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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32화 (32/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32화

불문(不問) 표행을 떠나다(4)

장운은 그날을 기점으로 응운곤과 무척이나 친해졌으며 불침번도 아무 일 없이 잘 보낼 수 있었다.

남은 삼 조도 마찬가지였다.

수적도 보이지 않고 바람이 조금 세어 배가 흔들릴지언정 별 탈 없이 하룻밤을 보낸 다음, 해가 중천까지 떴다.

낮에는 수면을 충분하게 취하지 못한 표사들이 취침하고 상수 노관이 쟁자수들을 이끌며 상선의 운행을 주도했다.

어차피 폭이 좁은 강이었고 행선지는 가까우니 까다로울 게 없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표두님! 장운 표사님!”

그날도 어김없이 감우량 표두와 표사들이 불침번을 취하고 달콤한 잠에 취하고 있을 오전 무렵이었다.

돌연 노관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오는 게 아닌가?

벌떡!

그 소리를 듣자마자 장운과 감우량은 몸을 일으켜 노관에게 달려갔다.

그러지 않아도 무슨 일이 벌어지면 곧바로 소리를 지르라 일렀던 것이다.

“무슨 일이오?”

“무슨 일입니까?”

감우량과 장운은 너 나 할 것 없이 뛰어가 노관에게 향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시야에 보이는 것은 매우 경악스러운 것이었다.

“수적들?!”

황금표국 상선 주변으로 세 척의 배가 다가오고 있었다.

상선에는 황금표국을 상징하는 깃발이 나부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거침이 없었다.

그 행동은 단 하나를 의미했다.

장강수로채의 수적들!

‘올 것이 왔구나.’

장운은 다가오는 수적들을 보며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음을 깨달았다.

“잠든 모든 표사들을 깨우고 쟁자수들도 무장시키십시오.”

감우량의 말에 장운도 공감하여 비상 신호를 주었고, 모두가 장운이 선별한 인재들답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갑판 위에서 무장을 마쳤다.

“저들은 누구일까요?”

장운의 질문에 노관이 답하였다.

“이 근방의 수적이라면 황서채(黃西寨)나 산서수채(山西水寨)일 확률이 높습니다.”

수로 표행에도 경험이 많은 노관다운 답변이었다.

“산서수채면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산서수채라는 말에 감우량의 안색이 변하였다.

황서채는 섬서 끝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산채인 반면, 산서수채면 일이 더 커지기 때문이었다.

장강수로채 중에서도 손꼽히는 전력을 가진 곳이자 장강수로채의 주인 수왕(水王) 사유혼의 넷째 제자가 채주로 있던 것이다.

“황서채는 본 황금표국과 수교를 맺고 자주 왕래하는 반면, 산서수채는 산서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우리와 자주 보지 않을뿐더러 무엇보다…… 매우 호전적인 놈들입니다.”

노관도 한마디 더 보탰다.

실제로 황서채는 다른 녹림의 산채와 같이 황금표국과 공생하는 관계였다.

하지만 산서수채는 수왕의 넷째 제자를 바탕으로 무척이나 호전적이었으며 먹잇감들을 살려두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모두 전투를 준비하라.”

점점 더 세 척의 배가 가까워지자 감우량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악의 경우, 산서수채와 전면전을 피할 수 없다.’

그런 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머나먼 거리에서 배는 더 가까이 오고 마침내 뛰어난 무공을 가진 감우량과 장운, 그리고 응운곤은 곧바로 배에 걸린 깃발에서 저들의 정체를 유추할 수 있었다.

“산서수채!”

이 배에 있는 자들 중에서 무공이 가장 고강한 세 사람은 흡사 짜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외쳤다.

안타깝게도 배의 무리들은 호전적이며 수왕과도 연줄이 깊은 산서수채였다.

“이런.”

줄곧 침착하던 감우량조차 탄식을 내뱉고는 곧바로 자신의 창을 꺼내 들었다.

무기를 챙기는 것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감 표두님. 저들이 가까이 다가옵니다. 일단 마주해 보죠.”

장운이 제안했다.

저들도 황금표국의 깃발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만약 본 표국을 몰랐다면 화살 공격부터 했을 테지.’

실제로 산서수채의 수적들은 화살이 닿는 거리에서도 활을 장전하지 않고 있었다.

