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266화 (266/529)

266화. 소셜 네트워크 (7)

그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마이크 골든버그입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손을 붙잡았다.

“반갑습니다. 컨티뉴 캐피탈의 한미루라고 합니다.”

마이크 골든버그.

페이스노트 창업자이자 CEO.

그는 실리콘밸리가 낳은 천재이자, 21세기 가장 성공한 사람 중 한 명이다.

롤프 부치 같은 사기꾼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하다.

그는 유대계 미국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두 분 다 의사로, 그의 누나 역시 의사로 일하는 중이다. 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중학생 때부터 코딩을 시작했고, 고등학교 때는 직접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준이 됐다.

아마 꼭 페이스노트가 아니었더라도 그는 창업의 길을 걸었을 테고, 분명 성공했을 것이다.

그의 페이스노트 지분율은 15퍼센트로 개인자산은 1500억 달러.

이는 전세계 부자 순위 5위에 해당한다.

그에 비한다면 웬만한 K재벌은 불우이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그의 나이는 고작 36세.

친구들과 놀러 다녀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거대 SNS 제국을 세우고, 세계적인 부자가 됐다.

참고로 난 저 나이에 열심히 치킨 튀기고 있었다.

“마침 시간이 남아서 와봤습니다. 기업 탐방 중이라구요?”

“그렇습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의 등장에 행크 디렉터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골든버그 CEO는 자리에 앉았다.

입고 있는 옷은 헐렁한 청바지에 반팔 티셔츠와 집업후드, 그리고 맨발에 아디다스 슬리퍼. 복장에서부터 자유분방함이 느껴졌다.

참고로 그는 실리콘밸리에 이런 스타일을 유행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젊은 창업자들은 그를 따라 한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맨발에 슬리퍼를 끌고 다녔다.

하기야 실력을 흉내내기 힘들다면, 겉모습이라도 흉내내야겠지.

내가 빤히 쳐다보자 그는 웃으며 물었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난 솔직하게 말했다.

“TV에서나 보던 유명인을 보니 좀 신기해서요.”

이렇게 갑자기 나타날 줄도 몰랐고 말이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한미루 대표님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가요?”

설마 페이스노트 CEO까지 내 이름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이렇게 직접 내려온 건가?

“예. 여러 스타트업들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롤프 부치의 사기 행각을 밝혀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사건은 꽤 충격이었죠.”

그도 그럴 것이 롤프 부치는 실리콘밸리의 유명인이었으니.

난 겸손하게 말했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열심히 한 덕분이죠.”

물론 내가 제일 열심히 했지만.

“저희 회사에는 무슨 일로 찾아온 겁니까?”

“궁금한 게 몇 가지 있어서요.”

“뭐든 물어보세요. 대답해드리죠.”

마침 잘 됐다.

페이스노트 CEO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지.

“링크랩스를 인수할 계획이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내 물음에 골든버그 CEO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현재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인수합병은 보통 비밀리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알려지면 온갖 날파리들이 꼬여 들기 때문이다.

그가 이렇게 인정하는 이유는 경쟁자가 없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겠지.

하긴, 돈 한 푼 못 버는 회사에 400억 달러를 지를 곳이 얼마나 되겠는가?

“반대도 큰 걸로 알고 있는데, 인수하려는 이유가 뭔가요?”

“페이스노트의 목표는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전세계에 있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연결했죠. 하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어떤 문제인가요?”

“바로 사람과 컴퓨터의 연결이죠.”

“그래서 발할라를 인수해 VR 기기에 투자를 한 건가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VR 하드웨어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 중입니다. 발할라의 HMD 기기 판매량은 1천만 대를 돌파했죠. 그러나 영상만 보여주는 현재의 하드웨어 기기의 한계는 분명합니다. 그래서 BCI를 연구하는 링크랩스를 인수할 생각입니다.”

“그 기술이 정말로 상용화가 될 수 있을까요?”

대부분 전문가들은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BCI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수많은 기술적 난관이 존재한다.

심지어 메릴린치의 한 애널리스트는 ‘이번 인수는 페이스노트에게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 될 거라 생각합니까?”

답을 알고 있긴 하지만, 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글쎄요. 제가 그쪽 시장은 잘 몰라서요.”

“저희도 당장 성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금 투자해야 미래야 결과를 얻을 수 있겠죠.”

“성공할 거라 확신하시나요?”

골든버그 CEO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건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겠죠. 린스타그램과 후즈앱 인수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쩌면 실패할 수도 있겠죠. 다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도전해서 실패하는 게 낫습니다.”

“…….”

솔직히 좀 놀랍다.

대단하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인사이트가 있을 줄이야.

만약 내가 미래를 알지 못했다면 링크랩스 인수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오직 본인의 예측만으로 그런 판단을 내렸다.

링크랩스 인수는 페이스노트 입장에서도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페이스노트의 1년 순이익은 약 300억 달러.

그런데 400억 달러를 주고 언제 수익이 날지도 알 수 없는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하자, 이사회와 주주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골든버그 CEO는 강경하게 밀어붙였다.

결과는 어땠을까?

난 1회차 때를 떠올렸다.

링크랩스 인수는 페이스노트 역사상 최고의 인수합병으로 손꼽혔다. 나중에는 링크랩스의 가치가 페이스노트의 가치를 뛰어넘었을 정도니까.

만약 링크랩스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페이스노트는 그저 SNS의 하나로 머물렀을 것이다. 하지만 링크랩스가 내놓은 BCI VR 기기, 일명 헬름 덕분에 VR 하드웨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다.

