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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21화 (21/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21화

호위 표사가 되다(1)

우와아아아!

장운이 순식간에 승리를 가져가자 황금표국 장내는 완전히 난리가 나고 말았다.

무승부, 아니, 점잖게 져도 이득이라 생각했었기에 놀라움은 두 배였다.

표국 내부 사람들은 물론이고 수뇌부들마저 경악하는 중이었다.

“적엽검 구양모가 이토록 쉽게 지다니!”

“저자는 일류 중에서도 손꼽히는 고수인데 장운 도련님이 어떻게 이겼을까?”

“압도하던 내공은 또 어떻고?”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난리통을 만드는 그때 장천호만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합당한 결과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금령풍운검법을 전수한 보람이 있군.”

그리 크지 않지만 나지막한 장천호의 말은 장건의 가슴을 때리고 말았다.

세 아들 중 유일하게 자신만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돌아가 종남의 인원들에게 전하시오. 더 이상 속가제자를 보내는 얕은 수작 따윈 부리지 말라고 말이오.”

장운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패배의 쓰라림에 몸부림치는 구양모를 향하여 쐐기까지 박았다.

“크, 크윽! 알겠소.”

패자가 무슨 할 말이 더 있단 말인가?

오히려 장운이 종남파를 속된 말로 욕하지 않아 다행일 뿐이었다.

와아아아!

그 모습에 표국 내부는 또 한 번 들썩거리는 중이었다.

“장운 도련님 만세!”

“우리 황금표국의 자랑!”

“새로운 무골의 탄생이다!”

그동안 아무리 공을 세우고 완전히 다시 태어났음을 피력해도 인정받지 못하였던 장운.

그 여론은 이 정식 비무로 인하여 완전히 뒤집히고 말았다.

둘째인 장건을 이길 때만 해도 긴가민가했던 이들은 이제 장운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죽했으면 장건 파벌에 속한 수뇌부들조차 그를 달리 보았던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장운…….”

혼자만 금령풍운검법을 익히지 못하여 부들부들대는 장건 옆에서 조용히 불타오르는 사내가 있었다.

그는 과묵공자라고 불리며 초일류 수준에서도 극상까지 도달해

서른이 넘기 전 절정의 경지를 돌파할 것이 분명한 사나이.

섬서성을 대표하는 후기지수인 장룡이었다.

‘내 너를 하찮게 여겨 그동안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장운을 의식하는 장건을 보며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만 믿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장운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심계는 물론이고 무공마저도!

“장운 도련님에게 멋진 별호가 필요해.”

“맞아. 이렇게 훌륭한 무공 실력을 지녔는데 별호가 없다니.”

“금령…… 공자! 금령공자(金靈公子)가 어떨까?”

장룡과 장건이 대세가 된 셋째 동생을 견제하고 있는 사이, 장운에게는 어마어마한 별호마저도 생기고 말았다.

황금표국의 주인이자 섬서성에서도 손꼽히는 고수인 금령검객 장천호의 별호를 본떠 금령공자라고 붙여진 것이다.

이 별호는 매우 상징적이자 깊은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미 황금표국 사람들의 심중에 금령검객의 정식 후계자는 어쩌면 장운이 되지 않을까 하고 여론이 형성된 까닭이었다.

“이제…… 본 표국에 내 자리가 생겼구나.”

오늘 완벽한 승리자로 등극한 장운이 해맑게 웃었다.

* * *

-절름발이에 두문불출하여 폐인처럼 지내던 황금표국의 셋째 아들이 달라졌다!

-종남 속가제자 중 최강이자 일대제자급의 실력을 지녔다는 적엽검 구양모마저 꺾었다지?

-금령공자 장운! 첫째인 과묵공자 장룡을 위협하는 새로운 후기지수의 등장!

그다음 날 섬서성 일대는 온통 금령공자 장운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다.

이는 그날의 대단한 비무를 목격한 자들이 다들 표두이자 쟁자수였기에 방방곡곡 울려 퍼질 수밖에 없었다.

“도련님! 장운 도련님!”

그날 아침, 장운을 책임지는 하인 갑호는 헐레벌떡 일어나 곧바로 주인을 찾았다.

“무슨 일인데 그래?”

장운은 예전처럼 나태하게 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새벽부터 천허심법을 비롯하여 금령풍운검법까지 무공 수련에 몰두했기에 당연히 깨어 있었다.

