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한계초월 게임 재능으로 랭커까지-27화 (27/30)

27화 위험한 초대 (3)

27화 위험한 초대 (3)

시작의 협곡.

말했던 것처럼 시작의 협곡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이미 50레벨이 넘는다.

트롤보다 한층 더 강력해진 녀석들이다.

[협곡의 강철 늑대]

[협곡의 붉은 늑대]

[협곡의 인간 사냥꾼]

주로 등장하는 몬스터들의 이름이다.

녀석들이 무서운 건, 역시 협곡 곳곳에 숨어서 언제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점이었고.

협곡의 인간 사냥꾼들은 협곡의 늑대들을 길들인 채 떼로 몰려다닌다는 점이었다.

"이거 난이도가 훨씬 빡세겠는데요."

파티장이 말했다.

그는 탱커였는데, 벌써부터 잔뜩 긴장한 얼굴이다.

괜히 그러는 건 아니다.

안 그래도 후드의 레이드 전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많이 빠져 나가 버렸고, 그 덕에 지금 협곡을 건너는 플레이어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원래라면 다른 파티가 훨씬 많아서 몬스터를 나눠 먹어야 하는 건데···."

"그러게요. 이러다 우리가 몬스터 어그로 다 빨아들이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잘 해 보죠. 다들 레벨은 꽤 높은 것 같으니까요."

말 그대로였다.

현재 파티의 평균 레벨은 50초반대.

'내가 거짓말을 치긴 했다만···.'

거기엔 태준의 거짓말도 일조했다.

30레벨이라고 말을 할 수 없어 50레벨이라고 아예 거짓말을 해 버린 거다.

'잘못하면, 들켜 버릴 수도 있어.'

50레벨이라고 말을 해 놓고 기대에 못 미치는 실력을 보여 버린다면 아무래도 의심을 받을 수도 있을 테지.

'문제는···, 권강을 쓸 수가 없다는 거고.'

그것도 문제다.

검을 들게 된 이상, 태준은 자신의 주력 스킬 중 하나인 권강을 사용 할 수 없다.

권강은 너클 마스터리의 상위 스킬이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권강만 사용이 안 된다는 건가.'

그 말대로, 권강이 아닌 다른 스킬은 사용이 가능했다.

물론 스킬의 성능에 20% 정도의 제한이 걸리긴 했지만, 사용 불가능한 건 아니었으니···.

'어떻게든 한 번 해 보자.'

그리고 생각해 보면, 이것도 나름 나쁘지 않은 경험일지도 모르겠다.

태준이 이 게임을 시작하려 했던 목적을 생각해 보면 말이다.

'검 쓰는 격투가.'

물론 앞으로 계속 검을 사용하겠다는 건 아니다만···, 한 번 쯤은 남들은 시도조차 못 해 볼 일을 해 보는 것도 게임의 재미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즐겨 보자고.'

태준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새로운 이벤트도 한 번 즐겨 보기로.

"지금 11시 방향에서 한 무리 몰려옵니다!"

그때, 가장 앞에 서 있는 탱커가 그렇게 소리쳤다.

그리고 태준은 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자···.'

지금까지 검은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연한 말이지.

검을 다뤄 볼 일이 무어가 있겠는가.

하지만 문제는 없다.

여기는 게임이었고, 태준에겐 200%의 동화율이 있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검을 든 순간 느껴진다.

어떻게 움직여야 지금 달려드는 저 몬스터들을 쓸어버릴 수 있을 지 말이다.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슬로우 필드!"

사제의 디버프 스킬 중 하나다.

그 외침과 함께 달려드는 몬스터들의 땅 아래에서부터 검은 빛의 무언가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화력 지원 부탁합니다!"

파티 리더인 탱커가 말했다.

현재 파티원의 구성은 탱커와, 마법사 한 명, 사제 한 명, 그리고 궁수 두 명과 도적, 그리고 태준이다.

여기에서 지금 딜을 가할 수 있는 건 두 명의 궁수와 암살자, 그리고 태준이다.

두 명의 궁수는 활시위를 당겼고, 도적 역시 몸을 움직였다.

팍! 푸각!

궁수들의 화살이 달려드는 늑대들의 미간을 꿰뚫었다.

그럼에도 놈들은 한 번에 쓰러지지 않는다.

그만큼 방어력과 체력이 높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 틈으로 도적 역시 빠르게 움직여 몬스터 사이로 파고든 채 검을 바쁘게 움직였다.

서걱! 푸각!

도적 역시 바쁘게 몬스터들을 공격하고 있긴 하지만, 큰 데미지는 없다.

사제 역시 바쁘게 지팡이를 움직이고 있었다.

탱커와 도적의 체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다.

"아, 진짜 빡세네요!"

