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85화 (385/529)

385화. 치킨 게임 (5)

BQQ치킨은 후라이드 단품 가격을 2만 원으로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2만 2천 원으로 인상했다.

그러자 한정치킨과 루루치킨 역시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제품 가격을 2~3천 원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인터넷에서는 치킨값에 대한 논쟁이 불붙었다.

-ㅋㅋㅋ 2만 원으로 올린 지 얼마나 됐다고, 2만 2천 원!

-치킨값 미쳐 돌아가네.

-3만 원은 되어야 한다는 게 농담이 아니었구나~

-매년 가격 처올리는 엔플도 이 정도는 아님.

-내년쯤에는 진짜 3만 원 가겠는데.

-상남자 홍인균! 허언 따위는 하지 않는다!

-3만 원은 너무 싸니, 걍 10만 원으로 올려라. 그래도 시켜먹나 보게~

-대체 치킨이 뭐가 비싸다고 지랄이냐? 원재료, 인건비에, 임대료에, 배달비 등등. 한 마리 팔아봐야 남는 거 2천 원도 안 된다. 무슨 거지새끼들도 아니고, 고작 2천 원 올랐다고 지랄지랄! 그렇게 아까우면 니들이 생닭 사다가 튀겨먹어라!

-홍인균 회장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여론은 ‘치킨값이 너무 비싸다’는 의견과 ‘비싸면 안 사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로 갈렸다.

어느 쪽이든 비싸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S마트는 반값 치킨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통통치킨을 출시했다.

[S마트 물가 안정 프로젝트! 치킨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치킨값에 기름을 쫙 뺐습니다!]

[통통치킨! 6,990원!]

양념을 입히지 않은 후라이드는 6,990원, 소스를 입힌 레드킹, 골드캐슬, 블랙나이트 치킨은 7,990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딱히 TV나 인터넷에 광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여론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뭐야? 치킨이 7천 원이라고?

-반 마리 아니야?

-한 마리라는데?

-응? 한 마리에 7천 원? 저 가격이 가능해?

-대체 원가가 얼마기에 7천 원이 나오지?

-딱 보니 미끼상품이네. 설마 마트 가서 치킨만 사오겠음? 치킨 사며 이것저것 살 테니, 그거 노리는 거겠지.

-그래도 너무 싼데. 프랜차이즈를 비교하면 3분의 1 아니야?

-그래 봐야 마트 치킨ㅋㅋㅋ 어디서 저런 허접 치킨을 프랜차이즈 고오급 치킨과 비교함? 저딴 치킨 공짜로 줘도 안 먹음. 저거 3개 사 먹을 바에는 BQQ치킨 하나 시켜 먹는 게 나음.

-홍인균 회장님. 여기서 자꾸 이러시면 안 됩니다.

* * *

S마트의 통통치킨 출시를 지켜본 프랜차이즈 업계는 반짝 인기에 그칠 거라 생각했다.

마트에서는 원래 치킨을 팔고 있었다. 일부 편의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프랜차이즈 업계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치킨도 저가 시장과 고가 시장이 어느 정도 구분되어 있기 때문.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통통치킨의 인기는 심상치 않았다.

매대에 올려놓기 무섭게 사람들이 집어 갔고, 어느새 마트 안에 긴 줄이 늘어섰다.

-통통치킨 넘 맛있다~

-치킨 한 마리 시켜 먹을 돈이면, S마트 가서 통통치킨 한 마리 사고, 라면이랑 과자랑 우유랑 휴지까지 사올 수 있음.

-후라이드 말고, 꼭 레드킹 드세요. 레드킹이 최고임 ㅜㅜ

-레드킹 진짜 존맛탱. 이거 개발한 사람에게 노벨상 줘야 함.

-골드캐슬과 블랙나이트도 JMT임. 이 정도면 웬만한 프랜차이즈보다 낫지 않나?

-전자렌지나 에어프라이에 데워먹어도 맛있음.

-레알~ 나 원래 식은 치킨 극혐하는데 통통치킨은 다름.

-S마트 가면 몇 개 사서 냉장고에 넣어놓고 먹어도 될 듯~

-퇴근하며 애들 주려고 사가려 했는데 품절 ㅜㅜ

-판매량 좀 늘려라! 나도 좀 사먹자!

* * *

통통치킨의 인기가 심상치 않자, 홍인균 회장은 직원에게 근처 S마트에서 사오라고 지시했다.

직원은 몇 시간 후 돌아왔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줄이 너무 길어서 한참 기다렸습니다. 1인당 한 마리씩만 판다고 하는 바람에 급하게 다른 직원들도 불러서 같이 줄섰습니다.”

