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2화
다시 태어난 검신(劍神)(2)
‘환골탈태!’
검신 장인랑은 이미 그 방법을 한 번 경험한 바 있다.
영약을 취하거나 무공의 큰 깨달음을 얻어 전신이 무공을 익히기 더할 나위 없이 최적의 조건으로 재정립이 되는 환골탈태!
환골탈태를 경험한다면 이 장운의 다리도 충분히 고쳐질 수 있을 것이다.
-천허심법(天許心法)!
장운은 서둘러 천허심법을 펼쳤다.
물론 하루아침에 막대한 양의 기운을 녹여낼 수는 없었다.
이것은 본래의 장운이 오랫동안 영약을 복용하고 있기도 했고 또, 최근에는 영약과 탕약을 퍼붓다시피 하여 양이 막대했던 까닭이다.
이유는 또 하나 더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아직 이 신체에 천허심법의 성취가 일성도 되지 않는다.’
다시 태어나 기회를 얻은 것은 좋았지만 이전의 성취도 모두 흩어지고 말았다.
신체가 달라졌으니 과거의 내공을 그대로 들고 올 순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 대신 천하제일검에 도달하였던 검신의 모든 경험과 기억, 무공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할 수 있다. 충분히 할 수 있다!”
장운의 신체로 꾸준히 천허심법의 성취를 늘려 나간다면 머지않아 반드시 환골탈태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장운에게 있어 하늘의 형벌과도 같았던 타고난 불구의 몸을 온전하게 만들 수 있다.
그는 더 이상 다시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나마 한 번이라도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음에 하늘에 감사를 드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검신을 기쁘게 하는 것은 또 하나 더 있었다.
“오호, 오호라~!”
버릇처럼 자신의 새로운 신체, 장운의 근골을 살펴본 결과!
매우 놀라운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녀석…… 생각보다 훨씬 더 뛰어난 체질을 가지고 있잖아?’
물론 전설의 천무지체(天武之體)나 구음절맥(九陰絶脈)을 타고난 것은 아니었지만 무림이나 무가에서 능히 초일류로 꼽힐 만한 재목이었다.
본래 좋은 자질을 가지고 태어났어야 할 재목이 타고난 불구로 인해 망치게 된 경우였다.
“장운, 나와 함께 비상하자꾸나.”
* * *
장운은 그렇게 이틀 동안 천허심법 운기에 매진할 수 있었다.
하인 갑호에게는 몸이 좋지 않아 의원에 머문다고 하였고 그를 통제할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후우우. 일단 이 정도면 충분하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무공에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조급함이었기에 장운은 서두르지 않았다.
이틀 동안 식사 배급을 받으러 가는 것조차 잊은 채 장운은 천허심법에 몰두했고, 그 결과 내기를 생성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먼저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정리를 해보자.’
내공심법 단련이 끝나자 그는 차분히 정리를 해보았다.
먼저 첫 번째.
“일단 최대한 빨리 장운의 몸에 쌓인 영약의 기운을 녹인다. 그다음, 환골탈태를 이루어 상승 고수로 갈 수 있는 길을 닦는다.”
죽기 직전까지 더 이상 고독하게 무공을 익히는 것이 아닌 일가(一家)를 이루리라 다짐했지만 현재 장운의 여건은 좋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생에도 최강의 검신이 되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을 해야 했다.
아직 신체에 쌓인 기운의 십분지 일도 차마 녹여내지 못했다.
보다 더 높은 천허심법의 성취가 필요했다.
‘결코 불가능한 길은 아니다.’
오히려 한 번 경험해 보았고 한 번 가본 길이기에 다시 걷는 것은 더 쉬운 여정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해야 할 일.
“나만의 세력을 만드는 일인데…….”
공교롭게도 그것이 문제였다.
장운은 안타깝지만 완전한 무가의 자식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이제와 새로운 문파에 입문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열여섯의 나이에 무공 입문은 늦어도 너무 늦은 것이니까.
게다가 장운은 현재 몸이 불편한 신세이지 않은가?
