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283화 (283/529)

283화. 페더 (6)

시드가 스테이블 코인 페니를 만드는 사이.

데이비드는 월가의 은행들과 협약을 맺었다. 컨티뉴 캐피탈과 손을 잡고 싶어하는 곳은 많은 만큼 별로 어려울 건 없었다.

그리고 난 페니의 생태계 확장을 위해 투자한 회사들 설득에 들어갔다.

코인만 만들면 뭐하나? 쓸 데가 있어야지.

난 블랙우드 인터내셔널 피터 테일러 회장과 통화했다.

그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잘 지냈나?]

“예. 회장님께서도 잘 지내시죠?”

[하하! 그야 물론이지.]

참고로 블랙우드는 초고가 공유숙박과 공유전용기 사업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랜섬웨어 사태 이전보다 주가가 배로 뛰었다.

이게 다 내 조언과 스노우 크래시의 헌신 덕분이었던 만큼, 우리의 관계는 끈끈하다. 오죽하면 테일러 회장이 나보고 이사회로 들어오라고 하겠는가?

“보내드린 자료는 보셨죠?”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봐도 잘 모르겠더군. 그래도 이사회에서 검토 중인데, 다들 긍정적이네.]

“예. 좋은 겁니다. 향후 결제와 관련해 인력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도 있을 테구요.]

[자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화폐 유통은 경제를 활성화하는 만큼, 다들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이 얘기를 가장 반긴 건 레전드게임즈의 탐 스콧 CEO.

그는 기뻐하며 말했다.

[레전드게임즈는 스테이블 코인 도입을 적극 찬성합니다. 당장 결제에 쓰일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어요.”

사실 게임만큼 암호화폐와 잘 맞는 곳도 없다.

인게임 구매는 물론이고, 유저들끼리 아이템 거래나 계약 등에 다양하게 쓰일 수 있으니까.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이 있으니, 각종 사기도 예방할 수 있고.

그런데 스콧 CEO가 좋아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페니를 사용하면 엔플과 구블 놈들에게 인앱 결제 수수료를 안 내도 되지 않겠습니까?]

“아…….”

이것 때문이었어?

나이트 라이트는 인기에 힘입어 얼마 전 모바일로도 출시됐다.

PC와 콘솔이 없는 사람은 있어도 스마트폰 없는 사람은 없다. 역시나 모바일로 출시하자마자, 이용자가 크게 늘며 이용자 비중이 단숨에 30퍼센트로 치솟았다.

[그놈들은 결제금액의 30퍼센트의 수수료를 징수하고 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말이 안 되죠.”

[엔플과 구블의 수수료로 인해 게임업계뿐 아니라, 거의 모든 콘텐츠 회사들이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구블에서 게임 외 콘텐츠에서도 인앱 결제를 강제해 논란이 좀 생겼죠.”

구블은 원래 게임에만 인앱 결제를 강제해 수수료를 징수했는데, 이를 다른 콘텐츠에도 확장해 적용한 것이다.

이로 인해 OTT나 웹툰 등 콘텐츠 회사들은 요금을 인상했다.

똑같은 웹소설 한 편을 보더라도 PC나 웹에서 사이트로 들어가 결제하면 100원이지만, 앱 내에서 결제하면 120원인 이상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는 분노하며 소리쳤다.

[콘텐츠 제작자들의 수익이라고 해봐야 30퍼센트가 안 되는데, 수수료가 30퍼센트라는 건 날강도나 다름없는 짓입니다! 결국 피해는 소비자들이 보게 됩니다!]

“그래서 현명한 소비자들은 인앱 결제 대신, 사이트로 들어가 결제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엔플과 구블은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막았고, 어길 시에는 앱을 삭제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사이트로 들어가 결제하면 가격이 그대로라는 사실을 모르고,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앱 내에서 더 비싼 가격에 결제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계약할 때 약속했던 대로 반드시 그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그러자 스콧 CEO는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만 믿겠습니다.]

