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78화 (279/485)

278. 게이머 행복열차

‘젠장, 마지막 대사는 각본에 없었잖아.’

스페이드 컴뱃의 리드 디렉터인 카토는 자신을 바라보는 4만 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바로 이전 순서였던 카츠노리가 마지막에 했던 말.

‘기대감을 가득 품고 다음 쇼케이스를 구경하라’라는 대사는, 분명 자신이 기억하는 각본에는 없었던 대사였기 때문에.

그건 부담감에 2번째 발표 순서를 억지로 카츠노리에게 떠넘긴 자신에 대한 복수가 분명했다.

‘하지만.’

카토는 생각했다.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카츠노리가 이번에 발표한 그란트리스모 7이 시리즈 최고의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카토 역시 자신이 지금 발표하려는 스페이드 컴뱃 7이 시리즈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에게 있어서 이번 작품은, 기존의 스페이드 컴뱃 팬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일반 콘솔 팬들의 마음에도 쏙 들만한 작품이란 확신이 있는 작품이었다.

기존 팬들이 원하는 바를 충분히 만족하게 하면서도, 그가 그토록 원하던 ‘새로운 팬들’을 대거 유입시킬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작품.

‘스페이드 컴뱃’의 7번째 넘버링 작품은, 그가 그런 확신을 하게 할 정도로 완벽한 게임성을 지닌 물건이었다.

카토가 조용히 마이크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관객들을 향해 외쳤다.

지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2만명의 관객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온라인으로 행사를 지켜보고 있는 수천만의 콘솔 팬들에게 인사하기 위해서.

“반갑습니다. 저는 번다이 남코에서 ‘스페이드 컴뱃’시리즈의 브랜드 디렉터를 맡고 있는 코토 카츠토키라고 합니다.”

그러자 객석 한쪽에서 일부 관객들이 박수를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명백하게, 조금 전 카츠노리의 구란트리스모 발표때의 열정적인 박수보다는 약간 힘이 빠진 느낌.

그러나 코토는 그것이 공개된 게임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된 반응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아마도 지금 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앞의 두 게임은 정말 끝내줬어. 그러니 너도 다음 대박을 한방 터트려달라고.’

코토의 입가에 미소가 깃들었다.

자신이 준비한 영상을 보고 난 이후에, 180도 바뀔 관객들의 반응이 기대되었기 때문에.

코노는 지체없이 2만 명의 관객들이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동작을 취하며 말했다.

“긴 설명은 필요 없겠죠. 게임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20년이 넘는 스페이드 컴뱃 프랜차이즈의 정점이 무엇인지, 지금부터 눈으로 확인하실 수 있게요.”

그리고는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을 튕겼다.

그것은 전 세계 수천만의 관객들을 저 푸른 하늘로 날려 보낼 마법의 동작이었다.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The times have changed.)]

갑자기 반전된 검은 공간 속에 떠오른 흰색 텍스트를 본 관객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런 관객들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스페이드 컴뱃 7의 행사 연출은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마치 듣는이의 마음을 무겁게 눌러버리는 듯한, 묵직한 리듬과 함께.

[그들은 빠르고. (They are fast.)]

총알이 빗발치는 하늘 속에서, 한 대의 전투기가 기총 사격을 맞아 터져 나가는 화면이 나왔다.

[그들은 민첩하며 (They are agile)]

긴박한 무전 속에서 불꽃에 휩싸이는 파일럿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공포를 모릅니다. (They have no fear)]

팬들에게는 익숙한, ‘스페이드 컴뱃’스러운 그래픽이 아닌, ‘배○필드’의 그래픽보다 훨씬 더 뛰어난 그래픽으로 보이는 광경은, 충격적이게도 수많은 전투기들이 무인기에게 격추당하는 모습이었다.

[파일럿. 그들은 역사의 유산이 되어 사라질 것입니다. (pilot. They will become a legacy of history and disappear.) ]

이윽고 나타난 중년 남성의 모습.

그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미래의 하늘은, AI의 것이니까.]