스노우 크래시는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된 메타버스 세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세계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링크랩스의 헬름이 필요했다.

스노우 크래시가 소프트웨어를 장악했다면, 페이스노트는 하드웨어를 장악한 셈이다.

다른 회사를 비롯해 스노우 크래시 역시 자체 BCI VR 기기를 제작했으니, 중요한 특허는 전부 링크랩스가 가지고 있었고, 이를 우회할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덕분에 페이스노트는 엔플과 NS 등을 제치고, 스노우 크래시에 이어 미국 시총 2위로 올라선다.

스노우 크래시의 클라우드와 페이스노트의 SNS.

출발점은 달라도 목적지는 똑같이 메타버스다. 그러니 이번에는 그가 온전히 링크랩스를 먹도록 놔둘 생각이 없다.

기왕 먹기로 마음먹었으니,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내가 다 먹어야지.

그렇게 생각하는데, 골든버그 CEO가 물었다.

“이번에는 제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예.”

그는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컨티뉴 캐피탈이 페이스노트를 공매도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입니까?”

“…….”

소문이 벌써 거기까지 퍼졌어?

하기야 무려 420억 달러를 공매도했다.

소문이 안 퍼질 리 없겠지.

이 정도 자금을 한 종목 공매도에 쏟아부을 수 있는 회사는 몇 안 된다.

아니, 사실상 이런 식의 투자를 할 수 있는 건 컨티뉴 캐피탈밖에 없다고 봐도 좋다.

증거는 없어도 확신하고 있을 것이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실 그가 화를 내지 않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누군가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이 망하기를 바라며 45조 원 정도를 공매도했다면, 쌍욕하고 내쫓아도 다들 이해해주지 않을까?

난 그의 말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이유가 뭔가요? 링크랩스 인수가 무리라고 생각해서인가요?”

“그보다는 페이스노트의 비즈니스 모델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문제입니까?”

“NS, 엔플, 구블 모두 플랫폼 기업입니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운영체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노트는 그저 그 OS 안에서 굴러가는 하나의 앱일 뿐이죠. 만약 엔플이 개인정보 보호조치 강화의 일환으로 페이스노트의 유저 트래킹을 막는 조치를 취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골든버그 CEO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내가 말한 위험 요소는 그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응 방법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

“누가 그런 얘기를 하던가요?”

“토비 브라이스 씨가 알려주던데요.”

“…….”

토비 브라이스.

다름 아닌 현 엔플 CEO 이름이다.

당연히 그가 나에게 말해줬을 리는 없을 테니, 빈정거리는 거라 생각하겠지만…….

“작년에 열린 데이터보호 국제 컨퍼런스에서 브라이스 CEO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웹사이트 방문, 앱 사용 내역, 구매한 상품, 검색 정보 등의 이용자 기호가 담긴 데이터는 수십억 달러에 거래된다. 페이스노트 등 빅테크 기업들은 개인정보를 상업적 무기로 남용하고 있다’고 말이죠. 아마 적절한 시점에 자시 앱을 제외한 다른 앱들의 유저 트래킹을 중단할 가능성이 큽니다. 페이스노트는 현재 매출의 95퍼센트 이상을 광고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매출에 타격을 받겠지만 페이스노트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겁니다.”

정작 엔플도 이용자의 데이터를 악착같이 수집하고 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원래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 아니겠나?

“그것 때문에 공매도를 한 겁니까?”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뭔가요?”

“페이스노트는 부도덕한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내 말에 골든버그 CEO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설마 피도 눈물도 없다는 월가의 사모펀드 대표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네요.

나 역시 그의 면전에 대고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난 태블릿을 건네주었다.

“지난주에 저희 쪽에서 작성한 사내 리포트입니다.”

그는 그것을 받아 한동안 훑어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

“알고리즘이 우울증, 분노, 증오를 유발하고, 혐오를 조장한다구요? 재밌는 얘기네요.”

“사실이 아니라는 건가요?”

골든버그 CEO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전부 헛소문입니다.”

“관련 기사도 여럿 있던데요.”

“기자들이 악의적인 기사를 쓰는 건 늘 있는 일이죠.”

이게 뭐 대단한 비밀도 아니고, 전문가와 언론이 여러 차례 지적했던 사안이다.

그럼에도 페이스노트는 알고리즘을 수정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페이스노트가 알고리즘을 이렇게 설계한 이유는, 그게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노트의 주가에는 이제까지 성장성이 앞으로도 지속될 거라는 전망과 함께 미래에 벌어들일 수익이 반영되어 있다.

만약 알고리즘을 수정해 이용자와 이용 시간이 감소하면, 주가는 바로 폭락한다.

그러니 문제라는 것을 알아도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누구도 페이스노트라는 거대한 제국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라는 자신감도 있을 테고.

원래 높은 자리에 오래 있다 보면 도덕성이 무뎌지기 마련이다.

처음 창업했을 때만 해도 그는 순수한 청년이었을 것이다.

단지 돈을 떠나 페이스노트를 통해 모든 사람을 하나로 연결하겠다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저희는 이 문제를 계속 파고들어 볼 생각입니다.”

“쓸모없는 짓일 텐데요.”

난 웃으며 말했다.

“상관없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도전해서 실패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

“그리고 제 취미가 진실을 찾는 거라서요.”

왜냐하면 진실은 돈이 되기 때문이지.

골든버그 CEO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한번 열심히 해보세요. 과연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얘기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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