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27화
호위 표사가 되다(7)
“……!!”
공야월이 초령검을 건네주자 장운은 크게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이에 공야월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웃기지 마! 초령검으로 저런 놈이 뭘 할 수 있다고!”
때마침 거의 시야가 되돌아온 장월상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금룡린갑의 위력을 더하며 백룡선을 움켜쥐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초령검의 진정한 주인이 다름 아닌 장운이란 걸 모르고 있었다.
꽈악!
장운은 초령검을 움켜쥐었다.
‘이 검을 쥐는 것이 왜 이리도 오래 느껴지는지.’
헤어진 시간만 따지면 일 년조차 채 되지 않았는데도 어찌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장운은 초령검을 쥐자 말 그대로 신검합일(身劍合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 오오오!’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던 공야월은 놀라운 환상을 느꼈다.
마치 갑작스레 실종된 천하제일검 검신 장인랑이 다시 살아나 나타난 것 같은 기시감을 포착한 것이다.
“금령공자 장운! 네까짓 애송이는 초령검을 감히 다룰 수 없다.”
시야는 많이 회복되어 이제 장운의 희미한 잔상마저 보이는 장월상은 공격을 준비했다.
마침 잘되었다 싶었다.
‘네놈을 그대로 처죽이고 초령검을 회수하겠다.’
사실 장월상이 가장 갖고 싶었던 것이 바로 이 초령검이었다.
그렇게 탐욕에 불타는 그를 향해 마침내 장운이 다가갔다.
“백룡군자, 아니…… 한낱 악인에 불과한 장월상. 오늘이 네놈의 마지막 날이다.”
장운은 더 이상 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초령검은 혼원무극검법을 가장 완벽히 표현할 수 있는 검이다.’
그런 이상 무엇이 겁이 나겠는가?
물론 아직도 장월상과 실력 차이가 많이 나지만, 그의 시력이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상태였다.
더 시간이 지나기 전에 지금 끝내야 했다.
-혼령운행공(魂靈雲行功)!
첫 번째로 장운은 전력을 다하여 무영신투의 독문 무공이자 천하제일의 신법인 혼령운행공을 시전했다.
아직 시각이 완전치 않은 장월상에게 혼란을 야기하기 위함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음? 으으음?”
순식간에 자신의 영역에서 장운이 갑자기 사라지는 느낌이 들자 장월상은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절정 고수의 예민한 청각을 이용하여 그의 신형을 추격하고자 했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그가 들을 수 있는 거라곤 서서히 커져 가는 본인의 심장 소리뿐이었다.
현재 장운이 펼치는 무공은 무려 무영신투가 자랑하는 최강의 경공이었다.
특히나 소리를 감추는 것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장운은 혼령운행공을 사용하여 장월상의 주변을 불규칙적으로 맴돌며 그의 정신과 기세를 부수었다.
“어디야! 도대체 어디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월상은 백룡선을 빳빳이 세우거나 방어 태세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운의 기습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초령검이 아무리 대단해도 이 금룡린갑을 뚫을 수는 없을 것이다.’
모순(矛盾)이라는 말이 있다.
최강의 방패와 최강의 창이 얽힌 설화로 장월상은 금룡린갑의 방어력이 초령검의 공격력보다 더 뛰어나다고 믿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제아무리 훌륭한 신병이기의 물건이라고 해도 그것을 사용하는 술자의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장운은 아직 자신보다 미흡하다고 여겼다.
이 공격에 당하기 전까지는.
-이식(一式) : 분광검(分光劍)!
전생부터 사용하던 애검 초령검을 쥔 장운은 현재 절정 고수에 육박하는 공격력을 지녔다.
게다가 장월상에 못지않은 내공을 초령검에 모두 담아 그대로 혼원무극검법이 자랑하는 절대의 쾌검(快劍) 초식인 분광검을 사용한 것이다.
스팟!
분광검은 혼령운행공의 궁합과 맞물려 굉장한 위력을 발산했다.
지금 장운의 모습은 천하제일의 살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장운이 초령검으로 펼친 하나의 검기는 거대한 점이 되어 장월상을 덮쳤다.
이 분광검의 초식은 혼원무극검법 초반 초식 중에서 가장 빠른 초식에 해당되었다.
