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3화
일류의 경지를 달성하다(2)
“지금부터 황금 총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다섯 명의 대표두 중 나이가 가장 어린 막내 폭풍권(暴風拳) 철대종의 외침 아래 황금 총회가 시작되었다.
본디 황금 총회는 매월 초입 날에 시작되는 것이 정석이지만, 국주가 출타 중이거나 기타 등등의 이유로 인해 가끔 월말로 미뤄지는 경우가 존재했다.
오늘도 딱 그런 경우였다.
간만에 월말에 시작하는 황금 총회는 새로운 형국을 맞이하는 중이었다.
‘황금 총회에…… 셋째가?’
경거망동하던 둘째 장건과는 달리 그동안 차분히 셋째의 파란을 지켜보던 황금표국의 대공자 장룡의 얼굴이 살짝 굳어지고 말았다.
장운이 황금 총회에 참가한다는 것은 곧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을 알리는 것이기에 경계심이 커졌다.
‘장운, 네 이놈!’
장룡의 옆에서 장운을 경계하는 이는 또 있었다.
대설산채와 연합하여 비겁한 짓을 꾸미던 둘째 장건이었다.
그는 장운과 나란히 앉으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섬서의 모든 표국 국주들이 모이는 자리에 참석하느라 부득이하게 황금 총회를 월말로 미루었던 점, 조심스레 사과하도록 하겠소. 그럼…… 총회를 시작하도록 하지.”
처음으로 맞이하는 황금 총회이니만큼 떨릴 법도 한데 장운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 눈을 반짝이는 중이었다.
그는 재무에 관한 이야기와 손익에 관한 보고를 들으면서 무림에 이런 세계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생각보다 재미있군.’
그것은 장운의 전생 천하제일검 검신 장인랑 시절에는 전혀 모르고 있던 방면이었다.
그 시절에는 그저 혼자 묵묵히 무공을 익히기만 하면 만사형통할 줄 알았다.
하지만 살아 보니 별것 아닌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따라서 장운은 더욱 집중하며 황금표국의 현황과 섬서성이 흘러가는 이야기, 소문에 집중을 하였다.
“드디어 감숙성 표행에 관련하여 이야기를 꺼낼 차례군요.”
숫자와 확률이 오고 가던 딱딱한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그 순간이 다가왔다.
첫째 집사이자 국주인 장천호와 매우 가까운 사이인 다정검 인천수는 장운을 주시하며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이번 감숙성 난주로 향하는 정식 표행이 있었습니다. 그 표행 중 쟁자수로 참가하여 믿기 어려운 공을 세운 사람이 있습니다.”
인천수는 그에게도 아픈 손가락이었던 장운을 대놓고 밀어주었다.
출타 중이라 사정을 몰랐던 장천호 국주에게 자신의 일처럼 매우 상세하게 보고했던 것이다.
“……!!”
처음에는 놀라지 않고 그저 묵묵하게 경청하던 장천호는 장운이 각저로 각저꾼을 이기고, 나아가 대설산채의 채주 설왕도 공칠의 술잔을 받아낸 대목에 이르러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장천호는 모든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에야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장운.”
“네, 국주님.”
총회는 많은 이들이 모이는 만큼 아버지나 아들의 관계가 아니라 국주와 가신의 관계를 우선시하였다.
총회 참가는 처음이더라도 그것을 모를 장운이 아니었다.
“지금 인 집사가 말한 모든 것이 사실이더냐? 한 치의 오차나 부풀려진 것 없이 모조리 말이다.”
장천호의 진하고 깊은 눈빛에 주눅이 들거나 쭈뼛댈 법도 한데 장운은 너무나도 흔쾌히 대답을 하였다.
“모두 진실입니다.”
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대답하여 황금 총회에 참가한 좌중을 놀라게 만들었다.
특히 대공자인 장룡조차도.
“대설산의 호걸인 설왕도 공칠의 내공은 절정 고수조차 받아내기 힘들다고 알려졌다. 어째서 네가 받아내었는지 설명할 수 있겠느냐?”
장천호의 눈빛은 점점 더 장운을 향해 파고들었다.
