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08화 (308/529)

308화. 블록 밸리 (2)

[(게임스파크 리뷰)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가상세계 블록 밸리!]

(전략)

온라인이나 모바일 게임의 경우 게임사가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콘텐츠 제공 속도가 소비 속도를 못 따라가기 마련이고, 게이머들은 금세 흥미를 잃는다.

그러나 블록 밸리에서는 게이머들이 알아서 계속 콘텐츠를 생성한다.

자신이 만든 게임에 친구들을 초대해 같이 즐길 수도 있고, 마음에 드는 친구들끼리 모여 각자 집을 짓고 마을을 꾸밀 수도 있다.

개발툴은 매우 쉽고 직관적이라 어린아이도 쉽게 다룰 수 있다.

원한다면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 수도 있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도 있다. 이곳에서는 상상하는 모든 게 가능하다.

블록 밸리는 기본적으로 무료로 즐길 수 있지만, 부분 유료화를 채택하고 있다. 개발자는 이 안에서 게임 아바타와 스킨, 아이템 등을 팔아 수익을 내는 것도 가능하다.

블록 밸리는 게임이 아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게임 플랫폼이다.

앞으로 이 안에서 얼마나 다양한 게임들이 나올지, 그리고 내가 만든 게임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즐겨줄지 기대된다.

* * *

[블록 밸리, 출시 첫날 가입자 1500만 명 돌파!]

[퍼플게임즈의 가치, 50억 달러로 추정]

[블록 밸리가 10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게임 내에서 게임을 만드는 건 상상도 못했다.

-새로운 게임이 만들어져서 계속 올라오는 중임. 이걸로 돈도 벌 수 있다는데?

-내 동생도 지금 게임 만들겠다고 하루 종일 붙잡고 있음.

-그래픽도 보다보면 적응 됨. 사양이 낮아 똥컴에서도 잘 돌아가네.

-이 회사도 컨티뉴 캐피탈이 투자했다며?

-응. 컨티뉴 캐피탈 아니었으면 진작 문 닫았을걸~

-컨티뉴 캐피탈은 또 잭팟 터트렸네!

-레전드게임즈에 이어서, 퍼플게임즈까지!

-콘솔로는 출시 안 하나? 난 콘솔이 편한데.

블록 밸리는 PC와 모바일로 출시됐다.

크로스 플랫폼으로 어떤 디바이스로 접속하든 하던 게임을 이어서 할 수 있다. 단,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 기능은 PC로만 제공하고, 모바일로는 플레이만 가능하다.

출시 초기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하루 만에 무려 1500만 명이 가입했다. 여기에는 레전드게임즈의 프로모션 역시 한몫했다.

난 탐 스콧 CEO의 전화를 받았다.

[완전 대박입니다. 덕분에 레전드게임즈 스토어의 다운로드 역시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제 시작인데요.”

향후 블록 밸리는 하루 이용자수가 50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성장하니까.

레전드게임즈 스토어는 아예 블록 밸리를 카테고리에서 따로 분류해 접속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덕분에 블록 밸리는 기존에 레전드게임즈가 갖춰놓은 메신저, 친구초대, 음성채팅, 게임방송과 후원 등의 시스템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었다.

이는 두 회사를 전부 컨티뉴 캐피탈이 인수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징 중 하나는 10대의 이용률이 압도적이라는 것.

청소년들은 게임을 한다기 보다는 블록 밸리를 친구들을 만나는 소셜 네트워크 공간처럼 활용했다.

동호 선배는 반을 보더니 혀를 내둘렀다.

“우와! 블록 밸리가 이 정도였어?”

“잘 될 거라고 했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라니. 이건 뭐 브라더후드M도 씹어 먹겠는데.”

“에이, 어디서 그런 확률 조작질이나 하는 게임과 비교해요?”

이런 훌륭한 게임을 브라더후드M과 비교하는 건 모욕이나 다름없다.

아직 블록 밸리는 완성된 게 아니다. 앞으로 계속 개발툴을 추가하며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우리는 축배를 들었다.

“다들 고생 많았어요.”

세 사람은 아직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설마 자신들이 만든 게임이 출시하자마자 이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둘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모양이다.

“우, 우리 게임이 이 정도 대박이 터지다니.”

“혹시 꿈은 아니겠지?”

“전부 대표님 덕분입니다.”

뭐, 내 역할이 크긴 했지.

