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6화 (16/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6화

둘째 형과 대련하다(3)

“억! 어어억!”

대련장에서 그대로 뒤로 넘어진 장건은 고통에 찬 신음을 내질렀다.

이 신음은 고통스러워 낸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바로 당혹감이었다.

‘아니, 왜?’

가장 먼저 든 의문은 아주 간단하고도 원초적인 것이었다.

왜? 도대체 왜 이 절름발이 놈은 이렇게 강한가?

물론 그의 내력이 쓸 만하다는 것은 어젯밤 일련의 사건을 통해 알고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아비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탓에 몸에 좋다는 것을 다 주워 먹었으니 다른 건 몰라도 내공은, 아니, 내공만 쓸 만하리라 믿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아무리 방심했다 하더라도 일류 고수인 자신을 바닥에 쓰러뜨려?

“아니야, 아니야아!”

머리로 납득하지 못했으니 남은 것은 악과 깡만 남았다.

장건은 서둘러 다시 몸을 일으켰다.

장운 역시 재빨리 후속 공격을 가하지 않았기에 몸을 일으키는 것은 수월했다.

‘이 재밌는 사냥을 어찌 빨리 끝낼 수 있단 말인가?’

장운이 굳이 공격을 이어나가지 않았던 까닭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아울러 많은 사람들과 아버지에게 성숙하고도 인정을 베푸는 모습을 보이며 많은 지지를 얻었다.

“이럴 수가!”

“저, 저 사람이…… 그 소심하고 갈 때까지 갔던 절름발이 셋째 도련님이라고?”

“거짓말!”

아직 대련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지만 장건이 발라당 뒤로 넘어진 것을 목격한 표국 내부 사람들은 경악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장건에 대한 평가와 장운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장건은 첫째인 장룡만은 못해도 그럭저럭 무공도 강하고 상재에도 재능을 보이는 반면, 장운은 언제나 골칫거리에 소심하면서도 열등감이 강하여 두문불출(杜門不出)하는 폐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장운이 단 일격에 장건을 무너뜨리는 모습은 표국 전체에 커다란 충격을 선사했다.

“아직이다!”

장건도 그러한 흐름과 여론을 느끼고 있었기에 서둘러 다시 대련에 임했다.

장운이 가한 공격 탓에 옆구리는 이미 새파랗게 피멍이 들고 호흡이 가빠 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여기서 장운 놈에게 패배한다면 이 무슨 개망신이냐고!’

살다 보면 절대로 져서는 안 되는 싸움이 있다.

그 싸움이 바로 동생 장운과의 대련이었다.

그러한 절박함 때문일까?

-구풍낙뢰(九風落雷)!

절박함은 곧 행동으로 이어졌다.

본래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지만 장건은 비겁하게도 장운의 약점이자 열등감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부위를 노렸다.

바로 그의 왼쪽 다리, 즉 절뚝이는 다리에 하반신을 쓸어 버리는 강력한 초식을 선사한 것이다.

“이런!”

“이건 좀……!”

대놓고 그 부위를 노리는 악랄함에 무영신투와 감우량은 자기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고 말았다.

실전이라면 모를까, 대련 그것도 친족끼리 대련인데 굳이 불편한 부위를 노린다?

이것은 선을 넘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장운이 누구던가?

그는 이미 전생에서 백전노장(百戰老將)이나 다름없는 무수히 많은 경험을 하였다.

‘올 줄 알았지.’

둘째 형이 비정하게 절고 있는 왼쪽 다리에 공격을 가하는 순간, 장운은 좌절하기보다 오히려 환호를 하였다.

왜냐고?

저놈이라면 이 부위를 후벼 팔 줄 알고 만반의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파아앗!

장운은 장건이 대놓고 이를 갈고 있을 때부터 뒤로 물러날 준비를 했다.

가까이 붙어야만 빛을 발하는 권각술을 익혀 거리가 벌어지면 불리한 장건인 반면에 장운에게는 중장거리 무공이 존재했다.

-무염지(無炎指)!

장운은 기다렸다는 듯이 뒤로 물러나 그의 공격을 아주 여유롭게 피한 다음, 지풍 몇 가닥을 날렸다.

