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화
다시 태어난 검신(劍神)(1)
검객(劍客).
검술에 능한 자를 말하며 검의 길을 걷는 무인을 일컫는 말.
검제(劍帝).
검술에 능통하여 일가견을 이룬 자들을 말하며 검의 제왕이라 부르는 말.
그리고…… 검신(劍神)!
검의 극의에 도달한 자이자 검에 대해 최강에 도달한 이를 검신이라고 불렀다.
강호 무림에 무수히 많은 검객과 검제가 존재하여도 검신은 오로지 단 한 사람뿐이었다.
“허억, 헉!”
여기 강호 무림에서 검신, 혹은 천하제일검(天下第一劍)으로 불리는 검신 장인랑은 격한 호흡을 내뱉고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심지어 그는 전신에 피 칠갑을 하며 서서히 죽어가고 있던 것이다.
“크크큭. 나 한 사람을 죽이고자 사파 연합인 사흑천(邪黑天)과 정파 연합인 무림맹(武林盟)이 손을 잡고 천라지망(天羅之網)을 펼칠 줄이야.”
놀랍게도 천하제일검 검신 장인랑을 급습한 이들은 사흑천과 무림맹의 인원들이었다.
“튀어나온 못이 망치를 얻어맞는 법이오.”
무림맹주 천운학검(天雲鶴劍) 남일산이 두 눈을 감으며 말했다.
“검신 장인랑. 네놈은 너무 강했지만 동시에 너무 서툴렀다. 정파와 사파, 그 어느 곳에 속하지 않으면서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으니.”
이번에는 사흑 천주 광혈흑마(狂血黑魔) 태상천이 고했다.
태상천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검신 장인랑은 너무나도 강했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천방지축이었다.
게다가 특유의 오만한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의 태도는 자존심이 강한 정파의 심기를 건드렸고 그 누구에게도 머리를 굽히지 않는다는 사파의 자긍심을 건드리고 말았다.
그 결과, 이렇게 무림공적(武林公敵)으로 낙인이 찍혀 합공 당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헛소리를 장황하게 하는군.”
하나, 검신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네까짓 범인(凡人)들이 내 무공이 두려워 힘을 합쳐 기습을 했다, 이거지 않은가?”
다 죽어가도 검신은 검신이었다.
인간으로 태어나 검 한 자루를 쥐고 능히 신(神)의 반열에 오른 사나이.
검신 장인랑은 원한에 사무쳐 소리쳤다.
저들이 아무리 떠들어대도 결국 자신의 잘못은 단 하나뿐이었다.
‘내 강함에 취해…… 저들처럼 집단을 이루지 않고 문파나 세가 없이 홀로 지내왔던 탓이다.’
놀랍게도 장인랑은 후회를 하고 있었다.
여태껏 강호를 종횡무진하며 후회에 남을 만한 행동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지만, 혼자가 편하고 어디에 속하는 것이 싫어 문파를 만들자는 제안이나 검신을 흠모하여 모인 자들을 제 손으로 해체시켰다.
한데 그 행동이 추후 자신의 목을 조여 오는 판단이 될 줄이야.
“뭐라 떠들어대도 상관없소. 귀하는 이곳에서 죽을 것이니.”
천운학검 남일산은 검을 빼어 들었다.
검신 때문에 언제나 평가절하 당하고 검의 이인자로 낙인 찍혀왔던 사나이였다.
스르릉!
오늘따라 그의 검이 더 매섭고 날카롭게 빛이 났다.
“검신 장인랑. 당신의 독문 무공을 지금 모두 낱낱이 토해낸다면…… 단전을 파괴하고 무공만 폐한 채 목숨을 살려주도록 하지.”
남일산이 나서자 광혈흑마 태상천도 나섰는데 사파의 인원답게 그는 정파보다 훨씬 더 노골적이었다.
물론 옆에 있던 남일산이 놀라지 않은 것으로 보아 두 사람 아니, 두 집단은 사전에 이미 논의가 되어 있는 것이 분명했다.
“후후, 검신이 검을 잃는다면 그것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법. 헛된 소리를 하는군.”
휘청!
장인랑은 전신이 휘청거리고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눈앞이 깜깜한 상황 속에서도 다시 몸을 일으켰다.
이미 생명력의 절반은 빠져나간 상태였다.
