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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1화 (11/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1화

정식 표행(鏢行)에서 활약하다(3)

“막내야!”

“균도!”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이 믿기 힘든 상황에 대설산채의 산적들은 완전히 난리가 나고 말았다.

빨리 끝난 것은 그리 놀라지 않았다.

단지 승자가 정반대의 인물임에 놀랐을 뿐.

경악스럽게도 순식간에 승부를 결정 지어 버린 인물은 각저 전문가인 정균도가 아니라 바로 장운이었다.

‘믿을 수 없어!’

설왕도 공칠은 무덤덤한 장운의 얼굴을 바라보며 소리를 내지를 뻔했다.

장운이 이급 표사 대력도 호준을 이긴 것은 사전에 들어 알고 있었다.

하여, 내놓은 것이 자신의 제자인 정균도였다.

정균도의 무공은 이제 막 입문하여 보잘것없는 반면 타고난 괴력과 각저로 다져진 힘은 보통이 아니었다.

그래서 각저로 내기를 이끈다면, 아니, 각저가 아니더라도 대충 몸싸움이나 닭싸움 정도로 이끌어도 백전백승하리라 믿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어서 균도를 부축하라!”

“불구가 되기 전에 빨리!”

정균도는 죽지 않은 것이 용할 지경이었다.

그대로 정수리부터 거꾸로 메다꽂혔는데 하마터면 바닥에 심어져 식물이 될 뻔한 것이다.

사경을 헤매고 있는 막내를 대설산채의 형제들이 나서서 응급 처치를 하였다.

오오, 오오오오!

그들의 반응에 믿지 못하고 잔뜩 얼었던 황금표국 측으로부터 함성이 터져 나왔다.

대력도 호준을 이겼다고 해도 약해 보이던 장운이 시작하자마자 각저꾼을 메다꽂자 기뻐서 날뛰고 있었다.

“싱겁군.”

반면 장운은 여전히 무덤덤한 얼굴이었다.

당연히 이겨야 할 것을 이겼다는 반응으로 기뻐하지도 않았다.

‘이기는 게 당연하지. 저까짓 놈의 발기술에 걸려 넘어졌다간 무영신투가 통곡할 지경이다.’

찰나의 순간에도 승부는 빛이 났다.

각저 전문가인 정균도는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세련된 기술로 장운의 약한 다리부터 노렸다.

이왕이면 제대로 망신을 주라는 사부 공칠의 주문 때문이었다.

하지만 장운은 무영보법을 상기하며 차분히 후퇴와 전진을 하였고, 그에 휘말린 정균도를 순간 내공을 끌어모아 그대로 바닥에 심어 버린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대설산의 호걸 분들. 내기는 제가 이긴 것이 확실하지요?”

장운의 말에 대설산채 전체가 술렁이고 말았다.

장운이 질 줄 알고 백사까지 걸었는데 광속으로 패배하지 않았던가?

“그, 그건…….”

장운의 질문에 부채주 묘산은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대며 채주인 공칠을 바라보았다.

“헛! 허헛!”

공칠은 공허한 웃음만 터뜨릴 뿐이었다.

“에이~ 설마 영웅호걸이신 공 채주께서 한 입으로 두말 하시겠나?”

더 얄미운 것은 전뢰창 감우량 표두의 언행이었다.

감우량도 바보가 아닌지라 이 대결에 묘한 함정이 있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아울러 자신을 속인 공칠을 향해 벼르고 있었는데 의외로 장운이 승리하자 공칠의 속을 긁는 일에 동참하였다.

“그렇죠? 백사는 있는 대로 내어주십시오.”

공칠이 말하길 분명히 있는 대로 내어준다고 약속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야속하게도 백사를 말려 놓은 것 열 개가 산채 처마 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다시 말해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상황이란 말씀.

“크으으윽.”

결국 장운에게 백사 열 마리를 내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이왕이면 살아 있는 것이 좋겠지만 이 영악한 대설산채의 산적들은 약효를 떨어뜨리지 않은 채 잘 말려 놓았다.

장운은 보란 듯이 백사를 자신의 짐에 갈무리하려는 그때였다.

“잠깐. 신입 쟁자수의 담력이 대단하군. 내가 주는 술을 좀 받지.”

이대로 가만히 있을 리 없는 공칠이었다.

설왕도 공칠은 대설산의 주인이자 녹림왕의 제자이기도 했다.

그의 실력은 절정 고수였고 공칠은 뛰어난 도법 실력과 더불어 내공이 막대하기로 소문난 자였다.