순간 경쾌한 음악이 시작되며 본격적인 스토리의 소개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영상을 바라보던 기존 팬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었다.

새로 공개된 게임의 영상이, 종전의 스페이드 컴뱃 시리즈가 추구하던 스토리 노선과는 꽤 다른 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직관성.

전통적으로 스페이드 컴뱃 시리즈는 현실 세계관을 쓴 외전도 있긴 했지만, 정식 넘버링 작품에서는 항상 자체 세계관을 통한 작품을 내놓았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카토는, 기존 시리즈의 세계관을 차용하면서도 전작 스토리를 하나도 몰라도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스토리 라인을 새로 구성했다.

AI를 통한 무인기 기술의 대두.

그로 인해 은퇴하게 된 하늘의 영웅들.

그리고 정작 그 무인기가 해킹의 대상이 되면서 위기가 시작되고, 과거의 영웅들과 퇴역 기체들을 모아 해커 세력과 대적한다는 단순한 스토리 라인.

하지만 그 안엔 로망이 있었다.

위기에 빠진 세계를 구하기 위하여, AI에게 밀려난 ‘인간’이 AI와 싸워 인류를 구원한다는 로망이.

영상 속에서, 주인공은 폐기 예정이었던 공중 항모를 구동시키고, 퇴역 이후 뚱보가 된 파일럿을 설득해 전투기에 타게 하고, 이전에 적으로써 맞서 싸우던 파일럿 무리들을 하나로 묶었다.

그리고는 그렇게 결성한 ‘영웅들’과 함께 AI가 조종하는 무인기들과 싸워나갔다.

[망할 깡통이 이것도 카피할 수 있을까? (Can a fucking tin can copy this?)]

같은 대사를 날리며 말도 안 되는 선회 기동을 선보이거나.

[망할 컴퓨터 자식아 0101001000101이나 처먹어라! (Fuck this computer or eat it! 0101001000101)]

같은 대사를 하기도 하면서.

원래 세계관에서는 적대국 관계였던 파일럿들이 서로 티키타카를 하는 모습 역시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우린 계획이 필요해.]

[동의해. 일단 하늘에서 네 육중한 몸뚱이를 적진에 던지자고. 적어도 위성 궤도에서 쏘는 티타늄 덩어리 수준의 파괴력은 나올 테니까.]

[조준할 실력은 되고?]

아직 젊은 주인공에 대해 베테랑 파일럿들이 가진 태도가 변하는 것도 좋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나보고 네 윙맨이 되라고? 차라리 날아가는 갈매기를 따라가는 게 낫겠군.]

이렇게 말하던 동료가, 주인공이 무수히 많은 적 무인기를 뚫고 기지를 습격하는 데 성공하자

[젠장! 알겠어? 루키?! 이제부터 네 윙맨은 영원히 내가 찜했다고!!]라고 소리치는 장면도 보는 이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영상을 보던 관객들은 자연스레 주먹이 불끈 쥐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젊은 파일럿인 주인공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과거의 베테랑들과 퇴역 기체들을 모아 해방군을 결성하고, 최종 장에서 인간을 초월하기 위해 만들어진 AI들을 무찌르고 승리한다는 스토리를 보고, 흥분하지 않을 게이머는 없었기 때문에.

‘내가 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저 동료 파일럿들과 함께 하늘을 날고 싶다.’

게이머가 ‘전투기’라는 존재에 가지는 막연한 동경.

그리고 그것에 대해 품고 있는 로망.

그 모든 것이 함축된 스토리가, 스페이드 컴뱃 7이 추구하는 스토리 라인이었다.

세상을 구할 운명 앞에서 막막해하는 주인공에게, 게임속 히로인은 이렇게 말해주었다.

[좋아, 이제부터 네가 해야 할 건 딱 세 가지야.]

[Make a plan]

작전을 세우고.

[Get your fellow]

동료를 모아서.

[Save the world]

세계를 구하는 것.

그것은 단순히 5분짜리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전체 이야기를 모두 파악 가능한 단순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 단순함 덕분에 가장 직관적인 호소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스토리 라인을 잡은 배경에는, 역시나 PTW의 입김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상혁이 가장 선호하는 스토리 성향이, 바로 그런 직관성이었기 때문에.

