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173화 (174/485)

173. 꿈꾸는 개발자

드레이븐이 말한 대로, MYOM의 인터넷 커뮤니티 ‘상아탑’은 점점 밝혀지는 ‘메인 퀘스트’에 대한 정보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떠돌아다니는 정보를 취합해서 허먼이 ‘메인 퀘스트’의 내용의 내용을 정리해서 올리자, 커뮤니티는 완전히 폭발해버렸다.

허먼의 리포트는 꽤 하드코어하게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게이머들에게도 충격을 주기 충분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이게 진짜 레알이면 내 X알 한쪽 자름.]

[허먼이 정리한 ‘메인 퀘스트’가 현실이라는 20가지 근거.]

[아무리 PTW라도 이건 아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

[캐나다 해커가 코넥트 분해해서 올린 내용에 따르면 이건 펙트가 맞다.]

[2010년 파운드리 공급업체가 PTW에 납품한 공급내역을 보면 메인 이벤트의 실체가 보인다.]

갑론을박이 나오는 게 당연할 정도로, 그들이 파악한 메인 이벤트의 볼륨이 컸기에 커뮤니티는 연일 불타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을 그렇게 불타오르게 만든 허먼의 리포트는, 메인 퀘스트에 대해 이렇게 밝히고 있었다.

<최소 400명 이상의 6서클 이상 유저가 필요한 이벤트.>

<이벤트의 내용은 현재 PTW 직원들이 맡고 있는 ‘탑주’의 자리를 유저들이 되찾아오는 것.

어떻게 구현할지는 상상도 가지 않지만 마왕VS유저들로 400:1의 대규모 전투가 벌어질 것이라 예상.

당연 PTW니까 그래픽 퀄리티를 떨어트리지는 않을 것임.>

<현재 ‘이야기 책’에 있는 수많은 기믹들의 해금 조건이 메인 이벤트가 될 것.>

<현재 유저가 게임 안에서 사용하고 있는 컨텐츠는 전체 컨텐츠의 단 20%. 게임 내 도서관에서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MYOM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마법학교로 기획되어있으며 그 안의 알바생, 교수, 학생 등의 역할을 유저들이 수행하는 거대한 MMO게임 임.>

<해당 내용에 대한 공식적인 확인을 PTW측에 요청하였으나 회사에서는 ‘그 답은 유저들이 찾아야 할 부분’이라며 답변을 거부함.

현재 고 서클 유저 커뮤니티 중심으로 메인 퀘스트 수행을 위한 유저 확보에 들어갔음.>

그리고 그 논란은, MYOM이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기 전, 코넥트를 마개조 시킨 마크 윌버그가 만든 ‘구 상아탑’ 커뮤니티 멤버가 게시글을 올리면서 정점을 찍고 말았다.

[‘구 상아탑’에 참여했던 유저가 밝히는 너희들이 모르는 MYOM의 정체에 대하여]

거기엔 탑주는 아니었지만 당시 꽤 상위권에 랭크 되어있던 한 유저의 생생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었다.

<2년도 전의 일이지만 과거 오컬트 커뮤니티 쪽에서 꽤 화제가 되었던 폐쇄형 클럽이 있었다.

거기 멤버들은 주인장이 배포하는 코넥트의 프로토 타입을 가지고 ‘동작으로 마법을 시전하는 대전게임’을 개발하고 있었고.

물론 그때 만들던 개발버전하고 지금의 MYOM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만큼 완전히 다른 게임이지만.

그러나 모션으로 주문을 시전 한다는 개념이나, 8속성의 탑이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당시 커뮤니티 운영자였던 8명이 2년 전을 기점으로 동시에 사라진 점.

그리고 해당 개발 사이트 폐쇄와 코넥트 프로토타입의 회수가 동시에 이루어진 점을 봐서 그때 있었던 폐쇄 커뮤니티에서 개발 중이던 컨셉을 PTW에서 완벽한 형태로 완성했다고 봐야하겠지.

지금 ‘메인 퀘스트’라고 알려진 이야기는, 당시 커뮤니티에 돌던 메인 떡밥과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기에, 난 메인 퀘스트가 어떤 내용인지 대충 예상이 간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이야기 하지는 못해도, 엄청날 거라는 것만은 확신하고 있어.

