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14화 (314/529)

314화. 수수료 전쟁 (2)

엔플과 구블이 레전드게임즈와 블록게임즈에 경고장을 보냈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게임업계뿐 아니라 IT업계 전체로 퍼져나갔다.

엔플과 구블은 모바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플랫폼 공룡.

스마트폰이 피처폰을 대체하고 앱마켓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수수료는 큰 논란거리였다.

그동안 개발사들은 대체로 수수료가 너무 높고, 이를 강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해왔지다.

그러나 엔플과 구블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들은 수수료 정책을 따르지 않는 회사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앱을 삭제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건물 월세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 아니야? 남이 만든 마켓에서 공짜로 장사하겠다는 게 도둑놈 심보지.

-건물 월세가 비싸다고 생각하면 거기서 장사 안 하면 되고, 앱마켓 수수료가 부당하면 거기서 안 팔면 되는 거임. 이게 바로 자유시장경제라는 거임.

-자유시장경제 좋아하시네. 현실 세계에서는 백만 개의 건물이 있으면, 백만 명의 건물주가 있음. 그런데 모바일 세계에는 딱 두 개의 건물만 존재하고, 이 건물은 무한하게 확장이 가능함. 애초에 시장이 독과점인데, 뭔놈의 자유시장경제를 얘기함?

-개발자들끼리는 경쟁해서 가격을 낮추는데, 어떻게 된 게 이놈들은 똑같이 30퍼센트임. 이게 말이 됨?

-중소 게임회사에 다니는 개발자입니다. 앱마켓에 수수료를 안 내겠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겁니다. 수수료 내고 나면 정말 남는 게 없습니다.

-앱 개발자들은 엔플과 구블이라는 지주 밑에서 일하는 디지털 소작농이나 다름없다!

-무슨 악덕 지주처럼 80퍼센트씩 거둬가는 것도 아니고, 30퍼센트면 합리적이지 않나? 어쨌거나 70퍼센트는 회사 몫이잖아.

-그러게~ 엔플과 구블은 딱 30퍼센트만 받아 가는데. 이 정도면 적당하지, 뭐가 불만이야?

-ㅋㅋㅋ 누가 들으면 순이익의 30퍼센트를 받아 가는 줄 알겠네. 총 매출의 30퍼센트를 가져가는 거임. 개발사 중 영업이익 30퍼센트 되는 곳이 얼마나 있을까? 총 100의 매출 중 60이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이고, 30이 수수료라면, 개발사 영업이익은 10밖에 안 남음. 비용을 제외하면 실제로 엔플과 구블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80퍼센트인 셈임. 이래도 이게 적당하다고?

-어…… 그렇게 생각하니 문제가 좀 있네.

-앱 개발자들만 피해를 보는 건 아닙니다. 결국 수수료는 소비자의 부담이니까요. 엔플과 구블이 걷는 수백억 달러의 수수료는 다 여러분들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겁니다.

-ㅅㅂ ㅋㅋㅋ

-그래서 레전드게임즈랑 블록게임즈는 어떻게 할까?

-그거야 컨티뉴 캐피탈이 결정하지 않을까? 두 회사 모두 컨티뉴 캐피탈 자회사니.

-뭐,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 NOS와 안드로메다에서 퇴출당하면 게임 매출이 절반 이상 박살 날 텐데.

-어차피 수수료만큼 판매금액을 올리면 그만임.

-나이트라이트와 블록 밸리 아이템 가격이 30퍼센트 오르더라도 다들 너무 놀라지 말고,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하세요.

-피해는 언제나 유저들 몫 ㅜㅜ

* * *

[엔플과 구블, 레전드게임즈와 블록게임즈에 강력한 경고장 보내]

[나이트라이트와 블록 밸리. 앱마켓 퇴출 초읽기]

[레전드게임즈 탐 스콧 CEO 과거 ‘앱마켓 수수료는 날강도 짓’이라고 발언]

[엔플 핵심 관계자, 인앱결제는 소비자의 이익과 보호를 위한 정책]

[앱마켓 수수료, 정말로 과도한가?]

난 올라오는 기사들을 살펴보았다.

그동안 엔플과 구블이 언론에 기름칠을 잘해놨는지, 대체로 정당한 조치라는 논조였다.

