?”

“시발 저 컨셉 아트를 보라고. 저게 게임 플레이 컨셉이라고? 미친 거 아냐? 난 도저히 우리 프로젝트가 저거보다 재미있다고 말 못하겠다. 미친, 우리 임원진은 다 괴물새끼들만 모아놨나?”

마셜의 말에 릭이 다시 고개를 돌려 서연의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릭이 건넨 300달러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렇네. X발.”

그렇게 말하는 릭의 목소리 역시, 황당함으로 가득 차 있는 느낌이었다.

“저걸 X발 어떻게 이겨?”

그렇게, 마셜의 주머니에서 300달러를 빼앗아가며, 상혁과 서연, 하린이 함께 만든 콘테스트 결과물이 회사 내부 게시판에 공유되었다.

그 결과물을 본 모두의 마음에 문화충격 수준의 클래스 차이를 보여주면서.

그리고 그 폭풍의 한 가운데, 한 여성이 올라온 기획서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다들 이 프로젝트를 칭찬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투로.

“이건 PTW스타일이 아닌데?”

여성이 일본어로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이 말을 걸었다.

“어? 뭐라고 했어요?”

“이 기획, 대표님께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했어요.”

“엑? 그래요? 이 정도 작업이면 대표님 아니면 못할 것 같은데?”

“퀄리티를 말한 게 아니에요.”

그녀가 말했다.

“스타일을 말한 거죠.”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파티션 위에는, 프린트된 글씨로 그녀의 소속과 이름이 적혀 있었다.

[개발 1부 기획팀 어프렌티스 등급 직원.

미야모토 카렌(宮本 華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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