당시 다들 농담 삼아 이야기하긴 했지만, 현재 기술로 구현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상상으로만 떠들고 있었던 이야기가, 지금 실제로 진행되고 있거든.

그때 커뮤니티 계급은 탑주-교수-조교-학생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유저들은 그 체계에 따라서 주문을 만들고 설정을 올리곤 했었다.

그리고 지금 유저들에겐 ‘서클’은 있어도 계급은 없잖아?

난 이게 메인 퀘스트의 해금 보상일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MYOM에 나오는 대부분의 몬스터들이나 아이템, 연금 재료들도 그때 커뮤니티 유저들이 함께 만든 내용과 비슷한 점이 많으니까.

나는 지금 떠도는 소문이 진실이라는데 한 표를 걸겠어.

지금만으로도 충분히 꿈같은 게임이지만, 정말로 ‘메인 퀘스트’가 있다면, 그때 우리가 상상하던 ‘아카데미’가 열릴 수 있다면, 그건 진짜로 엄청난 일일 테니까.>

***

바로 그 글이 올라온 다음날부터, MYOM의 동접 수는 매일같이 기록을 갱신해 나가면서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MYOM의 개발팀이 여기 저기 숨겨놓은 이벤트 트리거도 속속들이 발동되기 시작했고.

그리고 지수는, 하나 둘씩 조건을 만족해 나가는 유저들의 퀘스트 통계를 보면서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 옆에는, 미소 지으며 ‘내가 뭐랬냐?’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상혁이 서 있었다.

“봐, 얼마 안 걸릴 거라고 했지?”

“아니 그렇다고 그 어려운 걸 떡밥 돌자마자 초고속으로 깰 줄은 몰랐죠.”

“길이 있으면, 뚫는 게 유저들이니까.”

애당초 이 퀘스트 자체가 ‘찐’ 유저들을 위해 만들어진 퀘스트였기에, 지수는 유저들이 메인 퀘스트의 ‘힌트’를 발견하는 시점으로 1년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수의 예상과 다르게, 전 세계에 퍼진 유저들 중 MYOM을  진지하게 플레이하는 유저수가 엄청났기에, 지수의 예상보다 빠르게 이벤트 조건이 갖춰지고 있었고.

그리고 그렇게 대규모 전투 이벤트의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게임 내 기대감이 고조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벤트가 진행되며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관련 정보가 하나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연구’ 와 ‘도전’을 통해서만 진행해야하는 퀘스트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지수가 그렇게 퀘스트를 설계하고 컨텐츠를 잠가 놓은 이유는, 생각보다 매우 단순한 이유였다.

이 게임은, 그렇게 해야 가장 재미있으니까.

이 게임은 자신과 탑주들이 미리 만들어놓은 주문을 단순히 따라했을 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었다.

오히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의 서클에 맞는 시전 방식을 찾아나가며, 주문을 연구하고, 친구들과 마법 이야기를 하면서, 상아탑의 비밀을 푸는 것이 MYOM의 진정한 재미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대부분의 유저들이 하고 있는 것처럼 커뮤니티에 올라온 공략을 보면서 최단 루트로 서클 올리는 법을 찾는 것은 MYOM의 진정한 재미를 즐길 수 있는 방식이 아니었기에, 지수는 이벤트를 통해서 이 게임의 진정한 재미를 유저들에게 전달하고 싶어했다.

물론 선택은 유저들이 하는 거지만, 이 게임이 가진 포텐셜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유저들이 게임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했기에.

그리고 지수가 설계한 퀘스트를 수행하는 유저들은, 지수의 그런 의도대로 자신도 모르게 그런 이 게임의 본질적 재미를 조금씩 체감하고 있는 중이었다.

***

<6서클 마법사 실비아가 방문을 요청합니다.>

“허가한다.”

제프의 말이 끝나자마자 허공에서 마나의 소용돌이가 일어나며 아름다운 여성 캐릭터의 형체를 갖추었다.

그리고 그렇게 나타난 여성 마법사는, 여전히 책에서 눈을 떼고 있지 않은 제프의 캐릭터를 보며 말을 걸었다.

“드레이븐 씨. 정보도 중요하지만 서클은 안올릴 거예요? 지금 이벤트 참여자를 서클로 나눌 거라는 소문이 돌아서 다들 미친 듯이 촉매 구입에 들어갔는데? 6서클 이하는 참여 불가 같은 조건이면 어쩌려고요?”

