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83화 (284/485)

283. 숨겨진 의도

“잠깐 정리 좀 하죠. (Let me just get this straight.)”

현재 미국에서는 심야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특별 방송을 통해 3차 NE 컨벤션을 중계 중인 쇼 호스트가 입을 열어 말했다.

그가 말을 하기 시작했지만, 화면은 여전히 ‘간담 VR’의 체험 화면을 비추어주고 있는 상태였다.

아직 5번째 게임의 공개 체험 플레이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스트인 코넌은 지금 이 상황을 정리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그가 보기에도, 이번에 공개된 5번째 게임은 다른 게임들과 확연한 차이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뭐랄까, 제가 게임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런 제가 봐도 확연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지금 공개된 마지막 게임은, 오로지 저 ‘간담’이란 로봇의 팬들만 좋아할 만한 게임이라는 걸요.”

그런 그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언제나 그의 쇼에 게스트로 출연해 PTW에 대한 썰을 풀어놓던 허먼이 아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허먼은 방송이고 뭐고 3차 NE 컨벤션에 참가하기 위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행사가 열리는 LA에 가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오늘 코넌이 던질 질문에 답한 것은 허먼이 아닌 다른 게임 기자였다.

‘젠장, 긴장해. 여기서 대답을 잘해야 슈퍼스타가 될 수 있어.’

갑작스레 날아온 질문에 당황하면서도, CGT(Console Gaming Trend)의 게임 기자인 왓슨은 침착하게 감정을 추스렸다.

그리고 자신의 전문 분야라 할 수 있는 NE 컨벤션에 대해 물은 질문에 침착하게 답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왓슨 씨. 제가 확실하게는 잘 말하기 어렵지만, 뭔가 지금 보여지고 있는 게임은 플레이어가 정해진 역사의 사이드에 서서 그걸 지켜보는 느낌이어서요.

결국 플레이어가 뭔가 게임 안에서 잘 해낸다 하더라도, 원작에서의 스토리가 플레이어의 덕분에 원래 흐름대로 흘러가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럼 사실 플레이어의 존재는 그냥 끼워넣은거지 없어도 그만 아닐까요? 원작에서도 없었던 캐릭터니까요.”

“그렇죠. 하지만 저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렇습니까?”

“예. 기본적으로 팬층이 두텁고 넓을수록, 원작설정을 파괴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팬층이 존재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간담 팬들은 우주 전쟁 팬들이나 스타 트럭 팬들처럼 원작설정에 매우 깐깐한 편이죠.

그걸 함부로 건드려서 플레이어가 원작의 정해진 스토리를 마음껏 건드리게 하는 것은, 아무리 뒤에 PTW의 존재가 있다 하더라도 쉽지 않은 결정일 겁니다.

잘못 건드리면 전 세계의 간담 팬들을 적으로 돌리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 간담이란 IP는 굉장히 오래된 IP아닙니까?”

“그렇죠. 첫 TV시리즈의 방영이 1979년도에 있었으니까요.”

“그때부터 이어온 낡은 설정을 지키기 위해서, 플레이어를 들러리로 만든다는 결정이 과연 옳은 결정일까요?”

“저도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PTW라면, 간담 게임을 개발한 개발팀을 설득해서라도 무조건 플레이어가 이야기 속의 세계를 변화하게 했을 테니까요.”

“팬들의 심기를 거슬릴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요?”

“PTW는 이전에 똑같은 하드코어 팬층을 가지고 있는 워함파 IP를 가지고 TOW(There Is Only War)를 만들면서 같은 일을 한 경험이 있으니까요.

그때 PTW는 원작 설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원작의 모든 펙션을 사용한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보이드 차원’이라는 개념까지 만들어서 원작 스토리에 플레이어가 개입할 수 있게 했었죠.

그리고 유저들은 그 설정을 받아들였고요.

지금 유저들에겐 그쪽 세계관의 전투가 워함마 40K의 또 다른 세계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럼 이번 게임은 기존 스타일과 다른 게 확실히 맞군요.”

“예. 아마 체험 중인 관객들도 느끼고 있겠죠.

순수하게 우주세기 간담의 원작을 좋아하는 유저들이라면, 단순히 원작 속의 주인공들과 대화하며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즐거울지 모르겠지만, 간담 팬이 아닌 일반 유저라면 자신이 메인 스토리 곁에 딸린 사이드 주인공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런 모든 단점을 떠나서, 지금 공개된 게임은 좋은 간담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가 뭐죠?”

