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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25화 (25/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25화

호위 표사가 되다(5)

새하얀 백의를 걸친 채 위풍당당한 발걸음으로 등장한 사나이.

걸음걸이에 깊은 내공과 더불어 고고한 기상이 느껴졌고, 무인보다는 오히려 문사나 관아와 연관이 있을 것처럼 보였다.

이자가 바로 사천 무림에서 백룡군자라고 불리며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무인이었다.

그래서 그의 얼굴과 명성을 익히 알고 있던 공야월이 크게 기뻐하며 반색한 것이다.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백룡군자라는 과분한 별호를 얻은 장 모입니다.”

공야월의 말에 장월상은 과분한 위명일 뿐이라며 자신을 상징하는 무기, 백룡선(白龍扇)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가 나서자 좌중들로부터 감탄이 터져 나왔다.

“백룡군자께서는 겸손하시고 공명정대(公明正大) 하다더니 사실이로군.”

“그러게 말이야. 난처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나서다니.”

과분하다는 장월상의 말과는 달리 그의 위명은 실로 대단했다.

실제로 사천 무림에서는 백룡군자와 척을 지닌 자는 반드시 악인일 것이라며 그를 지지하는 인원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백룡군자 장월상…….’

장운은 갑자기 등장한 그를 바라보며 무언가 깊은 생각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그와는 달리 공야월은 기뻐하는 눈치를 감출 수 없었다.

‘그러지 않아도 나 때문에 난처함을 겪는 것 같아 장운에게 미안했는데.’

그런 그때 때마침 백룡군자 장월상이 먼저 스스로 도움의 손길을 내미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천하제일의 장인으로 유명한 만철야장 공야월 대협을 흠모하고 있었습니다. 설마 우리 사천성 분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장월상은 본래 공야월과 친분이 없었으나 크게 반가워하는 눈치였다.

또한 공야월의 거처나 위치는 많은 이들이 몰라 궁금해하고 있었기에 반가움은 더했다.

“아닙니다. 그나저나 장 대협…… 저희를 좀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공야월은 장운의 눈치를 슬쩍 보더니 이윽고 장월상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그의 판단은 매우 탁월한 것이었다.

예로부터 백룡군자는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두고 보지 않는다는 말이 무성했다.

아니나 다를까?

“물론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난처해 보여서 제가 나서던 차였습니다.”

장월상은 특유의 청렴하고도 준수한 얼굴로 씨익 웃고는 시선을 돌려 장운을 바라보았다.

“오, 소문으로 듣던 금령공자시구려. 초면에 실례지만 제가 좀 도와드려도 되겠소이까?”

그는 너무나 정중하게 호위 표사인 장운의 허락도 구하고 있었다.

본래 장월상 정도의 위치라면 까마득한 후배인 장운에게 하대를 하며 동의를 구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것만 봐도 그의 인성을 잘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네, 그러시지요.”

난감하려던 차에 장월상이 선뜻 도움을 주었고 장운에게도 무례를 범하지 않았다.

이에 장운은 감격할 법도 한데 의외로 무척이나 무덤덤하게 대답하는 게 아닌가?

오히려 기분이 나빠 보이기까지 했다.

“저어…….”

그 모습에 공야월은 자신이 호위 표사의 허락도 없이 먼저 나선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하려던 그때였다.

“지금부터 여기 공 대협과 그 일행은 이 백룡군자 장 모가 같이 합류하여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사천 무림의 동도 여러분! 여러분들께서 한낱 위명에 불과한 이 백룡군자를 존중하신다면…… 여기 두 사람과 그 어떤 은원 관계가 있다고 해도 사천성을 벗어날 때까지는 눈을 감아주십시오.”

장월상은 내공을 담아 흡사 문사가 서책을 읽듯 덤덤하게 외쳤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가볍게 말하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귀에 선명하게 각인되고 있었다.

‘실로 대단한 실력이자 내공이다.’

장운은 그 모습을 보며 이미 장월상의 실력이 절정의 수준을 돌파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많은 이들의 귀에 선명히 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내공이 대단한 것은 물론이오, 그 방식이 탁월하다는 뜻이었다.

“이 벽력권(霹靂拳) 도종호는 백룡군자의 뜻을 따르겠소!”

“나, 일검부운(一劍浮雲) 이지천도 마찬가지요!”

“우리 사천삼괴(四川三怪)도 동의하는 바요.”

