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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4화 (14/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4화

둘째 형과 대련하다(1)

술렁술렁!

장운의 당돌한 말에 총회장 내부는 다시 한번 혼란스러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금령풍운검법이 어떤 무공이던가?

황금표국의 주인인 금령검객 장천호의 독문 무공이자 섬서성을 대표하는 삼대검법 중 하나였다.

섬서의 삼대검법으로는 화산파의 매화검법(梅花劍法), 종남파의 태을검법(太乙劍法), 그리고 남은 한 자리가 바로 황금표국의 금령풍운검법이었다.

물론 화산파와 종남파에는 그보다 더 뛰어난 상위의 절기가 존재하지만, 상징적으로 세 무공을 꼽았을 때의 이야기였다.

섬서의 패권을 나누어 먹는 집단이 화산과 종남, 황금표국이기에 각각 대표 무공이 하나씩 꼽힌 것이다.

“아니 될 말입니다.”

“저런 건방진 말을!”

장천호의 독문 무공인 금령풍운검법을 원한다는 장운의 말에 가장 먼저 격한 반응을 보인 것은 놀랍게도 장룡과 장건이었다.

‘나조차 아버지 밑에서 오 년 동안 표행을 쌓고 배운 무공이다!’

황금표국을 대표하는 재능이자 무골인 장룡조차도 오 년이 지나야 간신히 인정받아 아비로부터 금령풍운검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나는 아직도 그 무공을 배우지 못했다!’

첫째인 장룡과 마찬가지로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아 금령풍운검법을 익히고자 노력했던 둘째 장건.

그는 아직도 금령풍운검법을 익힐 자격이나 공을 세우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막내인 장운이 먼저 그 무공을 익힌다?

두 사람 입장에서는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었다.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둘째이신 장건 도련님도 아직 그 무공을 배우지 못하였습니다.”

오대 대표두의 막내인 폭풍권 철대종이 말했다.

그는 장건의 파벌이었기에 주장하는 목소리는 더욱 컸다.

물론 반대 의견도 존재하였다.

“장운 도련님께서는 참여했던 모든 표행에서 큰 공을 세웠으며 날이 갈수록 장족의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자격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넷째 집사이자 실제 정체는 무영신투인 추영객 영사춘이 장운을 지지한 것이다.

애초에 금령풍운검법을 익히라고 넌지시 알려준 사람은 다름 아닌 무영신투였다.

-장운 도련님, 안타깝지만 저의 무공인 무영진퇴각과 무염지는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한계를 보이는 무공입니다. 보다 더 뛰어난 공격 무공이 필요합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국주님의 무공인 금령풍운검법을 익혀야 합니다!

무영신투는 과거 공격 무공의 부재 때문에 뼈저릴 정도로 피해를 본 인물이었다.

그런 이상 자신과 같은 선례를 남기지 않아야 하기에 장운을 아끼는 마음이 더해져 진심 어린 충고를 하였다.

장운은 맨 처음에 그 조언을 들었을 때 약간은 회의적이었다.

자신에게는 천하제일검의 검공이 존재하는데 굳이 그것보다 열화된 검법을 익혀야겠느냐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금령풍운검법을 익히는 게 맞다.’

깊이 생각을 해보니 금령풍운검은 표국의 주인을 뜻하는 상징적인 무공임과 동시에 장운이 조금 더 비상하려면 그 무공이 필요했다.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검신의 무공을 펼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던가?

이유는 또 있었다.

‘과거 나는 내 무공만 익히면 된다는 아집에 사로잡혀 있었다.’

오죽했으면 경공이나 신법은 불필요한 것이며 검객에게 후퇴는 필요치 않다고 믿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 번 끔찍한 죽음을 체험하고 나니 과거의 신조는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다.

오히려 다양한 무공과 검법을 익힌다면 과거에는 오르지 못했던 경지도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벌써 일류 수준까지 도달하였으니 과거에 달성했단 입신(入神)의 경지를 넘어 무신(武神)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도 꿈은 아니리라.

