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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5화 (15/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5화

둘째 형과 대련하다(2)

“네에? 도련님이 이 방이 아니라…… 금옥관으로 거처가 정해지셨다고요?”

하인 갑호는 장운의 방을 찾았다가 텅 빈 것을 보자 하인장을 찾은 결과, 놀라운 말을 듣고 말았다.

금옥관이 어디던가?

비록 크기는 다른 두 대모(大母)들이 거주하는 곳보다 작아도 화려하고 달이 가장 잘 보이는 풍경 멋진 곳이었다.

‘게다가 그곳은 도련님의 친모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거주하던 곳이다.’

그런 깊은 의미를 가진 곳에 마침내 장운이 돌아가다니!

“도련님! 장운 도련님!”

그 소식을 들은 갑호는 특유의 황소 눈망울에 눈물을 펑펑 흘리며 금옥관으로 달려갔다.

갑호는 사실 장운의 어머니 때부터 모신 경험이 있기에 공감은 더더욱 컸다.

“그래, 소식을 들었구나.”

잔뜩 흥분하여 격정적인 갑호와는 달리 장운은 여전히 침착했다.

이전에 쓰던 방과 비교하면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화려한 금옥관의 가장 큰 방에서 태연히 가부좌를 틀고 있던 것이다.

“듣다마다요! 어떻게 저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을 수 있으십니까?”

갑호는 어지간히 서운했던지 가슴을 거세게 후려치며 말했다.

“나도 조금 전에 이동했지. 그래, 금옥관은 마음에 들더냐?”

갑호가 가까이 오자 장운은 그제야 가부좌를 푼 채 씨익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럼요! 이 금옥관에는 저 같은 하인들을 위한 방도 있어서 너무나도 좋습니다. 하하핫!”

사실 이전에 장운이 있던 곳은 표두들조차 머물지 않는 평범하고 남루한 곳이었기에 하인인 갑호의 고생이 컸었다.

그런데 이 금옥관은 너무나도 넓은 데다가 무엇보다…….

‘수련장이 바로 옆에 있고 은밀하게 가려져 있어 무공을 익히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없는 게 없을 지경이었다.

그리하여 장운은 금옥관에 오자마자 곧바로 차분히 내공을 운용하던 중이었다.

동시에 내일 장건과의 대련을 어떻게 시작하며 끝내야 할지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었다.

장건이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장운이 질러버린 분노의 심마와 싸우고 있을 때, 장운은 미리 가상 대련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었으니 누가 더 유리한지는 말하면 입이 아플 지경이었다.

“한데…… 비어 있는 방들이 많아 걱정입니다.”

갑호는 기뻐하다가 염려스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청소의 공간이 커져서가 아니다.

본래 이 금옥관은 장운의 친모와 더불어 그녀의 세력들이 거주하던 독립된 공간이었다.

그런 탓에 장운과 갑호, 단 두 사람이 지내기에는 너무나도 크고 광활했던 것이다.

“이제 채워나가야지.”

“네?”

그에 반해 너무나도 차분한 장운의 대답에 갑호는 당황하고 말았다.

“아버님께서 내게 굳이 이 금옥관을 준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

“모르겠습니다.”

장운은 장천호의 의중을 아주 완벽하게 읽고 있었다.

“앞으로 더욱더 비상하여 내 세력을 키워보라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

그의 말은 옳았다.

장건은 금령풍운검법에 화를 내기보다는 오히려 금옥관을 흔쾌히 내어주는 것에 더 화를 냈어야 한다.

이렇게 큰 공간을 내어준다는 것은 즉 세력을 키워 거점을 만들어도 좋다는 국주의 허락이 떨어졌다는 뜻이니까.

‘아버님. 두고 보십시오. 저는 금령풍운검법과 더불어 이 금옥관이 꽉 차도록 제 사람들을 채울 것입니다.’

장운은 내일의 대련 때문에 바쁘거나 심란할 법도 한데 오히려 금옥관을 채우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이미 자신과 뜻을 같이 한, 그리고 할지도 모르는 여러 인재들을 소집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아직은 표사이기에 제대로 세력을 세우기는 부족하더라도 지금부터 열심히 물밑작업을 시작하였다.

“갑호야. 상수 노관 어르신과 전뢰창 감우량 표두님, 그리고 무…… 추영객 영사춘 집사님과 더불어 내가 이 서신에 적어놓은 여러 쟁자수들께 기별을 넣도록 해라.”

갑호는 과연 영리하였다.

“네! 혹시 거처를 이 금옥관으로 옮길 생각이 없냐고 말이지요?”

그의 말에 장운은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바로 그거니라.”

장운의 야망은 바로 지금부터였다.