실비아는 얼마 전 적금까지 깨서 촉매를 대량으로 구매해, 6서클의 벽을 뚫는데 성공했다.

비록 촉매 가격이 너무 올라서 6서클 전용 주문까지는 배우지 못했지만, 어찌됐건 얼마 전까지 같은 서클이었던 두 사람의 사이에 격차가 벌어진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제프는, 그런 실비아의 말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더니 다른 책을 소환해 손에 들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비아는, 그런 제프를 걱정하는 중이었다.

“드레이븐! 아니, 제프!”

“상아탑에서는 본명을 부르지 않는 게 매너일 텐데.”

“여긴 우리 둘뿐이니까. 억울하면 제프 씨도 저를 아멜리아라고 불러요.”

그러자 제프가 고개를 흔들며 실비아에게 말했다.

“바쁜데 왜 와서 방해야? 서클이 열쇠라고 생각하면 거기 집중하면 되잖아. 마법 수련 안 해?”

“하려고 해도 촉매가 없어요. 지금 시세가 거의 20배 가까이 뛰어서. 그리고 7서클 촉매를 구할 수 있는 퀘스트는 아직 힌트도 찾지 못하고 있고요.”

“잘됐네. 그럼 일단 현재 최고 서클은 6서클이란 소리잖아? 실비아 너도 6서클이고. 이벤트 조건이 서클이라면, 적어도 실비아 너는 참여 가능하겠지.”

제프의 말을 들은 실비아는 갑갑함을 느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건, 혼자 이벤트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제프 씨도 빨리 서클을 올리라고요.”

“난 됐어. 난 나 나름대로 이번 이벤트를 즐기는 중이니까.”

“제프!”

실비아가 소리치자 제프가 실비아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녀의 목소리엔 눈물이 묻어 있었지만 캐릭터의 표정은 평온해 보였다.

코넥트는, 놀라운 성능의 기계이긴 했지만 화면 건너편에 있는 사람의 감정까지 전달할 수 있는 기계는 아니었기에.

“···아멜리아.”

“이제 이름으로 부르시네요.”

“왜 그렇게 닦달이야? 난 내 방식대로 게임을 즐기려는 것뿐인데.”

“저는 제프 씨와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을 뿐이에요. 정작 이벤트 시작 때 서클이 모자라서 제프 씨가 참여할 수 없다면, 그래서 이벤트 현장에 저 혼자 가야한다면, 저는 아무리 이벤트가 재미있다 해도 즐겁지 않을 것 같다고요.”

그녀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제프는 벽창호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가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존재는 게임안의 캐릭터인 드레이븐이지, 트럭운전사 제프가 아니었다.

아니, 사실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미 4서클의 벽을 넘는 순간에, 제프에게 MYOM은 게임 이상의 의미를 가진 또 하나의 세계가 되었기 때문에.

제프는 고개를 저으며 실비아에게 말했다. 트럭 운전사 제프 윌포드가 아닌, 상아탑의 청탑 소속 5서클 마법사 드레이븐으로서.

“실비아. 나도 너랑 같은 생각이야. 뭐 아저씨의 주책이라고 생각해도 좋지만, 나한테 이 게임은 굉장히 특별하거든. 난 이안에서 트럭운전수 제프가 아닌, 마법사 드레이븐으로 존재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드레이븐이란 마법사에게, 실비아란 마법사는 특별한 존재일지도 몰라. 어쩌면 같이 이 거대한 이벤트를 함께 경험하고, 기쁜 순간을 같이 맞이할 마법사 파트너로써 말이지.”

“그거, 고백이라고 생각해도 돼요?”

“맘대로 생각해.”

“여전히 털털하시네요. 그런 부분은.”

“아저씨니까.”

“좋아요. 제프 ‘아저씨’가 그런 마음이라면, 어째서 서클을 올리지 않는 거죠? 지금 모든 유저들이 서클이 이벤트 진입의 열쇠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오히려 그래서인 거야.”

“예?”

“이 공간을 봐.”

제프가 말하며 양손을 펼쳤다.