“이제 막 황금 총회에 참여했는데 무슨 소리를!”

철대종은 장운을 지지하는 영사춘의 의견에 열과 성을 다해 반대하였다.

“흐으음. 조용! 조용!”

장내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자 금령검객 장천호는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황금 총회 역사상 이렇게 혼란스럽고 어지러웠던 적이 있던가?

“장운아, 금령풍운검법을 익히겠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느냐?”

장천호는 온화했던 시선을 거둔 채 장운의 모든 것을 파헤치듯 날카로운 시선으로 물었다.

황금표국에서 금령풍운검법을 익힌다는 것, 그것은 다름 아닌 국주 후계 자리에 정식으로 도전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물론입니다. 저도 국주님의 핏줄이니…… 자격은 충분합니다.”

장운의 기세는 꺾일 줄 몰랐다.

오오오!

그 말에 다시 한번 장내는 술렁이며 장운을 바라보는 시선이 커졌다.

요즘 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다곤 하지만 이렇게 대범할 줄은 모르고 있었다.

이에 질세라,

“아버님! 저도 금령풍운검법을 익히고 싶습니다.”

그 혼탁한 전투에 둘째인 장건도 적극 참여하였다.

그냥 가만히 두고 보다간 눈뜬 채로 금령풍운검법을 익힐 수 있는 자격을 빼앗기겠다 싶었던 것이다.

“너도?”

“네!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것은 장남이신 형님을 존중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장건은 이 대목에서 잠시 멈춘 다음 시선을 옆에 있는 동생 장운을 향했다.

하나 그 시선은 절대로 핏줄이나 친족을 바라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오히려 증오하는 원수에 가까운 눈빛이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고, 위계질서도 모른 채 날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도 참을 수 없군요.”

장건은 그동안 큰형인 장룡과 더불어 장천호를 다소 어려워하고 무섭기까지 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장운이 나서는 걸 보니 크나큰 위기감을 느꼈다.

‘네놈에게 뒤처질 줄 알고?’

그것만큼은 사양이었다.

“또한 금령풍운검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최소한 일류 수준의 자질이 필요합니다. 저는 열심히 무공을 익힌 결과 그에 합당한 성취를 이루었지요. 하지만…… 장운이는 아직도 멀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적극적으로 피력하였다.

장운은 아직 자신보다 무공 수준이 낮으니 뭐로 보나 자신이 더 제격이라는 뜻이었다.

“제가…… 형님보다 무공이 떨어진다고요? 납득하기 어렵군요.”

장운 또한 마찬가지였다.

장룡은 몰라도 장건이 자신보다 강하다고 하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뭣이? 네 이놈!”

급기야 둘이서 말싸움을 벌일 기세인지라 장천호는 손을 들어 조용히 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

그렇게 다시 정적이 찾아들고 장건의 거친 호흡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교차되고 있는 가운데 마침내 장천호는 판단을 내렸다.

“장건이도 원하고 장운이도 원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두 사람에게 모두 가르쳐 주기는 그렇고…… 답은 하나지.”

이에 장천호는 묘안을 내렸다.

“둘 중 대련을 펼쳐 이긴 쪽에게 내 검법을 알려주도록 하겠다.”

자신의 아들들을 강하게 키우는 국주다운 방법이었다.

“네에?”

“그게 사실이십니까?”

“세상에!”

장천호의 말에 다섯 명의 집사들과 대표두들은 일제히 놀라며 장운과 장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씨익!

아버지의 말에 다 되었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장건과 더불어.

끄덕!

장운도 나쁘지 않다는 듯 무심한 얼굴로 살짝, 아주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장천호의 판단은 두 사람에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두 사람은 이견이 없는가?”

장천호의 묵직한 질문에 두 사람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외쳤다.

“물론입니다!”

“네.”

잔뜩 흥분한 장건과는 달리 장운은 내내 침착하고 자신만의 흐름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좋다.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 날 오전! 진(辰)시에 비무를 시작하도록 하겠다. 오늘 총회에 참가한 인원들과 더불어…… 황금표국 내부에 존재하는 일반 표두와 표사, 쟁자수들에게도 참관을 허하도록 한다.”

