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 황제를 위하여
“전투 참가를 원하지 않는 시민들은 저쪽에 있는 출구로 나가도록.”
상혁은 ‘좋아하는 사람은 미칠 정도로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하는’ 워함마IP가 가지는 특수성도 잘 알고 있었기에, 워함마의 팬이 아닌 사람들을 위해 2번 섹션은 간단하게 통과할 수 있는 배려도 준비해 두었다.
그러나 그런 상혁의 배려에 맞춰 이동하는 인력은 아예 SF를 싫어하는 극소수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비록 인원수에 비해 부족한 수량의 체험존이긴 했지만, 밖에서 대기하는 것만으로도 SF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세트였기 때문에.
“이거, 먹어도 되는 거겠죠?”
묘하게 푸른 형광색으로 빛나는 음료를 보며 허먼이 말하자, 바텐더가 웃으며 안심시켰다.
“작은 트릭입니다. 음료가 빛나는게 아니라.”
그가 잔을 건네받아 컵 아래쪽의 스위치를 끄자, 빛나던 음료의 빛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렇게 신기하게 보이던 음료수가 푸른색 파워에이드처럼 변하는 모습을 보며, 허먼은 감탄사를 터트렸다.
“오! 멋지네! 혹시 이 잔도 팝니까? 하나 사고 싶은데?”
“입장하실 때 받은 사은품 가방에 하나 들어있을 겁니다. 나중에 뜯어보세요.”
“오오!”
다시 잔의 불을 켜고 음료를 돌려주는 바텐더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감사를 표한 허먼이 음료를 들이켰다.
흥분으로 달아오른 몸을 차갑게 식히는 시원함이 허먼의 목을 타고 기분 좋게 넘어가고 있었다.
“맛있네요. 분위기도 좋고.”
허먼의 말에 옆에서 초록색 음료수를 홀짝이던 리차드가 답했다.
“젠장, 전 꽝이에요. 이거 더럽게 맛없네. 걸쭉한 초록색 음료라니.”
“메뉴판에 쓰여 있었잖아요. 원작의 식량상황에 맞게 고증한 맛이라고. ‘주의’도 붙어 있었는데.”
“일부러 맛없게 만들 줄은 몰랐죠. 그래도 평생 기억엔 남겠네.”
잔을 ‘탁’소리 나게 내려놓은 리차드가 허먼을 보며 말했다.
“그럼 말해보죠. 어땠어요?”
“제게 의견을 물어보시는 건가요?”
“뭐 관객 소감 같은 거라고 생각하셔도 좋고요. 원하신다면 이름도 같이 기사에 내 드리죠.”
“아뇨. 그냥 ‘관객 A’정도로 표현해 주세요. 리뷰어라는 제 직업을 떠나서 솔직하게 관객 시점에서 말해보고 싶으니까요.”
잔에 남은 음료수를 털어 넣으며, 허먼이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방금 전 있었던 일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
-푸쉬이이익-투콰아앙-
사실 육중한 금속처럼 보이는 드랍포드의 철문은 철제가 아니라 나무로 되어 있었다.
물론 고급 합판에 페인트를 떡칠해서 얼핏 봐서는 구분이 힘들 정도로 리얼하게 만들어지긴 했지만.
어쨌든 느낌만 나면 되는 것이기에, 원래 금속제 부속에서 나야하는 모든 사운드를 마스터급 SFX전문가인 클라라 케이시가 전부 작업했다.
그리고 그녀의 뛰어난 스킬로 대부분의 유저들은 부스가 강철처럼 단단한 금속으로 되어있다고 철석같이 믿게 되었다.
일부러 문이 내려오는 속도라던가 연결되어있는 피스톤의 움직임, 바닥에서 흩어지는 연기 등의 효과를 통해서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게’ 만들어진 세트였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세트에서, 대단위 악단의 연주와 성가대의 합창으로 만들어진 웅장한 음악이 끊임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진짜 돈 값 한다는 게 뭔지 보여주는 음악이네”
완성된 곡을 상혁이 처음 들었을 때 했던 말이다.
곡을 외주 주었던 2008년에도 이미 ‘쿵후판다’ ‘캐리비안의 도적’ ‘뱃신-다크 나이트’등의 영화 음악으로 정점에 올라있던 작곡가, 한스 임머에게 막대한 금액을 지불하고 작곡한 OST였기에.
그래픽을 올리는 것은 하드웨어 한계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상혁은 부족한 부분을 음악과 효과음으로 채울 수 있다고 믿었고, 이미 효과음은 회사 내에 마스터 등급의 전문가가 있었기에 상혁은 어마어마한 외주비를 감수하고 업계 최고의 작곡가에게 게임 OST를 작업시켰다.