이는 무림맹과 사흑천의 병력을 무려 수백 명이나 쓰러뜨렸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검신이라고 해도 인간인 이상 한계는 존재했고 그는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역시 무공을 빼앗는 것은 무리였나.”
“남 대협, 얼른 처리하시지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들은 결국 검신의 무공이 탐이나 공작을 벌인 것이다.
더 이상 보는 눈도 없겠다, 거리낄 게 없어져 전보다 노골적인 그들.
남일산과 태상천은 전신에 힘이 빠진 장인랑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검신 장인랑. 당신은 실종 처리가 될 것이외다.”
“그러게…… 좀 조용조용히 살지 그랬나.”
저들의 말에 장인랑은 눈알이 튀어나올 듯 분개하며 소리쳤다.
“이노오오옴!”
애써 검을 휘두르려고 했으나 수십 일 동안 천라지망에 의해 시달린 탓에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콰지직!
남일산의 검과 태상천의 주먹이 장인랑의 전신을 부수고 말았다.
“커어어억!”
장인랑은 그대로 쓰러지며 너무나 큰 억울함을 느끼는 중이었다.
‘내가 멀쩡했다면…… 두 사람이 동시에 덤벼들어도 이길 수 있는데…….’
검신의 몸 상태가 최상이었다면 어찌 감히 남일산이나 태상천 같은 작자가 덤벼들 수 있단 말인가?
“부디 극락왕생하시오.”
“시신은 강물에다 던져 드리리다.”
두 악랄한 자들의 조롱을 들으며 서서히 죽어가는 검신 장인랑.
그는 죽어가면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만약…… 내가 다시 삶을 살 수 있다면…… 그때는 고독하게 혼자 무공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천하제일의 집단을 만들 텐데…….’
진즉 그렇게 했다면 오늘과 같은 참극은 없을 것이고 검신의 전설은 완성이 되어 강호에 보다 더 널리 퍼졌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다.
‘분하다…….’
검신 장인랑은 처절하게 후회를 하며 죽고 말았다.
결국 검신의 전설은 실종 처리가 되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게 되었다.
* * *
“허어억!”
놀랍게도 장인랑은 다시 눈을 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장운이라는 신체에 장인랑의 인격이 눈을 뜨고 말았다.
“허억, 허억!”
흡사 물에 빠졌다가 다시 깨어난 것처럼 격렬하게 호흡을 하는 장인랑.
스윽, 스윽!
장인랑은 자신의 전신을 훑어보며 영문을 몰라 넋이 나간 상태였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 자신은 강호의 은밀한 새외(塞外)까지 추격을 받아 무림맹과 사흑천의 합공에 의해 죽고 말았다.
더 놀라운 것은 바로,
‘이건…… 내 몸이 아니잖아?”’
수십 년 동안 단련하고 또 단련했기에 너무나도 잘 알았다.
이 애송이의 손바닥은 검의 극의에 도달한 손이 아니라 너무나 뽀송뽀송하고 어린 손바닥이었던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삼공자 님. 정신이 드십니까?”
그를 향해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으음? 어딘가 익숙한데?’
장인랑이 이상하게 눈에 익은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
장인랑의 머릿속에 본래 신체의 주인, 황금표국의 셋째 도련님인 장운의 모든 기억과 삶이 흘러들어 왔다.
단언컨대 그것은 실로 기묘한 경험이었다.
흡사 경극을 보는 것처럼 타인의 삶이 머릿속에 생생히 아로새기는 경험은 검의 극의를 맛본 자라고 해도 처음 느껴보는 매우 생경한 부분이었다.
“이럴 수가!”
장인랑은 어린 소년 장운과 한 몸으로 동기화가 되는 경험을 하며 소리쳤다.
그는 장인랑인 동시에 장운이었다.
‘황금표국의 세 아들 중 막내. 열여섯 살의 소년. 생김새도 준수하고 성격도 나쁘지 않았지만 유일한 단점이 있었으니…… 태어날 때부터 절름발이로 태어났다.’
장인랑의 머릿속에는 장운의 과거가 떠올랐다.
섬서성을 주름잡는 거대 표국, 황금표국의 셋째 아들로 남부러울 것 없이 태어났지만 그에게도 아픔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다리를 저는 것이었다.
장운은 외모도 뛰어나고 학식도 높았지만 다리가 온전치 않아 두 발로 뛰어야 하는 표국에서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내가 왜……?”
