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 PTW의 도전장
“이게 그 소문만 무성한 PTW의 신작인가?”
폴 뱅크먼이 자신의 앞에 놓인 패키지를 보며 말했다.
아마 PTW의 팬들이라면 아직 발매하기 전의 게임을 미리 받아볼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으로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겠지만, 기자인 그에게 리뷰를 위해 발매일 전에 게임을 받는 일은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의외인 것은, 자신에게 PTW측에서 사전 리뷰를 부탁했다는 점이었다.
일반적으로 게임회사에서는, 자사에 부정적인 리뷰어에게 사전 리뷰를 요청하지 않으니까.
게다가 PTW는, 항상 발매 전까지 정보 공개를 극도로 통제하는 성향이 있었다.
MYOM때도 기자들의 요청에 발매일에 맞춰서 겨우 게임과 코넥트를 지급했을 정도로.
그러니까 이번처럼 발매일 전에, 기자들에게 선행 체험을 위한 게임을 배포하는 것은, PTW에 있어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뱅크먼은 그렇게, 안하던 짓을 하면서 굳이 PTW 반대파의 대표라 불리는 자신에게 게임을 보낸 저의가 궁금했다.
뱅크먼의 눈앞에 놓인 게임패키지가, 일종의 도발처럼 보일 정도로.
그 패키지를 바라보던 뱅크먼은 그것이 ‘어디 까려면 까봐라.’라고 말하는 것 같은, 자신감의 표현일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좋아.”
뱅크먼이 미소 지으며 패키지를 들어올렸다.
거기엔 PTW의 전통대로, 거의 발매 직전에야 결정된 게임의 최종 타이틀이 적혀 있었다.
-The Another World-
직관적인 이름.
대놓고 ‘이세계’라고 붙어있는 타이틀을 보며, 뱅크먼이 중얼거렸다.
“그 도전, 받아주지.”
그리고 그렇게, PTW의 신작 게임은, 전 세계 팬들이 오매불망 바라던 발매일 전에 뱅크먼의 손에서 최초로 플레이가 진행되게 되었다.
***
카렌은 뱅크먼이 올린 ‘99점짜리’리뷰를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 ‘GOS’ 와 ‘MYOM’에도 부정적인 평가를 매기던 기자가, 어째서 99점이나 되는 고평가를 내린 것인지 궁금해서.
물론 메타크리틱(Metacritic)점수는 각 매체에 올라온 전문가 리뷰의 평균을 내어 선정되기 때문에, 첫 리뷰에서 99점이 나온다고 해서 평균 점수가 99점이 나오라는 법은 없다.
게다가 이번 작품은 전통적인 오픈월드 RPG가 아닌, ‘의사’와 ‘수술’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풀어낸 호불호가 갈릴만한 게임이었으니까.
그리고 뱅크먼은, 그런 생소함에 대한 단점을 지적하며, 자신의 리뷰를 시작하고 있었다.
[아마도 게임업계에서 가장 괴상한 개발 방향을 가진 게임회사를 꼽으라면, 대부분의 유저들은 주저 없이 PTW를 꼽을 것이다.
물론 PTW보다 독창적인 게임을 만드는 회사는 많다.
그리고 PTW보다 스케일이 큰 게임을 만드는 회사도 많고.
그러나 아무도 해보지 않은 도박 같은 신 장르에 그 정도로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회사는,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PTW가 유일한 회사라 할 수 있다.
마이너한 장르인 로봇 게임을 만들어 진짜 같은 로봇의 움직임을 보여주기 위해 헐리우드 수준의 그래픽 렌더링 센터를 짓는다던가, 오직 마법사가 된 기분을 느끼게 해주겠다고 체감형 게임기를 기초부터 연구 개발하는 미친 게임회사는, 그리 흔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이번 PTW의 신작인 TAW(The Another World)를 플레이 하며, 난 그런 독창성에 대한 PTW의 고집이 드디어 ‘선을 넘었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오픈월드 수술 시뮬레이터라니.
