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327화 (328/485)

327. 사막에서 바늘찾기

방위비 분담금.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부대의 비용 일부를 한국에서 지불 한다는 ‘방위비 분담 특별 협정’에 의하여, 한국은 1991년부터 미국 정부에 지속해서 협상에 따른 금액을 지불해왔다.

그리고 발표가 있던 2017년.

한국에서 미국 정부에 지급한 방위비 분담금은 9,507억 원.

그러나 도람프 대통령은 갑작스레, 그것도 대한민국 정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기자 회견에서 그 금액의 10배를 언급함으로써 청와대를 뒤집어놓았다.

물론 그 기자 회견의 내막을 아는 상혁은 그것이 단순한 협박용 카드임을 바로 눈치챘지만, 청와대에서 그것을 알 방법은 없었기 때문에, 청와대에서는 미국에서 도람프 대통령이 기자 회견을 시작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관계 부처 장관들을 긴급 소집하여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현재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계약되어 있습니다.

재협상을 1년이나 앞둔 상황에서, 갑작스레 ‘10배’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나온 배경이 뭡니까?”

“미국 내 지지율 상승을 위한 쇼가 아니겠습니까?

상식이 있다면 그 누구도 갑작스레 10배라는 분담금 증액을 받아들이지 않을거라는 건 도람프 대통령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외무부 쪽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전혀 캐치하지 못했다는 겁니까?

보통은 저런 발표가 있기 전에 한국 정부에 언질이라도 하지 않나요?”

“관계자에게 급히 연락했지만, 그쪽도 금시초문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기자 회견은, 도람프 대통령의 즉흥적 결단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경우가 없기로서니 이런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한국 정부를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절대 응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 의견이 오갔지만, 쉽게 결론이 나지 않고 있었다.

그들이 알고 있는 도람프라는 인물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위험요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그러나 이쪽에서 어떤 대응을 하든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대응책을 짜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다.

결국, 대한민국의 19대 대통령 이상식은 점점 난장판이 되어가는 회의 분위기를 지켜보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선은···.”

모두의 시선이 주목된 가운데,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김준영 외무부 장관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아까부터 한마디도 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대통령의 지목을 받은 남자는 조금 전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고민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러나 대통령이 그에게 답변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입을 다물고만 있을 수 는 없었기에, 그는 결국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생각을 정리하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현재 사태는 대한민국 19대 정부 창설 이래 가장 심각한 외교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미군이 주한 미군 유지에 사용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한국이 내는 방위비가 높은 편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단번에 10배나 되는 금액을 요구할 정도는 아니니까요.

저는 바로 거기에 이 사태의 힌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힌트 말입니까?”

보좌진 중 한명이 질문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쉽게 생각하면 이런 거죠.

어린이가 소풍날 용돈을 받기 위해 부모님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소풍을 가야 하니 용돈을 10만 원만 달라.’

그리고 부모님이 거절하면 이렇게 말합니다.

‘그럼 만원이라도 주세요.’

대충 이런 이유에서 10배라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요구한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만.”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양반이 그런 어린애 같은 논리를 펼치려고 외교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결정을 한다고요?”

“이건 의외로 사회 전반에서 사용되는 트릭입니다.

바가지가 심한 관광지만 가도 알 수 있죠.

2만 원짜리 물건을 20만 원으로 불러놓고 결국 3만 원까지 깎아주는 상인들도 많지 않습니까?

그럼 결국 산 사람은 1만 원 이상 높은 가격을 주고 구매한 게 되지만, 보통은 본인이 17만 원을 깎았다고 생각하게 되죠.”

“그러니까 애당초 그 정도 금액을 받을 생각이 없다는 뜻입니까?”

“상식적으로 누구라도 저 10배라는 금액이 말이 안 된다는 건 알 수 있을 겁니다.

도람푸 대통령이 그리는 그림은, 한국 정부와 모종의 딜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이겠죠.”

“그게 뭘까요?”

“현재 시점에서는, 10배까지는 아니더라도 방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규모는, 10배를 언급했으니 최소 2~3배 이상이겠죠.”

“그것도 엄청나게 큰 금액입니다만···.”

“문제는 그 정도가 최소라는 겁니다.

이건 시장에서의 물건 가격 협상이 아닌, 외교적 요구니까요.

10배를 요구한 상태에서 2배나 3배의 인상으로 타협한다면, 그만큼 현 도람푸 정부가 한국 정부에 양보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겠죠.

그러니 아마도 5배 이상으로 보는 게 합리적인 해석일 겁니다.”