"조금만 더 버텨 봅시다!"

그렇게 파티원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그때.

'가자.'

태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시 검에 적응을 하느라 시간을 지체하긴 했으나, 이제 적응은 끝났다.

태준은 부스터를 사용했고, 몬스터의 사이를 파고드는 순간 절대 영역이 활성화 되었다.

'좋아.'

또렷하게 느껴진다.

무기가 달라졌을 뿐, 몬스터를 사냥하는 원리가 뭐 달라진 게 있겠는가?

베고, 찌르고, 피하고.

그래.

그게 전부다.

홱!

태준의 몸이 움직인 순간, 그 자리로 늑대의 공격앞발이 스쳐 지나갔다.

곧바로 태준의 검이 움직였다.

서걱!

늑대의 앞발을 베어 낸 태준.

콰쾅!

작은 폭발과 함께 덜렁거리던 앞발은 완전히 터져 나갔다.

'좋다.'

짜릿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태준은 새로운 경험에 전율을 느끼며 다시 검을 움직였다.

콰직! 서걱!

태준의 검이 움직일 때마다 늑대들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태준의 가세로 순식간에 전세는 뒤집어졌다.

"좋습니다! 궁수분들, 화력 지원 부탁드려요!"

다시 파티 리더의 외침과 함께 한껏 여유로워진 궁수들은 이제 몬스터들을 향해 스킬을 쏟아냈다.

콰콰콰콰쾅!

*

"우와, 정말 대답합니다. 레벨 50 맞으세요?"

파티는 협곡의 중간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협곡은 굉장히 길었다.

그 거리만 해도 족히 10km를 훌쩍 넘는다.

물론 단순히 거리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

몇 걸음 뗄 때마다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는 협곡이다.

그런 만큼, 인도적 차원에서 중간 지점에서는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휴식 공간에 앉아서 잠시 대화를 나누며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 대화주제는 바로 태준이었다.

"레벨 50 맞아요? 아무리 봐도 더 높은 것 같은데?"

"그러게요. 50레벨 치고는 너무 강한 것 같아요. 검하고 갑옷 엄청 멋진 거 보면 현질 좀 하신듯."

그들 중 누구도 태준을 50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태준으로서는 꽤나 당황스러운 반응들이다.

50레벨이 아니라는 걸 의심 받고 있긴 하지만, 낮은 레벨이 아니라 높은 레벨로 오해 받고 있는 아이러니라니.

"솔직히 말 해 보세요. 50레벨 아니죠? 그렇죠?"

그때 도적이 히히 웃으며 물었다.

결국 태준은 답했다.

"예, 사실 50레벨 아닙니다."

그 말에 파티원들의 눈이 커진다.

"어?"

"정말 아니었어요?"

"그럼 레벨 몇인데요?"

조금은 당황해 보였다.

태준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던 도적 역시 크게 당황한 듯 했다.

-이게 아닌데, 라는 얼굴이다.

그리고 태준은 답했다.

히죽 웃으며.

"55레벨이거든요."

물론 태준이 자신의 진짜 레벨을 밝힐 리가 없다.

미쳤다고 그런 짓을 하겠는가?

"사실 조금 부끄러워서 거짓말을 쳤습니다. 55레벨에 스타팅 포인트를 떠나가는 게 조금 늦은 일이니까요."

"아, 그렇긴 하죠."

"하긴···."

파티원들도 그럴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레벨이 문제인가요. 어쨌든 협곡만 건너면 되는 거죠!"

"맞는 말입니다."

"자, 그럼 다들 다시 움직여 볼까요?"

모두 체력과 마력을 회복한 것을 확인한 뒤, 파티원들은 몸을 일으켰다.

*

그렇게 결국 그들은 협곡을 완전히 통과 할 수 있었다.

"덕분입니다. 검사님. 검사님 아니었으면 진짜 힘들었을 거예요."

"말이라고요. 혹시 55레벨도 거짓말 아닙니까?"

이제는 55레벨조차도 의심을 받을 지경이다.

정작 현재 태준의 레벨은 이제 막 34가 됐다.

협곡을 건너면서 레벨이 4개가 오른 것이다.

'나름 조절을 한 거긴 한데···.'

진심이었다.

사실 솔플 할 때처럼 진심을 다 했던 건 아니다.

피지컬을 어느 정도 숨기기 위해 나름의 연기를 더한 결과가 이 정도다.

'그래도 뭐···, 파티였으니까.'

그 말도 맞다.

태준이 이렇게 더 돋보일 수 있었던 건, 분명 파티였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태준이 돋보일 수 있었던 것도 다 파티였기 때문이다.

실력을 감추고 있어도 뒤를 맡길 누군가가 있으니, 더 과감하게 움직일 수도 있었던 게 사실이고.