지법은 직접 손가락으로 찍는 것과 지풍을 날려 요혈을 노리는 법 두 가지 방식이 존재하는데 장운은 그 후자를 택한 것이다.

화르륵!

장운의 무염지는 그대로 장건의 어깨 죽지를 찔렀고 보이지 않는 화염을 지녔다는 무염지에 맞은 결과!

“끄아아악!”

장건은 그대로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그는 장운이 횃불을 들어 어깨에 지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휘청거렸다.

영악하게도 장운은 열세에 놓인 장건에게 가까이 붙지 않았다.

‘구석에 몰린 맹수가 더 위험한 법이다.’

특히나 현재 실력으로 따졌을 때 자신이나 장건이나 큰 차이 없이 대동소이(大同小異)했으며 어떤 부분에서는 장건이 뛰어난 부분도 있었기에 방심은 금물이었다.

파앗, 팟!

그 대신 열심히 거리를 벌리며 무염지로 장건의 전신에 불을 질렀다.

물론 진짜 불이 아니라 불을 지르는 것처럼 뜨거운 고통을 주었다는 뜻이다.

“크윽, 큭!”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건은 끝까지 항전하려 했고, 급기야 너 죽고 나 죽자는 동귀어진(同歸於盡)의 수법을 펼쳐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가려던 그때였다.

콰앙!

돌연 장건의 시점에서 보이지 않은 어떤 공격이 자신의 턱을 강타해 버렸다.

장건은 계속해서 동귀어진만을 노리고 있었던지라 시야가 좁아져서 몰랐는데 경악스럽게도 자신의 턱을 후려 버린 것은 장운의 발차기였다.

그것도 언제나 장운을 바닥까지 내려끌며, 그를 열등감의 화신이자 쟁자수들에게조차 놀림거리가 되게 만들었던 왼쪽 다리로 그를 때린 것이다.

휘청!

제대로 턱을 맞은 장건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하늘이 핑핑 도는 것을 느꼈다.

“어, 어떻게…….”

어떻게 그 불편한 다리로 자신을 가격할 수 있냐는 뜻이었다.

장건이 곧바로 기절하지 않은 것은 그의 초인적인 자존심 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이 다리는 더 이상 나를 괴롭히는 약점이 아니라…… 나와 함께 보다 더 높은 곳까지 걸어갈 주인공의 다리요. 애초에 나는 끝맺음으로 왼쪽 다리를 이용한 공격을 상상하고 있었습니다.”

장운은 바닥에 서서히 쓰러져가는 장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것이 바로 장운의 진심이자 동시에 표국 사람 모두에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더 이상 나의 다리는 불편하지 않다!’

물론 아직 완전히 극복된 것은 아니지만 무영신투에게 익힌 신법과 더불어 출중해진 내공과 무공 실력으로 인해 보완을 하고 있었다.

설령 다리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멋들어진 공격으로 둘째 형을 쓰러뜨리지 않았는가?

철푸덕!

장건은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대로 눈앞이 암전되고는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장운 승리!”

진행과 판정을 맡은 장본인 청죽군자 기인창은 그 자리에서 즉시 장운의 승리를 호명하며 대련을 멈추었다.

와아, 와아아아아아!

사실 기인창의 호명이 있기 전부터 함성은 서서히 커지고 있었다.

흡사 자그마한 눈송이가 점점 더 불어나 거대한 눈사태가 되는 것처럼 함성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미쳤다. 이건 미쳤어!”

“셋째 도련님이 둘째 도련님을 꺾다니!”

“그것도 왼쪽 다리로 마무리를 지었어!”

“믿을 수 없다.”

이것은 일대의 파란이자 어마어마한 사건이나 다름없었다.

장운이 다시 태어난 것처럼 활약한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하며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고 조롱하던 이가 태반이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표국의 모든 사람은 물론이오, 이들의 아버지이자 표국의 주인인 금령검객 장천호마저 보고 있는 앞에서 장운은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비겁하게 동생의 아픈 다리를 노리던 장건인 반면에 장운은 그의 저의를 간파하고 아픈 다리를 공격 수단으로 사용하는 대범함마저 보였다.