그리고 그 평판에 어울리게, 세계 최고의 작곡가 한스 임머는 상혁이 요청한 조건을 완벽하게 만족하는 새로운 곡을 제공했고.
‘듣기만 해도 전장에 뛰어 들어가 황제폐하의 영광을 외치며 장렬하게 전사하고 싶어지는 그런 곡을 만들어주세요.’
상혁은 요청했고, 한스는 그렇게 해 주었다.
듣기만 해도 마음속에서 뭔가가 끓어오르는 배경음악을 들으며, 허먼은 자리에 앉아 천장에서 내려오는 화면을 지켜보았다.
위쪽에 고정된 스탠드에 매달린 LCD 모니터가, 마치 SF영화의 한 장면처럼 허먼이 앉아 있는 의자위로 기계음을 내며 내려앉았다.
‘후우···.’
심호흡을 한 허먼은 모니터 아래쪽에 거치되어있는 게임 패드를 잡았다.
일단 여기까지의 이벤트 연출은 워함마의 팬으로써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역시 ‘게임이 재미있는가.’일 것이고 허먼은 PTW가 워함마라는 IP를 가지고 어떤 게임을 완성해 냈을 지를 매우 기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던 최고의 IP를 가지고, 자신이 좋아하던 최고의 개발사가 만든 게임이었으니까.
그리고 적어도 이 게임에서만큼은, 허먼은 철저하게 워함마의 팬으로써 게임을 평가할 생각이었다.
다른 워함마의 팬들처럼, 그도 고중에 깐깐한 ‘오덕후’중 한 명이었기에.
그렇게 각오를 마친 허먼이 패드의 버튼을 누르는 순간, 드랍포드 안의 모든 조명이 동시에 꺼졌다.
***
-파지직-
어디까지가 모니터이고, 어디까지가 배경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금속성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그리고 뭔가의 육중한 실루엣이 시야를 가리며 중앙으로 이동하더니 천장을 툭툭 두드리기 시작했다.
순간 강철의 주먹에 두들겨 맞은 천장 조명이 돌아오면서, 허먼은 모니터 안에 보이는 영상이 1인칭 시점으로 드랍포드 안을 비추는 영상임을 알게 되었다.
[젠장. 빌어먹을 테크 마린 놈들. 강하 장비 조명 점검을 빼먹은 모양이군.]
육중한 파워 아머를 입은 우주 해병이 허먼이 있는 방향을 돌아보며 말했다.
[얼빠진 표정을 하고 있군. 그런 표정을 짓고 있다가는 전장에서 10초도 버티지 못할 거다.]
[포트 드랍까지 1분 남았습니다.]
[잘 들어라 신병. 지금 전장의 더러운 카오스 놈들이 신성한 제2테라를 점령하기 위해 벌레 떼처럼 몰려오고 있으니. 그러나 두려워하지 말라. 위대하신 황제폐하의 망치이자 창인 우리 ‘회색 기사’들은 태초 이래로 단 한명도 타락하지 않았고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아스트로노미컨의 빛이 닿지 않는 이곳 보이드에서조차도! 우린 물러서지 않는다!]
순간 옆에 서 있는 마린들이 동시에 팔을 올리며 외쳤다.
[우린 망치요!(We are the hammer!)
그리고는 중앙의 해병이 외치는 문구에 맞춰, 함성을 지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가장 사악한 악령도 우릴 막을 수 없으니!]
[우린 황제의 오른팔이오!(We are the right hand of the Emperor!)]
[드랍 개시까지 5···4···3···2···1. 강철의 비(Steel Rain) 작전 개시.]
순간 흔들리는 화면과 함께 엄청난 굉음과 불꽃이 사방에서 터져나왔다.
그리고 점점 커지는 폭음에 맞춰서, 해병들의 외침도 덩달아 커지기 시작했다.
[오늘 저 사악한 카오스들은 진정한 황제의 힘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린 황제의 건틀렛이오!(We are the gauntlet about His fist!)]
[정신을 붙잡아라! 형제들이여! 오늘 우리는! 이곳에서! 역사를 다시 쓴다! 황제의 위대한 이름으로!]
[우린 그의 창의 창끝이오! 그의 검의 날이니!(We are the tip of His spear, the edge of His sword!)]
[위대하신 황제가, 우리와 함께하시는 이상, 어떤 타락과 오염도 건드릴 수 없는 가장 순수한 전사들!]