"혹시 친구 추가 가능할까요?"

"소속 길드 없으시면 저희 길드에서 같이···."

이내 친구 추가, 혹은 길드 가입 제안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태준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죄송합니다."

당장은 어디에 속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특히나 정체를 속인 상태인 마당에 친구 추가를 하거나 길드에 가입하는 건 괜히 또 양심에 찔렸기 때문이다.

'자, 그럼···.'

태준은 파티원들과 헤어진 뒤 도시 리우라에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검을 바라봤다.

지금 그 검은 미약한 진동을 흘려내고 있었다.

마치 아주 그리운 고향에 도착해서 너무나 기쁘다는 듯이 말이다.

'이제 진짜 시작이로군.'

*

그리고 그 무렵, 오크 부락.

더 정확히는 오크 히어로의 무덤.

그 곳에는 수많은 인파들이 모여 있었다.

드넓은 오크 히어로의 무덤이 가득 차 움직일 틈조차 안 보일 정도로.

그 뿐인가.

현재 송출되고 있는 방송의 시청자만 해도 이미 십만 명을 돌파했을 지경이다.

"힘내라, 후드!"

"후드님 화이팅!"

"내사랑 후드!"

그들은 후드를 응원하고 있었다.

벌써 후드의 오크 히어로 레이드가 시작된 지 19분이 지나간 시점이다.

그리고 이제 20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20분 컷 가자!"

"후드 20분 컷 하면 1000달러 후원합니다!"

"나는 만 달러 바로 쏜다!"

"나는 1 히트 코인 쏩니다!"

열렬한 후드의 팬들은 후드가 오크 히어로를 20분 안에 클리어 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현재 그 '격투가'의 기록이 15분이라는 게 사실상 정론인 만큼, 후드의 열렬한 팬들은 후드가 5분 차이로 그 격투가의 기록을 추격하길 바라는 것이다.

물론 힘들다는 의견도 많다.

아무리 그래도 20레벨짜리가 어떻게 보스 몬스터를 20분 만에 잡겠냐는 의견들이지.

사실 그게 현실적인 것도 맞다.

지금 현재 가장 많은 배당금이 몰린 시간은 역시 22~3분대.

'힘내라고, 후드.'

그리고 지금.

그 중에서도 가장 긴장하고 있는 한 남자.

그는 바로 흑사자의 길드장 루스다.

물론 그 옆에 있는 하루 역시 잔뜩 긴장한 얼굴로 후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20레벨 맞춘다고 개고생을 했지.'

이번 이벤트를 위해 흑사자에선 많은 투자를 했다.

단순히 보스 쟁탈을 떠나서도 후드의 레벨을 20까지 맞추기 위해 길드의 인력들이 동원됐을 정도다.

절대로 실패해선 안 되는 이벤트다.

'잘 해요, 제발.'

하루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기 위해 팔짱을 낀 채로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제 곧 20분이다.'

현재 레이드가 시작 된 지 19분 30초를 지나가고 있었다.

후드는 더욱 더 속도를 높였다.

사실 그는 자존심이 상할 만큼 상한 상태였다.

감히 어디 얼굴도 드러내지 않은 녀석이 자신의 데뷔전을 망쳐 버린다는 말인가.

심지어 루스와 하루조차 당연히 후드의 패배를 상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터널 월드였으면 감히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이터널 월드의 정상에 군림하던 자신이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한다니!

하지만 후드조차 인정해야 했다.

그 재능의 벽을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했다는 건 아니다.

'그래, 5분.'

그 녀석이 누구일진 모르겠으나, 그 정도의 재능을 가진 녀석과 5분의 격차 내에서 클리어에 성공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자신의 자존심을 다 내다 버린 결심.

그 정도로 후드가 느낀 재능의 벽이 거대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막 후드의 레이드 시간이 20분을 5초 정도 남겨두고 있는 그때.

크륵- 취이익!

오크 히어로의 몸이 멈췄다.

"?!!"

"어?!"

"서, 설마···."

그 말은 결국···.

쿠우우웅!

오크 히어로가 쓰러졌다는 말이었다.

"우, 우아아아아아아!"

"대박이다!"

"20분 언더야!"

"이건 진짜 대박이라고!"

"난리 났네, 난리 났어!"

그야말로 출제 분위기!

모두가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20분 이내 클리어에 후드가 성공해 버렸으니···!

"으아아아아아!"

후드는 하늘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지금···.

띠링!

저 하늘 위로 창 하나가 떠올랐다.

클리어자의 레벨과 클리어 타임이 기록되어 있는 그 창이 말이다.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움직였다.

그리고.

"어?"

"뭐야?"

의문 가득한 탄성들이 하나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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