스페이드 컴뱃의 7번째 넘버링 작품을 개발하면서, 상혁은 공동 QA를 통해 카토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시리즈가 가진 노하우를 집대성한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2편에서 도입된 분기 시스템, 5편에서 도입된 편대 명령 시스템, 제로에서 도입된 에이스 스타일 시스템과 6편에서 도입된 서브 미션 시스템 등.

20년을 넘게 이어온 시리즈 게임으로써 지금까지 시도했던 수많은 시스템 중, 게임적으로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들은 다 넣어달라고.

그것은 카츠노리가 구란트리스모를 만들 때 받았던 것과 동일한 요청이었다.

카츠노리 역시, 게임 시스템에 있어서는 전작에서 도입했거나 성능의 제약 때문에 넣지 못했던 모든 요소들을 다 넣을 것을 부탁받았기 때문에.

반면에 스토리에 있어서는 상혁은 스페이드 컴뱃 개발팀에게 구란트리스모 개발팀과는 반대되는 제안을 건넸다.

구란트리스모의 커리어 모드에 PTW가 ‘스토리 보강’을 지원한 것과는 반대로, 스페이드 컴뱃 개발팀에는 스토리의 복잡성을 덜어낼 것을 제안한 것이다.

“세계관에 깊이가 있는 건 좋지만, 그건 그거대로 신규 유저에게 진입장벽이 됩니다.

진짜 좋은 스토리는, 아예 이벤트 안 보고 대충 전부 스킵해도 이해가 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인 스토리죠.

구란트리스모의 커리어모드에는 그 정도의 직관적인 스토리조차 없었으니까 보강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스페이드 컴뱃은 반대라고 봅니다.

지금 세계관은 너무 깊고 무거워요.”

그때만 해도, 카토는 상혁이 스페이드 컴뱃의 세계관이 가지는 매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상혁이 부탁한 것이, 그 깊은 세계관을 좀 더 알기 쉬운 형태로 풀어달라고 부탁한 것이라는 것을, 카토는 이해할 수 있었다.

‘개발사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가 찾아보고 싶게 만드는 스토리라 이거지.’

이번 작품에서 동료로 모을 수 있는 파일럿들의 성격은 각 국가별 특징에 기반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얻을 수 있는 기체들도, 원래 그 기체를 운영하는 국가의 성향에 맞춰서 배치되어 있었고.

그러니 자연스레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유저의 머릿속에는 각 국가에 대한 ‘이미지’가 자리 잡게 되어 있었다.

상혁의 말대로 나레이션이나 텍스트를 통해 설명하지 않아도, 그냥 캐릭터가 말하는 대사나 조종하는 기체의 특성만으로도 해당 국가의 정보가 이해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스페이드 컴뱃 개발팀의 장기인 ‘영화 같은 연출’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X발 이것도 개 쩌네···.’

사는 곳은 독일이지만 스페이드 컴뱃의 골수 팬이라 미국 LA까지 날아와 행사에 참여한 루카스는 VR 영상을 보며 침을 꼴딱 삼키고 있었다.

부스팅된 8세대 콘솔에 걸맞은 화려한 그래픽.

그리고 한마디 한마디가 전투기 덕후의 가슴을 울리는 멋진 대사들.

지금 당장이라도 패드를 잡고 시전 해보고 싶은 멋진 공중기동과 영상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전투기.

그 모든 것이 그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그의 감정은, 영상의 클라이막스에서 나온 파일럿들의 대사를 보며 마침내 터져버렸다.

영상의 시작 부분에서, 게이머 그 자체이자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중심축인 ‘파일럿(pilot)’의 존재를 부정하던 그 대사를, 영상 속의 동료들이 멋지게 부정하는 대사가 나왔기 때문에.

[우린 노련하고! (We are skilled!)]

일부러 미끼가 되어 동료에게 무인기의 뒤를 잡게 만든 파일럿이 외쳤다.