이 해괴한 조합을 대체 어찌 해석해야한단 말인가?
나와 TAW의 첫 만남은, 그렇게 최악의 첫 인상 속에서 시작되었다.]
그렇게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며 시작된 뱅크먼의 리뷰는, 스크롤을 조금 내리자 극찬에 가까운 감상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이게 얼마 전까지 티비 쇼에서 PTW게임을 비판하던 그 기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카렌에게, 상혁은 어깨를 으쓱하며 이야기했다.
“원래 게임은 호불호가 갈리는 법이고 사람의 취향은 다양한 법이니까. 뱅크먼의 눈에는 이게 딱 취향에 맞았나보지.”
사실 PTW 게임을 비판하는 모든 리뷰어가 리뷰 요청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상혁은 정확하게 그들이 비판하는 부분을 확인하고 ‘TAW’가 취향에 맞을 것이라 판단되는 기자들의 리스트를 작성했다.
그들이 기존에 평가한 다른 게임들의 리뷰와 평가 기준, 점수들을 확인하면서.
정확하게 ‘자유도’를 중요시 여기는 리뷰어를 중심으로 사전 배포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혁의 의도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번 PTW의 신작은 뱅크먼의 마음속에 ‘갓겜’으로 남게 되었다.
[이 게임엔 공격버튼이 없다. 주인공은 마법을 배울 수도, 몬스터를 사냥할 수도 없다.
단지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진찰하고, 치료하며, 수술하는 것만이 주인공이 할 수 있는 능력의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은, 다른 RPG에서 느낄 수 있는 ‘전투의 자유도’대신, 그것을 커버할 수 있을 만큼의 막대한 분량의 ‘상호작용’이 가득 차있기 때문일 것이다.
플레이어는 주인공 캐릭터를 조작하여 마을을 돌아다니며, 목수인 주민이 새로 짓는 집의 건설을 도울 수도 있고, 대장장이 주민의 일과를 도울 수도 있으며, 주민들에게 새로운 음식의 조리법이나 놀이를 전파함으로써 세상을 변화 시킬 수 있다.
무언가를 ‘부수고’ ‘죽이는’것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호의와 도움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타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죽음을 통해 가져오는 변화보다 극적이다.
아무도 먹지 않는 사탕 갈대에서 설탕을 뽑아내는 방법을 가르치거나, 겨울에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보드 게임을 만든다거나.
키워드 시스템을 이용해 주인공이 이세계에 가져오는 현실세계의 지식 이벤트로 인해 주인공이 있는 마을이 점점 변화하는 모습은, 한마디로 게임이 가져올 수 있는 피드백의 정점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 와중에 메인스토리를 차지하고 있는 환자 치료 이벤트들.
주인공의 지식을 노리고 마을에 찾아온 병사들이 주인공을 데려가려할 때, 앞으로 나서서 주인공을 지켜주려 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자신이 지금까지 어떤 과정으로 이 세계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벤트라 할 수 있었다.
마을에서 꽃을 파는 귀여운 소녀를 구했는가?
그러면 매일 당신이 사는 병원에 소녀가 꽃을 꺾어 가져다줄 것이다.
팔이 잘려 검을 꺾어야할 기사를 구했는가?
그는 기꺼이 당신의 검으로써 당신을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이다.
이 게임의 진정으로 위대한 점은, 그러한 피드백이 전부 반대로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는 구원자가 될 수도, 아니면 아무 힘도 없는 이방인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의 플레이에 따라서.]
그 외에도 엄청나게 긴 호평이 달려 있었지만 뱅크먼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TAW의 장점은 크게 3가지였다.
개발 1팀 전원이 거의 집착에 가까운 집념으로 구현해낸 ‘생활감’.
[게임 내 존재하는 거의 모든 집의 디자인이 전부 다른 점. 그리고 가구나 주방 기구같은 오브젝트의 배치마저 NPC의 성격을 반영한 것 같은 점은 PTW가 이 게임을 ‘현실처럼’구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인지 보여준다.]