“5배···.”

김준영 외무부 장관의 말을 들은 이상식 대통령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그 정도 금액은 절대로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금액이었기 때문에.

“5배라고 해도,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 저희 정부엔 치명적입니다.”

“제가 고민하고 있던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었습니다.

애당초 5배라는 제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니까요.

도람프 대통령도 그 사실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아무리 자신이 고집을 부리고 한국 정부를 압박한다 하더라도, 결고 5배라는 금액을 받아낼 순 없다는 사실을요.

그러니 애당초 이 10배 증액이란 제안 자체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주장인 겁니다.”

“그럼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는 말입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게 뭘까요?”

“아까부터 그것에 대해 고민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더군요.

분명 지금의 발표가 한국 정부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한 무브인 것은 확실한데,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기엔 필요한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그러자 이상식 대통령이 결연한 표정으로 외무부 장관을 향해 말했다.

“그렇다면 그 퍼즐 조각을 찾아내도록 하세요.

외무부뿐만 아니라 국정원을 포함한 모든 정부 부처의 외교 채널을 동원해서라도.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대통령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저도 기자 회견을 해야죠. 상대의 요구가 터무니없는 것이기에,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입니다.”

“반박 성명 말입니까?

미국에서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군요.”

“하지만 상인이 바가지 씌운다고 그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쪽에서는 절대 그 가격엔 못산다고 못을 박겠습니다.

적어도 바로 ‘옙’하고 넙죽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시간을 벌 수 있겠죠.

김준영 장관께서는 그사이에 미 정부가 원하는 것이, 아니.

도람푸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최대한 빠르게 파악해주시기 바랍니다.”

새벽에 급하게 청와대 수뇌부를 호출하여 시작된 회의는 그렇게 종료되었고, 이상식 대통령은 긴급 기자 회견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의 비상식적이고 일방적인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외교부는, 대통령의 지시대로 동원 가능한 모든 채널을 사용하여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퍼즐 조각.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찾아내기 위해서.

“제1팀은 뉴스팀입니다. 최근 한 달간 있었던 언론 발표를 전부 뒤져서 미 정부와 연관 지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정리하세요.

제2팀은 입출국 팀입니다. 최근 있었던 대한민국 공항의 입출국 기록을 전수조사해서 미국 정부 관리자의 입출국 기록을 찾으시면 됩니다.

제3팀은 외교팀입니다. 지금 당장 미국에 나가 있는 공사들을 총동원해서 현지 정보를 수집하세요.”

“알겠습니다!”

“이번 일의 처리 결과에 따라 얼마 전 출범한 19대 정부의 외교적 역량이 얼마나 되는지 국민들이 판단할 것입니다.

다들 이번 일에 외교부의 명운이 걸렸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김준영 장관의 지시에 따라 기획(Task Force)팀이 급하게 결성되었고,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장관의 지시를 수행했다.

그러나 정작 지시를 내린 김준영 장관도, 그들이 가져올 결과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들이 하려는 것은, 말 그대로 사막에서 바늘 찾기나 마찬가지였기에.

‘찾아야 할 바늘은 너무 작고, 뒤져야 할 사막은 너무 넓다.’

그러나 그런 장관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들이 필요한 퍼즐 조각을 찾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치 자신을 찾아달라는 것처럼, 대놓고 이상하게 보이는 정보들이 그들의 앞에 반짝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모든 힌트들은, 죄다 천하대 안에 있는 PTW라는 회사를 향하고 있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뉴스는 역시 PTW와 테슬러 자동차의 협력 건입니다.

한국에 방문한 일린 모스크 CEO와 PTW간의 거래를 통해, 테슬러는 딥 다이버라는 신형 VR장비를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습니다.

그로 인해 테슬러의 주가는 3배 이상 상승했죠.

아직 계약한 물량을 넘겨받기도 전에.

그리고 PTW는 전 세계 최초로 자신들이 가장 강력한 성능을 지니고 있다고 확언한 ‘레벨 5’의 자율 주행 AI에 대한 기술도 테슬러 측에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로 인해 최근 언론이 연일 시끄럽게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개발된 소중한 기술을 해외에 팔아먹는 매국 행위라는 뉴스 말입니까?”

“예. 그리고 역시나 그 배후엔 형대 자동차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여론을 압박함으로써 정부를 움직이고, 그것을 통해 이번 계약을 무산시킬 심산이었겠죠.