[우린 창의적이고! (We are creative!)]

구불구불한 도심 속에서 기묘한 선회 비행으로 건물에 무인기를 처박아 넣은 파일럿이 외쳤다.

[우린 용기가 있다! (We have courage!!)]

그리고 눈앞을 가득 메운 적들의 미사일 사이로 뛰어들어가는 파일럿이 외쳤다.

루카스의 귀에 그 목소리는, 지금이라도 당장 패드를 들고 게임을 하라고 협박하는 목소리처럼 들렸다.

당장 이 멋진 게임을 사서 플레이하라고.

‘소리치고 싶다.’

루카스는 강한 욕망을 느꼈다.

지금이라도 환호성을 질러, 팬으로써 자신이 이 신작에 얼마나 만족하는 지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나 루카스는 그런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전방에 시선을 집중했다.

지금 그가 해야 할 일은, 마치 팬들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만든 것 같은 이 영상을, 자신의 두 눈으로 끝까지 보는 것이었으니까

파일럿의 존재를 부정하는 대사를 파일럿이 직접 받아치는 연출로 멋지게 표현한 영상이 드디어 마지막 연출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연출은, 스페이드 컴뱃 시리즈의 팬이라면 누구라도 흥분할 수밖에 없는, 바로 ‘그 연출’을 보여주고 있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군.]

[이제 마무리를 지을 시간이야.]

[가자. 루키. 이 전쟁을 끝내자고.]

[우리가 너의 윙맨이 되어줄 테니.]

함께 미션을 수행한 동료들이, 주인공을 중심으로 편대를 이뤄 적진으로 돌격하는 모습.

그것은 스페이드 컴뱃 시리즈의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자 가장 원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스페이드 컴뱃 7의 공개 영상은 5분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분이라는 시간 동안, 게임이 가진 포텐셜을 모두 보여준 듯한 느낌을 전달하면서.

영상은 이번 신작의 부제를 타이틀과 함께 보여주었다.

[Spade combat 7 : For the pilot ]

그것은 상혁이 회귀하기 전에 해당 게임이 가지고 있던 부제인, Skies Unknown과는 완전히 다른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

***

‘먹혀라···.’

영상의 마지막 부분을 관객들과 지켜보면서, 카토는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자신과 자신의 개발팀이 정말 ‘최선을 다해’ 만든 이 게임이, 팬들을 열광시키기를.

그것은 단순히 매번 시리즈를 내면서 판매량에 대해 기대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이번에 그가 기다리고 있는 ‘반응’은, 게임 개발자로서 자신이 제시한 대답에 대한 팬들의 반응을 기대하는 것이었기에.

상혁은 그것이 마치 프로포즈 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상대에게, 마음을 담아 준비한 프로포즈를 보여주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매번 게임을 공개할 때마다 속으로 생각하죠. 제발 ‘Yes’라고 해 달라고.

그리고 기대했던 반응이 나오는 순간, 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됩니다.

온 마음을 다해 준비한 게임을, 게이머들이 멋지다고 해 주는 거니까.

그때는 마치 프로포즈에 성공한 신랑의 기분이 되는 거죠.”

그때의 카토는 상혁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 그의 기분은, 그야말로 프로포즈를 하는 느낌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순간, 그가 팬들과 전 세계의 콘솔 게이머를 위해 준비한 ‘프로포즈’가 대망의 마무리를 맞이했다.

‘·········.’

그리고 이어지는, 아주 짧은 순간의 침묵.

그 이후에 들려온 상대의 대답은 카토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F○○○○○○○○○ckkk!!!!!!”

“X발 게임 3개가 전부 개 쩔어어어어어!!!”

“미쳤어?! 이거?!”

“이게 바로 내가 바라던 전투기 게임이라고!”

2만 명이 동시에 질러대는 소리가 자신의 몸을 관통하는 것을 느끼며, 카토는 속으로 생각했다.

바로 조금 전까지, 카츠노리가 느끼고 있던 쾌감이 이것이었구나 하고.

그리고 그것은, 그가 게임을 만들면서 겪었던 감정 중에 가장 짜릿한 감각을 느끼게 해 주고 있었다.