마치 황금표국 배 쪽에 넘어오기라도 할 것처럼 매우 가까이 다가오고 있던 것이다.

이는 일단 대화를 해보겠다는 의도였다.

끄덕!

감우량은 장운의 침착함에 새삼 놀라며 그의 뒤를 따랐다.

“우리는 섬서 황금표국의 표사들입니다. 산서수채의 영웅분들로 보이시는데, 제가 제대로 알아본 것이 맞습니까?”

이번 표행은 장운의 기량을 알아보는 자리인 만큼 장운이 먼저 나섰다.

이미 녹림도를 몇 차례 만나 보았기에 수적들을 대하는 예의는 어렵지 않았다.

“오, 황금표국이었군.”

때마침 장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적의 배에서 한 사람을 필두로 여럿이 걸어 나왔다.

응운곤만큼이나 잘 그을린 검은 피부, 탄탄한 체구에 멋진 콧수염을 가진 사나이.

이자가 바로 수왕 사유혼의 넷째 제자이자 절정 고수인 산서수채주 수중밀검(水中謐劍) 광표였다.

“나는 이 산서수채를 이끄는 채주 광표요.”

광표는 장운을 향해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다.

‘뛰어난 절정 고수!’

장운은 광표를 보자마자 그의 실력이 만만치 않음을 직감하였다.

오히려 수적 주제에 어지간한 대표두보다 더 고강하여 놀라울 따름이었다.

“산서수채의 영웅호걸이신 수중밀검 광표 채주께서는 공사다망(公私多忙)하시어 매우 바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마주하게 되니 무척이나 기쁘군요.”

장운은 예의를 차리면서도 명확한 태도를 보였다.

요약하자면 바쁜 것을 아는데 어찌 이곳까지 나섰냐는 의미였다.

실제로 광표 정도 되면 자신의 수채를 위협하는 큰 적이 아니면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다.

어지간한 일들은 부채주나 그 밑의 수뇌부들에게 지시하면 그만이었다.

“때마침 용무를 보고 돌아가는 길에 섬서에서 명성이 자자한 황금표국의 깃발을 보았으니 어찌 지나갈 수 있었겠나.”

광표는 자신의 콧수염을 만지며 만만치 않은 언변을 보였다.

수적이 표국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두 가지였다.

친분을 개척하여 안면을 트거나 아니면 표물을 노리는 것.

“더욱이 황금표국은 명문 정파의 재산과 비교해도 그리 떨어지지 않는다지? 그런 만큼 황금표국이 싣고 가는 표물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 말이지.”

공교롭게도 산서수채의 용무는 후자에 속했다.

광표는 노골적으로 표물에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 귀한 표물은 아닙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진귀한 것이었다면 익숙한 육로를 놔두고 굳이 수로를 선택했겠습니까?”

장운이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열심히 설득하려고 노력했지만,

“진귀하든 진귀하지 않든 상관없지. 이 광표의 호기심을 자극하였으니 나는 그것을 확인하고 싶을 뿐.”

광표는 막무가내였다.

그의 말을 들으며 감우량을 비롯한 표사들, 쟁자수들의 안면이 굳어가려는 찰나!

“무엇을 원하십니까?”

오로지 장운만은 절대로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묘한 여유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뭐? 말하지 않았나. 표물을 원한다고.”

장운은 뛰어난 절정 고수인 광표를 보고도 주저함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주장을 천천히 펼치기 시작했다.

“제가 의문을 느꼈던 것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첫째, 표물이 정말로 탐났다면 이렇게 환한 낮이 아니라 밤을 노렸겠지요.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채주께서 직접 다가오지도 않고 먼 거리에서 화살부터 쏘는 게 정석입니다.”

장운의 말에 광표는 화들짝 놀라며 움찔하고 말았다.

더 놀라운 것은 바로 지금부터였다.

“두 번째 의문도 존재합니다. 보통의 경우, 표행의 대장을 여기 계신 감우량 표두나 아니면 나이가 지긋한 표사로 인식을 할 겁니다. 그런데 광 채주님께서는 아직 약관의 나이에 미치지 못한 저를 바라보며 대표로 인식하셨지요. 마치 누군가에게 들은 것처럼 말입니다.”

장운의 지적은 정확했다.

일반적으로 표행을 이끄는 대장을 누가 봐도 표두로 보이는 감우량이나 아니면 다른 표사를 꼽게 마련이다.