마침내 모든 기억을 되찾은 장인랑이자 장운.
그는 자신을 향해 다가온 하인, 갑호에게 물었다.
“도련님, 잊으신 겁니까? 그…….”
덩치가 크지만 순박한 성정을 가지고 있어 황소 눈망울과 같은 갑호는 조심스레 말을 이어나갔다.
“그 다리를 치료하시겠다고 이런저런 약을 드시다가…… 갑자기 게거품을 무시고는…….”
갑호는 그 큰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장운은 온전치 못한 신체로 인해 다른 형제들은 물론이오, 하다못해 표국 내부의 표사들에게도 무시를 받는 신세였다.
특히 성격이 착하고 소심하여 표국의 말단인 쟁자수들에게조차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였으니 오죽했을까?
장운은 그것이 모두 자신의 신체 때문이라고 여겨 다리를 고치고자 많은 약을 한꺼번에 취한 결과, 게거품을 물고 혼절하고 만 것이다.
“그래. 분명…….”
장운의 삶을 오늘까지 되돌아 본 장인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에게는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신에게 그토록 빌고 빌어 다시 한번 삶의 기회를 얻은 것은 좋았지만 무공을 전혀 모르는 문외한에 절름발이일 줄이야.
물론 신체의 균형이 좋지 않더라도 무공 고수가 되는 법은 있으나,
‘초절정의 벽을 뚫기 위해서는 신체에 결함이 없어야 한다.’
그 말인즉슨 이 장운이라는 소년의 몸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결코 초절정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하리란 소리였다.
‘이런……!’
장인랑은 다시 태어나 좋아하다가 한계를 맞이하자 남일산과 태상천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하였다.
그들은 모두 초절정을 뛰어넘은 천하십대고수(天下十代高手)들로 장운의 몸으로는 절대로 그들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일단 도련님이 분부하신 대로 약을 먹다 혼절하신 것은 비밀로 하겠습니다. 푹 쉬시고…… 혹시 필요한 것이 있다면 부르십시오.”
갑호는 온전치 못해 보이는 장운에게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 그대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끼이익!
마침내 갑호마저 나가고 장운이 되어 버린 장인랑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일단 내기부터 운용해 보자.”
갑호가 말한 대로 몸에 좋다는 약을 죄다 털어 넣은 탓에 속이 울렁대고 있었지만 시간을 허비할 수 없었다.
스윽!
그가 현실을 자각하자마자 곧바로 취한 행동은 다름 아닌 검신의 독문심법이자 강호에서도 손꼽히는 절정의 내공심법인 ‘천허심법(天許心法)’을 운용하기 위해 가부좌를 트는 것이었다.
이 천허심법은 하늘에서 허락한 심법이라는 독특한 이름에 걸맞게 천기누설과 같은 뛰어난 절기였으며 장인랑 역시 기연이 닿아 천하제일의 내공을 지닌 천룡거사(天龍居士)라는 인물로부터 전수받은 심법이었다.
‘이 천허심법은 매우 유순하고 정순하여 탁한 기운을 지닌 작자도 정화시켜주는 내공심법이다.’
평생 무공을 모르고 살아온 어린 소년이라고 해도 큰 부담 없이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씀.
장인랑은 전혀 달리진 신체임에도 불구하고 차분히 천허심법을 사용하여 내기를 순환시켰다.
바로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럴 수가!’
그는 어찌나 놀랐던지 하마터면 운기를 멈춘 채 그대로 일어날 뻔했다.
그가 놀라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장운의 신체에 쌓여 있는 수많은 영약 때문이었다.
장운은 섬서성 제일의 부호인 황금표국의 자제이다.
타고난 불구의 몸을 고치고자 세상에 존재하는 귀한 영약을 얼마나 많이 먹었겠는가?
하나 그것들은 도리어 강한 독이 되어 장운을 짓누르고 있었다.
약(藥)과 독(毒)은 그 근원이 같아 과한 약은 곧 독이 되는 법.
장운은 본래 이대로 기절하여 단명해야 할 운명이었으나…….
“만약 나의 천허심법이 이 신체에 쌓인 모든 기운을 녹여낸다면……!”
그렇게 된다면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이루어 다리의 완치는 물론이오, 순식간에 초절정 고수의 내공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