대설산에서 많이 나는 백사를 미친 듯이 취하여 이룩한 내공 때문이었다.

파아아앗!

공칠은 자신이 애가 닳도록 아끼는 백사를 가져가려는 장운을 향해 술잔을 날렸다.

경악스럽게도 술이 남긴 술잔은 찰랑거림 없이 그대로 일직선으로 나아갔다.

‘이런 미친! 막대한 내공을 담았어!’

그 엄청난 모습에 감우량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공칠은 자신보다 더 강한 고수로 내공 분야에 있어서 감숙성에서도 손꼽힐 정도였기에 자신이라고 해도 어려워 보인 것이다.

특히나 원한이 깊었기에 이대로 간다면 장운은 술잔을 받아내지 못하고 막대한 내공에 그대로 기절하는 것처럼 보이려던 순간이었다.

-천허심법(天許心法)!

장운에게는 천하에서 손꼽히는 천허심법이라는 내공심법이 있었다.

현재 장운 수준에 감당하기 어려운 내공 공격이라고 해도 그 어떤 것도 겸허하고 부드럽게 받아들이는 천허심법의 묘용은 빛을 발하였다.

콰아아아앗!

장운이 전력을 다해 필사적으로 천허심법을 운영하여 손바닥을 펼쳐 술잔을 막아낸 결과!

그의 손아귀 안에서 술잔은 맹렬히 회전하였다.

그대로 술잔 속 술이 증발하지 않은 것이 용할 지경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장운의 반응이었다.

‘맙소사! 손아귀가 찢어지는 고통에 비명을 지를 법도 한데…….’

감우량은 이제야 깨달았다.

장운이 뛰어나고 무서운 점은 무공 실력이 아니라 담대함이자 인내라는 사실을.

장운은 지독할 만큼 무서운 인내심을 발휘하며 그 술잔을 받아낸 것이다.

심지어는,

주르륵!

그대로 술잔을 들어 호쾌하게 마시기까지 했다.

“술맛이 기가 막히는군요. 무언가…… 남자의 분한 눈물 맛이라고나 할까?”

심지어 술맛의 평가를 내리며 계속해서 공칠의 속을 야속하게 긁어내렸다.

사실 장운의 손아귀는 잔뜩 부어 운신하기 어려울 지경이지만 그는 참아내었다.

‘나는 전생에서 이보다 더 지독한 고통을 겪은 적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하나뿐인 목숨을 잃는 고통!

그 고통을 경험하였으니 이런 내공이 담긴 술잔을 막아내는 고통쯤은 어린아이의 장난과도 같았다.

천하제일검 자리에 등극하며 무수히 입었던 자상보다도 못한 것이다.

“자! 밤이 깊었습니다. 내일은 다시 난주까지 먼 길을 떠나야 하니…… 대설산의 호걸 분들께서는 내기 약속을 지키리라 믿겠습니다.”

아울러 감우량의 개입도 적절했다.

공칠이나 묘산이 폭발하거나 다른 계략을 꾸미기 전에 곧바로 상황을 종료시켜 버린 것이다.

그렇게 대설산채에서 묵는 하룻밤이 번개와 같이 지나가고 말았다.

* * *

“크윽! 저 자식, 장운이라고 그랬나?”

공칠은 자신이 목숨처럼 아끼는 희귀한 백사 열 마리를 들고 대설산을 하산하는 장운과 그 무리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네, 맞습니다. 금령검객 장천호의 셋째 아들. 듣기로는 절름발이에 소심하고 줏대도 없어 한심한 자식이라 들었는데…… 의외로군요.”

옆에는 부채주 당랑겸 묘산이 기가 죽어 공칠의 눈치만을 엿보는 중이었다.

“정말 신기한 놈이야. 분명 무공 수준은 이류 중에 뛰어난 정도인 것 같은데 어찌 나의 내공을…….”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자신의 내공은 절정 고수 중에서도 뛰어나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제 이류 수준인 장운이 버틸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것은 비단 그의 내공이 뛰어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술잔을 던지고 받아낸 것은 전투의 일종이고 전투는 곧 싸움이다.

싸움에서 사내가 가진 기질과 투지는 그 어떤 재능보다도 빛나는 법이다.

그런데 절름발이 애송이로 보았던 장운이라는 신입 쟁자수는 탁월한 기질과 불타는 투지를 지니고 있었다.

“장건에게는 뭐라고 해야 할까요?”

묘산은 다시 한번 조심스레 물었으나 공칠은 폭발하고 말았다.