그리고 게임안의 거의 모든 오브젝트에 접근 가능한 ‘상호작용’.
[게임 안의 NPC가 하는 거의 모든 행동을 플레이어가 따라할 수 있다.
낚시부터 요리, 농사에 목수일, 대장장이 역할까지 플레이어가 접근 가능한 모든 상호작용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실제 존재하는 이세계에 간 것 같은 느낌을 충실히 전달해준다.]
마지막으로 유저 행동에 따라, 나비 효과 수준으로 뒤쪽의 전개가 바뀌는 ‘자유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게임은 꽤 있는 편이지만, 그 행동 하나하나가 게임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게임은 그리 흔하지 않다.
TAW는 그런 의미에서 흔하지 않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우연히 찾아낸 키워드로 마을에 사탕 만드는 법을 알려줬더니 봄마다 사탕을 만드는 축제가 열린다던가, 그로 인해 충치 환자가 증가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TAW의 세계는 유저의 행동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 오픈 월드 게임이 지향해야할 진정한 ‘자유도’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엿본 느낌이 들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가짜 자유도’가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그 모든 것이 유저에게 되돌아오는 ‘진짜 자유도’가 유저에게 어떤 재미를 주는 지에 대해서.
이 게임은 나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그 3가지의 강점이, 뱅크먼으로 하여금 99점이란 평가점수를 내리게 한 근거가 되었다.
그리고 뱅크먼은, 자신의 리뷰를,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느낀 종합적인 경험을 마무리하는 문장으로 끝맺고 있었다.
[모든 게임은 호불호를 가진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어떠한 사람은 FPS를 최고의 장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온라인 게임을 최고로 좋아하니까.
사람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취향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적어도 리뷰어로써 난 TAW에 대해 한 가지는 명확하게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의 취향이 어떤 재미를 추구하더라도, 이 게임은 적어도 한번은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설사 당신의 취향에 이 빌어먹게 새로운 게임이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두려움 때문에 이 게임을 할 기회를 포기하는 건, 말 그대로 당신의 인생 게임이 될 수도 있는 게임을 발견할 기회를 놓치는 일이 될 수도 있기에.]
그때, 뱅크먼의 리뷰를 끝까지 보고 있던 카렌의 컴퓨터에서 RSS피드의 알림이 추가로 울려왔다.
그것은 뱅크먼의 리뷰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한, 다른 리뷰어의 평가 기사들에 대한 알림이었다.
[전투 없이 구현해낸 RPG의 정수.]
[압도적 자유도. 상호작용의 정점.]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낸 개발자들의 경이로운 집념의 결정체.]
연신 울려대는 RSS피드를 보며, 카렌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지만, 상혁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그것은 마치 전문가 리뷰에 관심이 없다는 것 같은 표정이었기에, 카렌은 상혁에게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기쁘지 않으세요?”
“전문가 리뷰가 잘 나와서?”
“예.”
“뭐, 난 애당초 전문가 리뷰는 유저가 게임을 구매할 때 도움만 되면 된다고 생각하는 주의라. 오히려 내가 기대하는 건 유저리뷰죠.”
“유저 리뷰요?”
“예. 게임이 발매되고 나서, 게임을 사서 집에 가져간 유저들이 두근대는 마음으로 게임을 켜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감탄하다가, 게시판에 리뷰를 올리고 싶은 마음과, 게임을 더 하고 싶은 마음사이에서 갈등하다 마지못해 컴퓨터에 앉아서 쓰는. 그런 감정 넘치는 유저의 감상이 저에겐 무엇보다 큰 기쁨입니다.”
“혹평이 나올 건 아예 고려 안하시나요?”
“혹평은 아마 나올 겁니다. 최근 몇 년간 저희는 비쥬얼 스케일과 연출의 감동을 중심으로 한 게임을 발표해왔죠. 그리고 어떤 게임 회사가 특정 스타일의 게임을 연속으로 발매하면, 팬들은 차기작에도 비슷한 감성을 기대하게 됩니다. GOS도 그랬고, MYOM도 그랬으니, 이번에도 뭔가 엄청난 걸 보여주겠지 하고요.”