블록 밸리는 원래 인디 게임으로 출시된 만큼 서비스 초기에 사람이 몰려서 서버가 터져나가기 일쑤였다.

적은 인력으로 오류와 버그 등을 잡고, 기능을 추가하는 것도 일이었다.

결국 서비스가 정상궤도에 오른 것은 출시 후 3년쯤 지난 뒤. 그러나 이번에는 내가 미리 개발비를 대주었고, 레전드게임즈와 협업 및 스노우 크래시에 부탁해 기술적인 지원까지 해주었다.

덕분에 엄청난 흥행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게임의 성공에 큰 도움을 준 사람이 한 명 더 있습니다.”

찰스의 말에 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정말 엄청난 도움이 됐지. 그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 지도.”

난 그들에게 물었다.

“그게 누굽니까?”

찰스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대표님께서도 전에 보시지 않았습니까? 스티브 보스틱이라고.”

“아…….”

켄이 말했다.

“개발이 막히고 힘들 때마다 다 같이 스티브를 떠올리며 힘냈거든요. 스티브를 엿 먹이겠다는 생각으로 개발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루퍼스도 한마디 했다.

“마, 맞아. 스티브가 아니었다면 진작 접었을지도 몰라. 푸흡!”

이렇게 행복하게 웃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정말이지 블록 밸리 개발에 스티브 보스틱이 큰 역할을 했구나!

난 일전에 잠깐 봤던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지금쯤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 * *

블록 밸리의 성공은 게임 업계를 뒤흔들었다.

애초에 장르가 다른 만큼 트리플A급 게임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일은 없겠지만, 블록 밸리로 인해 인디 게임의 판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게임회사에서는 어디를 가나 온통 블록 밸리 성공에 대한 얘기였다.

“대체 어떻게 그런 걸 기획한 거지?”

“우리 아들도 요즘 거기에 푹 빠져 살던데.”

“요즘 애들한테는 게임이 아니라, 페이스노트나 린스타그램과 다름 없는 모양이야.”

“그거 안하면, 친구들과 대화를 못한다는데.”

그 얘기를 들으며 스티브 보스틱은 억울해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고작 인디 게임이었다.

성공한다 한들 얼마나 성공하겠는가?

그러나 그것은 그의 착각이었다.

개발 초기 블록 밸리는 싱글플레이 중심의 샌드박스형 RPG였다. 그런데 설마 이걸 게임 플랫폼 형태로 만들어 출시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알았으면 회사를 안 나갔지!’

일각에서는 기업가치가 50억 달러가 넘을 거라는 얘기가 있었다.

‘컨티뉴 캐피탈이 70퍼센트를 갖고 있다 해도, 50억 달러면 인당 5억 달러잖아!’

블록 밸리의 성공으로 창업자들은 전부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심지어는 초기에 합류한 직원들마저도 수십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공동 창업자였던 그는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했다.

스티브 보스틱은 분통을 터트렸다.

“이런 젠장!”

한때 그는 퍼플게임즈의 공동 창업자이자 리더였다. 그러나 현재는 더티독의 일개 직원일 뿐이다.

분을 삭이며 출근해 일하고 있는데. 누군가 그를 호출했다.

스티브를 부른 사람은 넬 올드만.

게이머들이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게임 업계의 스타 개발자다.

성격이 별로 좋지 않기로 소문났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최고였다. 그는 프로그래머로 입사해 이후 게임 디자이너와 기획자를 거치며, 더티독을 현재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모기업인 소뉴에게 그 공을 인정받아 얼마 전 공동사장 자리로 올라섰다.

넬 올드만은 현재 매우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항상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해왔다. 그해 최고의 게임이라는 GOTY도 무려 두 차례나 수상했다.

올해 발매될 신작에도 업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런데 갑자기 듣도 보도 못한 인디 게임사에서 출시한 게임이 엄청난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그리고 그 회사의 창업자였다는 놈은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고 있었다.

넬 올드만은 스티브에게 청천벽력 같은 말을 했다.

“당장 짐 싸서 나가.”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팀 동료들과 사이도 안 좋고, 일도 제대로 안 하고, 성과는 없고. 이런 사람이 더티독에 계속 있을 이유가 있나?”

“그, 그건…….

더티독은 소뉴 최대의 퍼스트 파트너인 만큼, 업계 최고의 실력자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스티브 보스틱의 능력은 금방 바닥을 드러냈다.