“지금까지 어떤 간담 게임도, 저 정도로 원작 세계관에 대한 몰입감을 줄 수는 없었으니까요.”

왓슨의 말대로, 공개 중인 게임의 모습은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팬티에 오줌을 지리고 싶을 만한 연출과 장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 자신을 돕는 암후로의 모습이라던가, 플레이어의 실력을 칭찬하며 설득을 시도하는 쟈아 아즈너블의 모습이라던가.

혹은 자신의 고민을 플레이어에게 털어놓으며 위대한 선배 취급을 하는 까미유 비단의 모습이라던가.

원작 팬들이 좋아하고 동경하는 캐릭터들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할 수 있는 간담의 팬이라면 그것은 더 바랄 것이 없는 경험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유저들의 경우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왓슨의 말대로, 그것은 ‘간담팬을 위한 전개’이지 PTW의 스타일은 아니었으니까.

자유도.

PTW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매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그 ‘자유도’가, 이 간담 게임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에서 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는 민준도 느끼고 있는 바였다.

자신이 아는 상혁이라면, 이런 스타일의 게임을 그대로 공개하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 같았기 때문에.

그래서 민준은 한국의 행사장에서 지금 공개 중인 간담 게임을 지켜보고 있는 상혁의 이어폰으로 대화를 걸었다.

어째서 저런 스타일의 게임을 공개한 것인지, 상혁의 입으로 듣기 위해서.

-어.-

-나야 민준.-

-아, 민준이구나? 행사는 잘 보고 있냐?-

-어. 그런데 뭐 하나 묻고 싶어서.-

-물어봐.-

-지금 공개되고 있는 게임, 네가 컨펌한 거 맞아?-

-이번에 공개된 5게임 모두 공동 QA를 거쳐서 개발된 게임이잖아.

그 5회사 중엔 나도 있으니 당연히 맞지.-

-그래?-

민준은 다시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상혁에게 물었다.

-저걸? 네가?-

-왜? 멋지잖아. 원작 팬이라면 팬티를 갈아입고 싶어질 만큼 멋진 장면으로 가득한데?-

-그거야 ‘우주 세기’를 좋아하는 원작 팬이라면 그렇지.

하지만 저렇게 결정된 이야기를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건 상혁이 네가 추구하는 게임 스타일은 아니지 않아?-

-뭐 그렇지.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저 부분은, 건드리면 정말 화낼만한 팬들이 많았거든.-

상혁의 말대로, 간담의 팬덤 중에는 만약 ‘정사’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 내용을 멋대로 바꿨다간 ‘이건 간담이 아니야!’라고 외칠만한 팬들이 많았다.

-뭐,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이런 것도 일종의 팬덤에 대한 존중이라 볼 수 있는 건가?-

-그런거지.-

-상혁아.-

-어?-

-너 뭔가 있구나?-

상혁과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민준은 웃음을 참고 애써 태연한 척 대답하는 상혁의 목소리를 바로 알아차렸다.

그러자 헤드셋 저편에서 ‘푸하하하!’하고 웃음을 터트리는 상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데?-

-아하하! 미안. 난 네가 지금 공개되고 있는 간담 게임의 최종 버전을 이미 플레이했다고 생각했거든. 최종 버전이 우리쪽 작업 DB에 올라와 있은 지 꽤 되었으니까.-

-바빠서 못한 것뿐이야.-

-아, 그럼 넌 지금 모르는 거네? 이후에 나올 전개를?-

-뭐가 더 있어?-

-뭐 지켜보라고. 게임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너처럼 스포일러 안 당하고 유저와 같은 시선에서 게임을 볼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상혁은 통화를 종료했다.

더 이상의 힌트를 민준에게 알려주지 않은 채.

그러자 민준은 조용히 딥 다이버를 쓰고 자신의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게임 화면을 지켜보았다.

플레이 데모 파트를 넘어서, 이제 트레일러 파트로 넘어간 게임 화면을.

[뉴 간담은 겉치레가 아니야!]

[리리아 슨은 내 어머니가 되어줄지도 모르는 여자였다!]

격돌하는 쟈아와 암후로의 대결.

[네 놈도 함께 데려가겠다···. 까미유 비단···.]

카미유와 대결하는 시코로의 절규.