바로 그 순간, 모든 마린들이 합을 맞춰 크게 소리 질렀다.
마음속에서 끓어오른 긍지가 넘쳐흐르는 우렁찬 목소리로.
[우리가! 바로! ‘회에에에색기사’들이다아아!!!!(Weeeee! are! the! Grrrrrrey Knights!)]
“오오오오오!!!”
아마 자신이 저 음성을 알고 있었다면 100%따라 외쳤을거라고 생각하며, 허먼이 패드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그 순간, 대기를 찢는 굉음을 압도하는 폭음과 함께 화면이 크게 흔들리며 드랍포드의 착지를 알렸다.
[황제를 위하여어어!!!]
지휘관으로 보이는 우주 해병의 돌진과 함께 따라 나가는 다른 해병들을 보며 허먼이 방향키를 눌러 자신의 캐릭터를 조작했다.
그리고 정확히 1 분후.
허먼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전장의 적들을 톱날달린 검으로 줄줄이 썰고 있었다.
“으하하하하!! 포디 엠퍼러다! 개자식들아!!!”
라고 소리 지르며.
***
매우 만족한 표정으로 드랍포드에서 나오는 유저들을 보며, 하린이 상혁에게 물었다.
“메인 시스템은 아예 공개도 안하고 전투만 했는데 꽤 즐거워 보이네요?”
“그야 우주에서 우주 해병이 돼서 체인 달린 검이나 파워 함마를 휘두르는 것만큼 워함마 팬들이 하고 싶어 하는 건 없을 테니까. 그리고 코옵 모드가 없어도 지금 구현한 전투가 이런 이벤트에서는 훨씬 즐거울 겁니다.”
상혁의 대답에 하린이 관객들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상혁의 말대로 잔뜩 흥분한 채로 기분 좋게 게임에서의 영웅담을 늘어놓는 수많은 유저들이 걸어 다니고 있었다.
최적화.
상혁은 배우는데 시간이 걸리며, 즐거워지는데 이해가 필요한 육성 파트는 완전해 배제하고, 마치 ‘배○필드’의 전투처럼 다대다 전투를 하는 ‘전장모드’를 체험의 메인으로 잡았다.
처음부터 강력한 장비와 무기를 들고 동료와 함께 적을 쓸어버리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다만 PTW의 ‘워함마’게임이 ‘배○필드’와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은, 전장모드에서도 충분히 체험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C-43지역의 병력이 지원을 요청합니다.]
[K-57지역의 병력이 적을 추격중입니다.]
화면에 HUD형태로 떠 있는 미니맵에서 음성으로 끊임없이 전체 전장의 상황을 비추며 플레이어들에게 현재 벌어지는 전투가 대규모 전쟁의 한 부분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형제들이여! 나를 따르라!!]
그리고 처음 전장 진입 시에 중앙에서 소리를 지르는 ‘지휘관’ 역할의 NPC가 병사들을 통제하여 전투 상황을 조정하고 있었다.
지휘관의 역할은 간단하다. 대규모 전장에서 소속된 부대의 행동을 통제하고 타워와 깃발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
원래 기획했던 협동 FPS의 기본적인 코옵(CO-OP)플레이에서 파티장이 해야 하는 역할을, 전장 모드에서는 NPC가 수행하고 있었다.
적절한 방향에 탱커를 보내고 딜러를 배치하고 힐러로 지원하는 것.
장비와 상황에 따라 미리 정해둔 수많은 전략에 따라 AI가 적절하게 유저들을 통제했다.
그리고 그런 시스템 덕분에, PTW가 구현한 대규모 전장은 다른 FPS의 전장 배틀과는 다른 독특한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역할에 대한 빠른 이해.
플레이어VS플레이어의 대규모 격돌이 있는 게임에서 일반적으로 수많은 경험을 통해 얻어야하는 ‘전략’에 대한 이해를, 이 게임에서는 초보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명령으로 처리한다.
‘저곳을 방어해라.’
‘아군 XX를 지켜라.’
‘XX를 치료하라.’
매 상황마다 마치 미니 미션처럼 주어지는 명령을 하고 있으면 수많은 임무 하나하나가 유저에게 달성감을 주고 있었다.
초보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역할이나마 수행하고 있다는 기분을 확실히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그것은 매우 짧은 시간밖에 체험 플레이를 할 수 없는 시연 이벤트의 특성과 맞물려,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매우 높은 만족감을 주는 설계였다.