지금은 삼정 측의 압력으로 기사가 모두 내려간 상태지만, 그 전엔 국회에서도 구체적으로 PTW의 핵심 기술에 대한 국외 유출 방지에 대한 법안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는 중이었습니다.”

“2팀 보고하세요.”

“저희도 심각하게 의심이 가는 부분을 찾았습니다.

최근에 인천 국제 공항을 통해서 미 정부 관련 인사 두명이 한국으로 입국했죠.

그리고 그 두 사람은 모두 비행기에서 내린 즉시 천하대에 있는 PTW 본사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체류했다고 하더군요.”

“어느 부처 관련 인사입니까?”

“DARPA입니다.”

“DARPA라면,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 말입니까?”

“예. 그리고 그중 한 명인 스티브 오스틴이 본국으로 돌아간 지 3일도 되지 않아, 도람푸 대통령의 기자 회견이 있었죠.

저희는 이게 가장 유력한 연결고리라고 생각합니다.”

“3팀 발표하세요.”

“부끄럽지만 저희는 그리 눈에 띄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일단 저희쪽에서 접촉 가능한 채널에서는 해당 사건에 대한 정보를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더군요.

심지어 미국 상하원 내에서도 해당 발표에 대해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아직 겨우 자리를 잡아가는 수준인 대한민국 19대 정부에게, 지나친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난 말입니다.”

“그럼 이번 일은 도람푸 대통령의 독단이라고 봐도 되겠군요.”

김준영의 머릿속에서 수집한 퍼즐의 정보가 조합되기 시작했다.

‘확실한 건 이 모든 사태의 배후에 PTW라는 회사가 있다는 건데···.

가장 먼저 일린 모스크 CEO가 PTW에 방문했고, 이후에 DARPA 직원들이 한국에서 한 달간 체류했지.

그리고 본국으로 돌아간 지 3일 만에 방위 분담금 증액 요구가 나왔고.

상하원에서는 아무도 그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 DARPA···. DARPA···.’

잠시 고민하던 김준영 장관의 머릿속에 번갯불이 번쩍였다.

모든 퍼즐이 하나로 합쳐져 하나의 실루엣을 만드는 것처럼.

“이건, 미국 안보와 관련된 사항이군요.

PTW측에 미국 정부에서 원하는 기술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왜 그런 결론을 내리셨습니까?”

“상하원이 전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이 추진되었다고 했죠?

그렇다면 이건 중앙 정부에서 추진한 일과 관련이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도람푸 대통령은, 무역 카드가 아닌 방위 관련 카드를 통해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 시도했고요.

거기에 DARPA직원의 한국 방문과 장기 체류.

그 모든 퍼즐을 하나로 이으면 단 하나의 결론밖에 나지 않습니다.”

김준영 장관의 눈이 반짝였다.

“도람프 대통령이 그 말도 안 되는 협박성 제안을 던질 정도로, 미군에게 있어 중요한 기술이 한국의 PTW 본사에 있다는 거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겁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 협상의 키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 쥐게 될 테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김준영의 입가엔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저 강대한 미국을 상대로 ‘갑질’을 시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갑질’의 열쇠는, 아마도 PTW의 내부에 있을 것이라고, 김준영 장관은 생각하고 있었다.

“PTW라는 회사 안에서, 가장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누구죠?”

“이상혁 CCO죠. 아무래도.”

“CEO가 아니라요?”

“그쪽 CEO는 뭐랄까, 회사의 경영 매니지 같은 느낌입니다.

직원들의 상태를 돌보고, 회사의 지출을 결정하고, 신규 직원의 고용 업무 같은 걸 총괄하는 직책이죠.

대외 발표도 가끔 하긴 하지만, 주요 협상은 대부분 이상혁 CCO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뭐 크게 상관은 없겠네요. 대한민국 외교부에서 그들을 보고 싶어 한다고 통보하고, 지금 당장 차를 가져가서 그들을 이곳으로 데려오세요.

안에 자료들을 건드리지 못하게, 방문한 자리에서 신분을 밝히고 그대로 데려와야 합니다.”

“강제로요?”

“강제는 아니지만 거부할 수 없게 압력을 넣으세요.

중요한 건 그쪽에서 내부 자료 삭제를 지시할 수 없게 하는거니까요.”

“내부 자료 삭제라 하심은?”

부하 직원의 질문에 김준영은 갑갑함을 느꼈다.

이 정도로 힌트가 널려있는데도, 자신의 생각을 이해하는 직원이 한 사람도 없다는 현실이 갑갑했기 때문에.