“지금 섬서 남쪽부터 북쪽 끝까지 죄다 도련님 이야기입니다. 들으셨습니까?”

갑호의 호들갑에 장운은 살짝 웃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의 입방아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면 안 된다. 그런 사람들은 내가 부진하거나 어려움을 겪을 경우, 또 그 소식에 취해 떠벌리는 작자들이기 때문이다.”

장운은 이를 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천하제일검으로 소문났을 때 얼마나 많은 환호와 지지를 받았던가?

그러나 결국 천하제일검은 자신을 시기하고 질투하던 자들의 손에 죽고 말았다.

그렇기에 부질없음을 잘 알았다.

“아이고~ 평생을 주목받지 못하고 사셨는데…… 조금은 기뻐해도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갑호는 넉살 좋게도 히히 웃으며 장운에게 친근하게 굴었다.

“그래. 내 오전 수련 시간에 그런 이야기를 하러 온 거였어?”

“에이,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갑호는 그다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뢰창 감우량 표두께서 도련님을 찾으십니다. 어서 가 보십시오.”

감우량이 찾는다는 말에 장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나를?’

감우량이 자신이 있는 금옥관으로 거처를 옮겼다는 소식은 들었다.

하나 감우량은 일 처리에 있어서 철두철미한 자다.

자신과 뜻을 함께한다고 해도 잘 보이려 하거나 일부러 찾아와 아첨을 할 위인은 아니었던 것이다.

“정말이더냐?”

“네, 제가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말하겠습니까? 제가 눈치를 보니 좋은 소식 같던데…….”

장운은 잘 모르고 있었지만 갑호의 친화력과 넉살은 다소 무뚝뚝한 성격을 가진 감우량조차 녹이고 말았다.

따라서 갑호는 감우량이 어째서 장운을 부르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 위계질서와 하인으로서 표행에 끼어들지 않기 위해 너스레를 떠는 중이었다.

“그래, 다녀오지.”

마침 감우량은 같은 건물인 금옥관에 거주하고 있었으므로 그의 거처를 향해 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감 표두님. 부르셨습니까?”

장운은 감우량을 발견하고는 밝아진 안색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도 그럴 것이 표두급 중에 자신을 따르는 것은 감우량이 유일했던 것이다.

“네, 도련님. 오전에 무공 수련을 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감우량은 장운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하며 답했다.

표행에 나섰을 때는 표두와 일급 표사의 관계이더라도 이곳은 표행이 아닌 개인의 거처였기에 대우가 달랐다.

“아닙니다. 혹시 표행 때문에 부르셨습니까?”

장운은 그가 자신을 찾은 것이 몹시도 궁금했다.

아니나 다를까?

“도련님께 지목 표행이 들어왔습니다.”

지목 표행이라는 말에 장운은 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그, 그게 정말인가요?”

지목 표행이란 바로 의뢰인이 표사 혹은 표두를 지정하여 진행하는 표행을 뜻했다.

그 말인즉슨 누군가가 일급 표사 장운을 지목했단 것이다.

“네, 그것도 보표(保鏢)의 임무입니다.”

보표라는 말에 또 한 번 더 놀란 장운.

보표란 일반 표행에 나서는 표사가 아닌, 호위 무사 역할을 하는 표사를 일컫는 일이었다.

이를 호원(護園) 표행 혹은 호위 표사라고 부르며, 물자나 재화를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뢰인을 호위하거나 원하는 곳까지 안전하게 모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더 두고 볼 것도 없지요. 당장 하겠습니다. 무릇 표사란 표행이 부르는 곳으로 가는 것이 진정한 표사 아니겠습니까?”

장운은 호위 표사 임무라는 말에 반색하며 외쳤다.

사실 그는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한 여러 표행을 체험하고 싶었다.

‘특히나 이런 지목 표행이나 호위 표사 임무는 좀처럼 드문 일이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표행이 아니니만큼 당장에라도 참가하고 싶었다.

장운이 보표 역할로 지목된 것은 요즘 들어 금령공자라는 이름으로 한창 상한가를 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였다.

원래 호위 표사 임무는 주로 표두급 고수들에게나 주어지는 표행이었던 것이다.

“저어, 근데 그것이…….”

감우량은 잠시 주저하며 쭈뼛대는 게 아닌가?

그런 행동에 장운이 의아함을 느끼던 그때였다.