사천 무림에서 백룡군자라는 이름이 가지는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장월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많은 이들이 나서서 앞다퉈 선언하였다.

오늘 모인 자들은 대부분이 사파의 인원들이나 음지의 무인들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백룡군자의 뜻을 존중한 것이다.

“크으으, 우리…… 흑의방(黑衣房)도 의견을 따르겠소.”

심지어는 이 모든 사건을 사주하고 소동을 일으킨 사천 흑의방조차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흑의방이 나선다면 백룡군자 한 명을 사살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테지만 그렇게 했다간 사천 무림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테니까.

씨익!

장월상은 이들의 반응에 흡족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한번 정중히 포권을 하였다.

“사천 무림 여러 동도들의 동의에 감사드립니다. 모든 일이 끝나고 객잔에 술 한 잔씩 올리도록 하지요.”

백룡군자는 다재다능하여 풍류(風流)를 즐기는 데도 능했고 벗들과 함께 술을 마시는 걸 즐겼다.

장월상은 그렇게 자신의 이름으로 위기를 넘긴 다음,

“서둘러 이 자리를 뜨도록 합시다.”

장월상의 합류로 인하여 한 차례 위기를 넘긴 일행들은 서둘러 이동에 박차를 가했다.

이들이 장월상의 의견을 존중한다 하더라도 나중에는 그가 감당할 수 없는 악인이 나타날지도 몰랐다.

그렇게 된다면 여론은 다시 기습 쪽으로 흐르게 될 것이고 장운과 공야월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장월상의 합류는 실로 탁월하여 그는 목적지, 목리 코앞까지 완벽하게 안내를 도왔다.

“껄껄껄, 대단하군요. 설마 만철야장의 대장간이 그 울창한 밀림 부지에 있을 줄이야.”

마침내 목리 지점까지 하루를 앞둔 시점에서 술을 기울이는 자리가 벌어졌다.

어차피 더 이상 추격꾼들도 없겠다, 하루가 지나면 목적지에 도착하니 술을 좋아하는 백룡군자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때마침 공야월도 술이 간절하던 차라 모닥불 앞에서 두 사람이 술잔을 기울였다.

“아시다시피 요즘 무림이 좀 흉흉해야 말이지요.”

“한데…… 목리 지역은 인근의 토박이들마저 길을 헤매는 곳이 아닙니까? 그곳의 위치가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

“그건 대답해드리기 곤란하군요. 마음 같아서는 알려드리고 싶은데 제 제자들의 신변도 있다 보니 말입니다.”

“아, 제가 실언을 했군요.”

술잔을 기울이는 것은 주로 장월상과 공야월뿐이었다.

장월상은 자신이 실언했음에 미안하다고 하였고,

“아닙니다. 장 대협께서는 그저 저희의 안위를 위해서 물어보신 건데요, 뭘. 목리의 밀림에 들어가서부터는 저와 여기 장운 소협만 있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네, 그럼 그곳까지만 도움을 드리도록 하지요.”

다행히도 분위기가 깨지는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장운 소협께서도 한잔하는 게 어떻습니까? 달이 이리도 밝고 밤도 그윽한데 말입니다.”

누가 풍류를 아는 사람이 아니랄까 봐, 목리 인근 지점 울창한 숲에서 풍경 타령을 하며 장운에게도 술을 권하는 백룡군자였다.

“아닙니다. 표사가 표행 중에 취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이에 장운은 정중히 거절하였다.

장월상도 더 권하지는 않았다.

끝까지 술을 권하면 그것은 풍류남아(風流男兒)가 아니라 난봉꾼일 테니까.

“호오, 그렇소? 그럼 이 안주라도 좀 드는 게 어떨는지요? 그간 산적들의 볼품없는 식사를 하느라 많이 배가 고플 텐데.”

그 대신 술과 함께 싸 온, 각종 고기를 구운 안주를 권하였다.

공야월은 그 모습에 감탄을 하고 말았다.

‘역시 인정이 넘치는 호협하신 대협이다.’

진심으로 감탄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공야월과 달리 장운은 뭔가 이상했다.

“괜찮습니다.”

장운은 다시 한번 더 거절했다.

술은 그렇다 치더라도 음식까지 거절하자 순식간에 흥이 오르던 분위기는 차게 식고 말았다.

“장운 소협,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나?”

그 상황에 공야월은 서운하다는 듯이 말문을 열었다.