* * *

“뭐? 둘째 도련님과 셋째 도련님이 정식으로 대련을 한다고?”

본래는 첫째 공자인 장룡 휘하에 속한 표두 전뢰창 감우량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복잡하면서 미묘한 얼굴이 되고 말았다.

그러지 않아도 전날 밤, 금옥관으로 거처를 옮길 생각이 없느냐는 서신을 받고는 마음이 흔들리던 차였다.

‘나는 분명 장운 도련님에게 빛을 보았다.’

그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갑호가 기별을 넣은 여러 쟁자수들과 인재들도 마찬가지였다.

하나 쉽사리 금옥관으로 이동하기 어려웠다.

이미 금옥관으로 거점 이동을 마친 상수 노관과 넷째 집사 영사춘, 그리고 쟁자수들과 달리 자신은 어쨌든 간에 장룡의 사람이 아니던가?

감우량이 직접 장룡을 대면하여 감복했기에 그의 파벌에 속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과 절친한 표두들이 다 그쪽 소속이기에 그러려니 했었던 것이다.

“누구를 응원할 셈인가?”

잠시 후 진시 무렵 황금표국에서 가장 넓은 대련장에 두 도련님의 대련이 시작된다는 말에 주위 표두들이 물었다.

이에 감우량은 한 치의 주저 없이 말했다.

“당연히 셋째 도련님이죠.”

과거 표행 때는 표두와 쟁자수의 입장이기에 이름을 부르고 하대를 했다고 하나 표국 내부에서는 달랐다.

“역시 그렇지?”

“맞아, 둘째 도련님께서 이기면 우리 연줄인 장룡 도련님에게 큰 해가 될 테니까.”

“이왕이면 셋째 도련님께서 둘째 도련님의 발목을 잡아주는 것이 낫지.”

이해관계가 맞물린 덕분에 장룡 휘하의 표두들은 모두 장운을 지지하고 있었다.

물론 감우량은 그런 것 때문에 지지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 진정으로 감복했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감 표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자네가 장운 도련님 휘하로 이동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럴 리가 없잖아. 장건 도련님도 아니고 장운 도련님을 왜 선택하나?”

“역시 헛소문이겠지?”

전뢰창 감우량보다 선배 표두들은 일제히 시선을 보내며 물었다.

연대가 견고하려면 내부 배신자가 없어야 하는 법.

따라서 그들은 은은한 얼굴에 약간의 살기를 더한 채 감우량에게 독촉 아닌 독촉을 했다.

바로 그때였다.

“헛소문이 아닙니다.”

감우량은 장운과 장건의 대련 결과가 나오기 전에 판단을 내렸다.

그것은 오로지 자신의 잇속 챙기기 바쁜 다른 표두들의 성화 때문이기도 했다.

‘이제 마음 정리가 끝났다.’

감우량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말하였다.

“뭐어?”

“지금 내가 들은 게 사실인가?”

감우량의 선언에 다른 표두들은 일제히 놀라며 두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현 황금표국 후계 싸움은 장룡이 칠 할, 장건이 삼 할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장운이 뒤늦게 이제 막 걷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장건도 아니고 셋째인 장운을 지지하겠다니.

“저는 지난 표행에서 장운 도련님에게 빛을 보았습니다.”

솔직히 말해 감우량도 많은 생각을 하였으며 여러 부침(浮沈)이 존재했다.

역설적이게도 자신을 만류하는 이들을 보며 이제야 제대로 된 판단이 선 것이다.

“그러니 공식적으로 장운 도련님을 지지하러 가지요.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감우량은 급기야 장운을 응원하고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곳은 추영객 영사춘을 비롯하여 상수 노관과 대부분 쟁자수들이 응원하고 있던 집단이기도 했다.

“오, 왔습니까?”

감우량의 합류에 지난번 감숙성 표행을 같이 떠났던 사람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선택이십니다. 저희는 장운 도련님을 믿습니다.”

노관은 감우량에게 다가와 씨익 웃으며 말하였다.

그 순간, 드넓은 황금표국 대련장 사이로 마침내 두 인물이 등장하였다.

“오셨다!”

“장건 도련님과 장운 도련님!”

“와아, 와아아아!”

두 사람이 나오자 이윽고 함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단상의 가운데에는 표국의 주인인 장천호를 비롯하여 열 명의 수뇌부들과 첫째 공자인 장룡이 지켜보고 있었지만, 장운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따분히 업무만 하고 있던 황금표국 내부 인사들에게 오늘의 대련은 자그마한 일탈이자 즐길 눈요깃거리였던 것이다.

