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36화 (336/529)

336화. 요코하마 일렉트론 (7)

일요일은 한가한 관계로 넷이서 함께 도쿄를 관광했다.

일도 좋지만, 놀 땐 놀아야지.

우리는 도쿄의 유명 관광지인 아사쿠사를 둘러보았다.

세나는 잔뜩 신난 것 같은 표정이다.

“재밌어?”

“응응.”

“어제는 어디 다녀왔어?”

“음, 신주쿠랑 하라주쿠랑…… 아! 이케부쿠로도 다녀왔어.”

“거기는 왜?”

“소진이가…….”

그러자 소진이는 세나의 입을 틀어막으며 말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뭐가?”

“그, 그냥 예쁜 카페랑 서점 다녀왔어요.”

선우는 알겠다는 듯 괜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가 카페랑 서점이 유명하지.”

“…….”

아니, 이케부쿠로에 뭐가 있기에 숨기려고 하는 거지?

설마 나 몰래 클럽이라도 다녀왔나?

쇼핑도 실컷 했는지 숙소에는 쇼핑백이 가득했다.

“그런데 뭘 그렇게 많이 샀어?”

“애들 줄 선물이랑 이거저거.”

“…….”

그래.

요즘 일본인들이 소비를 안 한다는데 내 동생이라도 소비를 해줘야지.

나 때문에 일본이 입은 피해를 생각한다면, 이 정도는 써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

“내 선물은?”

“응?”

내 말에 세나는 살짝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눈알을 굴리는 듯하더니, 이내 애교 부리듯 말했다.

“오빠에게는 귀여운 여동생의 존재 자체가 큰 선물이 아닐까?”

“…….”

그 선물 반품은 안 되나?

“근데 일본 진짜 싸. 한국보다 더 싼 것 같아.”

하기야 요즘 일본 물가가 싸기로 유명하지.

선우는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어렸을 때만 해도 일본은 엄청 잘사는 나라였는데.”

“그랬지.”

한때 일본은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나 넘을 수 없는 강국이었다.

그런데 세 배는 차이가 나던 1인당 GDP가 현재는 거의 엇비슷하다. 실제 근로자들 초임과 중위소득을 비교하면 한국이 더 높을 정도다.

이는 한국이 잘한 것도 있지만, 일본이 못했기 때문.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은 30년째 물가도 안 오르고, 임금도 안 오르는 희한한 국가가 됐다. 지금 일본 청년들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물가가 오르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세상에 뭐 이런 나라가 다 있나 싶다.

난 선우에게 물었다.

“게임사랑 미팅은 잘했어?”

“컨티뉴 캐피탈이 역시 대단하긴 해.”

“어째서?”

“아직 뭐 한 것도 없는데, 컨티뉴 캐피탈의 투자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미팅이 쉽게 잡히던데.”

“그래?”

“응. 다들 컨티뉴 캐피탈과는 무슨 관계냐고 묻던데.”

이래서 업계에서는 명성이 중요한 거다.

저녁때는 오다이바로 향했다.

우리는 해변공원을 걸으며 야경을 즐겼다.

돈 버는 것도 좋지만, 친구랑 여동생이랑 이렇게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송 가즈키 회장을 만나긴 했지만, 아직 일본에서의 일이 끝난 건 아니다.

나와 선우는 남기로 했고, 세나와 소진이는 월요일에는 학교를 가야 하니, 둘만 먼저 돌려보낼 생각이다.

난 소진이에게 물었다.

“재밌게 놀았어?”

“예. 오빠 덕분에 너무 재밌었어요.”

즐겁게 놀았다니 다행이다.

세나는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벌써 돌아갈 생각하니 아쉽다. 며칠만 더 있다 가면 안 되나?”

“응. 안 돼.”

“후우웅.”

세나는 땡땡이를 치고 싶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공부를 하든 안 하든 학교는 빠지면 안 된다. 뭐, 나야 F 안 맞을 만큼 수업을 빼먹긴 했지만.

그래서 내 학점이 그 모양인 것이다.

* * *

[(WST) 레전드게임즈와 엔플의 소송전. 탐 키튼 CEO 증인 출석]

(전략)

레전드게임즈와 엔플의 재판에 탐 키튼 CEO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국회 청문회를 한 차례 출석한 적은 있었지만, 엔플의 CEO가 재판에서 증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그가 증언대에서 어떤 말을 할지에 대해 대중들의 시선이 주목됐다.

탐 키튼 CEO는 4시간에 걸쳐 판사의 질문에 답하고, 엔플의 입장을 전했다.

엔플이 엔스토어 입점 업체를 상대로 부당하거나 과도한 검열을 했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엔플은 항상 돈보다 유저를 생각한다. 만약 우리가 앱에 대해 강력한 검열을 하지 않는다면, 유저의 사생활과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엔스토어가 엉망이 되면 유저뿐만 아니라 개발자에게도 끔찍한 일이다. 유저가 안심하고 사용하고 거래할 수 있는 장터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소송의 핵심인 엔스토어 수수료도 언급됐다.

‘애플은 개발자들을 위해 엔스토어를 개방했다. 이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것은 매우 공정하며 경제적으로도 당연한 일이다. 엔플은 앱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고, 이를 위해 수익이 필요하다. 만약 각 업체의 외부 결제를 허용한다면, 이는 엔플이 얻을 수 있는 모든 수익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수수료가 전혀 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독점에 관한 질문이었다.

판사는 ‘엔폰과 엔스토어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질문했고, 탐 키튼 CEO는 ‘엔플은 이미 구블, 유성, 자오미 등과 같은 경쟁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엔플의 점유율은 고작 15퍼센트에 불과하다. 따라서 엔플은 독점 기업이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략)

재판의 결과와는 별개로 엔플은 레전드게임즈라는 경쟁자와 싸워야 하는 입장이 됐다.