그러지 않아도 자신의 부탁으로 장월상을 모실 때 탐탁지 않아 하는 장운의 모습을 보며 무언가 마음이 걸렸던 것이다.

“아닙니다. 저 때문에 두 분께서 그러지 마십시오. 장운 소협께서는 아무래도 낯선 제가 합류하여 날이 선 모양입니다. 혹시 독 때문에 의심을 하는 거라면 이렇게…….”

장월상은 독성의 여부를 판별하는 순은의 침을 사용하여 자신의 결백을 증명했다.

“장 대협,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 모습에 공야월은 완전히 화가 나고 말았다.

아무리 백룡군자의 합류가 언짢아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희생하는 자에게 야박하게 굴 수 있단 말인가?

“너무하는구려. 여기 장 대협은 오로지 우리를 위해 무상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데 어찌 그리…….”

공야월은 서운한 마음에 그간 참아왔던 심경을 말하려 하였다.

바로 그때였다.

장운 역시 슬쩍 몸을 일으켜 입을 열었는데 말을 거는 대상은 공야월이 아니라 바로 장월상이었다.

“제가 술과 음식을 먹지 않은 이유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장운은 그때까지도 여전히 무언가 생각에 골똘히 잠긴 얼굴이었다.

“마음에 걸리는 것?”

공야월이 반응하자 장운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네. 저희는 장월상 대협께 아미산에 당도하기까지 녹림의 산채를 이용했다는 말은 일언반구(一言半句)조차 없었는데, 조금 전 산적의 식사를 했다고 언급하셨습니다.”

“……!!”

장운의 말을 듣는 순간 공야월은 섬뜩함을 느끼고 말았다.

어찌나 놀랐던지 솜털이 다 일어날 지경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러했다.

장운과 자신이 장월상을 만난 아미파 인근에 도착하기까지 그 경로와 방법은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사실이었다.

스윽!

공야월은 이제 장월상에게 의문의 시선을 보내었다.

흥취가 오르던 술자리는 차게 식다 못해 이제는 냉기가 흐르는 것만 같았다.

“핫, 하하, 어디까지나…… 추측을 한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아미파 영역에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흑의방 방도들의 대화를 듣고 그러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인데…… 의심을 주었다면 사과하지요.”

장월상은 잠시 당황했을지언정 명쾌하게 해명을 했다.

그의 말을 들으니 그것 또한 일리가 있어 공야월이 납득을 하려던 순간!

“의구심이 드는 부분은 그것뿐만 아닙니다. 장 대협께서 등장하신 시기가 매우 미묘하던 것과 더불어…… 이 낯선 땅에서 제가 금령공자인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터인데 바로 알아차렸죠. 그 뜻은 곧 흑의방과 한패거나 그들로부터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가 아니겠습니까?”

의혹은 아직 남아 있었다.

당시 아미산 근처에서 장월상은 장운을 보고 정확히 금령공자라고 말하며 반겼던 적이 있다.

실제로 그곳에 모인 인원들 중 흑의방을 제외하면 낯선 장운의 얼굴을 보고는 금령공자라 바로 알아차린 자는 거의 없었다.

“그것 역시…… 앞서 흑의방 인물들이 소곤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황금표국 금령공자이니 녹림 산채로부터 도움을 받았겠거니 했는데……. 계속 그리 말씀하시니 서운해지려고 하는군요.”

분위기는 점점 더 위태롭고 미묘해져 백룡군자 장월상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이 치닫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위기를 감지한 공야월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자자, 그만하게. 어차피 단 하루만 남았네. 이제 술자리를 파하고 여기까지 하시지요.”

공야월은 중간에 끼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장운과 장월산 두 사람에게 손짓을 하였다.

상황이 이쯤 되니 장운은 자신이 먼저 굽히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과한 것 같습니다.”

결국 장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월상에게 다가가 그에게 허리를 숙이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 포권을 하였다.

“요즘 들어 많은 일들이 있어서 날카로웠습니다, 장 대협. 넓은 아량으로 이 부족한 후배를 용서해 주십시오.”

의외로 장운이 너그럽게 굽히니 인정 많은 백룡군자 장월상도 마음이 풀리고 말았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우, 아닐세. 따지고 보면 내가…….”

그렇게 다시 화기애애하게 화해하나 싶은 찰나!

-무염지(無炎指)!

갑작스러운 장운의 기습이 장월상의 앞섶을 파고들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은 공격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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