“어쩌긴 뭘 어째!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어야지. 장건도 못난 짓을 하였으니 대놓고 따질 수는 없을 것이다.”

절망하는 자가 있으면 기뻐하는 자도 있게 마련이다.

공칠의 속이 터져 너덜너덜해지고 정균도는 아직도 의식 회복을 하지 못해 대설산의 새로운 식물로 자리 잡나 싶은 그때.

대설산을 하산하여 난주로 향하고 있는 황금표국의 인원들은 축제나 마찬가지였다.

“이야!!!”

“대단하네, 대단해.”

“어찌 그 정균도에 이어 대설채주의 술잔을 받아 내었단 말인가?!”

황금표국의 모든 인원들이 일제히 몰려와 장운의 주위를 휘감고 있었다.

분명 처음 표행을 떠날 때는 쟁자수의 위치에서 시작하여 다가오는 자들도 쟁자수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달랐다.

일급 표사들과 표두 감우량의 정성 어린 눈빛을 받으며 바로 옆자리에서 이동하는 중이었다.

심지어 이급 표사들은 제대로 겸상조차 하지 못한 채 뒷방으로 밀리고 말았다.

“글쎄요. 그냥 운이 좋았습니다.”

장운은 이제야 뒤늦게 함박웃음을 지었다.

승리가 달콤해서만은 아니었다.

‘백사를…… 무려 열 마리나 얻었다!’

이는 생각했던 양보다 훨씬 많았으며 약재를 오랫동안 지어먹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아니, 남아돌아 몇 마리는 아버지이자 국주인 장천호에게 선물까지 할 수 있는 양이었다.

“장운, 자네는 더 이상 쟁자수가 아니네. 이급 표사, 아니, 일급 표사 이상의 성과를 세웠으니…… 표행이 끝나는 대로 내가 직접 수뇌부들께 아뢰도록 하지.”

공정한 성격을 가진 표두, 전뢰창 감우량은 이미 장운에게 감복한 상황이었다.

감 표두는 첫째 공자 파벌에 속할지언정 마음을 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장운은 달랐다.

‘어쩌면……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장운 삼공자가 황금표국의 주인이 될지도 모르겠구나.’

물론 이것은 아직까지 감우량의 후한 평가로 치부되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나 분명한 것은 장운은 이제 막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아직 표행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현재 저의 신분은 쟁자수이니 본분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장운은 오랜 경험상 지금 이 순간 방심하지 않고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렇게 표행은 계속 이어졌고 장운의 활약 덕분일까?

표행은 무리 없이 감숙성 난주까지 도달하였으며 성황리에 완수될 수 있었다.

“자, 이제 표행은 끝났네. 남은 것은 귀환뿐.”

표두이자 표행의 관리자인 감우량이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표행의 진정한 마무리는 모든 일을 마치고 황금표국 본국으로 귀환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표두로서 선언하겠다.”

귀환하는 길에 장운을 위한 선물이 남아 있었다.

“쟁자수 장운은 이번 표행에서 엄청난 대활약을 하였다. 그리하여…… 나, 전뢰창 감우량은 표두의 재량을 발휘하여 장운을 귀환하는 시간 동안 쟁자수 업무에서 해방되어 자유 시간을 부여하도록 하겠다.”

감우량은 황금표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장운의 잡다한 업무를 종식시켜 준 것이다.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은 해야죠.”

그 말에 장운은 펄쩍 뛰며 거절하려 했지만 쟁자수들부터 표사들, 표두까지 모두 그의 편이었다.

또 하나 더.

“공칠의 술잔 때문에 손아귀가 다친 것을 잘 아네. 그대로 놔두었다간 큰 내상으로 번지니 돌아가는 길에 잘 회복하도록 하게.”

감우량의 조언 때문이었다.

실제로 시간이 지날수록 손아귀의 상처는 깊어졌고 물론 그럴 리 없겠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내상에 이어 주화입마까지 달할 수 있기에 주의를 기울어야 했다.

“……알겠습니다. 치료에 전념하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어쨌든 감우량에 이어 표행에 나선 모든 이들의 배려 덕분에 장운은 치료에 전념하였고, 일행들이 황금표국에 도착하는 그 무렵에는 상처 대부분을 치료할 수 있었다.

이번 감숙성 표행에 나선 이들은 황금표국 본국에 귀환하자마자 하나 같이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이번 표행의 일등 공신은 쟁자수 장운입니다!”

“장운은 표사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도 일급 표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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