그동안의 활약은 어느 정도 행운이 따르고 국주의 핏줄이니 알게 모르게 주변의 도움이 개입되어 상세히 묻거나 따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일은 다르다.’
만약 이 사실이 허풍이나 부풀려진 거짓이라면 경을 쳐도 크게 칠 것이다.
“저는 과거…… 다리가 불편한 것을 비관하여 몸에 좋은 영약 섭취에 심취한 전력이 있습니다.”
장천호뿐만 아니라 장룡과 장건,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지는 가운데 장운은 놀랍게도 자신의 아픈 부분부터 드러내었다.
웅성웅성!
처음부터 강렬한 서두에 도리어 총회에 있던 좌중들이 술렁일 정도였다.
“심지어 그것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있었지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저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밑거름?”
“네. 아직 제 몸에 존재하는 그 귀한 영약의 성분을 모조리 녹여내지 못하였어도…… 제 한 몸 버틸 만한 수준으로 취하였습니다.”
장운은 당당히 대답했다.
그의 대답에는 실로 많은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자신은 더 이상 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과 더불어 다리가 불편한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과거 자신이 미친 듯이 영약을 취했던 것 또한 과소비나 낭비가 아니라 결과가 되어 돌아오고 있으니, 이를 묵인하였던 당신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피력하였다.
“그럼…… 내 찻잔도 한번 받아보겠느냐?”
장천호는 의구심이 들면 자신이 직접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그런 성미 덕분에 황금표국의 전성기를 구축하고 나아가 섬서성에서 명문 정파에 뒤처지지 않는 성세를 만든 것일지도 몰랐다.
“주신다면 뭐든지 감사히 받겠사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장운의 반응이었다.
금령검객 장천호는 섬서성에서 손꼽히는 초절정의 고수이자 황금표국을 넘어 전 중원에 통하는 달인이었다.
녹림왕의 제자라고 하나 한낱 감숙성 산채의 채주에 불과한 설왕도 공칠과는 감히 비교조차 불가한 인물인 것이다.
“국주님!”
“셋째 도련님이 다칠지도 모릅니다.”
정말로 찻잔에 내공을 담아 던지려는 장천호를 향하여 정이 많은 인천수와 막내 대표두인 철대종이 나서서 만류하였으나,
“걱정 말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대설채주 수준으로 던질 터이니.”
장천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주르륵!
그는 단호히 찻잔에 차를 따르고는 그대로 내력을 담아 자신의 막내아들 장운에게 살포시 던졌다.
파앗!
처음에는 유순하고도 부드럽게 날아오는 새하얀 찻잔.
하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속에 가속을 거듭할뿐더러 찻잔은 은은한 황금빛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금령검객의 내공!’
장운은 그것을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 전생 시절에는 장천호와 같은 표국주에게 신경을 기울이거나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장천호의 실력은 그의 예상을 훨씬 상회하며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 놀라운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정말로 공칠과 똑같은 수준의 내공을 담아 던졌다!’
어떻게 공칠의 내공 수준을 알고는 그에 걸맞게 찻잔을 던졌다는 것이었다.
만약 장천호가 힘 조절을 하지 않고 전력을 다하여 던졌다면 현재의 장운으로서는 받아내지 못했으리라.
하나 지금은 그리 어려울 것이 없었다.
“흡!”
장운은 짧게 호흡을 내쉬며 찰나의 순간에 천허심법을 운용하였다.
특히 지금의 장운과 대설산채의 장운은 완전히 다른 수준을 가진 인물이었다.
지금보다 약하던 시절에도 술잔을 잡았는데 지금 그와 비슷한 내력의 찻잔을 붙잡지 못하겠는가?
스르르륵!
오히려 여유까지 보이며 장운은 너무나 부드럽게 찻잔을 잡아내었다.
심지어 회오리치는 차를 부드럽게 마시고는 장천호를 향해 정중히 포권을 하며 예의를 갖추었다.
오오오오!
말로만 듣던 상황을 두 눈앞에서 재현을 하자 총회 장내는 놀라움으로 뒤흔들렸다.
설마설마했는데 정말로 그 찻잔을 장운이 받아낼 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장운, 네 말에는 거짓이 하나 있다.”