그럼 답은 하나였다.
“내가…… 황금표국에서 우뚝 서는 것.”
길은 그것밖에 없었다.
새로 문파에 가입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마침 표국이란 곳 또한 무림 활동을 하며 고수들이 즐비한 세력이니, 황금표국의 주인이 되어 세력을 키우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더욱이 황금표국은 전생에서도 들어본 적이 있다.’
섬서성을 거점으로 하여 크게 번영한 표국으로 황금표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매우 부유하고 세가 큰 곳으로 알려졌다.
섬서성의 패권을 나누어 가진 구파일방의 화산파와 종남파 다음으로 강한 세력이기도 했다.
그 말인즉슨 화산파나 종남파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준수한 곳이라는 뜻이었다.
“다행히도 현재의 나는…… 황금표국의 혈통을 잇는 아들이다.”
이왕이면 첫째 아들이었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상관없었다.
장운은 어떻게 해서든 이 황금표국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화산파나 종남파 못지않은 세력으로 키울 작정이었다.
‘다시는, 다시는 전생과 같은 참극을 경험하기 싫다.’
지금 자신의 여건이 좋지 않으며 황금표국 내부에서 인지도나 지지가 바닥을 치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말 그대로 다시 태어났다.
자신에게는 이전의 장운이 없던 것.
강한 무공과 더불어 검신의 자리까지 도달하였던 불굴의 강한 정신력이 있다.
“표국에서 표국의 후계자가 인정을 받으려면…….”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하나뿐이었다.
표행을 나서서 능력을 인정받는 것.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어느 정도 몸 상태를 회복한 장운은 곧바로 행동을 개시하였다.
* * *
“네에? 쟁자수 수업을 받겠다고요?”
황금표국 내부에서 쟁자수를 가르치는 상수(上手) 노관은 난감하다는 듯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일흔에 가까운 나이 동안 평생 쟁자수 일을 수행하며 표국 내부에서도 단연코 가장 노련하다고 알려진 노관은 이례적으로 당황하는 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황금표국의 허수아비라고 불리우는 황금표국 삼공자, 장운이 쟁자수 수업에 나온 것이다.
“네, 특별 대우는 원치 않습니다. 다른 이들과 똑같이 교육을 받고 싶습니다.”
장운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표국에서 표국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당연히 표행에 나서야 하는 법이다.
안타깝게도 장운은 그동안 몸이 불편하고 무공을 배우지 않았던 탓에 다른 형제들과 다르게 단 한 번도 표행에 나서지 못했다.
‘나는 다른 형제들처럼 세력도, 든든한 외가도 없다.’
현 황금표국주의 세 아들은 각자 어머니가 달랐고 장운의 외가는 제법 부유한 상인의 가문이었지만 어머니가 요절한 탓에 영향력은 극히 미미했다.
따라서 그가 자립하기 위해서는 결국 직접 나서서 몸으로 체험하는 것일 뿐.
또한, 그는 강호 경험이 많은 전생을 가지고 있어도 표국에 있어서는 문외한이었다.
경험을 쌓기 위해서는 밑바닥부터 체험해야 옳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니 쟁자수의 수업을 선택한 것이다.
“저어, 그게…….”
상수인 노관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며 슬쩍 장운의 왼 다리를 바라보았다.
그를 지독하게도 괴롭혀 온 불편함이었다.
“다리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표행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장운은 불타는 눈으로 말했고 노관은 그의 눈에서 이전과는 다른 기질을 읽었다.
‘바보 같을 정도로 순하던 셋째 도련님이…… 달라졌구나!’
과거 같았으면 쟁자수 수업에 나서기는커녕 소심하여 이런 말조차 타인에게 하지 못해 갑호에게 지시를 내렸을 것이다.
소심함의 결정체이자 불구로 인해 열등감의 화신이 바로 장운이라는 사람이었으니까.
바로 그때였다.
“푸하하핫.”
“뭐라는 거야?”
“상수 님. 얼른 진도 나가야 되지 않습니까?”