[인간의 가능성이 작디작은 자기만족을 위해 짓밟히는 건 참을 수 없어!]

ZZ의 파일럿 쥬도의 결의에 찬 목소리까지.

그것은 마치 우주 세기 전체를 아우르는 슬라이드 쇼처럼, ‘간담’이란 세계를 압축한 것 같은 느낌으로 관객들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인류의 역사. 그리고 전쟁의 역사. 광대한 우주 세기를 관통하는 영웅들의 연대기.]

[그리고 그것을 가장 가까이 서 지켜본 플레이어의 서사시.]

지금까지 보여준 모든 전개를 축약한 듯한, 두 줄의 문장과 함께.

간담의 팬들은 감성에 젖어 들었다.

새 시대에 맞는 그래픽, 새 시대에 맞는 연출로 다시 태어난 ‘간담’의 이야기를, 딥 다이버라는 최고의 몰입형 장비로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기 때문에.

그러나 ‘우주세기’의 팬들을 위한 팬 서비스는 거기까지였다.

격돌하는 뉴 간담과 사자빙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검게 변한 화면에서 한 줄의 텍스트가 떠올랐기 때문에.

[IF]

한 줄이라고 부르기도 부담스러운 짧은 단어 한 개.

그 단어의 출현을 시작으로, 게임의 분위기는 180도 반전되기 시작했다.

“어라? 이 음악?!”

우주 세기 팬들만큼이나 거대한 비 우주 세기의 팬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음악이, 그들이 쓰고 있는 딥 다이버의 헤드셋을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타겟 확인. 공격 목표 ‘쟈아 아즈나블’]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윙 간담’의 팬이라면 누구나 한번에 알아들을 만한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화면에 비치는 거대한 ‘트윈 버스터 라이플’의 모습이 화면에 등장했다.

[이 공격은??!]

[젠장, 또 다른 간담인가!? 이 정도 성능의 간담이 연방에?!]

당연하게도, 원작에서는 있을 수 없는 기체의 참전에 당황하는 암후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누구도 우주세기의 가장 중요한 장면에 비 우주 세기의 기체가 등장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러나 이어지는 장면에서 나오는 ‘조합’은 그런 황당함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는 위력을 품고 있었다.

["나의 손이 빛나며 울부짖고 있다! 너를 쓰러트리라고 번쩍이며 외치고 있다! 필살! 샤이닝! 핑거!]

[보여주실까? 신이라 불리는 간담의 성능이란 것을!]

손에서 빛을 내며 돌격하는 샤이닝 간담을 향해 외치는 폴 프론탈의 대사.

그것은 시대와 차원을 넘어 벌어진 거대한 난장판이었다.

말 그대로 [IF]라는 단어에 충실하게, 서로 절대 만날 수 없는 간담 세계관의 인물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싸운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의.

그리고 함께 떠오르는 텍스트는, 이 난장판이 어떤 의도로 만들어진 것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시대를, 세계를, 차원을 뛰어넘어, ‘간담’이란 운명으로 묶인 모든 영웅들이 한자리에.]

[플레이어가 바꾼 전쟁의 운명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그 황당한 장면을 보고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민준의 귓가에, 상혁이 걸어온 통화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민준이 상혁의 통화를 받자, 웃음기가 잔뜩 섞인 상혁의 목소리가 민준의 귓가에 들려왔다.

-어때, 맘에 들어?-

-저건 원작 파괴 수준이 아니라 박살 아냐?-

-원작 존중의 정점을 추구한 모드도 넣었잖아. 그러니 유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모드도 들어가야지.-

-그게 지금 보고 있는 저거야?-

-그렇지.-

상혁이 말했다.

-절대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재미를 동시에 성립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애당초 각자 만족하는 게임 두 개를 동시에 만드는 거니까.-

***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쟁 병기’ 컨셉이 추구하는 전투와 ‘결전 병기’컨셉이 추구하는 전투는 그 결이 다르다.

그렇기에 칸베가 만든 새로운 ‘간담’ 게임은 앞서 공개된 아머드 코아의 화려하고 복잡한 전투와는 다른, 묵직하고 무게감 있는 전투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안겨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간담의 팬들은 마음속으로 묘한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원작의 세계관 그 자체에 뛰어들어간 느낌을 주는 현재의 연출은 매우 훌륭했지만, 그것이 전달하는 재미는 어디까지나 ‘원작의 장면을 두 눈으로 지켜본다’라는 느낌이 핵심이었기 때문에.

