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41화 (341/529)

341화. 요코하마 일렉트론 (12)

[(속보) 요코하마 일렉트론 차이나 대표 해임!]

[루퍼트 리우 대표, 이사회를 상대로 소송 예고!]

[요코하마 일렉트론 중국법인을 둘러 싼 갈등]

[인수에 미칠 영향은?]

요코하마 일렉트론 차이나 대표 해임은 큰 이슈였다.

루퍼트 리우는 해임 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과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해임서류에 법인인감(Company Seal)이 찍혀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 이유는 법인인감을 루퍼트 리우 본인이 가지고 있기 때문.

루퍼트 리우 대표를 해임하기 위해서는 서류에 법인인감을 찍어야 한다. 그런데 그 법인인감을 대표가 안 내놓으니 찍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는 바로 이것을 근거로 이사회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어쨌거나 해고의 부당함은 누구나 주장할 수 있고, 소송 역시 드문 일은 아니다.

소송 결과야 한참 뒤에 나오는 만큼 전문가들은 이번 일이 인수에 끼칠 영향은 제한적일 거라 전망했다.

그런데 이번 일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 * *

요코하마 일렉트론은 전세계 반도체 회사에 장비를 공급하고 이를 관리한다.

때문에 반도체 공장이 있는 나라에는 전부 지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일본 외의 다른 나라에 있는 공장은 단 한 곳뿐.

바로 중국 상하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덕분에 요코하마 일렉트론 차이나는 급속도로 성장해 본사의 매출을 넘어섰다.

왕칭린은 이곳 공장에서 10년 넘게 일했고, 지금은 관리자 직책까지 올라갔다.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일본인 기술자들과도 많이 친해졌다.

최근 중국 반도체 시장은 더할 나위 없는 호황이었다. 주문은 3년 치가 밀려 있었고, 공장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그러나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퍼져나갔다.

“회사가 미국과 대만에 팔리는 건가?”

“리우 대표는 정말로 해임된 거야?”

“소송을 한다고 하던데…….”

“중국 공장은 별 문제 없는 건가?”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본사 매각과 대표의 해임이 동시에 일어나며, 회사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허튼 소리 그만하고 일할 준비나 해.”

왕칭린은 직원들을 다독였다. 그러나 불안감을 느끼기는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만약 구조조정이라도 벌어진다면 큰일인데.’

조업을 시작하기 전 간단한 조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 무리의 남자들이 공장으로 들이닥쳤다.

“외국인들 전부 끌어내!”

“자, 잠깐!”

“당신들 뭐야?”

험상궂은 남자들은 일제히 일본인 관리자와 기술자들을 강제로 끌어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모두가 당황하는데, 미리 지시를 받았는지 노조 간부들이 돌아다니며 직원들을 한곳으로 모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저 사람들은 뭐야?”

“공안은 아닌 것 같은데…….”

왕칭린 역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수천 명의 직원이 모인 가운데 루퍼트 리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직원들 앞에 서서 말했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요코하마 일렉트론은 엔플, PSMC, 키오노스 연합에 매각됐습니다. 이들은 중국법인을 멋대로 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차례 요청에도 불구하고 본사는 중국 공장 증설을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중국 공장을 폐쇄하고 미국과 대만으로 공장을 옮길 계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에 대해 반대하자 말도 안 되는 누명을 씌워서 회사에서 쫓아냈습니다. 매각 협상이 끝나면 중국 공장도 점진적인 폐쇄에 들어갈 겁니다.”

그 말에 왕칭린을 비롯한 직원들은 충격에 빠졌다.

“공장을 폐쇄한다고?”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런…….”

본사가 팔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 공장을 폐쇄할 수도 있다니!’

이건 처음 듣는 얘기였다.

만약 그렇게 되면 수천 명의 일자리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이다.

루퍼트 리우는 직원들을 보며 말했다.

“중국 인민들은 이 허허벌판에 공장을 세우고, 땀을 흘려가며 제품을 생산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요코하마 일렉트론 차이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저들은 이 모든 것을 빼앗아 미국과 대만으로 넘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에게 묻겠습니다! 요코하마 일렉트론 차이나는 어느 나라 기업입니까? 일본 기업입니까?”

몇몇 직원들이 선동하듯 소리쳤다.

“아니다!”

“대만 기업입니까?”

“아니다!”

“미국 기업입니까?”

질문이 이어질수록 직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왕칭린 역시 목청껏 소리쳤다.

“아니다!”

“그럼 어느 나라 기업입니까?”

그러자 모든 직원이 다 같이 소리쳤다.

“중국 기업!”

루퍼트 리우 역시 소리치듯 말했다.

“맞습니다! 요코하마 일렉트론 차이나는 중국에 있고, 중국인이 일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중국 기업입니다. 누구도 우리의 공장을 빼앗아갈 수 없습니다! 전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제가 반드시 중국의 공장, 중국인의 일자리, 그리고 중국 기업을 지켜내겠습니다! 저를 지지해주십시오, 여러분!”

그 말에 중국 직원들은 일제히 두 손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와아아! 중국 만세!”

“외국인을 전부 쫓아내자!”

따지고 보면 루퍼트 리우야 말로 중국 국적이 없는 외국인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리우! 리우!”

루퍼트 리우는 사설 경호원을 고용해 일본인 임원들과 직원들의 공장과 사무실 출입을 막았다.

그다음 그가 한 일은 본사 서버에 있는 자료를 전부 내려받아 중국 서버로 옮기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그동안 요코하마 일렉트론이 제출한 특허와 현재 개발 중인 신제품의 정보는 물론, 거래처들 목록과 납품금액, 요구사항 등등 회사의 모든 기밀 정보가 포함되어 있었다.