“이 마법사를 위해 만들어진 완벽한 공간을 보라고. 손만 뻗으면 순간이동기가 날아오고, 제스쳐를 취하면 약품 조합기가 촤르륵 펼쳐지는 마법 같은 공간을 보라고. 나는 이런 미치도록 멋진 게임의 개발자들이, 겨우 서클을 기준으로 이벤트 참여자를 고를 거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아. 아니, 이번 이벤트를 보면 노골적으로 ‘서클을 올려라’, 그리고 ‘상아탑에 대해 연구해라’라고 두 가지 길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해. 나는 그 중 하나를 선택했을 뿐이야.”

“그 연구의 끝에 있는 게 월드 이벤트가 아니라 면요?”

“그래도 뭔가를 찾을 순 있겠지. 이 게임의 아무리 사소한 부분이라도 이유 없이 구현해놓은 건 없으니까. 난 그걸 찾고 싶다고 생각해.”

“그게 존재한다는 보장도 없는데요?”

“아냐. 있어.”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죠?”

실비아의 말에 제프가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그런 게임이니까. 이 세계의 비밀에 접근할수록, 그리고 마법이 구축되는 원리에 대해 공부할수록 나는 더 확신할 수밖에 없었어. 이 세계를 만든 개발자들이, 마법사들에게 어떤 재미를 주기 위해서 이 세계를 만들었는지에 대해.”

“그치만···.”

“실비아. 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하는 것뿐이야. 그리고 넌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하면 되는 거고. 아마도 그게 MYOM의 세계가 지향하는 진정한 ‘자유도’일 테니까.”

그리고 제프는 다시 책을 펼쳐 안의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미묘하게 이어질 것 같으면서도 이어지지 않는, 히든 이벤트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서.

그리고 실비아는, 그런 제프의 모습을 보며 바닥에 앉았다.

그리고는 책을 읽는 드레이븐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은, 현재 메인 퀘스트에 도전중인 플레이어들의 두 가지 타입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

점점 많은 유저가 이벤트 트리거를 클리어하면서, 유저들은 게임 내 분위기가 실시간으로 변경되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마치 전쟁준비라도 하듯 온갖 마법 물약들을 들고 상아탑을 돌아다니기 시작하는 NPC가 늘어났으며, 퀘스트 내용도 ‘전투 대비’라던가 ‘다가올 전쟁을 위한 훈련’ 같은 여러 가지 떡밥에 대한 언급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리고 유저들은, 그런 게임안의 변화가 확실히 자신들이 메인 퀘스트에 접근해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며, 더  열심히 정보를 공유해가며 메인 퀘스트 공략에 나서기 시작했다.

주로 떡밥을 풀기 위해 책의 내용을 공유하며 마탑의 비밀을 풀려 노력하는 ‘연구자’들과, 다가올 대규모 전투 퀘스트에 대비해 있는 대로 촉매를 모아서 서클 상승에 집중하는 ‘도전자’들로 나뉘어서.

그리고 양쪽 진영을 대표하는 두 명의 마법사는, 놀랍게도 서로 알고 있는 사이인 실비아와 드레이븐이었다.

MYOM에서 다른 게임의 레벨에 해당하는 ‘서클’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믿는 유저들과, 이 게임만큼은 다른 게임과 다를 거라고 믿고 있는 유저들.

그리고 그런 유저들을 팽팽하게 대립하게 만드는 퀘스트들.

제프가 예상한 것은 사실이었다.

애당초 이‘메인 퀘스트’ 자체가, 그런 양쪽 유저들을 모두 전제로 하고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결국 각자의 경로에 있는 마지막 트리거에 도달한 드레이븐과 실비아는, 지수가 만든 이 퀘스트의 발동 조건을 보며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결국 연구를 통해서 마지막 트리거에 도달하는 유저들하고, 서클 조건을 성립해서 마지막 트리거에 도달하는 유저들이 깨닫는 사실이, 이벤트를 위해서는 반대 측 유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거네요?”

“그렇게 되더라고.”

“어찌 보면 PTW스럽다고 할 수 있는 전개네요. 결국 어떤 길을 고르던 유저의 선택에 따른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거잖아요.”

“그렇지.”

다시 만난 드레이븐과 실비아는 서로 메인 퀘스트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공유한 정보를 커뮤니티에 올렸다.

그것은 유저들이 앞으로 클리어 해야 할, 초거대 메인 퀘스트의 구체적인 ‘클리어 방법’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

“기대되네요.”

메인 이벤트의 최종 힌트에 접근한 유저 데이터를 확인한 지수가 웃으며 상혁에게 말했다.