“장건과 장운. 둘 중 누가 승자가 됐건 결과에 승복하길 바라며 아울러…… 서로를 향해 살초를 날리거나 대련 이상의 감정을 품는 것은 금물이다.”

대련을 하기 앞서 다시 한번 장천호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입장에서는 둘 다 자신의 핏줄이자 내심 아끼는 마음을 지니고 있기에 공평함에 무게를 두었다.

“네.”

“넵!”

반면 장건과 장운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특히 어제는 줄곧 침착을 유지했던 장운이었으나 이처럼 많은 관중 앞에서 오랜만에 대련을 하려니 승부사로서 피가 끓어올랐다.

“흥! 어제는 전혀 긴장하지 않은 척하더니…… 이제 와서 슬슬 겁이 나지?”

장건은 그런 장운을 바라보며 어쭙잖은 심리전을 시도하였다.

“형님,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셨나 봅니다.”

물론 그런 하찮은 심리전에 휘말릴 장운이 아니었다.

“뭐, 뭐엇?”

“두 눈이 퀭하고 그 아래로 눈 밑에 음영이 짙은 것을 보니 몸 상태 조절에 실패하셨군요.”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장건이었다.

그는 장운의 말에 부들부들대며 이를 갈았다.

‘두고 보자, 장운. 네놈의 여유도 대련이 시작되는 순간 끝이다.’

장건은 아직까지 장운의 제대로 된 실력을 모르고 있었다.

물론 장천호의 찻잔을 받아내는 모습을 보며 대충 일류 초입에 등극했거니 싶었지만, 자신은 그보다 더 강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는 장운을 오랫동안 자신의 밑으로 보고 그와 함께 표행을 떠난 적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판정과 중재는 청죽군자(靑竹君子) 기인창 대표두가 맡아주시오.”

장천호는 대련의 진행 및 중재를 맡을 인물로 그 어느 파벌에도 속하지 않으며, 성격이 대쪽과 같아 전혀 치우침이 없는 장본인 넷째 대표두 청죽군자 기인창을 선택했다.

집사는 나이순으로 순서를 나누었고 대표두 순서는 황금표국 입국 순으로 나누었기에 기인창은 넷째가 되었다.

주심으로 기인창을 선택한 것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라 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기인창이 앞으로 나서서 장건과 장운을 바라보며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한 다음,

“대련 시작!”

마침내 금령풍운검법이 걸린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대련이 시작되었다.

“하아압!”

대련이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장건의 폭풍과 같은 선제공격이 이어졌다.

본래 무공에 먼저 입문하였고 나이도 세 살 위의 형이라면 삼초를 양보하진 못하더라도 선제공격 정도는 양보할 수 있을 텐데 그러지 않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분한 모양이었다.

-구풍분골(九風粉骨)!

사실 장건의 무공 실력도 보통이 아니었다.

섬서성을 대표하는 무인인 금령검객 장천호의 핏줄이 이어졌으니 큰형만 못하더라도 무공이 제법 출중하였다.

더군다나 장건은 다섯째 대표두인 폭풍권 철대종으로부터 그의 절기이자 뛰어난 상승 절학인 구풍진천권(九風振天拳)을 펼쳤다.

‘다리에 이어 팔도 절도록 만들어주마!’

장건의 분노는 극에 달했던지라 그는 구풍진천권 중에서도 가장 살기가 짙고 위력이 강한 구풍분골의 초식을 선택하였다.

아홉 개의 바람을 일으켜 뼈를 부순다는 이 초식은 순식간에 번개와 같은 손놀림으로 장운의 상체를 노렸다.

피를 보면 안 되는 친족끼리의 대련이기에 무기 없이 싸우는 것도 장건에게 유리한 조건이었다.

그의 특기는 권각술에 있었다.

“아앗!”

“그럼 그렇지.”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상승세를 타는 장건과 수세에 몰리는 장운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의 예측대로 흘러갔던 것이다.

반전이 일어나는 것은 바로 지금부터였다.

-무영보법(無影步法)!

장운은 상체의 요혈만을 집요하게 노리는 아홉 개의 권풍을 보며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움직였다.

그것도 권풍이 몸에 닿기 직전까지 소름이 끼치도록 침착하게 말이다.

휘익, 휘이익!

그리하여 어렵지 않게 장건의 공격을 너무나 부드럽게 흘리고는, 피했던 그 결을 따라 그대로 장건의 옆구리에 강력한 발차기를 먹였다.

-무영진퇴각(無影進退脚)!

퍼어어어억!

예기치 못한 반격에 장건은 그대로 속수무책으로 공격을 허용하고는 뒤로 주르륵 밀려나 추하게 엎어지고 말았다.

그동안 열심히 익혀왔던 장운의 실력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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