결국 지금의 게임 플레이에서, 게이머가 하는 모든 행동은 ‘원작의 이야기가 원작대로 흘러가게 하는’ 역할에 불과했다.

그것은 메인 스토리의 또 다른 면을 비추는 서브 스토리 플롯이 가지는 컨텐츠의 한계였다.

주인공이 원작의 중요인물의 조력자 역할을 한다 하더라도, 원작의 주요 스토리에 개입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원작의 세계관을 망가트리고 싶지 않다.’라는 욕망과, ‘원작의 세계를 플레이어가 바꾸어 나가게 하고 싶다’라는 욕망 사이에서, 칸베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팬들은 아마도, 둘 다 원하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그에게 상혁은 간단한 해결책을 알려주었다.

그냥 둘 다 만들어버리면 된다고.

‘원작 중시 모드’와 ‘자유도 중시 모드’.

두 가지 싱글 플레이 모드가 동시에 들어간 현재의 간담 게임은 그런 목적으로 개발된 물건이었다.

단순히 우주 세기의 역사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아예 비 우주 세기까지 포함한 ‘간담’의 모든 이야기를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개입하여 변화시킬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모습을 스튜디오에서 보고 있던 코넌은 황당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게스트인 왓슨에게 물었다.

지금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방금 전 왓슨이 자신에게 설명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왓슨 씨.”

“예.”

대답하던 왓슨의 목소리도 떨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우주세기 하나만을 VR게임으로 구현하는 것도 엄청난 스케일을 요구하는 작업인데, 거기에 IF 전개가 가능한 스토리 모드까지 전부 집어넣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건 그냥 간담 형태의 로봇을 잔뜩 집어넣어 조종만 가능한 배틀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작업량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하나의 게임에서, ‘간담’이란 IP의 모든 것을 체험하는 것.

그것은 모든 간담 팬들이 막연하게 원하는 것이었지만 현실 가능성이 너무 없기에 누구도 실현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던 것이었다.

그리고 간담의 팬이었던 왓슨은, 그것을 너무나도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었다.

‘번다이에서 저걸 허용했다고? 전체 간담 IP를 한 게임에 다 집어넣는걸?’

사실 번다이는 당연하게도 그것에 대해 반대했다.

차라리 우주세기와 비 우주세기를 나누어서 게임을 두 번 파는 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러나 이 게임이 유일무이하게 완벽한, 최고의 ‘간담’ 게임이 되기를 바랐던 상혁은 그런 번다이 경영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번다이의 주력 상품인 간담 프라모델은, 이 게임에 참전한 모델과 그렇지 않은 모델로 판매량이 나뉘게 될 것이라고.

그것이 번다이 경영진이 모든 간담 IP를 이 게임 안에 허용한 가장 큰 이유였다.

“간담의 원작 팬들은 원작의 세계관이 망가지는 것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코넌의 질문에 왓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신이 딱히 틀린말을 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랬죠.”

“하지만 저건 아예 여러 작품을 죄다 섞어놓은 모드 아닙니까?”

“그렇죠.”

“저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못 받아들일 게 뭡니까?”

왓슨이 말했다.

“이미 그들은 모드를 분리해서 최고의 원작 모드를 만들어 냈어요.

원작 팬이라면 그 안에서 최고의 게임을 원작 스토리 그대로 즐길 수 있겠죠.

그것만 해도 꿈같은 일이지만, 거기에 ‘추가’로 제공된 게 저겁니다.

오로지 저것만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아쉬웠겠지만, 저렇게 둘 다 해도 된다고 하는데 싫어할 게이머가 어디 있겠어요?”

“그럼 어째서 다른 회사들은 저렇게 하지 않는 걸까요?”

“그거야 당연하죠. 저렇게 둘 다 만들어서 한 게임에 집어넣는 건 미친 짓이니까.

그러나 그 미친짓을, PTW는 매번 하고 있고, 이번엔 다른 회사에게 그 미친 짓을 감수하게 했네요.

팬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간담 게임을 선물하기 위해서요!”

“그 말은 PTW가 본격적으로 다른 회사의 게임에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걸까요?

다른 회사가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고 PTW의 스타일로 게임을 만들게 했다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요?”

“무슨 의미이긴 무슨 의미이겠어요?”