노관에게서 쟁자수 교육을 받고 있던 쟁자수들이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은퇴한 쟁자수 노관에게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고 있는 자들로 거칠고 우악스러운 자들이었다.
물론 표국에서 가장 말단인 탓에 감히 표국 삼공자에게 이런 언행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첫째 도련님과 둘째 도련님이 지시하셨다.’
장운을 무시하는 쟁자수와 표사들 뒤에는 다름 아닌 배다른 형제들이 있었다.
이들은 노골적으로 셋째 장운을 무시하며 그가 유산을 물려받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무엇보다 표국은 능력으로 인정받는 곳이니만큼 그런 여론을 형성한다면 자신에게 이로울 것이라 판단하였다.
그 결과 차마 대놓고 말하지는 않아도 장운의 대우는 형편없는 것이었다.
“조용, 조용.”
그나마 경우가 있는 노관은 그런 쟁자수들을 만류하였으나,
“곧 대형 표행이 있습니다.”
“맞아요. 시간 낭비할 여력이 없지요.”
“제대로 이동도 불가능한데 어찌 짐을 짊어지는 쟁자수의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급기야 선을 넘어 버리는 그들이었다.
쟁자수들이 이토록 날뛰는 이유는 바로 경험 때문이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무시해도 자신들에게 차마 뭐라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대며 갑호를 찾아가는 장운의 모습을 통해 학습해서였다.
하지만 장운은 과거의 장운과 차원이 다른 사람이었다.
“잠깐.”
노관에게 정중히 부탁하던 장운의 눈에서 순간 불꽃이 튀었다.
그 말은 장운을 지독히도 괴롭히던 말이었다.
비록 혼백의 주인은 바뀌었어도 분노는 똑같았다.
“지금 뭐라고 하였느냐?”
“……!”
그 서슬 퍼런 모습에 장운을 비웃던 쟁자수들은 물론이고 노관마저도 주저하며 당황할 정도였다.
그 눈빛은 무려 강호를 주름잡던 천하제일검 검신의 눈빛이었으니 이들이 움츠러드는 것도 당연하였다.
하나 그것도 잠시.
“셋째 공자님께서 험한 쟁자수의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으하하핫!”
“그럴 리가 있겠어?”
그동안 장운을 홀대하고 무시하던 이들의 습성은 바뀌지 않았다.
그 모습을 빤히 지켜보던 장운은 참지 못하고 수련장 근처에 있던 목검을 움켜쥐었다.
달라진 것을 증명하려면 입으로만 떠들어선 안 된다.
조금 과격해도 행동이 필요하였다.
“쟁자수의 언행이 오만불손하구나. 표국을 물려받을 주인으로서…… 행동을 지도하도록 하겠다.”
흡사 목검을 쥐고 덤벼들 기세의 장운을 보자 이들은 움찔하는 것도 잠시.
“어떻게 지도하겠다는 말씀이시죠?”
“저희를 그 목검으로 때리기라도 할 건가요?”
“에이~ 여기까지 다가오기나 할 수 있겠어?”
저들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것을 잘 알기에 장운을 한껏 깎아내렸다.
바로 그때 달라진 장운의 폭주가 시작되었다.
부웅!
장운은 번개와 같은 움직임으로 목검을 휘둘렀다.
육신이 바뀌고 명검에서 목검으로 바뀌었어도 검신은 검신이었다.
빠각!
장운의 목검이 기이하게 휘면서 불경한 쟁자수 무리 중 한 놈의 머리를 때렸다.
쟁자수들과 장운의 거리는 평범한 걸음걸이로 족히 다섯 걸음 이상이었는데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검을 휘두른 것이다.
“으아아악!”
그자는 방심하고 있다가 목검이 너무나도 빠르게 다가오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서 쓰러져 혀를 내밀고 말았다.
‘이럴 수가!’
그 빠르고도 눈부신 모습에 쟁자수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그들은 장운이 목검을 어떻게 휘두르는지 제대로 보지조차 못했다.
“감히 내게 입을 함부로 놀린 죄.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장운의 참교육은 바로 지금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