FPS를 좋아하긴 하지만 잘 하지는 못하는 리처드나, 워함마의 골수팬이지만 기존의 ‘배○필드’식 전장에 익숙하던 허먼도, 그런 부분에서 이번 신작을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큰 전장을 잘게 쪼개놓은 느낌이더군요. 확실히 NPC가 뭘 해야 할지 가이드를 주니까 그것만 해내면 되는 느낌이라 훨씬 집중하기 쉬웠어요.”
“그러게요. 넓은 필드에 그냥 유저들을 뿌려놓고 알아서 싸우게 해도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이었을 텐데, 그런 식으로 설계하니 병사의 한사람이 아니라 분대원이 된 느낌이라 훨씬 좋더군요. 역시 AI를 설계하는 기술은 PTW를 따라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는 고증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우주해병이 사용하는 탄은 로켓식으로 작동하는 폭발탄이거든요. 적의 몸에 박혀서 안에서 폭발하는 탄의 특성이 잘 구현되어 있더군요.”
“그럼 그런 부분도 강점이 되겠네요.”
리차드가 허먼의 말을 받아 적으며 물었다.
“그런데, 허먼 씨는 상태창을 혹시 보셨습니까?”
“아, 그거요? 저도 이해가 안가던데? 그건 왜 있는 걸까요?”
“그러게요. 일단 볼 때는 마치 디○블로처럼 옵션 있는 아이템에 인벤토리, 심지어 스킬트리도 있던 것 같던데. 물론 스킬 트리 같은 경우는 반투명하게 잠겨있어서 확인은 못했지만, 그 모양은 분명 스킬트리였어요.”
“그 말은 이 게임이 RPG라는 겁니까?”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전장 배틀만 구현했지만, 아마 파밍이나 코옵 같은 시스템이 있을 거 같아요.”
“오···. 오오오오!!!!”
리차드의 예리한 분석이 허먼을 흥분시켰다.
“저 끝내주는 전투에 RPG같은 육성도 붙어있다고요! 게임 볼륨이 엄청나겠네요!?”
“예상입니다. 예상.”
그러자 허먼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개발 중 데이터라 남겨놓은 거였으면 아예 버튼을 눌러도 호출이 안 되게 했겠죠. 겨우 현실감 하나 올려주자고 이 거대한 세트를 지은 개발자들입니다. 그건 일부러 남겨놓은 게 분명하고요!”
흥분해서 떠드는 허먼의 말의 내용은 리차드로 하여금 재미있는 가설을 끄집어내게 하고 있었다.
혹시나, 설마 그 정도까지 하는 건 아니겠지 하면서도 PTW라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게 만드는 그런 가설을.
“허먼 씨.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저는 재미있는 생각이 하나 드는군요.”
“어떤 생각이요?”
“이번에 PTW에서는 자체 행사에서 공개적으로 게임을 설명하는 쇼케이스를 하는 대신, 마치 테마파크 같은 느낌의 체험존을 만들고 팬들과 기자들을 밀어 넣었죠.”
“그렇죠.”
“그런 것에 비하면 팬들이 확인할 수 있는 게임의 데이터는 매우 적었어요. 그렇죠?”
“참여 인원이 많으니 체험 시간을 길게 잡을 수 없었을 테니까요.”
“이건 어쩌면, 혹시나 어쩌면 하는 이야기에서 하는 말입니다.”
리차드가 손가락질을 하며 고개를 숙이자 허먼도 따라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리차드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가설을 허먼에게 털어놓았다.
속으로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랬으면 정말 재미있겠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가설을.
“혹시, 이 행사 전체가 출시될 게임 정보를 흩뿌려놓은 일종의 ‘거대한 게임’같은 게 아닐까요?”
“설마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제 감입니다. 기자로써의 감.”
“아까 내기에서 진 그 감이요?”
“진건 아니죠. 둘 다 못 맞췄지 않습니까? 설마 차기작이 의사 시뮬레이션 장르일거라고 누가 맞출 수 있었겠습니까?”
“좋습니다. 그럼 혹시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를 말씀해보시죠.”
“좋아요. 대신 이 추론을 완성하려면 PTW의 작품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허먼 씨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 이벤트 존의 사진을 보고, 그 많은 부스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맞춰야하니까요. 물론 지금 저희가 있는 두 번째 이벤트 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도 함께요.”
“좋습니다.”
리차드의 가설이 맞기만 하다면, 아마도 다른 팬들보다 PTW의 차기작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허면이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는 주먹을 꺾어 우득 소리를 내며, 진지한 표정으로 리차드를 향해 말했다.
“맞춰봅시다. PTW가 팬들에게 낸 퀴즈가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