살짝 고개를 저으며, 카렌은 말을 이었다.
“그런 걸 기대한 유저들에게, TAW는 너무 잔잔하고 조용한 게임이죠. 물론 수술 파트에서 나오는 드라마틱한 감성이 있긴 하지만, 그 걸로는 부족하다고 느끼겠죠. 앞의 두 게임이 ‘해보지 않아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게임이라면, TAW는 ‘하면 할수록’ 감탄사가 나오는 유형의 게임이니까요.”
“그런 거 치고는 걱정을 별로 안하시는 것 같은데요?”
“이미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걸림돌을 다 치웠으니까 걱정할게 없죠.”
“걸림돌?”
상혁이 오른손을 편 채 손바닥을 들어 가슴께에 두었다.
“모든 매니악한 게임은, 진입 장벽이라는 라인을 가지게 되죠. 유저는 처음 하는 장르의 게임을 할 때, 거기서 어떤 재미를 찾을지 알 수 없어요. 그 벽을 넘어가야, 재미라는 달콤한 과실을 맛볼 수 있지만, 수많은 유저들은 대부분 그 벽을 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걸 넘어가게 하기 위해, 개발자는 게임에 ‘계단’을 설치해야합니다.”
상혁은 남은 왼손을 허리춤에 놓았다.
그리고 말을 하며 조금씩 올리기 시작했다.
“흥미를 이끄는 마케팅.”
“믿을만한 전문가의 리뷰.”
“빨려 들어갈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
“화려한 그래픽.”
“회사의 이미지.”
“초반 플레이 부분의 흡입력.”
“핵심 재미를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잘 짜인 튜토리얼.”
계단을 그리듯 천천히 올라오던 상혁의 왼손은, 먼저 들고 있던 오른손과 같은 높이가 되어 있었다.
“이 모든 장치들이, 핵심 재미까지 유저를 인도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리고 전달하려는 게임의 진입 장벽이 높을수록, 필요한 계단은 많아지죠.”
“GOS때의 애니메이션 제작이 그 계단이라는 건가요?”
“맞습니다. 로봇물은 마이너한 장르에요. 그리고 저희는 로봇을 조종하는 게임이 아니라, 로봇을 지휘해서 도시를 지키는 게임을 만들었죠. 그 매니악한 재미까지 유저가 게임을 붙잡고 있게 하기 위해서, 저희는 유저들로 하여금 ‘저 로봇을 지휘 하고 싶다.’라는 감성을 가지게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만든 애니메이션이었군요.”
카렌은 깨달았다.
상혁이 이제까지 개발 방향을 정함에 있어서, 항상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음을.
상혁은 두 손을 내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악역 영애가 된 느낌, TRPG유저가 된 느낌, 서번트를 조종하는 마스터가 된 느낌, 야구 선수가 된 느낌, 축구 선수가 된 느낌, 로봇의 지휘관이 된 느낌, 마법사가 된 느낌. 그리고 이세계의 의사가 된 느낌.”
상혁이 말하는 것은, 회귀 이후부터 자신이 만든 모든 게임을 통과하는 공통적인 코드에 대한 것이었다.
“저는 현실에서 느낄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게임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되고자 하는 대상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전달되는 재미와 요구되는 시스템이 완전히 다르죠. 그리고 제가 판단할 때, ‘TAW’는 완벽하게 ‘이세계에서 의사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진 게임이고, 거기에 필요한 진입 장벽을 계단식으로 잘 해소한 매력이 있는 게임입니다. 한마디로···.”
상혁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적어도 이 게임의 유저에게 있어서, 이 게임은 완벽하다는 이야기죠.”
확신에 찬 상혁의 말을 들은 카렌은, 마음속에 남아있던 일말의 부담감이 단숨에 날아가는 기분을 느꼈다.