치킨무와 콜라, 양념소스 등을 같이 주는 프랜차이즈 치킨과는 달리 통에 든 치킨이 전부였다.

홍인균 회장은 포장을 벗기고 먹어보았다.

“제법 준비를 하긴 했군.”

기본적으로 마트 치킨은 튀김옷이 두껍고 살이 딱딱하다. 게다가 조리 후 바로 먹는 게 아닌, 몇 시간 뒤에 먹는 특성상 기름이 흐르고 눅눅해지기 마련.

BQQ치킨에 비한다면 수입산 냉동 소고기와 투플러스 한우만큼이나 맛에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하다. 염지도 잘되어있다. 이 정도면 중소형 프랜차이즈 정도 수준은 된다고 할 수 있다.

‘대체 마트 치킨이 언제 이렇게 수준이 올라갔지?’

하지만 그래 봐야 마트 치킨은 마트 치킨. 저가 치킨 시장에서 흥행할지 몰라도 BQQ치킨에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

“이게 제일 인기 치킨이라고 합니다.”

홍인균 회장은 이번에 레드킹 치킨을 먹어보았다.

“아, 아니, 이 맛은!”

매콤함, 달콤함, 새콤함, 짭짤함이 한데 어우러지며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이건 대체 뭐지?’

이런 레시피가 있었단 말인가?

이 정도면 웬만한 프랜차이즈 치킨 이상이다. 아니, 당장 BQQ치킨에서 팔아도 손색없다.

그는 허겁지겁 다른 치킨들도 먹어보았다.

골드캐슬 치킨을 입에 넣자 달콤함이, 블랙나이트 치킨을 베어 물자 짭조름함이 느껴졌다.

이 정도면 최소한 2만 원은 받아야 한다.

아니, 3만 원을 받아도 충분하다!

‘그런데 이 치킨이 7,990원이라고?’

* * *

난 1회차 때를 떠올렸다.

그때도 치킨값이 2만 원을 넘은 뒤 소비자들의 반발이 심했고, 이때 출시된 마트의 반값 치킨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금 반응은 1회차 때보다 훨씬 폭발적이었다.

그 이유는 내가 만들어낸 소스 덕분.

역시 K-치킨은 소스 맛이지.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레시피의 개량이 필요하다. 그 부분은 S마트 측에서 알아서 했고, 성공적으로 해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단순히 가격 경쟁이 아닌 맛과 품질에서도 치고 올라온 만큼, 상위 프랜차이즈 업체들 역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당연히 치킨 프랜차이즈 3대장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난 인터넷 반응을 지켜본 다음, 유명 아나운서에게 연락했다.

[안녕, 미루야.]

“요즘 잘나간다며? 많이 바빠?”

진세연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잘나가는 건 모르겠고, 바쁜 건 맞아. 휴가도 못 가고 있어. 아! 놀러가고 싶다.]

네 전여친은 예쁜 외모에 활발한 성격. 그리고 지유의 사촌이라는 점까지 더해져서 승승장구 중이다.

“라디오 잘 듣고 있어.”

[진짜? 듣지만 말고 가끔 사연 좀 보내줘. 우리 경제 코너도 있단 말이야. 아! 한번 출연하는 건 어때? 이름 알려지는 거 싫으면, 익명의 사모펀드 관계자라고 해줄게.]

“흠.”

라디오는 얼굴이 안 나간다는 장점이 있다. 목소리야 살짝 변조하면 될 테고.

난 본론을 얘기했다.

“즐거운 라디오 생활에 BQQ치킨 홍인균 회장이 다시 출연한다며?”

[응. 내일 나올 거야. 요즘 S마트 통통치킨이 엄청난 이슈잖아. 다들 관심을 갖고 있는 모양이야.]

그는 현재 한국 프랜차이즈 협회의 협회장을 맡고 있다.

라디오에 나와서 어떤 말을 할지 뻔히 눈에 보인다.

“그거 관련해서 내가 자료 좀 보내줄까?”

[정말? 뭔데?]

“지금 보내줄게. 보면 큰 도움이 될 거야.”

* * *

SBC 라디오 방송 ‘즐거운 라디오 생활’.

아나운서 진세연이 진행을 맡은 이 프로그램에 홍인균 회장이 다시 출연했다.

“오늘 이 자리에 치킨왕 BQQ 홍인균 회장님이 다시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바쁘실 텐데 저희 방송에 다시 나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요즘 S마트 통통치킨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하실 말씀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러자 홍인균 회장은 기다렸다는 듯 열변을 토해냈다.

