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94화 (394/529)

394화. 모카뱅크 (6)

IPO 시장은 역대급 활황이었고, 이때를 틈타 대기업 계열사와 스타트업들이 줄을 지어 상장했다.

여기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곳이 바로 KD증권.

KD증권은 담당자들은 물론 조경휘 사장까지 발로 뛰며, IPO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영업한 결과 비상장기업 중 최대 규모라는 모카뱅크의 상장 주관사 자리를 따낼 수 있었다. 수수료를 최저로 깎아주고, 최대한 높은 공모가를 받아내겠다고 약속한 점이 주효했다.

그 약속대로 KD증권은 공모가를 최대한 높여 잡았고, 밴드 최상단인 52,000원에서 결정됐다.

상장시 주관사가 받는 수수료는 2~3퍼센트 수준.

기관과 개인의 공모 물량을 합치면 5조 원 규모였으니, 단순 계산해도 KD증권은 1천억 원 이상의 수익을 얻은 셈이다.

공모가가 비싸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상장 이후 주가가 두 배나 오르며 이러한 논란을 불식시켰다.

오히려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더 높게 책정하지 못한 걸 아쉬워했을 정도다.

그런데 갑자기 상상도 못 한 악재가 터졌다.

KD증권에서는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조경휘 사장은 호통을 치듯 말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컨티뉴 캐피탈이 대체 언제부터 공매도를 친 거야?”

박현동 본부장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무래도 상장 전부터 준비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빨리 움직일 리 없을 테니까요.”

회의 참석자들도 한마디씩 했다.

“리포트를 낸 이후에도 공매도를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관들이 투매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관들 대부분은 보호예수를 걸지 않았거나 최대한 짧게 걸어놓았다. 이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주식을 내던질 것이다.

이 물량을 개인들이 받아주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다행히 주가는 한 차례 하한가를 친 뒤, 조금씩 회복 중이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조경휘 사장은 GL엔텍 사태 때의 공포를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몸이 떨렸다. 때문에 컨티뉴 캐피탈 대표 데이비드 록허트가 한국에 왔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투자하는 사모펀드 대표가 있는 반면, 그는 평소 뉴욕도 잘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록허트 대표가 무슨 일로 한국에 왔는지 모두가 궁금해했다. 그러나 이내 딸의 치료 때문에 방한했다는 소문이 퍼졌고 모두가 안도했다.

그런데 설마 이런 짓을 벌일 줄이야!

조경휘 사장은 경악했다.

‘설마 타깃이 우리였어?’

엄밀히 말하면 타깃은 KD증권이 아닌 모카뱅크다.

그러나 모카뱅크를 제외하고 모카뱅크가 폭락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받게 되는 곳은 바로 KD증권이다.

상장 전 진행된 프리IPO에도 참가해 주식을 매수했고, 이후 기관청약으로도 물량을 받아 놓았다.

아직 손실 구간에 접어든 건 아니지만, 컨티뉴 캐피탈의 말대로 주가가 9,900원까지 떨어진다면 엄청난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다.

바로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에 걸어놓은 환매청구권.

이중 절반 정도는 손 바뀜이 일어났지만, 절반 정도는 아직 그대로 계좌에 있다.

만약 주가가 90퍼센트 이하로 내려간다면, 보유자들은 이를 시장에 파는 대신 환매청구권을 행사할 것이다.

그리고 KD증권은 주가가 얼마까지 떨어지든 공모가 52,000원의 90퍼센트인 46,800원에 이를 사줘야 한다.

그 금액만 약 1조 3천억 원!

이렇게 떠안은 주식을 처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조경휘 사장은 소리치듯 말했다.

“막아! 무슨 일이 있어도 환매청구권 기한이 지날 때까진 버텨야 해!”

* * *

SBC 라디오 프로그램 ‘즐거운 라디오 생활’.

통통치킨 논란 때 인기를 얻은 이 프로그램은 그 이후로도 라디오 청취율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고, 에이튜브 조회수 역시 꾸준히 30만 이상을 기록했다.

진행자인 진세연은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 증시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기업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인터넷은행 모카뱅크입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청약을 하셨고, 그만큼 모카뱅크 주식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도 많습니다. 앞으로 모카뱅크의 주가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실 텐데요. 그래서 컨티뉴 캐피탈 본사에서 일하시는 익명의 직원과 전화 통화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남성의 평범한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들은 진세연은 속으로 좀 놀랐다. 그녀가 아는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완전히 다른 사람 목소리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변조할 거라는 애기를 듣긴 했는데, 감쪽같네.’

이는 일반적으로 방송에서 사용하는 음성변조가 아닌, 로키 프로그램을 활용했기 때문.

“자기소개를 한번 해주시겠어요?”

[컨티뉴 캐피탈 본사에서 일하는 직원입니다. 직급은 VP입니다.]

“한국인이시죠?”

[그렇습니다. B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주위 사람들은 그렇게 부르거든요.]

‘H가 맞지 않나? 이니셜에 B가 안 들어가는데, 왜 B지?’

진세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컨티뉴 캐피탈이 현재 모카뱅크를 공매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많은 분들이 주가가 얼마나 더 떨어질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공매도에 나선 이유는 주가를 떨어트려 이익을 챙기기 위함인가요?”

[그렇습니다. 주가가 오를 거라 생각하면 매수를 하고, 떨어질 거라 생각하면 매도를 하거나 공매도를 하는 게 당연합니다. 오히려 떨어질 거라고 말해놓고 공매도를 하지 않았다면, 그 진위를 의심해봐야겠죠.]

“그렇지만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면 많은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습니까?”