한창 기사를 읽던 도중, 트리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엔플이 나이트라이트와 블록 밸리에 대해 페니 결제를 중단하라는 경고장을 보냈다면서요?]

“예. 외부결제라 내리지 않으면, 게임을 앱마켓에서 삭제하겠다고 하네요.”

[큰일 아니에요?]

“큰일이죠.”

[흐음, 그런데 목소리는 태평하네요. 설마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어요?]

“모르고 있지는 않았죠.”

페니 결제를 도입했을 때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떠나지 않고 계속 남아있었던 거고.

[그럼 어떻게 대응할 생각이에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대부분 레전드게임즈와 블록게임즈가 페니 결제를 없애고, 인앱결제를 받아들일 거라고 예상하던데요. 둘 다 모바일 비중이 높아 앱마켓에서 내려갈 경우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될 테니까요.]

엔스토어와 플레이마켓의 앱마켓 점유율은 90퍼센트가 넘는다.

여기서 퇴출당한다는 건 사실상 모바일을 포기한다는 것과 똑같다.

“소송을 하는 방법도 있죠.”

[상대가 엔플과 구블인데요?]

현재 미국 시총 순위로 보면 엔플이 1위고, NS가 2위, 그리고 구블이 3위다.

미국 빅3 중 둘과 소송전을 벌인다는 것은 아무리 컨티뉴 캐피탈이라 해도 부담되는 일이다.

[설사 소송에서 이긴다 해도 결과가 나오려면 한참 걸릴 거 아니에요?]

“그렇긴 하죠.”

난 1회차 때를 떠올렸다.

원래 이 사건은 레전드게임즈와 엔플의 싸움이었다.

레전드게임즈가 나이트라이트에 외부결제 링크를 도입하자, 엔플과 구블은 앱마켓에서 나이트라이트를 삭제했다.

이에 레전드게임즈는 엔플을 상대로 소송을 벌였다.

이 소송은 당시에도 게임업계와 IT업계의 큰 관심사였다. 수많은 기업 관계자들이 증언대에 서며 설전을 벌였으니까.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만 해도 1년이 넘게 걸렸고, 당연히 양측의 항소가 이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훨씬 더 복잡했다.

레전드게임즈뿐 아니라, 블록게임즈도 있고, 이 두 기업은 스노우 크래시와 제휴를 맺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컨티뉴 캐피탈이 버티고 있고.

맞붙으면 그야말로 세기의 소송전이 벌어지지 않을까?

[그래서 계획이 뭔가요?]

“그런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트리시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럼요. 미루 씨는 항상 계획이 있잖아요.]

난 피식 웃었다.

“실행하게 되면 미리 얘기해줄게요.”

* * *

탐 스콧 CEO는 즉시 산타모니카로 날아왔다.

“어서 오십시오.”

“오랜만입니다. 다들 잘 지내셨죠?”

다들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블록 밸리가 레전드게임즈를 퍼블리셔로 정한 뒤, 탐 스콧 CEO는 개발자들을 만나기 위해 회사에 찾아왔었다.

그 뒤로도 출시 전까지 여러 차례 통화와 화상회의를 진행한 만큼,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인 상태였다.

우리는 인사를 끝내고 자리에 앉았다.

생각 같아서는 술 한잔하며 밀린 얘기를 나누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왜 이 자리에 모였는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잘 아실 겁니다.”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레전드게임즈의 CEO와 블록게임즈의 창업자들이 한자리에 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내가 아니었어도 레전드게임즈와 엔플의 소송전은 벌어졌다. 반면, 블록게임즈는 원래 엔플과 구블의 정책을 충실히 따랐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로 인해 둘이 함께 반역자(?)로 몰린 것이다.

탐 스콧 CEO는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본인들의 수수료 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퇴출이라니. 이건 협박이나 다름없습니다!”

“뭐, 그동안 레전드게임즈가 엔플과 구블의 심기를 많이 건드리긴 했죠.”

그러자 그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수수료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은 우리만이 아닙니다. 다른 게임사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컨티뉴 캐피탈이 페니를 출시한 것은 디파이의 담보로 예치하기 위함.

