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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26화 (26/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26화

호위 표사가 되다(6)

파아아앗!

장운의 뜨겁고 은밀한 무염지의 지풍이 순식간에 장월상의 앞섶을 관통하였고 장운의 공격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곧바로 발끝을 이용해 모닥불 근처에 잔뜩 쌓여 있던 숯가루를 안면에 뿌린 것이다.

“끄아아악!”

뜨겁고 따가운 숯가루가 얼굴과 더불어 눈에 들어가자 장월상은 무척이나 고통스러워했다.

“장운! 이게 무슨 짓인가?”

갑작스러운 장운의 기습에 공야월은 크게 당황하며 눈이 커지고 말았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장운은 사과를 먼저 청하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태세 전환을 하여 기습을 가하다니!

“아직도 그를 의심해서 이런 건가?”

공야월은 너무 놀라다가도 장운의 기지와 성정을 기억했다.

짧은 시간이나마 그간 장운을 봐왔기에 그는 절대로 허튼짓을 하거나 무례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았다.

하지만 방금 장운의 행동은 상상을 초월했다.

장운은 계속해서 장월상의 얼굴에 숯가루를 뿌리면서 접근전을 피하고 있었다.

“으악! 나는 인정을 베풀었는데 어찌 이럴 수 있는가?!”

“그만! 일단 그만하게!”

그 잔인한 행동에 장월상은 몹시도 괴로워했고 공야월은 너무 놀라고 말았다.

이번만은 장운의 실수가 아닐까 싶었다.

백룡군자는 까마득한 후배의 기습에 의해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러나 몹시 아파하던 와중에도 그는 그럭저럭 품위를 유지하고 있던 것이다.

“저 백룡군자께서 정말로 나쁜 사람이거나 흑의방 측 사람이라면 지금쯤 본색을 드러냈을 걸세.”

공야월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먼저 기습도 당했겠다, 본색을 드러내며 정말로 흑의방 소속 인물이었다면 동료들을 불렀을 테니까.

그런데 장월상은 아직도 괴로워하며 연신 두 눈을 비비고 있었다.

“과거 우리 황금표국에는 진귀한 보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공야월의 말에 해명을 해도 모자랄 판에 뜬금없는 소리로 서두를 여는 장운.

“그 보물은 사천성으로 이송하던 중 의문의 세력에 의해 기습을 받아 빼앗기고 맙니다. 제 아버지이신 금령검객께서는 현장으로 가 확인을 하였으나 아무런 실마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추후에 누군가로부터 그날 표행에 백룡군자 장월상이 같이 합류하였다는 첩보를 입수했죠.”

장운의 말은 사실이었다.

황금표국의 삼대 보물 중 하나가 사라진 그날, 장운은 물론이고 황금표국에 있어 절대로 씻을 수 없는 아픔이나 마찬가지였다.

공교롭게도 미궁에 빠진 표행에 백룡군자 장월상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장운이 황금 총회에 참가한 이후, 여러 인물과 자료를 통해 접한 정보였다.

“그래서 본 표국은 백룡군자 장월상을 계속 지켜보며 의심하고 있었지만, 사건의 진범과 관련하여 그 어떤 혐의를 밝히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또 이렇게 저와 얽혔네요? 많은 의문점을 남기면서 말이죠.”

공야월은 장운의 말을 들으며 많은 부분이 납득되고 장월상에 대한 의심의 불씨가 다시 커졌지만 제대로 밝혀진 것은 없었다.

“그래도 증거가 없지 않은가? 자네가 제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심증일 뿐이네.”

장운은 고개를 저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본 표국이 잃어버린 것은 금룡린갑(金龍鱗鉀)이라는 것입니다. 특이하게도 상하의가 이어진 이 부드러운 갑옷은 착용하기만 하면 어지간한 공격을 완벽히 막아주는 물건이죠.”

그는 손가락을 들어 장월상의 앞섶을 가리켰다.

경악스럽게도 무염지의 지풍에 의해 피로 물들어야 할 그의 가슴은 멀쩡했을뿐더러,

화르륵!

무염지의 불꽃에 타버린 그의 가슴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 금룡린갑!”

공야월은 경악하여 소리치고 말았다.

자신도 대장장이이기에 금룡린갑에 대한 전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관계로 보자마자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 판별하였던 것이다.

‘그렇구나! 그래서 장운이 저자의 앞섶을 노리면서 동시에 안면에 계속해서 숯가루를 뿌렸구나.’