‘중독될 것 같은 기분이네.’

카토는 PTW의 직원들이 어째서 그렇게 게임의 퀄리티에 집착하는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조용히 마이크를 들어올려 관객들을 향해 외쳤다.

“전 세계의 콘솔 팬 여러분! 잘 보셨습니까?!!”

“Yeeeeeeeeeaaaaahhhhhhh”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아아!!?”

“Yeeeeeeeeeeaaaaahhhhhhh”

“이 정도면 조금 전 구란트리스모에도 밀리지 않죠?!?!!”

“Hell The Yeeeeeaaahhhhhh”

‘어 이거 무슨 콘서트 가수 된 거 같아서 기분 째진다.’

자신이 한마디 꺼낼 때마다 양손을 들어 올리며 환호하는 게이머들의 모습은 몇 시간이고 그렇게 소리치며 보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카토는 자신의 뒤에도 차례를 기다리는 두 명의 개발자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역시, 이 멋진 감각을 공유하고 싶을 것이라고, 카토는 생각했다.

‘진짜로, 이번 NE 컨벤션이 없었으면 평생 이런 기분은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르지.’

새삼스레 PTW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느끼며, 카토는 마이크를 입으로 가져갔다.

“진짜 미친 행사죠!? 세상에 지금까지 게임 3개를 공개했는데! 그게 전부 갓겜이에요! 세상에 이런 게임쇼가 어디 있겠습니까?!”

“옳소!!!!!!!”

“Yeeeeeeeeeeeahhhhh!!!!!!!!”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더 충격적인 사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What!?!”

“그것은 이 다음 순서에, 역대 사상 최고의 레이싱 게임과 역대 사상 최고의 전투기 비행 액션 게임에 이어서, 역대 사상 최고의 로봇 액션 게임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Yeeeeeeeeeeeahhhhh!!!!!!!!”

“앞의 게임도 최고였지만!!! 난 그걸 기다렸다구!!!!”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카토는 카츠노리가 어째서 자신에게 빅 엿을 먹인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렇게 흥분하는 관객 앞에서, ‘다음 게임은 기대하지 마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개발자는 없을 테니까.

‘그러니 잘하길 비는 수밖에.’

속으로 다음 차례인 프룸 소프트의 사장인 미야자키에게 사과한 카토는 밝은 표정으로 힘차게 외쳤다.

“저도 지금부터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다 함께 호주 이벤트로 가시죠!

세계 최고의 로봇 액션 게임이 어떤 것인지,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Yeeeeeeeeeeeaaaaaaaaaaaaaaaaahhhhh!!!!!!!!!!!!”

관객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카토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미 흥분을 넘어 광분에 들어선 게이머들을 가득 채운 ‘행복 열차’는, 이제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이제 남은 건, 나머지 게임이 전부 갓겜으로 평가받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희대의 쪽팔림을 감수하던가.

‘어느 쪽이든, 역사에 남겠네.’

그렇게 생각하며, 카토는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가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바턴은 다시 지구 반 바퀴를 넘어 호주의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조금 전 카츠노리에게 바톤을 이어받은 카토가 지은 것과 똑같이, ‘X됐다’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미야자키에게로.

그리고 호주에서 행사를 지켜보고 있던 미야자키는, 갑자기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한 2만 명의 시선을 보며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 모든 이들이, 자신에게 오늘 행사의 4번째 ‘갓겜’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반적으로, 기대감이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그러나 카토와는 다르게, 미야자키는 그런 관객들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준비한 것은, 앞서 공개된 3개의 게임에 절대 밀리지 않는 또 하나의 ‘갓겜’이었으니까.

미야자키는 손에 든 마이크에 힘을 주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럼, 해볼까?”

그리고는 마이크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반갑습니다! 여러부우우운!!!”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기대감을 날려버리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힘차게 울려 퍼지는 미야자키의 외침.

그것은 이 행사를 지켜보는 전 세계 수천만의 팬들의 기대감을 부추기기에, 충분한 힘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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