[그건 선후관계가 좀 다릅니다.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떨어질 주식이라서 공매도를 하는 겁니다. 떨어질 주식은 어차피 떨어지고, 늘 피해는 발생합니다. 따라서 최대한 빨리 모카뱅크가 정상적인 가격을 찾아가는 게 투자자들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길입니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청취자들이 보내온 질문을 읽어 보겠습니다. ‘티끌모아파산’ 님께서 보내주신 질문인데요. ‘모카뱅크의 공모가가 높다고 하는데, 그래도 장외거래가에 비해서는 낮지 않나요?’라고 질문 주셨습니다.”

상장 이전 모카뱅크의 장외거래 최고가는 82,000원으로 공모가 대비 57.6퍼센트 높았다.

이는 공모가가 낮게 측정됐다는 근거이자 청약경쟁률이 치솟은 이유기도 했다.

[장외거래가는 거래량이 적어 표본이 되기 힘듭니다. 8만 원 이상에서 거래된 주식이라고 해봐야 1천 주가 채 안 됩니다. 컨티뉴 캐피탈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상장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인위적으로 장외거래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장외거래가가 왜곡되었으니, 큰 의미가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또한 구주매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습니다. 구주매출(Secondary Offering)은 81퍼센트인 반면, 신주모집(Primary Offering)은 19퍼센트에 불과합니다.]

한국대 경제학과 출신인 만큼 진세연은 무슨 얘기인지 알아들었지만, 청취자들을 위해 모르는 척 물었다.

“구주매출과 신주모집의 차이는 어떤 건가요?”

[상장시 공모하는 주식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기존 주주들이 가지고 있던 주식을 내놓는 것이고, 또 하나는 새로 주식을 발행하는 겁니다. 전자가 구주매출이고, 후자가 신주모집입니다.]

“그러니까 똑같은 공모주라고 해도 구주매출은 기존 주주들의 주식을 파는 거고, 신주모집은 유상증자로 새로 주식을 발행하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구주매출의 경우 주식을 매각한 금액은 기존 주주들의 주머니로 들어갑니다. 반면, 신주모집의 경우 그 돈이 회사로 들어가 신규 사업에 쓰입니다. 구주매출이 81퍼센트라는 것은 모금액 4조 원 중 3조 2천억 원을 기존 투자자들이 챙겨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애초에 상장 이유가 투자금을 모으는 것이 아닌, 초기 투자자들의 엑시트를 위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진세연은 몇 개의 질문을 더 읽었고, 상대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이번에는 ‘흑두루미’ 님께서 보내주신 질문입니다. ‘공매도는 잘못하면 손실이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는 위험한 투자기법입니다. 성공할 거라는 확실한 근거가 있나요?’라고 질문하셨습니다.”

[예. 저희는 확실한 근거가 있습니다.]

“어떤 근거인가요?”

[지금의 주가가 높다는 것을 모카뱅크 경영진이 행동으로 알려줬기 때문입니다.]

진세연은 이해가 안 되어서 물었다.

“모카뱅크 경영진이 알려줬다구요?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것은 경영진입니다. 특히 대표는 기업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사의 주가가 싼지 비싼지,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렇겠죠.”

[컨티뉴 캐피탈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임재경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이 상장 직후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 말에 진세연은 깜짝 놀랐다.

“그, 그게 정말이야? 아니, 정말인가요?”

얼마나 놀랐는지 자신도 모르게 반말이 나왔다.

그냥 컨티뉴 캐피탈의 입장을 들으려 했을 뿐인데, 설마 이런 폭탄 발언이 나올 줄이야!

그녀는 이 발언이 얼마나 시장에 큰 파장을 미칠지 잘 알고 있었다.

당장 유리벽 너머에 있는 PD와 스태프들은 사색이 된 채 고개를 내젓고 있었다. 당장 수습을 하라는 의미다.

진세연은 슬쩍 옆에 있는 모니터를 확인했다.

직전까지만 해도 보합세에 머물던 모카뱅크 주가는 역시나 수직으로 떨어지는 중이었다.

[저희는 임재경 대표를 포함해 경영진이 3000억 이상을 매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어, 어디까지나 추정이라는 말씀이시죠?”

[아! 제 말이 좀 오해가 있었을 수도 있겠네요. 추정이 아니라 확신입니다. 경영진 모두가 이렇게 한꺼번에 주식을 팔아치운다는 것은, 해당 기업의 주가가 고평가되었고 폭락할 위험이 크다는 것을 인정한 셈입니다. 안타깝게도 그 주식을 떠안은 것은 개인 투자자들입니다. 향후 주가 폭락이 현실화되면, 투자자들은 그만큼 손실을 보게 될 겁니다.]

주가는 아까보다 더 떨어지고 있었다. 이러다가 하한가를 쳐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진세연은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저희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상장 전 진행한 인터뷰에서 모카뱅크 임재경 대표는 ‘경영진 모두가 단기적 매도 의사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건 거짓말입니다.]

“예? 거짓말이요?”

[정정하겠습니다. 말하고 보니, 거짓말보다는 사기라는 표현이 적절하겠네요.]

진세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상대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책임이요? 모카뱅크의 초기 투자자와 경영진은 주식을 처분해 거액을 챙겼고, 공모를 주관한 증권사는 수수료로 거액을 챙겼습니다. 반면 그 사실을 모르고 공모주에 청약했거나, 뒤늦게 매수한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되겠죠.]

“…….”

진세연이 아무 말도 못 하는 가운데, 익명의 직원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이건 기업과 증권사가 짜고 친 거대한 사기극입니다. 그러니 책임은 그들이 져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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