난 이번에는 렌츠 대표와 통화했다.

“이제 준비는 대충 끝난 것 같네요.”

그는 웃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창 CEO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네요.]

* * *

레너드 창.

홍콩 센트럴에서 태어난 그는 원래 금융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당시 중국의 IT 시장은 무섭게 성장 중이었다. 그는 중국과 선전의 발전을 지켜보며, 그곳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핀테크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친구를 통해 우연히 반트코인을 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반트코인은 개발자들 사이에서 재밌는 장난감 정도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그는 반트코인을 본 순간 블록체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건 세상을 바꿀 기술이야!’

블록체인은 P2P 방식을 기반으로 소규모 데이터들이 마치 ‘체인’ 형태로 무수히 연결돼 ‘블록’을 형성한다.

중앙 서버에 정보가 보관되는 기존 시스템에서는 관리자가 마음만 먹으면 기록의 위변조와 삭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블록체인에서는 모두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누구도 이를 위조하거나 삭제할 수 없다.

이는 정보를 다루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었다.

반트코인에 이어 엘더리움이 나오며,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덕분에 제3의 인증기관 없이 개인끼리의 계약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 컨트랙트로 인해 블록체인은 1.0에서 2.0으로 넘어갔고, 무한한 가능성이 열렸다. 이때부터 각종 암호화폐들이 쏟아져 나왔다.

레너드 창은 반트코인과 엘더리움을 채굴했고, 각종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를 만들었다.

처음 수년 동안은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암호화폐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거래소 역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블록체인 기술이 뭔지, 이 기술이 어떻게 세상을 바꿔놓을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관심이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바로 코인 가격이 얼마나 오르냐뿐이다.

중간에 해킹으로 반트코인이 유출되는 일을 겪기도 했지만, 그는 코인을 발행해 장기간에 걸쳐 피해를 배상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해냈다.

그리고 페더가 성공하며, 코인맥스는 세계 1위의 거래소로 올라섰다.

레너드 창은 이제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됐다.

그는 한 손에는 점유율 50퍼센트가 넘는 거래소를, 다른 손에는 암호화폐 시장의 기축통화를 쥐고 있었다.

이게 가능한 건 이 시장에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페더의 발행량을 조절해 암호화폐의 가격을 올리고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어떤 암호화폐를 상장할지를 결정했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개의 코인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러나 이들 중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것은 극소수다. 별 가치가 없는 코인도 상장을 하는 순간 가치를 갖는다.

그리고 그걸 정하는 사람은 바로 그였다.

개발자들은 너도나도 상장을 시켜달라고 그에게 매달렸다.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하기 위해서는 설립 기한, 매출, 자본, 회계 등 각종 요건을 충족시켜야한다.

그렇다면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을 위해서는 어떤 요건이 필요할까?

놀랍게도 아무것도 필요 없었다. 개발자가 누구인지, 어떤 프로젝트인지인지, 수익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도 필요 없고, 그저 백서 한 장만 공개하면 그만이었다.

그는 코인 개발자들에게 투자해 프라이빗 세일(Private Sale) 단계에서 대량의 코인을 사들였고, 이를 코인맥스에서 상장시켰다.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코인 가격은 수십, 수백 배가 뛰었고, 그는 상장 이후에 팔아서 막대한 돈을 챙겼다.

주식시장에서는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대주주 매도시에는 공시를 내야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그런 규정이 없다.

가격을 펌핑시킨 다음 개발자들이 물량을 순식간에 팔아치워 99퍼센트를 폭락하고 도망가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

하지만 코인이 상장 폐지되더라도 거래소는 어떠한 책임도 질 필요가 없었다.

레너드 창은 이 세계의 신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 정도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블록체인 기술은 날이 갈수록 진화를 거듭했다.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 디파이(DiFi)가 탄생했고, 탈중앙화 자율 조직인 다오(DAO)가 만들어졌고, 대체 불가능한 토큰인 NFT는 마치 미술품처럼 거래됐다.