요코하마 일렉트론은 그동안 투자자와 애널리스트에게도 공장을 보여주지 않을 정도로 보안을 중시해왔다.

일부 핵심 기술에 대해서는 유출을 우려해 특허조차 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자료가 통째로 중국법인으로 넘어간 것이다!

기업의 기술이란 특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 기술을 다루는 노하우 역시 기술에 포함된다.

그런데 요코하마 일렉트론 차이나는 중국에서 10년 넘게 공장을 운영한 만큼, 진작 노하우를 습득했다.

때문에 본사와의 관계를 끊어도 공장의 운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반대로 본사의 계정을 해지해 중국법인 서버와 계좌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다. 본사로의 송금 역시 완전히 중단했다.

회사를 장악하는 데 성공한 루퍼트 리우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우리는 이사회가 회사의 운영을 방해하지 않고, 직원들의 합법적인 권리와 이익에 해를 끼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요코하마 일렉트론 차이나는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합작회사로, 마땅히 중국 법률을 준수하고 중국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합니다.

(중략)

또한 중국 정부와 인민들이 요코하마 일렉트론 차이나가 직면한 혼란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도움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소프트박스 측의 통제를 거부하며 독자적으로 발전해나가겠습니다.]

이는 중국법인의 독립 선언이었다.

이제 요코하마 일렉트론은 둘로 쪼개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기에 화답이라도 하듯 중국인 임직원 7300명도 합동으로 성명문을 냈다.

[요코하마 일렉트론 차이나 이사회의 루퍼트 리우 대표 해임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우리는 루퍼트 리우 대표가 법에 따라 행정 쟁의를 제출해 합법적 권리를 수호하는 것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중략)

우리는 루퍼트 리우의 영도 아래 독자적인 발전의 길로 나아가, 요코하마 일렉트론 차이나를 위대한 중국 반도체 기술 회사로 만들어나가고, 중국 반도체 산업에 이바지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우리는 중국의 관련 부서들이 나서서 중국의 전략적 자산 및 핵심 이익을 보호하고, 분쟁을 빠르게 해결해주기를 촉구한다!]

* * *

중국에 파견 나간 임원에게 보고를 받은 나카자토 회장은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소프트박스 그룹 송 가즈키 회장 역시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

한창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중국법인이 독자 경영을 선언하다니!

그는 투자에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다. 이제까지 수십 년 동안 투자를 해오면서 이런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요코하마 일렉트론의 전체 매출 중 중국 매출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법인이 떨어져 나간다는 것은 매출과 생산량 모두 반토막 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송 가즈키는 사태 해결을 위해 중국 고위층들에게 연락했다.

그는 지니바바와 다다추싱의 대주주이자 중국 IT업계의 큰손이다. 때문에 중국 정치인들은 그와 친분을 쌓기 위해 노력했고, 그가 중국에 올 때마다 환대했다.

그런데 무슨 지령이라도 받은 것처럼 모두가 연락을 피했고, 어쩌다 연결이 되더라도 급한 일이 있다며 끊었다.

몇 차례나 연락한 끝에 간신히 저우량위 시장과 연결이 됐다.

그는 상하이시의 시장이자, 상하이시 당 위원회의 부서기다.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요코하마 일렉트론이 중국 진출을 타진할 당시, 상하이에 공장을 유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현재 요코하마 일렉트론 차이나에서 벌어진 사태에 대해 알고 계실 겁니다.”

저우량위 시장은 태연하게 말했다.

[그 일로 저희도 매우 곤란한 상황입니다.]

“상하이 합작공사는 이번 일과 관련이 없다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본사 측에서 해임을 요구했고, 상하이 합작공사는 그에 따르지 않았습니까?]

“그건…….”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상하이 합작공사는 루퍼트 리우 대표의 해임에 찬성표를 던졌으니까. 다만 대표가 안 나겠다고 버티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요코하마 일렉트론은 중국 반도체 산업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기업.

중국 공장에 문제가 생길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바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묵인 없이 이런 일을 벌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자신들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발뺌한다고?’

“해임 무효 소송이야 그렇다 쳐도, 현재 사설 경호원을 동원해 공장과 사무실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있습니다. 이는 당국이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우량위 시장은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송 회장님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루퍼트 리우는 중국인이 아닌 미국인입니다. 일본 기업에서 미국인이 일으킨 문제에 대해 중국 당국이 개입하기는 힘들지 않겠습니까?]

“아니…….”

대체 언제부터 중국이 그런 걸 신경 썼다고?

중국은 공산국가답게 중국 내의 모든 기업을 정부가 통제한다. 여기에는 외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외국 기업들이 정부의 개입 때문에 중국에서 짐을 싸서 나갔는가?

만약 이번 일이 중국에 해가 된다고 판단했다면, 바로 공안을 출동시켜 상황을 정리했을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있다는 것은 이면에 뭔가 합의가 있었음을 짐작케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리우 대표가 일을 벌어지는 못 했겠지.’

“설마 그게 당의 방침입니까?”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군요. 어쨌거나 중국 정부와 상하이시는 이번 사태에 개입할 생각이 없습니다.]

“…….”

송 가즈키는 요코하마 일렉트론이 중국에 진출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중국에 공장을 세우자는 계획안에 대해 나카자토 회장은 격렬하게 반대했다.

일본 제품은 일본에서 일본인이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기술이 외부로 유출될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땅값, 인건비, 정부 지원, 거래처와의 관계 등을 감안했을 때, 일본이 아닌 중국에 짓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결국 요코하마 일렉트론은 중국에 최초로 해외공장을 세웠다.

그 뒤 중국법인의 매출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송 가즈키는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의 결정은 최악의 결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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