그것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게임을 잘 만든다고 평가받는 개발자의 입에서, 자신이 만든 게임이 ‘완벽하다’라고 평가받는 순간이었기에.
그것은 회사를 욕하던 리뷰어에게 99점의 평가점수를 받은 것보다도, 수많은 기자들이 앞 다투어 높은 점수를 주며 극찬하는 기사를 공개하는 것보다도, 그녀에게 커다란 기쁨을 주고 있었다.
‘아. 그렇구나.’
미야모토 히게루라는, 세계 굴지의 개발자 밑에서 일하던 그녀가 PTW로 이직을 결정했을 때, 그녀는 자신이 이직을 결정한 이유가 또 다른 유명 개발자의 개발 스타일을 배우기 위한 경험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그녀는 이제 어째서 자신이 이 회사에 들어왔는지, GOS를 플레이 하고 나서 세계 최고의 개발사를 떠나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인지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GOS의 어떤 요소가, 그녀에게 그토록 끌리는 기분을 안겨주었는지도.
‘그리고 유저도 마찬가지겠지.’
상혁은 이 게임이 ‘완벽하다’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카렌은, 그런 상혁의 평가를 믿었다.
적어도 그녀가 아는 개발자중에, 그녀의 스승인 미야모토 히게루를 제외하면, 상혁은 가장 완벽한 개발자 중 한명이었기에.
“예. 상혁 씨 말이 맞아요. 이제는 저도 확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생소한 장르라 불안해했었지만, 이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카렌이 말했다.
“이 게임이, 유저들에게 엄청나게 사랑받을 거라고.”
그러나 이어지는 상혁의 대답은,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분위기를 확 깨는 대답이었다.
“뭐, 그렇다고 호불호는 어쩔 수 없겠지만요.”
“예?!”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그 재미를 이해할 수 있는 유저의 앞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뿐이에요. 엄밀히 말하면 취향의 문제는, 그 모든 장벽을 넘어서 저희가 극복할 수 없는 문제니까.”
“흠···. 그래도 이런 분위기에서는 좀 더 힘나는 이야기를 해주실 줄 알았는데요?”
“현실을 아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저는 이게 취향에 맞으니 완벽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모든 장벽을 넘어서 이 게임이 주는 본질적 재미에 접근하고도 취향이 안 맞는 유저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죠.”
“그럼 그런 유저는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요?”
“보통은 욕을 하더라고요.”
매번 매니악한 신장르만 개발해온 상혁은, 지금까지 긍정적인 피드백도 엄청나게 많이 받았지만 부정적인 피드백도 엄청나게 많이 받는 개발자였다.
그리고 상혁은, 이번에 발매한 게임이 그 정점을 찍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었다.
애당초 로봇물을 좋아하는 사람만 구매하던 GOS나, 아예 마법사가 되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 코넥트와 함께 구매하게 되는 MYOM과 다르게, 이번 게임은 오로지 PTW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 구매를 결정한 유저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결과는 말 그대로 ‘까 봐야’아는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뭐, 일단 지켜봅시다. 저희가 새롭게 제시한 ‘이세계’의 재미가, 유저들에게 얼마나 통할지.”
상혁은 이 순간이 가장 즐거웠다.
단순히 성공하는 게임을 만들 거라면, 상혁은 기존에 성공한 게임을 그대로 베껴 만들었을 거니까.
하지만 상혁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항상 자신이 알고 있는 타임라인에도 존재하지 않는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들을 개발해왔다.
기껏 회귀해서 다시 사는 인생인데, 이미 ‘스포일러’ 된 성공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수많은 전문 리뷰어의 찬사 속에서 TAW의 발매일이 지나갔다.
며칠 동안 줄을 서서 구매에 성공한 열성 팬들의 뜨거운 환호와, 자신의 앞에서 판매가 마감되어 바닥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한 팬들의 눈물 속에서.
그리고 그날 저녁.
PTW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드디어 유저 리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상혁의 말대로 부푼 마음으로 게임을 사서 집에 돌아간 게이머들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첫 감상을 적은 바로 그 리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