장천호의 결정은 보통 사건이 아니었다.

황금 총회에 참가하는 수뇌부들은 몰라도 표국 내부의 모두에게 공개를 한다?

그것은 이번 전투에 따라 형제의 지위나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스윽!

장천호의 말에 장건의 눈빛이 이글거리며 동생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장운은 여전히 여유가 넘쳤으며 그에게 시선이라곤 주지 않았다.

두려워서가 아니다.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장외의 신경전도 펼쳐졌다.

당사자인 두 형제에 이어 무영신투와 폭풍권 철대종도 서로 은은한 시선을 보내며 공중에 불꽃이 튀고 있었다.

서로 지지하는 인물이 다른 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좋다. 일단 이것으로 총회는 끝내도록 하고…… 장운이의 보상을 이어 진행하지.”

비록 예기치 못한 일들이 있어도 장천호는 신상필벌을 내리는 걸 잊지 않았다.

“내일 대련의 결과는 둘째 치고 일단 큰 공을 세운 장운에게는 일급 표사의 직위를 내림과 동시에 봉급을 한 달에 금자 이십 개로 늘린다.”

장천호의 말에 장운의 얼굴이 밝아졌다.

금령풍운검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만 주어지는 것도 감지덕지한데 이런 보상까지 내릴 줄이야.

심지어 아직 보상은 더 남아 있었다.

“그리고 좁은 방에서 기거했던 곳을 탈피하여…… 현재 비어 있는 금옥관(金玉館)을 장운의 거처로 주도록 하겠다.”

금옥관이라는 말에 그동안 잠잠하던 장운이 감격에 찬 모습으로 변하고 말았다.

‘금옥관!’

그곳이 어떤 곳이던가?

장운의 친모이자 과거 섬서 제일의 미모를 자랑했던 그녀가 기거하던 곳이 아니던가?

특히나 장운에게는 큰 의미를 지닌 곳이기도 했다.

어찌됐건 낳아준 부모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장운은 다시 침착함을 유지한 다음 정중히 포권을 하였다.

장천호는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본 다음 두 아들에게 공평하게 이야기했다.

“그럼 내일 대련까지 차질 없이 준비하도록 하라.”

* * *

씨익, 씩!

황금 총회를 해산하고 따로 이동하는 황금표국의 세 아들.

무언가 생각에 골똘히 잠긴 첫째 장룡과는 달리 둘째인 장건의 얼굴은 말 그대로 울그락불그락 하는 중이었다.

“이런 건방진 놈 같으니. 감히 아버님 앞에서 나를 젖히고 금령풍운검법을 논해?”

대련은 내일임에도 불구하고 장건의 분노는 그칠 줄 몰랐다.

“음? 그 검법이 나이순으로 출생 연도에 따라 익히는 것이었습니까?”

장운은 불같이 분노하는 장건을 손아귀 위에서 가지고 노는 중이었다.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본래 국주의 절기는 형부터 익히는 것이 아니라 자격을 충족한 사람부터 익히는 것이기에 그러했다.

어쨌든 짧은 답변으로 장건의 분노를 더욱 키운 장운.

“뭐, 뭐어?”

“흥분하여 저에게 뭐라고 하실 시간에…… 머리를 식히고 내일 대련에 어떻게 대처할지 그것부터 생각하시지요, 형님. 그럼 저는 바빠서 이만.”

장운은 실로 노련했다.

따지고 보면 전생에서 그는 천하제일검 검신이었으니, 평생을 황금표국 내부에서 보낸 열아홉 살짜리와는 비교가 불가능한 것이다.

장운은 장건의 마음에 불을 지른 채 태연히 금옥관으로 이동하였고 장건은 아직도 화를 수습하지 못한 채 계속 씩씩거리고 말았다.

그 결과 장건은 제대로 밤잠을 이루지 못했으니 장운의 심계가 그대로 적중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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