공야월은 이제야 뒤늦게 장운의 모든 행동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가슴팍을 공격했던 의도와 더불어 얼굴에 숯가루를 뿌렸던 것은 그를 무력화시키기 위함이었다.

동시에 눈이 보이지 않는 장월상에게 가까이 가지 않았던 것은 시력을 잃었다곤 하나 그는 현재 장운보다 더 뛰어난 고수였기 때문이다.

그런 고수에게 눈이 보이지 않더라도 직접 덤벼드는 것은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빌어먹을.”

곧이어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점잖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왔던 백룡군자 장월상은 마침내 착한 가면 속에 가려진 본성을 드러냈다.

“이런 나귀 같은 새끼! 예전 금룡린갑에 이어 초령검마저 손에 넣으려고 했는데!”

이것이 바로 백룡군자로 포장된 장월상의 진정한 민낯이었다.

“세상에! 믿을 수 없어!”

순식간에 돌변한 장월상의 모습을 바라보며 공야월은 넋이 나가고 말았다.

오랜 세월 많은 무인들과 접촉하며 어지간해서는 놀라는 일이 없던 그였으나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수준이 아니라 목까지 내줄 뻔한 것이다.

스윽!

장월상은 숯더미가 된 얼굴에 두 눈을 질끈 감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몸을 움직이는 데 있어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장운의 말마따나 금룡린갑의 탁월한 방어력이 무염지의 지풍을 완벽히 차단한 까닭이었다.

“만철야장의 본거지로 슬쩍 따라가 더 빼앗을 것이 없나 보려 했는데 말이야.”

몸을 기립한 장월상은 자신의 상징인 백룡선을 꺼내 들며 전투태세를 취하였다.

그의 진정한 정체는 악인이자 흑의방과 정기적으로 소통하는 사악한 작자였다.

백룡군자라는 허울을 만든 다음, 그 뒤에서 각종 악행을 저질러 왔고 흑의방은 그런 그와 공생하며 그의 죄를 가려주었다.

실제로 금룡린갑을 빼앗긴 그 표행의 진범은 흑의방과 더불어 표두와 표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 장월상이었다.

주르륵!

매운 숯가루가 눈에 거듭 들어와 따가워서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는 장월상은 이를 갈았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그는 절정 고수였고 불편할지언정 불리하진 않았다.

‘장운 네놈을 갈아먹고야 말겠다!’

그는 반드시 장운을 죽이겠다 다짐하였다.

백룡군자로 등극한 자신이 이와 같은 홀대를 받는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공 노야, 뒤로 오십시오. 저자는 아직 위험합니다.”

장운의 판단은 탁월했다.

-백룡유운(白龍流雲)!

장월상은 분노를 터뜨리며 자신의 절학인 백룡십팔선(白龍十八扇)의 초식을 펼쳐 든 것이다.

그는 백룡선이라는 부드러운 부채로 강한 바람을 일으키며 예리하고도 정교한 공격을 하는 무인이었다.

파앗!

펼치지 않고 한데 모은 백룡선의 부채는 가히 흉기나 마찬가지였다.

거기에 절정 고수 특유의 강기까지 머금어지니 스치기만 해도 죽어 나갈 지경이었다.

“헙!”

실제로 무공을 모르는 공야월은 하마터면 그 위력에 휘말려 장운이 당겨주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즉사할 뻔했다.

백룡선은 아슬아슬하게 공야월의 머리 몇 가닥을 자르며 지나갔고 장운은 그런 공야월을 자신의 뒤로 숨겼다.

-조심해야 합니다. 눈은 보이지 않아도 저조차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실로 무서운 적입니다.

장운이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

애초에 눈이 보이지 않는 장월상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은 이유가 따로 있었다.

장운조차도 숯가루를 뿌린다는 기지를 발휘하지 않았더라면 손쓰기 힘든 고수가 이 백룡군자였다.

‘이왕이면 기습할 때 목을 치고 싶었지만…… 그것은 무리였다!’

장월상은 절정 고수니 설령 뜻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기습을 당했다 하더라도 목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다.

또한 다른 부위는 상하의로 이어진 금룡린갑이 완벽하게 보호하고 있었으니 무리였고 남은 것은 결국 안면뿐이었다.

동시에 장운은 장월상의 입으로 흉수인지 아닌지 직접 들어야만 했다.