장운이 굳이 이식을 꺼내 든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모든 위력을 이 하나의 점에 모아 금룡린갑의 방어력을 뚫어야 한다.’
그리고 속도가 느리면 절정 고수의 반사신경을 가진 장월상이 피하고 말 것이다.
그런 점에 있어 이 이식 분광검이 제격이었다.
콰아아아앙!
초령검과 금룡린갑은 서로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뽐내기라도 하듯 거칠게 불꽃을 일으키며 또 하나의 대전을 하였다.
씨익!
처음에는 장월상의 승리처럼 보였다.
초령검이 금룡린갑의 촘촘하고도 두꺼운 갑피에 막혀 멈춰진 것처럼 보였으니까.
진정한 반전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놀랍게도 장운의 분광검은 금룡린갑을 망가뜨리지 않고서 그대로 장월상의 내장을 진탕 흔들어 놓았다.
“컥! 커커커컥!”
장월상은 서서히 느껴지는 지옥의 고통에 입과 코로 쉴 틈 없이 피를 내뿜으며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이것은 내가중수법(內家重手法)의 논리로 겉을 타격하여 내부를 진탕 흔들어 놓는 것과 같았다.
경악스럽게도 장운은 자신의 모든 위력을 단 한 점으로 만들어 겉으로는 금룡린갑을 꿰뚫을 것처럼 하면서 내가중수법의 타격으로 내부에 위치한 장월상의 장기에 큰 충격을 주었다.
만약 이 초령검이 아니라 일반 검이었더라면 금룡린갑의 방어력에 막혀 부러지고 말았을 것이다.
오직 초령검이기에 이런 수법이 가능했다.
“금룡린갑은 본 표국의 귀중한 보물이다. 네까짓 놈을 죽이느라 그것을 망가뜨리면 안 되지.”
장운은 피를 흘리며 눈이 돌아 기절하기 일보 직전의 장월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사실 장운도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전력에 젖 먹던 힘을 짜내었기 때문이다.
“백룡군자라는 허울 좋은 위명에 사악한 본성을 감춘 악인 장월상. 네놈은 감히 본 황금표국의 표행을 방해하고 나아가 표두와 표사들, 그리고 쟁자수를 모조리 죽이는 악행에 일조하였다. 네놈을 생포하여…….”
장운은 힘들더라도 장월상에게 공포를 선사하였다.
“황금표국으로 끌고 가 여죄를 낱낱이 고하도록 하겠다.”
아마 그것은 위선자인 장월상에게 죽음보다 더 큰 충격일 것이다.
장운의 복수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기절한 장월상에게 다가가 놈이 훔친 금룡린갑을 회수한 다음,
서걱!
그대로 초령검을 들어 놈의 단전을 관통하였다.
이는 무림인에게 있어 가장 끔찍한 형벌로, 단전을 폐한다는 것은 가진 모든 내공을 잃고 나아가 평생 무공을 익히지 못하는 몸이 된다는 것이었다.
즉, 절정 고수였던 장월상은 순식간에 무공을 모르는 촌부나 마찬가지로 전락한 것이다.
“끄아아악! 아아아악!”
장월상은 기절해 있다가 인두로 오장육부를 지지는 듯한 화끈한 고통에 다시 몸부림쳤다.
그는 거의 넋이 나간 상태에서 금룡린갑을 확인하는 손짓을 했지만, 그것은 이미 장운이 회수한 다음이었다.
“나는 지혈도 해주고 금창약도 발라줄 거야. 네놈을 우리 표국으로 들고 가야 하니까.”
장운의 완벽한 승리였다.
모든 전투가 끝난 다음, 공야월이 장운에게 다가갔다.
그는 천하제일의 대장장이답지 않게 쭈뼛대며 우물쭈물거리고 있었다.
장운에게 미안해서이리라.
이에 장운이 먼저 입을 열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공 노야 입장이라면 더 혼란스러워했을 테니까요.”
실제로 장운은 공야월이 전혀 밉지 않았다.
전생에는 자신의 검을 조건 없이 만들어주었고 현생에는 자신이 남기고 간 그 검을 다시 회수해 주기까지 했다.