디파이 청산 이후에는 페니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스노우 크래시의 클라우드 내에서 사용하는 것은 물론, 블랙우드 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호텔과 공유숙박 예약에도 사용할 수 있게 했고, 그 외에도 여러 기업과 제휴를 맺었다.

전자지갑만 연결해 놓으면 전세계 어디서나 쉽게 결제할 수 있고, 결제수수료는 카드 수수료의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결산일에 바로 달러로 환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곳은 바로 레전드게임즈.

먼저 레전드게임즈 스토어에서 게임 구매와 후원, 선물 등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써릴 엔진으로 만든 모바일 게임들을 레전드게임즈 스토어로 불러들였다.

모바일 게임이란 말 그대로 모바일(스마트폰)에서 하도록 만들어진 게임을 뜻한다.

그런데 작은 화면으로 몇 시간씩 게임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배터리와 발열 문제도 있고.

때문에 탐 스콧 CEO는 이러한 게임들이 레전드게임즈 스토어를 통해 PC에서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주었다.

레전드게임즈 스토어를 통해 서비스를 하면 최적화는 물론이고, 스토어에 있는 음성채팅과 스트리밍, 후원 등 각종 부가기능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카드는 물론이고, 페니로 인게임 결제가 가능하다.

인앱결제에 비해 수수료가 절반 이하로 낮아지는 만큼, 게임사들은 10~20퍼센트씩 할인해주었고, PC로 구동하는 게이머들은 스마트폰이 아닌 레전드게임즈를 통해 결제했다.

게임사에게도 이득이고, 소비자에게도 이득이다.

그러나 엔플과 구블에게는 손해다. PC를 통한 우회 결제는 앱마켓 수수료를 갉아먹는 주범이니까.

엔플과 구블은 광고와 각종 이벤트에 배제하는 방식으로 해당 게임들에게 불이익을 줬다. 그럼에도 레전드게임즈 스토어와 제휴를 맺는 게임사들은 점점 늘어났다.

그만큼 다들 인앱결제 수수료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다만, 엔플과 구블의 눈치를 보느라 말을 못 하고 있을 뿐이지.

그러나 탐 스콧 CEO는 달랐다.

“이 수수료는 독점기업의 횡포입니다. 절대 이대로 물러서서는 안 됩니다."

그가 이렇게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것은 레전드게임즈가 게임 개발사이기 이전에, 게임 엔진 개발사이자, ESD 운영사이기 때문.

나이트라이트가 앱마켓에서 퇴출당해 매출이 준다고 해도 회사가 휘청거릴 정도는 아니다.

그러니 1회차 때도 소송전에 나섰던 거고.

하지만 블록게임즈는 사정이 좀 다르다.

출시한 게임이라고는 블록 밸리 하나뿐.

이제 막 인기를 얻고 있는 데다가 10대 이용자들이 월등히 높다 보니, 모바일 접속 비중은 80퍼센트에 달한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어디서든 접속이 가능하니까.

블록 밸리는 해당 게임 안에 수많은 창작자들이 모여 있고, 그들은 게임 내 재화인 록스를 모아 환전해 돈을 번다.

“만약 엔플과 구블에 30퍼센트 수수료를 내야 한다면, 소비자들이 더 내게 하거나, 창작자들의 몫을 깎아야 할 겁니다.”

아니면, 반반씩 내게 하는 방법도 있을 테고.

어쨌거나 누군가는 이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찰스는 우려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앱마켓에서 퇴출당하면 치명적입니다.”

사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페니 결제를 철회하고, 수수료만큼 판매금액을 올리면 그만이다.

상식적으로 수익과 점유율을 포기하면서까지 엔플과 구블과 맞설 이유는 없다.

하지만…….

난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차례대로 둘러보며 말했다.

“우리는 수수료 문제에 있어서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저쪽에서 퇴출하겠다고 하면 소송으로 대응하죠.”

내 말에 탐 스콧 CEO의 표정이 밝아졌다.

“정말이십니까?”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함께 싸우겠다고 약속했잖아요.”

1회차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단지 수수료의 문제가 아니다.

페니의 생태계는 물론이고, 향후 모바일 시장과 게임 시장의 패권이 얽혀있다. 그러니 처음부터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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