그래야 추후 그를 제압한 다음 여죄를 추궁할 수 있을 테니까.

-금령일운(金靈一雲)!

장운은 당하고만 있을 인물이 아니었다.

공야월을 저 뒤까지 숨긴 다음, 장월상이 헷갈리도록 주위를 빙빙 돌면서 금령풍운검법을 시전하였다.

파아앗!

강력한 검기가 구름처럼 뭉게뭉게 퍼져 나갔으나 장월상의 실력은 이미 장운보다 한참 위였다.

“흥!”

장월상은 우습지도 않다는 듯이 한 손으로는 눈을 비비고 남은 한 손으로 장운의 검기를 백룡선으로 차분히 밀어냈다.

이것만 봐도 그의 무공이 더 강하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되었다.

하지만 장운의 노림수는 바로 지금이었다.

-일식(一式) : 전진검(前進劍)!

그의 계획은 실로 노련하였다.

금령일운과 같이 변화가 많고 구름을 일으켜 주변을 가리는 초식으로 장월상의 신경을 끌었다.

그다음 금령일운 사이에 바로 지금 혼원무극검법의 첫 번째 초식을 찔러 넣은 것이다.

이는 실로 교묘하여 잘 만들어진 함정이나 다름없었다.

그동안 많은 경험을 해온 절정 고수인 장월상조차 꼼짝없이 당해 속수무책으로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됐다!’

심지어 좀처럼 경거망동하지 않는 장운조차 완벽한 공격에 환호를 하였으나,

타악!

그가 하나 간과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장월상이 착용한 금룡린갑의 존재였다.

“이럴 수가!”

놀랍게도 금룡린갑은 현 장운의 혼원무극검법조차 완벽히 막아낼 정도로 그 방어력이 대단했다.

상처는 약간의 생채기에 그쳤고 성과가 있다면 장월상이 살짝 놀란 것뿐이었다.

“이런 영악한 꼬맹이 같으니. 나도 순간적으로 놀라고 말았어.”

장월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검은 눈물을 주르륵 흘리면서도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황금표국으로부터 뺏은 그들의 가보가 금령공자의 검을 막아낼 줄은 누가 알았던가?

“크하하핫! 현재 네놈의 공격으로는 이 금룡린갑을 절대로 뚫지 못한다! 그에 비해…… 시간이 지나면 내 시력은 회복할 테고, 그럼 네놈들을 그 자리에서 아주아주 잔인하게 찢어 죽일 것이다!”

장월상은 승리를 확신하며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그도 실로 교묘한 것이 술자리를 즐기는 척 피워놓은 모닥불이 있는 곳은 막다른 벽면 앞이었다.

물론 그가 눈이 멀 것까지 예상했던 건 아니었지만, 최대한 추위를 피하기 위해 선택한 것인데 운 좋게 작용하고 있었다.

장애물은 또 하나 더 있었다.

‘나는 무영신투의 신법으로 혼자 도망가는 것이 가능하지만 공 노야는 무리다.’

공야월은 무공도 모르는 인물이니만큼 신법은커녕 뛰는 수밖에 없었고, 그의 나이를 생각하였을 때 절대로 장월상의 추격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장운 소협! 나는 이 정도면 되었소. 나를 버리고 도망가시오!”

바로 그때 돌발적인 변수가 일어났다.

공야월이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며 눈이 멀어 청각과 후각에만 의존하는 장월상의 이목을 끈 것이다.

공야월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책임을 느껴서였다.

‘나는 장운의 허락도 없이 장월상을 일행으로 끌어들여 위기를 초래했다.’

장운의 깊은 속도 모르고 그를 야박하게 여겼지 않은가?

그래서 자신의 죽음으로써 그 빚을 갚으려고 했다.

자신이 죽는다면 적어도 장운은 자유로이 도망갈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흥! 네놈은 나중에 죽인다!”

하나 장월상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공야월의 대장간에서 많은 무기와 보물을 취해야 하기에 끝까지 살려둘 계획이었다.

또 하나 더.

그를 살려두어야만 장운을 유인할 수 있었다.

“크윽!”

결국 짐만 된 공야월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여 판단을 내렸다.

스윽!

마침내 공야월은 감춰두었던 천하제일검의 애병 초령검을 꺼내 들어 장운에게 건네었다.

“장운 소협! 이 검이라면 충분히 금룡린갑을 꿰뚫을 수 있을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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