레전드게임즈는 클라우드 게이밍과 저렴한 결제 수수료를 무기로 게임사들을 끌어들였고, 엔플은 더 이상 30퍼센트의 수수료를 고수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변수는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레전드덱이다.

레전드게임즈는 휴대용 게임기를 만들겠다고 발표하고, ADM과 유성전자와의 협력을 공식화했다.

탐 스콧 CEO는 레전드덱이 콘솔과 모바일 게임을 아우르는 디바이스가 될 것이라 밝혀 많은 게이머들의 지지를 받았다.

* * *

엔플은 지금도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고, 모두가 독점 기업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법원에서 독점기업으로 낙인찍히는 것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야 했다.

때문에 탐 키튼 CEO는 직접 법원에 나가 네 시간에 걸쳐 엔플의 입장을 설명해야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론은 별로 좋지 못했다.

법정 싸움과는 별개로 여론전에서는 이미 패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탐 키튼은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SCM 관리자 출신답게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최근 뭔가 어긋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 원인은 바로 컨티뉴 캐피탈이다.

법정에서 증언을 마치고 돌아온 팀 키튼은 비서의 보고를 받았다.

“한미루 대표가 일본에서 송 가즈키 회장과 만났습니다.”

그 말에 탐 키튼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무슨 이유로?”

“요코하마 일렉트론 지분 인수에 대해 논의한 것 같습니다.”

“……뭐라고?”

인사이트 펀드가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은 그 역시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엔플이 거기에 10억 달러를 투자했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인사이트 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의 가치가 두 배 가까이 오르며 잘한 투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그 평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때문에 엔플 역시 투자금을 회수할지 말지에 대해 고민 중이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요코하마 일렉트론을 매각할 거라는 건 알았지만, 설마 컨티뉴 캐피탈이 인수하겠다고 나설 줄은 몰랐다.

‘어째서 컨티뉴 캐피탈이 반도체 장비회사를 인수하려는 거지?’

그는 재빨리 지시해 상황을 알아보았다.

소문에 따르면 컨티뉴 캐피탈은 유성전자와 PIF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자금력까지.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조합이다.

유성전자가 동우정밀, 그리고 NP세미 인수로 얼마나 큰 이익을 봤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번 인수 역시 뭔가 있는 건가?’

이게 엔플의 향후 전략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까?

엔플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디바이스를 파는 회사지만, 직접 생산하는 제품은 단 하나도 없다.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전부 외주를 맡긴다.

제품을 직접 생산하기 위해서는 공장과 많은 수의 직원을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골치 아픈 문제는 다른 회사에 떠넘기고,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만 매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엔플은 한 번에 엄청난 양을 구매하는 만큼, 수많은 업체들이 납품하기 위해 줄을 섰다.

이에 엔플은 동일 부품에 대해 여러 개의 업체를 경쟁시키는 방식으로 납품단가를 떨어트리고, 납품 안정성을 확보했다.

그런데 유일하게 단 한 곳에만 독점 생산을 맡기는 부품이 있으니, 바로 디바이스의 두뇌라 할 수 있는 APU다.

이를 생산하는 곳은 바로 PSMC.

반도체는 설계 기술 못지않게 제조 기술 역시 중요하다.

현재 7나노 이하의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대만의 PSMC와 한국의 유성전자뿐.

그러나 엔플이 경쟁사인 유성전자에 핵심 부품 생산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 게다가 기술력 역시 PSMC가 우위에 있는 만큼, 엔플은 오래전부터 PSMC와 협력해왔다.

아예 직접 비용을 투자해 엔플을 위한 전용 생산라인을 만들었을 정도다.

그런데 현재 유성전자의 APU 설계 능력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

만약 제조 기술에서 PSMC를 역전한다면?

어쩌면 향후 엔플이 유성전자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탐 키튼은 고민 끝에 PSMC 하워드 첸 회장에게 연락했다.

“컨티뉴 캐피탈이 유성전자와 손잡고 요코하마 일렉트론을 인수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PSMC 첸 회장은 심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저도 방금 소식을 전해 듣고 지금 알아보는 중입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P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회사. 그런 만큼 요코하마 일렉트론의 주요 고객이었다.

“만약 요코하마 일렉트론이 넘어간다면 어떻게 됩니까?”

[지금과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겁니다. 멋대로 납품을 중단하거나 거래 관계를 끊거나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만약 그런 짓을 했다가는 요코하마 일렉트론이 먼저 망할 것이다.

‘그럼 뭐가 목적이지?’

[요코하마 일렉트론은 현재 NIL 방식의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고 테스트 중에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순간, 탐 키튼은 머릿속에 뭔가를 떠올렸다.

유성전자는 동우정밀 인수 이후 비접촉 NIL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를 활용해 미세공정에서 EUV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설마 요코하마 일렉트론의 인수를 통해 현재 개발 중인 기술을 완성하려는 걸까요?”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컨티뉴 캐피탈과 유성전자는 손쉽게 요코하마 일렉트론을 집어삼킬 것이다.

탐 키튼은 잠시 생각한 다음 말했다.

“이렇게 하는 게 어떻습니까?”

[좋은 생각이 있으십니까?]

그는 첸 회장에게 제안했다.

“엔플과 PSMC가 컨소시엄을 만들어 인수하는 겁니다.”

이 두 기업이 손을 잡는다면, 기술력과 자금력 모두 여느 기업과 비교해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탐 키튼은 일전에 만났던 동양인 청년을 떠올렸다.

‘절대 원하는 대로 하게 놔둘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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