그럭저럭 쓸 만한 개발자는 될지 몰라도, 더티독에서 일할 정도의 능력은 못 됐다.

그런 주제에 프라이드는 쓸데없이 높아서 배우려는 자세도 없었다.

넬 올드만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처음에는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지켜봤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냥 실력이 형편없는 거였군. 이력서에는 ‘해머 워리어’도 본인이 다 개발했다는 식으로 써놨던데, 내가 확인해본 것과는 좀 다르고.”

스티브는 매달렸다.

“다시 생각해주십시오. 이렇게 갑자기 자르면 전 어디로 가라는 겁니까?”

넬 올드만은 조롱하듯 말했다.

“다시 퍼플게임즈로 가보는 건 어때? 그쪽 요즘 사람 많이 구하는 모양이던데.”

“…….”

회사에서 쫓겨나 집으로 돌아온 스티브 보스틱은 분노를 터트렸다.

“이런 젠장!”

그의 친구들은 게임 성공 덕분에 억만 장자가 된 반면, 그는 실업자가 됐다.

세상에 이런 억울하고 불공평한 일이 또 있을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그런 그에게 한 남자가 찾아왔다.

“누구십니까?”

“안녕하세요, 스티브 보스틱 씨. 디터리치 로펌에서 왔습니다.”

디터리치는 게임 업계에서 저작권 관련 소송으로 유명한 곳이다.

블록 밸리가 성공하며 창업자들의 사연 역시 대중에게 알려졌다.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 의견이 맞지 않아 회사를 떠났다는 사실도.

미국은 소송의 천국.

잘만 하면 한 몫 챙길 수 있는 기회인만큼, 로펌에서 먼저 그에게 손을 내밀러 찾아온 것이다.

변호사는 그에게 말했다.

“보스틱 씨는 퍼플게임즈의 공동 창업자였고, 블록 밸리의 초기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그 물음에 스티브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초창기 제가 아이디어를 내고, 같이 개발했던 겁니다! 그러다가 불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나온 거구요.”

“그 말이 맞다면 퍼플게임즈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거액의 배상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게 정말입니까?”

“예. 보스틱 씨는 그냥 직원이 아닌 공동 창업자이지 않았습니까? 회사 지분을 포기했다고 해도 개발에 기여한 게 확인된다면 충분히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상이면…… 얼마나 될까요?”

“최소 수백만 달러입니다. 만약 매출의 일정 부분을 받는다면 수천만 달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수천만 달러라니!’

스티브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소송을 하겠습니다.”

그 말에 변호사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저희 로펌과 계약을 하시겠습니까?”

그 순간, 일전에 동료들을 만나 계약서에 사인했던 일이 떠올렸다.

“저기, 그런데 일전에 퍼플게임즈를 상대로 돈을 받고 사인한 게 있는데요.”

“계약서를 한번 볼 수 있을까요?”

그는 대충 서랍에 던져 놓았던 계약서를 찾아 변호사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을 본 변호사는 인상을 찌푸렸다.

“여기 보면, 퍼플게임즈와 블록 밸리에 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고 되더 있군요. 이런 계약은 왜 한 겁니까?”

“예? 그, 그럼 소송이 안 됩니까?”

“10만 달러를 받고 본인이 권리를 포기했는데, 어떻게 소송이 됩니까?”

“아, 아니! 전 속은 겁니다. 블록 밸리가 이런 게임이 될 줄은 몰랐다구요.”

“강제로 협박 받아 계약서를 작성했다면 모를까, 본인 의사로 계약을 했다면 소송은 불가능합니다. 안타깝네요. 수천만 달러의 가능성을 고작 10만 달러에 팔아 넘겼다니.”

변호사는 더 이상 얘기할 것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홀로 남은 스티브는 망연자실했다.

‘만약 그때 만나 계약을 하지 않았다면…… 아니면, 10만 달러 대신 매출의 0.5퍼센트를 택했다면…….’

그랬다면 수천만 달러를 챙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계약서 한 장 때문에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스티브 보스틱은 너무 억울한 나머지 바닥에 쓰러져 울음을 터트렸다.

“흑, 흐흑…… 너희가 만든 그 게임. 그 게임이 내 게임이었어야 해. 너희가 번 그 돈, 그 돈이 내 돈이었어야 해. 으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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