“최저가 이미지를 심으려는 마트의 마케팅으로 인해 프랜차이즈 치킨값이 비싸다는 오명을 쓰고 있어서 너무 억울합니다. 애초에 마트에서 저가 냉동닭으로 대충 튀긴 치킨과 신선한 생닭을 재료로 숙련된 조리사가 수십 년간 연구한 노하우가 담긴 조리법으로 정성 들여 튀긴 치킨이 같습니까? 냉동닭으로 만든 치킨과 생닭으로 만든 치킨은 맛과 육향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 둘은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조차 없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저희가 S마트 측에 문의해보니, 100퍼센트 국내산 냉장 계육만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고, 프랜차이즈에서 납품받는 닭과 품질 면에서 전혀 다를 게 없다고 합니다. 일부에서 수입산이나 냉동계육을 사용한다는 악의적인 루머를 퍼트리고 있는 것에 큰 우려를 하고 있으며 강경 대응하겠다고 합니다.”

그 말에 홍인균 회장은 당황했다.

“크흠! 제 말은 S마트가 아니라, 일부 마트에서 냉동닭을 사용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전 S마트라고 한 적 없습니다.”

“네, 그렇군요.”

“아, 아무튼 닭은 닭이고, 치킨은 기름의 질도 매우 중요합니다. 규정대로 조리하는 프랜차이즈와는 달리 마트에서는 오래돼 산패된 기름을 교체하지 않고 계속 사용합니다. 이렇게 하면 맛도 떨어지고 위생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S마트에서는 당일 새 기름만 쓰고, 주기적으로 교체한다고 합니다. 조리실 CCTV 영상도 공개했는데, 위생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방금 마트 치킨은 산패된 기름으로 튀긴다는 말씀 역시 S마트가 아닌, 다른 마트를 지적하신 거죠?”

“네. 뭐. 그렇습니다.”

재료와 위생 문제를 지적하며 통통치킨을 깎아내리려고 했으나 씨알도 먹히지 않자, 홍인균 회장은 다른 얘기를 꺼냈다.

“통통치킨은 마트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미끼상품입니다. 치킨은 손해 보고 팔며, 다른 상품을 사도록 과소비를 유도해 이익을 챙기는 방식이죠. 제가 원가를 계산해보니, 도저히 그 가격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는 손해 보며 팔아도 되지만, 저희 같은 영세업체들은 도저히 그럴 수 없습니다. 이건 명백히 공정거래법 위반입니다.”

“오늘 회장님께서 나오신다고 하셔서 제작진 측에서 S마트에 원가를 문의해봤습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원가 부분에 있어서 큰 차이가 나더라구요. S마트 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손질된 생닭의 도매가가 3,500원, 기름 및 기타 재료가 1,500원. 양념치킨의 경우 여기서 1,000원이 추가되구요. 세금을 제외하면 대략 1,000원에서 1,500원 정도의 마진이 남는다고 합니다.”

“예? 아, 아니…….”

‘설마 이렇게 대놓고 원가를 공개한다고?’

홍인균 회장은 바로 반박했다.

“거기에는 인건비와 임대료가 빠져있지 않습니까?”

“그렇네요. 임대료야 어차피 마트에서 파는 상품이니 제외하더라도, 인건비를 포함할 경우 마진이 더 줄어들겠군요.”

“바로 그겁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부분이 생닭 가격인데요. BQQ치킨의 경우 가맹점에 공급하는 가격인 5,200원…… 아니, 얼마 전 올리셔서 5,700원인 것과는 큰 차이가 나네요. 같은 닭인데 이렇게 차이 나는 이유가 있나요?”

“BQQ치킨만의 특수 비법으로 염지한 닭이니 직접 비교가 힘듭니다.”

“염지비용이 2천 원이나 들어간다구요? 대체 어떤 재료로 염지를 하기에 그렇게 비싼가요? S마트 측의 염지비용과 비교하면 몇 배가 차이 나는데.”

“……그건 영업비밀입니다.”

라디오에 나온 이유는 통통치킨을 깎아내리고, 대형마트의 치킨 시장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불러일으키기 위함.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보려고 했는데, 설마 저쪽에서 미리 자료를 건네줬을 줄이야.

홍인균 회장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아무튼 치킨은 서민 음식입니다. 그런데 이런 서민 음식, 골목상권까지 대기업이 진출해 시장을 어지럽혀서야 되겠습니까? 그렇게 경쟁자들을 다 죽인 다음 가격을 올린다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들이 입게 될 겁니다. 저희 프랜차이즈 업계는 생존권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그러자 진세연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지난번에는 치킨은 서민 음식이 아니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또 서민 음식이라고 하시고. 어느 쪽이 맞는 건가요?”

“그건…….”

“설마 가격을 올릴 때는 서민 음식이 아니고, 대기업이 진출해 경쟁이 심화되면 서민 음식인 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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