“그러게. 사실 반쯤 도박 수였지. 나는 한쪽 유저들의 의견이 대세가 되면서 나머지 유저들이 포기할 줄 알았거든.”

“잘 될까요?”

“잘 될 거야.”

상혁이 확신을 담아 말했다.

“지수 네가 만든 게임은, 누군가에게 게임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하기에 충분한 게임이니까.”

그렇게 말한 상혁은 전체 퀘스트의 수행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현황 페이지를 보며 지수에게 물었다.

“퀘스트 참여 비율은 어때?”

“연구파가 17.5% 나머지는 탑주파네요. 역시 촉매가 더 좋죠. 마법 이론은 홈페이지에서도 배울 수 있으니까.”

“그래도 알지? 스타스트림은 마왕으로 쓰러지지만 자신의 의지를 유저들에게 남기고 가야한다는 거. 마지막 페이즈에서, 너는 모든 유저들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기고 퇴장하는 거야.”

퇴장이란 단어를 들은 지수의 얼굴에 그림자가 생겼다.

지금도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마법 수련에 쓰고 있을 만큼, 지수에게 MYOM은 각별한 게임이었기 때문에.

그러자 상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지수를 달래며 말했다.

“이게 이 게임의 진짜 피날레니까. 네가 창조한 세계를 유저들의 손에 주는 가장 멋진 이벤트가 되겠지. 혹시 아냐? 나중에 MYOM유저가 죽을 때 장례식에서 사회자가 이렇게 말할지? ‘지금부터 고인의 살아생전 개 쩌는 모습을 보시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번 이벤트에서 열심히 싸우는 유저의 모습을 틀어 주는 거지.”

그 모습을 상상한 지수가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리자, 상혁이 지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찌됐건 애당초 게임 초기 단계부터 지수 네가 이 게임의 마지막 피날레라고 생각하고 기획한 이벤트잖아. 유저들의 마음속에 평생 남을 추억을 주고 싶다고. 그리고 앞으로 나올 다른 게임들이 시시하게 느껴지게 만들 거라고. 맞지?”

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럼 최선을 다 해보자고. 유저들이 살아생전 했던 모든 게임 중에서, 가장 개 쩌는 경험을 꼽으라면 이 이벤트를 꼽을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그것 때문에 무려 5천억을 더 썼으니까.”

지수의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위해서 상혁이 추가한 2개의 렌더링 센터에 들어간 비용이 그 정도였다.

지수는 상혁의 이야기를 듣고 굳은 의지에 찬 눈으로 상혁을 바라보았다.

“그 돈, 절대 아깝지 않게 해 드릴게요.”

“그래야지. 그리고 네 계획은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었어.”

“뽕 차니까?”

“어.”

지수의 말에 상혁이 미소 지었다.

“뽕 차지.”

그리고는 모니터에 띄워놓은 현황판을 보며 다시 말했다.

“GOS이후에, 게임 언론에서 그러더라고. 'MYOM의 시스템은 더없이 참신하고 마법 같은 경험을 하게 해 줬지만, 그것은 GOS때와 같은 뜨거운 감동을 주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들은, 자신들이 극한까지 끌어낸 같은 방식의 감동을 주는 대신, 다른 방향의 감동을 주는 것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세운 한계 넘어서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니까.’라고.”

“헐, 그걸 다 외우고 계셨어요?”

“어. 줄여서 말하면 ‘너흰 이제 끝났어. GOS때 같은 뽕은 주지 못할 거다.’ 라는 뜻이잖아. 기분 나빠서 자동으로 외워지더라고. 그러니까 이제 보여줘야지.”

“뭘요?”

지수의 질문에 상혁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지수의 커다란 눈을 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꿈꾸는 개발자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PTW가 꿈을 꾸는 한, 우리에게도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거기 들어간 내 5천억도.’

오로지 그것 하나만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한 5천 억짜리 이벤트.

그렇게 상혁이 만든 GOS의 임펙트를 넘어서기 위해 지수가 기획한 MYOM의 첫 번째 월드 이벤트가, 게이머의 앞에 선보일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게임’으로써 MYOM을 즐기는 유저들과, ‘또 하나의 세계’로 MYOM을 대하는 두 무리의 유저들이 하나로 뭉쳐 거대한 싸움을 시작하게 될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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