모두가 장운의 솜씨에 놀라며 환호하고 있을 무렵 오로지 단 두 사람, 무영신투인 넷째 집사 추영객 영사춘과 더불어 찻잔을 건네준 장천호는 침착하였다.
심지어 장운이 거짓을 고했다고 지적까지 하였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너는 분명히 공칠 채주의 공력에 내상을 입었고 간신히 버티었다고 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도 여유롭게 받아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너무나도 날카로운 장천호의 말에 사람들이 의구심을 품을 무렵!
“그때보다 제 무공이 더 일취월장하였으니 당연한 일일 겁니다.”
오히려 장운은 떳떳하다는 듯 장천호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본 채 진실을 알려주었다.
그의 말에 무게를 싣는 사람은 또 있었다.
“장운 도련님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넷째 집사 영사춘입니다.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시오.”
“도련님의 말은 진실입니다. 무공에 관한 그의 재능은 매우 탁월하여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중입니다.”
“흐으음.”
장운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영사춘까지 보장을 하자 장천호는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완전히 납득하기 어려워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현 내공 수준은 일류 고수 수준인데?”
사실 따지자면 절정 고수 수준이었지만 장천호는 그것까지 포착하진 못하였다.
제대로 단전을 수색하거나 제압하여 내력을 들여다본 것이 아니기에.
“제 내공이 늘어난 것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장천호의 말에 장운은 기다렸다는 듯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대설산채에서 얻어온 백사였다.
“오오! 대설산의 영물!”
“귀하디귀한 백사!”
“부르는 것이 값이라지.”
확실히 표국 사람들답게 백사의 가치를 한눈에 알아보고 말았다.
“백사?”
놀라는 것은 장천호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습니다. 인 집사님의 보고 중 누락된 부분이 있는데…… 저는 공칠 채주와 내기로 백사 열 마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중 몇 마리는 계속해서 내공 증진에 사용하였고 이것은 그 남은 것입니다.”
백사를 직접 보여준 장운을 보며 장천호는 그제야 납득할 수 있었다.
‘그렇군. 저 백사의 독으로 과거 쌓아온 영약의 약효를 녹인 것인가?’
장천호는 이제 모든 것을 이해하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애써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막았다.
모든 의구심은 사라졌다.
셋째 아들이 이토록 대견한 일을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장천호가 뿌듯해야 하는 일은 또 있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백사가 필요치 않습니다. 무인의 내공과 더불어 건강을 강화시키는 데도 탁월한 효능을 지니고 있으니…… 국주님과 여기 계신 여러 집사님과 대표두님들께 선물하고 싶습니다.”
장운은 받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받은 만큼 돌려주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은혜가 되었든 원한이 되었든 말이다.
“백사를?”
“그 귀한 것을 준다니.”
“대단하군, 대단해!”
사실 오늘 황금 총회는 감숙성 난주 정식 표행에서 대활약한 장운에게 상을 주기 위한 자리였다.
그런데 장운이 상을 받기도 전에 먼저 이렇게 진귀한 것을 선물하다니.
“후후훗.”
결국 차갑디차갑던 장천호는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여태껏 다른 아들들은 자신에게 상이나 벌을 받아갔을 뿐.
먼저 이렇게 진귀한 선물을 하거나 건강 생각을 하여 무언가를 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전혀 예기치 않은 셋째 아들이 백사 선물을 해줄 줄이야.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는 장천호였다.
“고맙구나, 장운아. 역시 넌 내 아들이다.”
그 한마디에 장운은 웃었고 장룡과 장건은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 역시 아비로서 막내아들 놈에게 받기만 할 수는 없지.”
심지어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는 장천호가 모처럼 온화한 말을 하였다.
이것은 황금 총회에 일찍이 참가한 장룡과 장건에게는 단 한 번도 아버지나 아들 타령을 하지 않았었기에 무척 드문 일이었다.
“혹시 원하는 것이 있느냐? 지난 밀어내기 표행 건보다 더 큰 보상을 원해도 된다.”
장천호의 말에 장운은 이전부터 꿈꾸고 있던 계획의 일부를 실행했다.
“금령풍운검법(金靈風雲劍法)을 익히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