그런데 광표는 오자마자 곧바로 장운부터 바라보고 있었다.

이는 사전에 정보가 없었으면 해당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상식적으로 열여섯에 불과한 표사를 누가 일행의 우두머리로 본단 말인가?

“……이거 소문 이상이로군. 과연 섬서성을 진동시킨 금령공자다운 언행이야.”

장운의 날카로운 추리에 광표는 탄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광표는 금령검객 장천호와 제법 가까운 사이였다.

장천호와 광표가 젊었던 시절 두 사람은 대결을 펼친 적이 있었다.

물론 장천호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장천호는 수적인 그를 상대로 정중히 예의를 차리며 승자로서 아량을 베풀어 그 어떤 부상도 입히지 않았고, 광표는 그의 기질에 감탄하여 절친한 관계는 아닐지언정 서로 서신을 주고받는 사이로 발전한 것이다.

“인정하지. 나는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이곳에 왔다네. 하나 설령 그것을 들켰다고 해도 나는 순순히 물러갈 생각이 없네.”

광표는 이제 노선을 달리하였다.

어차피 이들을 속이는 것은 틀렸으니 남은 건 정공법뿐이었다.

“모두가 싸우는 전면전은 아마 그분께서도 바라는 그림은 아닐 겁니다. 생각해 두신 것이 있으십니까?”

장운은 맹랑하였다.

광표는 그 모습을 보며 내심 감탄을 거듭하였다.

‘생김새는 유약해 보여도 그 기상과 담력은 젊은 날의 장 형을 보는 것과 같구나.’

호부 밑에 견자 없다는 말이 무엇인지 여실히 느끼는 광표였다.

“이거 정말 나를 난처하게 만드는군. 만만한 상대가 아닐 것은 예상해도 이리 통찰력이 좋을 줄이야.”

실제로 광표는 여러 대결을 준비한 채 다가왔던 것이다.

장천호의 부탁으로 장운과 그 일행의 기량을 시험하기 위해 왔으니 서로 피 튀기는 선상 전투는 금물이었다.

본래는 광표와 산서수채가 등장하여 겁을 준 다음, 항복을 받아내거나 그것이 실패할 경우 여러 기발한 재주를 통해 장운과 그 일행을 제압할 요량이었다.

“세 가지 각기 다른 대결을 제안하지. 귀 황금표국 측에서 세 건의 대결을 모두 승리한다면 나는 이대로 되돌아갈 것이며…… 오늘의 일을 부탁하고 채점까지 해달라는 ‘그’에게 극찬의 말을 전할 걸세.”

어차피 남을 속이는 재주 따윈 광표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나중에 장천호에게 혼날지라도 광표는 거침없었다.

“만약 패배한다면 귀측에서는 우리에게 표물을 빼앗기게 되며 표행은 실패로 끝나게 되지. 응하겠는가?”

당연히 응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선택지도 없었으며 정면승부로 광표와 산서수채를 이기는 것은 무리니 말이다.

“당연히 해야지요.”

장운은 그렇게 말했고,

“그럼 준비를 하시게. 피차간 시간은 귀한 법이니.”

섬서에서 산서로 가는 수로의 기묘한 대결이 시작되었다.

“어려운 대결이 될 겁니다. 예전부터 수적들은 잔꾀가 많고 교활하다고 하였습니다. 아마 우리들이 이기지 못하는 기발한 대결을 제안했을 게 분명합니다.”

갑자기 펼쳐진 이 대결에 노관은 노심초사하며 말했다.

실제로 다소 우직한 녹림과 달리 장강수로채의 채주들은 하나같이 교활하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으로 유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첫 번째 대결로 일대일 수중 전투를 제안하는 바네.”

어설픈 연극 따윈 집어치운 광표는 진심이었다.

첫 번째 대결로 무려 수중 전투를 제안하였다.

수중 전투란 물속 혹은 물 위에서 겨루는 전투로 이는 수공(水功)을 익힌 산서수채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못해 학살할 지경이었다.

수중 전투란 말에 모두가 좌절하고 있을 무렵 장운은 미소지었다.

때마침 일행 중 수공의 달인이 있지 않은가?

“응 표사님. 실력 발휘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 사람은 바로 태어날 때부터 자맥질과 더불어 수공을 익히는 해남의 토박이, 반골 응운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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