그러나 그는 굳이 불편한 심기를 표현하기보다는 부드러운 말투로 설명하는 것을 선택했다.

“도람푸 대통령이 기행을 자주 벌인다고 알려져있지만, 결코 바보는 아닙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확실한 물건이 없다면, 방위 분담금 10배 같은 말도 안 되는 배팅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죠.

그 말은 지금 PTW내부에 현재 미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무언가’가 완성되어있다는 이야기이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것은 안보적 이유로 반출 금지를 할 수 있는 사항이 됩니다.

하지만 그쪽에서 관련 데이터를 지워버린다면, 정부가 반출을 금지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되겠죠. 그걸 막으라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움직이세요.”

장관의 지시에 따라 직원들이 우르르 회의실을 빠져나가자, 김준영은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씩 웃으며 말했다.

“내 생각이 맞다면 10배의 인상 요구를 동결로 끝낼 수도 있겠군.

그리고 그건 19대 정부의 빛나는 외교적 성과가 될 것이고.”

그러나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이미 일주일 전, 상혁이 이미 워 다이버의 프로토타입 데이터가 들어간 하드 드라이브를 디가우저에 넣고 초기화시킨 뒤, 깔끔하게 파쇄까지 마무리했다는 사실이었다.

이미 프로토타입이 완성된 시점에서, 상혁은 그 기술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대한민국 정부가 PTW를 압박할 수 있는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그 사실을 모르는 대니얼은 상혁의 그런 결정에 경악했고, 상혁은 그런 대니얼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그게 프로그램이든 하드웨어든 완성된 물건이 있으면 그 물건 자체가 법적으로 반출 금지의 대상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물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죠.

공식적으로 저희 회사엔, 이제 위 다이버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가 없는 거니까.”

“그래도 힘들게 만든 건데.”

“어차피 한 달 걸려 만든 거니 필요하면 다시 만들면 됩니다.”

“정부를 엄청나게 불신하시는군요.”

“아뇨. 믿는 거죠. 이런 상황이라면 저렇게 나올 것이다.

저는 대한민국 정부가 보이는 그 ‘패턴’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게임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짜증 나는 존재인지도.

그리고 안보에 관련된 문제라면, 정부의 행동 패턴은 좀 더 명확해지죠.

이 나라는 안보라는 이름 아래 수 없는 학살을 자행하고 수많은 기업을 희생시킨 역사가 있으니까.

애당초 지금도 그 수많은 젊은 청춘을 2년이나 빌려 쓰면서 최소시급도 안 주잖아요.

대니얼 씨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것 때문에 헌법 소원이 제기된 적이 있습니다.”

“결론이 어떻게 났나요?”

“현역병은 의무복무기간 동안 병영에서 생활하면서 의무복무에 필요한 급식비나 피복비 등 의식주 비용을 국고에서 지급하고 있으므로 보수가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맞출 정도에 이를 필요는 없다.”

“그 요구의 안건은 생활 수준 이야기가 아니지 않나요?”

“그렇죠. 말 그대로 개소리에요. 근데 그런 개소리가 통용되는 것이 바로 안보의 영역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거기 얽힐 수 있는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그냥 날려버리는 게 낫죠.”

“대한민국 정부가 정말로 그런 스타일로 일을 진행한다면, 혹시 진짜로 그 데이터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건 어려울 겁니다.

너희 회사에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기술’이 국가 안보에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수색영장을 허가해줄 미친 판사는 없을 테니까.”

그렇게 말한 상혁은 디가우저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도람프 대통령이 10배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면서까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워 다이버의 데이터가 들어있는 하드 드라이브가,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망가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상혁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망가진 하드 드라이브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이번엔 옆에 있는 강력 분쇄기의 버튼을 누르고 그 안에 하드드라이브를 던져 넣었다.

철저하게 부숴서, 복구는커녕 그것이 원래 어떤 물건이었는지도 알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

-콰드드득-

애처로운 모습으로 부서지는 하드 드라이브를 바라보던 상혁이 대니얼을 향해 미소지으며 말했다.

“자, 이제 법정에서 해당 기술이 존재하냐고 물었을 때 제가 부정하더라도 위증죄가 되지 않겠죠?”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대니얼은, 속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진짜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인간과는 적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그러나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김준영 장관은, 미 외무부와의 협상에서 당당하게 PTW가 보유한 기술을 카드 삼아 협상에 임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그 ‘완벽한 카드’가, 이미 상혁의 손에 가루가 되어 쓰레기통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전혀 모른 채.

그는 마냥 즐거운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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