“의뢰인께서 임무 완수 대금을 표행이 끝나면 줘도 되냐며 하도 성화를 부리고 있습니다.”

본래 보표를 고용하는 것은 꽤 많은 자금을 소요하는 법이다.

특히 섬서성에서 화산과 종남 다음으로 막강한 위세를 지닌 황금표국, 그것도 주가를 올리고 있는 금령공자를 고용하려면 적어도 금자 세 개는 주어야 했다.

그런데 이 의뢰인은 그 대금을 나중에 주면 안 되냐고 보챘던 것이다.

“그럼 먼저 의뢰인을 만나 봐도 되겠습니까?”

장운이 조심스레 요청했다.

본래 의뢰인과 사전에 대면하는 것은 표사가 아닌 표두 이상의 직책을 지닌 자의 몫이었다.

“네, 그러지 않아도 의뢰인께서 도련님을 뵙고 싶다고 하셨으니까요.”

때마침 의뢰인과 장운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에 사전 대면은 어려울 것이 없었다.

“들어오십시오.”

감우량이 말하자 의뢰인은 성격이 급한 것을 보여주며 문을 열고 헐레벌떡 실내로 들어왔는데,

“이자가 소문의 금령공자인가? 스읍…… 예상보다는 훨씬 더 약해 보이는데?”

그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술 냄새가 짙게 풍기고 있었으며 이미 한잔 거나하게 하였는지 코는 완전히 빨개져 있었다.

더욱이 전신에서는 퀘퀘한 땀 냄새가 코를 찔렀고 덥수룩한 장발을 한 오십 대의 중년인이었다.

무엇보다도 장운을 보자마자 평가절하를 하였으니 좋게 보려고 해도 좋게 보일 수가 없었다.

“이런…….”

의뢰인의 무례에 감우량이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의 선에서 거절하려던 그때였다.

“……!”

장운은 다소 건방진 의뢰인을 보는 순간부터 어디서 보았다 싶었는데 마침내 그가 누구인지 떠올렸다.

“의뢰 대금은 보표 임무가 끝나는 대로 치르겠다고 들었습니다.”

“흐흐, 벌써부터 대금 이야기인가? 그래, 내 반드시 치르겠으니 걱정하지 말게.”

먼저 대금을 치르지 않는 주제에 당당한 모습을 보면 누가 봐도 건방지다 느낄 정도였지만, 장운은 화가 나거나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오히려 내심 미소를 지었다.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자는 천하제일의 대장장이인 만철야장(萬鐵冶匠) 공야월이다!’

장운은 전생의 기억을 통해 알고 있었다.

이 남루하고 초라해 보이는 중년인의 정체는 무림의 패권을 나누어 먹고 있는 무림맹과 사흑천의 주인들조차 제발 무기 한 자루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만철야장 공야월이었다.

그의 명성이 높은 이유는 아무에게나 무기를 만들어주지 않으며 특히 최근 들어 대장장이 일을 접었다는 소문이 파다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만든 무기의 가치는 점점 더 올라가고 있었다.

‘게다가 공야월의 성정이 겉으로는 오만방자하고 건방져 보여도 은근히 착할뿐더러 절대로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들었다.’

장운은 예전의 자그마한 일화를 기억했다.

산속에서 장작을 패며 살던 어느 촌부(村夫) 한 명이 길 잃은 남루한 차림의 중년인을 도와주었는데 그 인물이 만철야장 공야월이었던 것이다.

-흥, 길 잃은 사람을 돕는 건 당연하지. 장작 패는 사람이 도끼가 그게 뭐야? 도끼 줘 봐.

공야월은 그 자리에서 즉시 그의 도끼를 갈고 닦아주었고 그 촌부의 도끼는 훗날 무림에서 도끼의 무학을 익힌 무인의 손에 무려 금자 오십 개라는 금액에 낙찰되고 만다.

이 일화에서 봐도 알 수 있듯이 공야월은 반드시 빚을 갚는 사람이며, 금자가 거의 없다시피 한 자유로운 영혼이기에 자신의 재주로 갚을 것이 분명했다.

공야월은 금자를 추구하는 인생을 살지 않았다 보니 의뢰 대금을 치를 금자가 없지만 어떻게든 갚겠다고 하였다.

그 말인즉슨…….

‘나는 의뢰가 끝나면 공야월에게 내 새로운 검(劍)을 만들어 달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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