어디 그뿐인가?
‘과거보다 훨씬 더 날카롭고 완성도가 높아졌다!’
장운은 그것을 쥐는 순간 직감할 수 있었다.
초령검은 전생의 자신이 쓸 때와 약간 달라져 있었다.
이는 공야월이 미리 손보았기 때문이었다.
“아닐세. 미안하네.”
공야월은 장운만큼이나 확실한 사람이었다.
그는 입이 거칠지만 마음은 따뜻한 사람이었으며 진정한 검객을 알아보는 눈 또한 지녔다.
“그러고 보니…… 내가 자네에게 의뢰 대금을 치르지 않았지?”
공야월은 초령검을 되돌려 주려는 장운을 무시하고는 재차 손짓했다.
그 초령검을 가지라는 뜻이었다.
“네에, 네?”
장운은 이에 믿을 수 없어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다.
솔직히 초령검을 다시 썼으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전생을 숨겨야 하는 입장이기에 자신의 것이라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이 없었다.
게다가 공야월은 검신 장인랑을 추모하고 있었기에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일이 이렇게 풀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 아닙니다. 제게는 너무 과분한 검입니다.”
속마음으로는 당연히 갖고 싶었지만 손사래를 쳤다.
자신은 이미 한 번 초령검을 놓친 몸이다.
이제 와 그것을 만들어준 장인에게 다시 받아갈 면목이 없었던 것이다.
“자네에게 과분하다고? 천만의 말을 하는군. 나는 자네에게서…….”
공야월은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떠 장운을 바라보았을 때 신기하게도 장운의 뒤에서 천하제일검 검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천하제일검 검신의 모습을 보았네.”
공야월 또한 이제야 깨달았다.
어째서 초령검이 다시 되돌아왔으며 장운의 손에 쥐어졌는지 말이다.
만철야장 공야월이 주장하는 말이 하나 있었다.
-모든 무기에는 합당한 주인이 존재한다.
주인을 잃은 초령검을 보관하던 공야월.
‘초령검을 재차 제련했던 것은 나의 미련 때문이었다.’
어디선가 천하제일검 검신이 살아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미련.
하나 공야월은 어딘지 모르게 빛을 잃은 초령검을 보며 검의 수명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많은 이들이 이 초령검을 노리며 검신의 명예를 더럽히려 하고 있었고 그럴 바엔 차라리 자신의 대장간으로 가 완전히 녹여 없애 버리려는 마음까지 먹었던 것이다.
죽을 뻔한 초령검은 간신히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어쩌면 본래의 주인을 알아본 것일지도 모른다.
“의뢰 대금을 중도에 미리 지불해도 되겠지?”
공야월이 익살맞은 얼굴로 웃었다.
이제 목리까지 단 하루를 앞둔 시점에서 대금을 미리 치르는데 도망가면 안 된다고 농을 던졌다.
“당연히 그래도 되지요. 아니…….”
마침내 초령검과 다시 재회한 장운은 호탕하게 웃었다.
“본래 본 황금표국은 언제나 선불입니다.”
* * *
“정말 내부까지 모셔다드리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장운은 울창한 목리의 지대까지 동행한 채로 공야월을 바라보았다.
이제 헤어져야 된다고 생각을 하니 그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물론. 이 만철야장의 공간은 극비 중의 극비니 말이야.”
공야월의 말은 사실이었다.
지금 완전히 무력화되어 수혈을 점한 채 잠자고 있는 백룡군자 장월상마저도 궁금해하지 않았던가?
“아쉽군요.”
아쉬움과 별개로 표행이 종료된 표사는 표국으로 귀환해야 했다.
“너무 아쉬워 말게. 언젠가는 다시 만날지도 모르는 일이니.”
처음 만날 때는 너무나 까칠하여 좀처럼 웃던 일이 없는 공야월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표행을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황금표국의 일급 표사 금령공자 장운.
그는 자신의 첫 보표행이자 호위 표사 업무를 그야말로 완벽하게 끝내었다.
거기에다 황금표국이 너무나도 절실하게 찾고 있던 금룡린갑을 되찾았으며 무엇보다도 소중한 전생의 애검인 초령검마저 되찾는 쾌거를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