순간, 화려한 ‘IF모드’의 트레일러가 그 막을 내리며, 타이틀 카피를 출력했다.

우주세기와 비 우주세기를 통틀어, 모든 간담 팬들의 가슴을 터지게 만들 그 문장을.

[플레이어의 손으로, 직접 바꾸어 나가는 새로운 ‘간담’의 역사가, 지금 이곳에서 시작됩니다.]

“으아아아아!!!”

“그래! 이게 PTW지!!!”

“믿고 있었다고!! 젠장!!!”

“원작 모드도 최고고 IF모드도 최고다아아아!!!”

미국의 스튜디오에서 일본 행사장에서 울려 퍼지는 간담 팬들의 환호를 들으며, 왓슨 간담 팬으로써 함께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흥분을 애써 가라앉히며 코넌을 향해 말했다.

자신이 하려던 이야기를, 마저 하기 위해서.

그것은 이번 3차 NE 컨벤션에서 공개된, 놀라운 5게임들에 대한 게임 기자로서의 그가 내린 평가였다.

“PTW가 다른 회사들과 함께 게임을 만들고, 행사를 열고, 그 게임들이 완벽하게 만들어지는 것에 도움을 주었다.

그건 앞으로 게임 업계에 커다란 변화를 끌고 올 폭풍의 전조라고 볼 수도 있겠죠.

아니면 이제부터 게임 업계의 ‘클래스’를 가르는 기준이 될수도 있고요.

하지만 게이머로서는, 이 모든 말도 안 되는 사태를 아주 단순하게 해석하면 됩니다.

‘PTW가 PTW했다.(PTW being PTW)’라고요.

이번 3차 NE 컨벤션은, 그 문장으로 모든 것이 설명됩니다.”

PTW가 PTW했다.

그것은 놀라움으로 가득한 3차 NE 컨벤션을 설명하기에 가장 완벽한 문장이라 할 수 있었다.

애당초 상혁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시점에서부터, 이 모든 것이 PTW스러운 경험을 유저에게 전달하기 위해 준비된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이 행사를 준비한 상혁도 모르고 있던 사실이 한가지 있었으니, 그것은 컨소시엄에 참가한 나머지 업체들이, 민준의 도움을 받아 상혁 몰래 준비한 것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것의 공개는, 5번째 게임의 발표자인 칸베가 하게 되어 있었다.

‘역시, 둘다 만드는 게 정답이었어.’

물론 칸베라고 그 방대한 이야기를 가상모드와 원작 모드로 나누어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상혁은 그가 그런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그에게 이야기했다.

‘그게 재미있다면, 당연히 감수해야죠.’라고.

상혁에게 있어서 그런 문제는 고민거리도 되지 않는 것이었다.

만약 거기에 재미가 존재한다면, 그 과정이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들더라도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상혁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칸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적어도 자신이 타협을 보았더라면, 지금처럼 눈앞의 관객들이 미친 듯이 환호하며 소리치는 모습을 보고 있지 못했을 테니까.

‘만약 PTW가 아니었다면···.’

자신은 아마도 유저도 얼마 없는 ‘배틀 오퍼레이션’의 신작을 개발하기 위해서 계속 게임 개발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한계를 뛰어넘어, 최선을 다한 게임을 내놓았을 때 게이머가 보여줄 반응에 대해서는 영원히 알지 못한 채로.

그러나 상혁과 PTW는 인지도도 없는 자신을 컨소시엄에 끌고 와 온갖 지원을 해 주면서 ‘역사상 최고의 간담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마치 자신의 게임이라도 만드는 것처럼, 최선을 다해서 개발을 도우면서.

그 모든 것이 단순히 게이머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이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의 게임에 열광하는 팬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그 어떤 승진이나 보너스보다 짜릿한 감각을 전해주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알아야 합니다.’

칸베는 생각했다.

이 전대미문의 쇼케이스 퍼레이드가 끝나기 전에, 전 세계에서 지금 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는 유저들을 위해 PTW가 무엇을 했는지를 게이머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그것을 위해, 모두가 함께 ‘다음 순서’를 준비했으니까.

칸베는 마이크를 들었다.

자신과 함께 4개 개발팀 대표들이 준비한, 쇼케이스의 ‘마지막 순서’를 진행하기 위해서.

그것은 상혁에게는 비밀로, 이번 행사를 위해 그들이 준비한 ‘특별 프로젝트’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