이는 역경을 완벽하게 이겨낸 초인처럼 보여 말단의 쟁자수부터 높은 위치의 집사와 대표두까지 미쳐 버릴 지경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함성은 세차게 울리다 못해 황금표국 전체를 뒤흔들고 있었다.

그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황금표국 아래이자 섬서의 남쪽에 있는 화산파와 종남파가 놀라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장운이가…… 둘째를 이겨?”

놀란 것은 첫째인 장룡 또한 마찬가지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는 걱정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장운의 심계가 보통이 아닌 것에 약간은 불길했지만, 장건이 그래도 형인 만큼 실력으로 찍어 누르리라 관망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게 장운이라고?’

장룡은 장건보다도 막내를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놀라움은 두 배였다.

“멋지다. 정말로 멋지구나!”

급기야 좀처럼 감정 표현을 하지 않던 장천호조차 손뼉을 치고 있었다.

그에게는 둘째 아들도 똑같이 아끼고 사랑하지만, 장건은 못난 모습을 보인 반면에 아픈 손가락이었던 장운은 완전히 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장건보다도 장운이 더 자랑스럽고 더 애정이 갔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 장운 도련님을 끝까지 믿고 따른다고 했지!”

장운을 호명하며 열렬히 소리치는 대열 속에서 전뢰창 감우량 표두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맨 처음 그가 대련을 시작하기 전부터 장운의 무리로 합류했을 때 많은 이들이 혀를 차곤 했다.

줄을 잘못 서도 단단히 잘못 섰냐느니,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냐느니 말들이 많았던 것이다.

“끄응.”

“이럴 수가.”

자신보다 어리고 하수인 감우량이 소리쳐도 장룡 휘하의 표국 입문이 오래된 표두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표두들을 바라보며 쟁자수들은 내심 고소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장운 휘하의 인물들이 대부분 쟁자수인 반면 장룡은 대부분 표두들이었기에 조마조마하던 차에 이런 일이 벌어지니 통쾌하기 그지없었다.

처억!

장운이 더 멋있는 것은 대련이 종료되자마자 쓰러진 둘째 형 장건을 향하여 정중히 포권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미운 감정은 둘째 치더라도 장운은 어찌 됐건 자신과 피가 이어진 형제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존경이나 사랑의 감정이 아니다.

아니꼽고 더럽더라도 일단 형인 이상,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는 대우하여 실리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장운이가 이겼구나. 기인창 대표두는 장건을 의원으로 옮겨 주겠소?”

마침내 대련이 성황리에 끝나자 장천호는 직접 대련장 위로 내려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장건의 부상은 깊지 않았고 장운이 성숙한 모습을 보이며 황금표국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장청호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하나도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기인창은 큰 부상이나 내상 없이 깔끔하게 기절한 장건을 둘러업고는 그대로 의원으로 향했다.

사실 의원으로 향할 것도 없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일어날 테니까.

“장운아, 수고 많았다. 너의 승리다.”

장천호는 애써 감격을 억누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국주님!”

장운은 많은 이들이 보는 자리니 아버지가 아니라 국주라고 말하며 정중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보다 더할 수 없는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으니 남은 것은 본래 약속했던 것.

금령풍운검법을 익힐 차례였다.

“대련에서 훌륭히 승리한 내 셋째 아들 장운이에게…… 정식으로 금령풍운검법을 전수하도록 하겠다!”

장운은 장천호의 외침을 들으며 두 눈을 감았다.

하마터면 눈물이 흐를 뻔하였는데, 이 감정의 출처는 검신 장인랑이 아니라 본 육체의 주인 장운이 반응한 결과였다.

‘본래의 장운이 진정으로 원하던 것은 황금표국의 주인이 되는 것도, 금령풍운검법을 익혀 천하를 호령하는 것도 아니었다.’

본래의 장운은 죽기 직전까지 오로지 단 하나.

차가운 아비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소원은 장인랑이 강림하여 이루어졌다.

장인랑을 부른 것은 어쩌면 장운의 강한 사념 때문일지도 몰랐다.

“점심이 지나고 내 연무장으로 찾아오도록 하라.”

그렇게 장운은 장룡에 이어 금령검객의 절기이자 섬서 삼대검법인 금령풍운검법을 전수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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