정치가 불안하고 자국 화폐의 가치변동이 심한 후진국 중에는 반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는 나라도 있었고, 선진국들은 CBDC 발행을 준비하며 그에게 자문을 구했다.

‘미래 화폐의 발행 권한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국가 이상의 권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었다.

* * *

최근 암호화폐 시장은 불 마켓(Bull Market)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활황이었다.

반트코인과 엘더리움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알트코인들도 오르며, 작년에 비해 시장 전체의 시총이 두 배 넘게 증가했다.

투자자들과 투자금액 역시 크게 늘어났다.

이런 와중에 스노우 크래시의 페니 발행 소식이 시장을 뒤흔들었다.

예치금과 발행량은 블록체인 안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고, 만약 예치금이 발행량 아래로 떨어질 경우 보유자에게는 자동으로 경고가 뜨도록 했다.

물론 예치금의 95퍼센트를 미국의 장단기 국채로 보유하고 있으니,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처음 발표를 봤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스노우 크래시가 클라우드 내 거래 활성화를 위해 시험 삼아 발행하는 거라 여겼다.

그런데 발행 규모가 상상을 초월했다.

초기 발행량은 무려 500억 개!

이를 위해 컨티뉴 캐피탈은 신탁계좌에 500억 달러 규모의 국채와 예금을 예치했다.

-이런 미친!

-500억 달러라고?

-이 정도면 시총 7위인데?

-얘들 미쳤네!

-아니, 저만큼 발행해서 어디에 써?

-클라우드 내에서 쓰이는 용도라기에는 너무 많지 않나?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해 디파이로 진출하려는 건가?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증권형 토큰을 발행한다거나, 파생상품이나 보험계약을 결합한다거나.

발행 규모가 너무 컸기에 다들 금융 쪽과 관련해 뭔가를 할 거라고 짐작했다.

역시나 스노우 크래시는 페니를 공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디파이 프로젝트를 출시했다.

페더를 예치해놓으면 3개월에 5퍼센트 이자를 지급한다. 담보로 페니를 예치하고, 이자 역시 페니로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암호화폐 관련 사이트들은 떠들썩했다.

-3개월만 스테이킹 해놓으면 5퍼센트를 준다고?

-1년이면 무려 20퍼센트 수익인데.

-페더 디파이 중에서는 최대 이자율 아니야?

-우와! 대박! 이거 진짜야?

-은행에 돈 넣어놓는 것보다 페더를 스테이킹 해놓는 게 훨씬 낫겠는데.

-페더로 뭘 하려고 저만큼의 이자를 주는 거지?

-일단 페니를 이자로 풀어서 유통하려는 거 아닐까?

-그런데 페니는 거래소에서 거래가 안 되잖아. 받으면 다들 달러로 바꿀 텐데.

-저거 안전한 거겠지?

-발행량이랑 자산 다 공개되어 있음. 접속하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음.

-설마 스노우 크래시와 컨티뉴 캐피탈이 먹튀하겠음?

안전하게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며 막대한 페더가 디파이로 몰렸다.

반대로 코인맥스를 비롯해 여러 거래소에서는 페더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것을 본 레너드 창은 의문을 느꼈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화폐 발행으로 얻을 수 있는 주조차익은 어마어마하다.

컨티뉴 캐피탈과 스노우 크래시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굳이 발행량과 자산을 투명하게 공개해 시뇨리지를 포기했다.

마치 알아서 규제 안으로 들어간 것 같은 모습이었다.

게다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이자를 주는 디파이를 출시하다니.’

대체 무슨 목적으로 20퍼센트나 되는 이자를 주며 페더를 끌어모으는 걸까?

의문을 가진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 의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해소됐다.

[(WST 단독) 컨티뉴 캐피탈 록허트 대표, ‘페더는 역사상 가장 큰 폰지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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